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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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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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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마이크로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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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올림픽의 타임키퍼

아주 작은 단위를 말하는 마이크로(Micro)의 스펠링을 살짝 변형한 마이크로(Mikro)와 기록하다를 말하는 그래프(Graph)를 조합한 마이크로그래프(Mikrograph)는 태그호이어의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였습니다. 1916년 발표한 회중시계형 스톱워치인 마이크로그래프는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1/1000초의 측정이 가능했습니다. 지금에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작은 단위까지 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었습니다. 경쟁사들이 측정할 수 있는 최소 단위가 1/5초였기 때문에 마이크로그래프라는 이름은 그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이것 덕분에 호이어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올림픽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할 수 있었고, 이어 파리, 암스테르담 올핌픽에서도 공식 타임키퍼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 보다 작은 규모로는 그레이하운드가 달리는 도그 레이스에서도 호이어의 이름과 만날 수 있었죠. 이는 다른 브랜드와의 확연한 차별 점이었으며 호이어의 레이스 DNA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때로 1920년대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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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발표한 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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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파나메리카나

호이어는 마이크로그래프 같은 계측장비를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대중적인 수요를 가진 손목시계 시장도 함께 공략하게 됩니다.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의 시대로 접어들자 측정기능(스톱워치)을 가진 크로노그래프를 발표합니다. 동시에 자동차의 보급률이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하자 자동차로 속도를 겨루는 레이스가 곳곳에서 벌어지게 되었고, 호이어의 크로노그래프는 승패를 가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며 큰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1963년은 호이어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태그호이어를 대표하는 모델 까레라가 탄생한 해이니까요. 까레라라는 이름은 공도를 달리는 랠리인 ‘까레라 파나메리카나(Carrera Panamericana)’에서 따왔습니다. 포르쉐의 모델명과도 동일하죠. 둘 다 같은 랠리의 이름에서 가져왔으며 이 때문에 한 때 상표권 분쟁에도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두 브랜드가 같은 이름을 쓰는 것으로 보아 원만히 해결되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까레라 파나메리카나는 아메리카 대륙을 세로로 길게 관통하는 파라메리카나 고속도로 중 멕시코 구간의 개통을 기념해 정부 주도로 시작한 랠리입니다. 랠리의 코스는 미국 남부에서 해안을 따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에 이르는 3,500km에 달하는 기나긴 길입니다. 이것을 5일에 거쳐 달리게 되며, 레이서 라이선스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 아마추어 모두가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코스는 상당히 다이나믹 했다고 합니다. 끝없이 뻗은 직선도로와 굽이치는 코너, 도로의 고저차도 뚜렷해 이를 내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면 열광적인 응원과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죠. 하지만 1950년에 시작해 불과 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됩니다. 1955년의 랠리를 앞두고 내구레이스인 르망 24에서 8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사고가 일어나자 멕시코 정부가 안전을 이유를 들었는데, 이전에도 까레라 파나메리카나에서는 인명사고가 종종 있어났던 터에 르망 24를 계기로 아예 폐지하기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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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1(크로노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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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맥퀸과 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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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대 모나코, 칼리버 11을 탑재한 오리지날의 특징인 왼쪽 크라운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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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서킷

당시 호이어를 이끌던 잭 호이어(전 명예회장)는 까레라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비록 머나먼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레이스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스피드와 레이스를 좋아했던 그에게 까레라 파나메리카나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지만 잭 호이어는 까레라 파나메리카나의 다이나믹한 랠리를 머리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고 새 크로노그래프의 이름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시계가 까레라입니다. 당시 밸쥬와 란데론 같은 풍부했던 수동 크로노그래프 자원을 이용했고, 간결하지만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게 하는 세밀한 인덱스를 지녔습니다. 버전에 따라 부가적인 스케일 기능을 더해 호이어의 레이스 DNA를 한껏 발휘하게 됩니다. 까레라는 발표된 뒤 탁월한 기능성, 정확함, 디자인을 인정받아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이후 1969년 첫 자동 크로노그래프인 칼리버 11(크로노마틱)가 발표되자, 공동개발에 참여했던 호이어는 재빠르게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까레라를 선보이게 되고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 자리잡게 되죠. 한편 영화배우이면서 레이서이기도 했던 스티브 맥퀸은 르망 24 레이스를 필름으로 담아낸 르 망(Le Mans)에서 호이어의 또 다른 대표 모델인 모나코를 착용하고 열연합니다. 수려한 경관과 헤어핀 코너로 유명한 서킷의 이름에서 따온 모나코는 까레라와 마찬가지로 칼리버 11(이후 칼리버 12)를 탑재한 모델로 정사가형에 짙푸른 다이얼이 인상적인 시계죠. 그에게 운전기술을 가르쳐주었던 F1 레이서 조 쉬퍼르가 모나코를 착용해 보라는 제안을 따르는데요. 당시 호이어와 르망 24 사이에 직접적인 협력은 없었지만, 영화 르 망으로 인해 르망 24에서도 호이어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되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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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타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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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F1 페라리팀과 F1 공식 타임키퍼 당시인 태그호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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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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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1 맥라렌 스페셜 에디션 (2015년)


1966년 디지털 방식으로 1/1000초 측정을 할 수 있는 마이크로타이머(Microtimer)를 개발한 호이어는 지속적으로 계측기술을 축적합니다. 이전과 달리 전자기술을 바탕으로 삼아 완성해 보다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했죠. 쿼츠 시대에 접어들고 나서도 호이어는 이런 전자 계측기술을 이용해 비교적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71년부터 F1 페라리의 스폰서와 F1의 공식 타임키퍼를 담당한 일입니다. 호이어는 동시에 15개의 랩타입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F1 머신의 우열을 공정하게 판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무렵 등장한 모델인 실버스톤은 근래에 복각되기도 했습니다. 실버스톤은 영국에서 1947년 개장해 F1을 비롯한 굵직한 레이스를 유치하고 있는 유서 깊은 서킷입니다. 동명의 크로노그래프는 브라운관 케이스와 특징적인 카운터를 지닌 모델로 실버스톤 서킷의 이름을 빌어 모델명으로 사용 중입니다. 호이어와 F1의 인연은 호이어가 태그에 흡수되어 태그호이어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1980년대 태그호이어의 모회사 태그는 F1 맥라렌에 엔진을 공급하며 맥라렌팀의 우승에 큰 기여를 합니다. 호이어에서 태그호이어로 이름이 바뀐 뒤에도 이러한 영향에 의해 자연스레 F1과 친밀한 거리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때 등장한 모델이 바로 포뮬러 1이며, 올해 발표한 포뮬러 1 맥라렌 스페셜 에디션은 이러한 배경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의 포뮬러 1은 정확성과 최신 기술의 이미지를 지닌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지금의 카본 케이스와 유사한 이미지로 비춰지는 유리 섬유를 케이스에 사용해 터프함을 과시했습니다. 기능은 크로노그래프보다 시간+날짜가 중심이었던 점이 인상적으로, 200m 방수성능과 컬러풀함까지 더해 1980년대는 까레라를 대신해 대표모델로 활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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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가 플로리오와 타르가 플로리오 워치(Ref. CX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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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자 서킷(위)과 몬자(가운데) 칼리버 36과 몬자 리에디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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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1과 칼리버 호이어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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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칼리버 데이데이트 16 닛산 니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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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칼리버 1887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맥라렌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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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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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오브 챔피언스 2015

쿼츠 등장에 따른 시계 생태계 변화는 태그호이어에도 영향을 끼쳤고, 2000년대 초반의 레이스 DNA는 포뮬러 1에서 까레라, 모나코를 포함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와 몬자(Monza) 같은 모델로 분산됩니다. 현재는 생산하지 않는 타르가 플로리오는 이탈리아의 내구 레이스에서 이름을 가져왔으며, 코인 엣지 베젤과 뚜렷한 아라빅 인덱스로 캐릭터를 잡아낸 크로노그래프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서킷 이름인 몬자(Monza)로도 크로노그래프를 생산했던 역사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쿠션 케이스로 디자인을 변경해 이어졌습니다. 이 역시 단종에 이른 모델이나 제니스의 36,000vph로 진동하는 엘 프리메로를 탑재하고 1/10초 측정이 가능한 모델을 발표해 기계식 정밀 측정을 재차 부각한 바 있죠. 근래에 이를 복각한 리에디션(Re-edition)이 등장해 몬자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달래주기도 했었습니다. 현재는 까레라를 중심으로 모나코, 포뮬러 1으로 레이스 DNA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올해는 지금까지의 까레라와는 사뭇 다른, 즉 새로운 세대를 예고하는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1과 까레라 칼리버 데이데이트 16 닛산 니스모로 변화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한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1은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다이얼, 멀티 피스 케이스와 디자인 등 기법적인 면에서 변화가 상당히 도드라집니다. 이런 모델의 성격변화와 더불어 전기차의 F1 레이스라고 할 수 있는 포뮬러 E, WRC, 오는 11월 런던에서 개최될 레이스 오브 챔피언스(ROC)의 스폰서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태그호이어의 레이스 DNA는 앞으로 보다 강력하게 진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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