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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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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Ball)은 알면 알수록 참 재미있는 브랜드입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는 미국을 대표하는 고정밀 철도시계 제조사로서 이름을 알린 이들은 

1990년대 말부터는 특유의 터프한 디자인의 고사양 시계들로 실용적인 시계를 선호하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과거와의 연결고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볼의 이러한 드라마틱한 변화는 시대의 요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볼의 현행 컬렉션에서 단연 돋보이는 엔지니어 II, 엔지니어 마스터 II, 엔지니어 하이드로카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엔지니어(Engineer) 시리즈는 

그간 몇 차례의 공식 리뷰로도 다뤘다시피 익스트림 툴워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오버 엔지니어링이 돋보이는 제품군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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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는 회전 베젤을 돌리면 카메라 조리개처럼 생긴 부품이 확장하며 케이스백의 무브먼트가 노출되는 독창적인 시계, 

엔지니어 II 마그네토 S(Engineer II Magneto S)를 출시했는데요. 이미 스위스 포럼에 리뷰를 올려주신 회원님도 계십니다만, 

국내에는 최근에야 입고된 따끈따끈한 신제품이기에 타임포럼 공식 리뷰를 통해서도 우리 회원님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엔지니어 II 마그네토 S는 직경 42mm 두께 12.9mm의 매끈하게 가공된 스틸 케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케이스 형태 자체는 단순하지만,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코인 엣지 베젤은 시계에 보다 입체적인 인상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다이얼을 보시면, 챕터링 부분이 상당히 두툼한데요. 아레나(경기장)을 보는 듯한 심도가 깊은 챕터링과 

특허 받은 3중 수소(3H) 트리튬 가스를 채운 마이크로 튜브가 인덱스를 대신하기 때문에 다이얼은 옆에서 봤을 때 입체적인 느낌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블랙 챕터링 중앙에는 다크 그린 컬러의 링을 또한 추가해 경계를 형성하고 있고, 그 위로 10분 단위를 프린트했습니다. 

수퍼 루미노바 처리된 이 숫자 프린트 역시 축광시 어둠 속에서 발광하며, 마이크로 가스 튜브 인덱스와도 보조를 이룹니다.  


다이얼을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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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표면이 우둘두둘하게 별도의 그레인드 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상단에는 브랜드명과 로고를, 하단에는 크로노미터와 100m 방수 표기를 더했습니다. 


전형적인 쓰리 핸즈 & 데이트 표시의 단순한 기능만큼이나 다이얼 배열 또한 심플함을 잘 살렸습니다. 


폭이 넓은 챕터링을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는 다이얼에 복잡스러운 프린트를 생략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론 초 단위를 표시하는 눈금 마저 없애고 데이트 휠 디스크 바탕 역시 화이트가 아닌 블랙이었더라면 더욱 깔끔해보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너무 정석을 따라가는 것 보다는 이 시계가 드레스 워치가 아닌 애초 스포츠 워치임을 감안하면 포인트를 주는 디테일이 있는 편이 나아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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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침은 챕터링에 사용된 그것처럼 다크 그린 컬러로 페인티드 처리했습니다. 

초침 상단의 필기체로 쓰여진 'RR' 로고는 철도를 뜻하는 레일로드(Railroad)의 이니셜입니다. 


브랜드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한 디테일로서, 다이얼 상단에 표시된 '오피셜'과 '스탠다드' 표기와 함께 

'오피셜 레일로드 스탠다드(Official Railroad Standard)', 즉 '공식 철도 기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외형적으로는 공식 철도시계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했지만, 

그 안에 담긴 정밀하고 튼튼한 시계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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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하게 그레인드 가공 처리된 다이얼에는 인덱스와 핸즈에 총 15개의 마이크로 가스 튜브가 사용되었습니다. 

독특한 소드 핸즈는 폴리시드 마감 처리해 매트한 다이얼과 대조를 이루며 역시나 가독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이얼 맨 하단에 보면 보일듯 말듯하게 'T25'라고 표기가 돼 있는데, 이는 트리튬의 밝기를 기준으로한 일종의 규격입니다. 

T25 가스 튜브보다 더 밝기가 뛰어난 T100도 있고, 볼 역시 몇몇 파일럿 모델에 사용한 바 있지만, 볼은 대체로 T25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볼이 사용하는 트리튬 가스 튜브는 사실 mb-마이크로텍(mb-microtec)이라는 스위스의 한 마이크로 테크놀로지 회사가 개발한 그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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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작은 튜브 형태를 띄게 되었을까요? 상온에서는 트리튬 가스가 불안정하고 트리튬 자체가 방사능 성질을 띄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를 작은 사파이어 튜브 안에 담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적기 때문에 원천 기술을 보유한 mb-마이크로텍이 이 분야의 독보적인 선두주자입니다. 


mb-마이크로텍 사는 자사의 트리튬 가스 튜브를 트리가라이트(Trigalight®)라는 특허 용어로도 주로 통칭하는데요. 

볼 외에도 루미녹스(Luminox), 트레이저(Traser) 같은 브랜드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그런데 지금 열거한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지요?! 


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시계를 만드는 제조사들이라는 점입니다. 고로 군용 시계로도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시인성은 컬렉션의 중추가 됩니다. 

이들 브랜드들이 축광식 수퍼 루미노바 대신, 축광이 필요 없는 자체 발광성 트리튬을 사용한 것도 다 계산된 전략인 것입니다(조도가 낮은 작은 상황에서도 발광하므로).

 

한편, 트리튬 가스 튜브는 이론상으로는 일반 야광 도료보다 100배 이상 밝고 그 효력이 25년간 지속된다고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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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II 마그네토 S는 챕터링의 숫자와 바에는 축광시 블루 컬러를 띄는 수퍼 루미노바 도료(BGW9)를 사용했습니다. 

다이얼에 사용된 그린과 옐로우(핸즈와 12시 방향 인덱스에 사용됨) 트리튬 컬러와도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축광이 필요 없기 때문에 분명 언제 어디서나 발광한다는 점은 트리튬 가스 튜브를 사용한 시계의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만, 

축광된 수퍼 루미노바에 비해 순간 밝기는 못 미치는 게 또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야광의 밝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1시간 이후로는 급격하게 약화되는) 수퍼 루미노바에 비해 

트리튬은 꾸준한 밝기로 몇 시간이고 계속 지속된다는 점은 강점입니다.  


다시 말해, 토치처럼 강렬한 야광을 기대한다면 트리튬 시계에 대한 환상이 깨질 수 있지만, 

트리튬의 성질을 이해하고 뭉근하게 오래 가는 야광 성능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트리튬은 확실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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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은 트리튬 가스 튜브를 사용한 시계가 갖는 장점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발광성 도료를 사용하지 않은 시계들에 비해 다이얼이 조금은 지저분해 보여서 싫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트리튬 가스 튜브를 접하는 사람들의 호불호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또한 대다수 메이저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그것이 아닌, 일부 업체들만 선호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그 점이 해당 브랜드의 시계를 유니크하게 돋보이게 하면서도, 대중성을 약화시키는 측면도 없질 않습니다. 


어찌됐든 트리튬 가스 튜브를 덕지덕지 많이 사용한 시계들과 비교했을 때 볼의 신제품 마그네토 S는 제한적으로만 사용해서 다이얼이 전혀 조잡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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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두가 궁금해 하실 케이스백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한 스틸 케이스백은 6개의 스크류로 고정돼 있으며, 브랜드명과 몇 가지 스펙들이 제법 두툼하게 양각 처리돼 있습니다. 


이 시계는 방수 사양도 100m인데요. 스크류 다운 크라운이라서 더욱 안심이 됩니다. 수영을 포함한 간단한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을듯요.  


그리고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시계는 요철이 있는 베젤부를 돌리면 카메라 조리개 같은 케이스백 내부의 부품이 수축 확장하며 무브먼트를 가리거나 드러냅니다. 

저는 이 부품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007 영화의 인트로를 연상시켰는데요. 볼은 이 부품을 가리켜 'A-Proof® device'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 II 마그네토 S 특유의 조리개 디테일이 어떻게 개폐하는지 직접 촬영한 작동 영상으로도 확인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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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독일의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Leica)의 100주년을 기념해 라이카와 협업한 발브레이의 EL1 크로노그래프 한정판 시계. 



사실 카메라 조리개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의외로 몇몇 실험적인 시계들이 존재하며, 스위스의 신생 브랜드 발브레이(Valbray)는 전 컬렉션의 다이얼에 카메라 조리개를 응용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가리켜 오컬러스 다이어프램 시스템(Oculus diaphragm system)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는데, 베젤을 돌려 조리개를 열고 닫는 작동 방식은 볼과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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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은 마그네토 S에 적용된 A-Proof® device와 관련해 이미 특허를 획득했으며, 

이 조리개 부품은 높은 투자력을 지닌 니켈 합금의 뮤메탈(Mumetal)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해당 부품을 이루는 작은 칸막이들의 두께는 각각 0.06mm 정도에 불과하지만, 

조리개 부품이 완전히 닫혔을 때는 무려 1,000 가우스(= 80,000 A/m)의 높은 자성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수치는 롤렉스의 밀가우스나 IWC의 인제니어, 독일 진의 파일럿 시계들과도 동일한 항자 성능입니다. 

다만 안티-마그네틱과 관련해 ISO 764 같은 국제 기준을 통과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추가로 언급된 사항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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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재미있는 디테일은 케이스 측면(크라운 아래 투명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리개 디테일이 완전히 닫히면 측면의 투명 디스플레이는 그냥 빈공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리개 디테일이 완전히 개방되면 측면의 투명 디스플레이는 화이트톤의 막으로 가려진 것처럼 보이지요. 


사실 크게 의미가 있거나 기능적인 면과 연관된 디테일은 아닙니다만, 그냥 왠지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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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된 무브먼트는 ETA 2824-2 자동 베이스의 RR1103-CSL 칼리버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눈에 띄는 수정을 가했는데요. 일단 로터에 각인이 추가되었고, 

스프링락 안티-쇼크 시스템(SpringLOCK® Anti-shock system)이라는 특허 받은 자체 개발 충격 방지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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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첨부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외부 충격에 의해 가장 타격을 입기 쉬운 예민한 부품인 밸런스 스프링을 

특수한 케이지에 담아 밸런스 콕과 밸런스 사이에 고정시킴으로써 충격에 의한 영향을 약 66%까지 감소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볼의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국제 기준인 IS0 1413에 의거 5,000Gs 충격 방지 성능을 보장하며, 

또한 추가로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높은 정밀도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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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블랙 컬러의 코듀라(Cordura) 스트랩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표면은 카본 파이버 스타일의 체크 패턴 처리해 더욱 개성있고 강인해 보입니다. 


러그에 밀착되도록 커브 엔드 처리한 스트랩은 따로 길들일 필요없이 부드럽게 손목에 감기면서도 핀 버클 체결시 즉각적으로 견고한 느낌을 줍니다. 


일반적인 가죽 스트랩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OEM 외에도 다양한 에프터마켓 스트랩으로 교체해서 착용하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시계 디자인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줄질'도 잘 받을 시계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러그 사이즈가 살짝 애매한 21mm라는 것. 


그리고 두께가 얇은 스트랩보다는 기본 3mm 이상의 헤비한 느낌의 스트랩이 잘 어울릴 듯 합니다(핸드메이드 풀업 소가죽 정도). 

가죽 및 패브릭 계열 외에 나토나 줄루 스트랩도 잘 받을 듯 하고요. 물론 이렇게 되면 그 멋진 조리개 부품 작동을 못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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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목에서의 착용샷입니다(착용샷만 따로 리뷰용으로는 못 찍었네요. 양해 바랍니다).  


42mm 직경이지만 다이얼 외곽 챕터링이 두툼해서 시계가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데다, 

러그 투 러그 길이 또한 짧은 편인지라 손목에 얹었을 때 딱 적당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볼의 엔지니어 II 마그네토 S는 기존 엔지니어 시리즈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카메라 조리개서 영감을 얻은 재치 만점의 부품으로 기계적인 조작을 좋아하는 남성들의 감성과 흥미를 자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시계 업계 전반이 매년 새로운 걸 선보여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요즘, 

볼은 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전면적인 변화 없이도 몇 가지 아이디어만으로 충분히 즐길 만한 시계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볼의 엔지니어 II 마그네토 S는 그래서 들여다 볼수록 여러 모로 흥미로운 시계이며, 

볼이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끈기있게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에 매진하고 있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합니다. 


리뷰 협조:

우림FMG 


촬영 협조:

2nd Roun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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