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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플래티넘 모델 Ref. 191.025 ⓒ Lange Uhren GmbH 



얼마전 모 정당 대표가 착용하는 시계라며 한창 매스컴을 탄 시계를 기억하실 줄 압니다. 


바로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랑에 1(Lange 1)인데요. 


정통 독일 브랜드의 시계가 국내 매체 곳곳에서 이토록 떠들썩하게 언급되기는 사실 전례가 없는 일인지라 독일 시계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내심 반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하필 이러한 이슈가 터진데다, 시계 내지 브랜드에 관한 심도 있는 접근 없이 단지 그 시계가 얼마라더라, 시계 취득 경위는? 등등... 

시계 외적인 부분들만 자극적으로 부풀리고 있어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고급 시계를 단지 부를 드러내는 척도로만 보는 시선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터입니다. 


타임포럼의 이번 '올 타임 클래식' 컬럼에서는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된 랑에 운트 죄네의 아이코닉 컬렉션인 랑에 1에 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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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가운데 인물이 바로 랑에 운트 죄네 재건에 앞장선 창립자의 증손자 발터 랑에, 

사진 제일 좌측의 랑에 1 시계 보드 옆에 기대어 미소를 짓고 인물은 귄터 블륌라인.

위 사진은 1994년 1월 브랜드 재건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서 촬영됨. ⓒ Lange Uhren GmbH



1845년 드레스덴 출신의 천재 워치메이커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Ferdinand Adolph Lange)에 의해 탄생한 랑에 운트 죄네는 

그의 아들 에밀과 리차드 랑에 대에 이르러서까지 날로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독일을 대표하는 고급 시계제조사로 우뚝 서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2차 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찾아온 독일의 분단으로 인해 당시 동독에 속했던 랑에 운트 죄네는 

글라슈테 국영시계연합(GUB)으로 타 제조사와 함께 일괄 흡수 관리되면서 사실상 브랜드 고유의 영혼을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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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SIHH 랑에 운트 죄네 부스를 방문한 발터 랑에. 



당시 동독 정부의 결정에 반감을 느낀 창립자의 증손자 발터 랑에(Walter Lange, 위 사진 속 인물)는 서독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했고,  

그로부터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마침내 붕괴한 이듬해인 1990년 12월 7일 다시 글라슈테로 귀향하게 됩니다. 

그후 그는 랑에 운트 죄네 브랜드를 다시 등록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 잊혀진 브랜드의 유산을 되찾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인 귄터 블륌라인(Günter Blümlein, 1943~2001)과 뜻을 함께 하게 되지요. 

그는 당시 IWC와 예거 르쿨트르의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걸출한 인물로서 랑에 운트 죄네 재건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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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첫 공개한 랑에 운트 죄네의 시계 컬렉션 4종 ; 사진 좌측부터, 랑에 1, 아르카데, 삭소니아, 투르비용 푸르 르 메리트 순. 



1990년부터 1994년 사이 랑에 운트 죄네는 브랜드 재건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손목시계 컬렉션을 위해 맹렬한 제품 개발의 시간을 보냈는데요. 


랑에 1(Lange 1), 아르카데(Arkade), 삭소니아(Saxonia), 투르비용 푸르 르 메리트(Toubillon "Pour le Mérite") 총 4종의 시계가 1994년 마침내 대중 앞에 첫선을 보입니다. 


이중 랑에 1의 등장은 매우 신선했는데요. 다이얼 중앙에서 벗어난 오프센터(off-center) 다이얼로 시와 분을 표시하고, 

하단 4시에서 5시 방향 사이에 작은 서브 다이얼로 초침을, 3시 방향에 부챗살 형태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두고, 

다이얼 상단에는 대형 빅데이트(날짜창)를 위치시킨 그 형태가 일찍이 스위스 브랜드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랑에 1의 이처럼 조금은 유니크하고 아이코닉한 디테일은 과연 어디에서 그 모티브를 얻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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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드레스덴의 명소인 젬퍼 오페라 하우스(Semper Opera House) 전경. 

위 사진은 지난해 창립자 페르디난드 A. 랑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행사 당시 촬영됨. ⓒ Lange Uhren Gm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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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덴의 워치메이커 루드빅 토이프너(Ludwig Teubner)가 1896년 제작한 파이브 미닛 클락과 랑에 1 화이트 골드 모델 Ref. 117.028 



랑에 1의 개성적인 오버사이즈 데이트 형태는 드레스덴의 명소인 젬퍼 오페라 하우스의 그 유명한 파이브 미닛 클락(Five-minute clock)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습니다.


젬퍼 오페라 하우스 외관에서는 볼 수 없고 안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데요(사실 저도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해서 못 봤습니다 ㅠ). 

오페라 하우스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즉 공연 도중에도) 시간을 확인하기 좋게 하기 위해 이러한 커다란 디지털 디스플레이 형태로 설계된 것입니다. 


애초 파이브 미닛 클락은 19세기 초 당시 왕실 워치메이커였던 요한 크리스티앙 프레드리히 굿케즈(Johann Christian Friedrich Gutkaes)가 최초 고안했는데요. 

굿케즈가 가장 총애하던 견습생이자 훗날 그의 사위가 되는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의 도움을 받아 1841년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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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운트 죄네가 브랜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젬퍼 오페라 하우스의 역사적인 파이브 미닛 클락을 새로운 컬렉션에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창립자의 정신을 기리는 의미와 함께 드레스덴의 상징적인 유산을 계승하는 의미까지 더함으로써 

랑에 운트 죄네의 뿌리와 앞으로의 지향점을 동시에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랑에 1은 태생적으로 아이코닉 워치가 될 운명을 타고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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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다시 한번 리뉴얼된 랑에 1 컬렉션에 탑재된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L121.1 



이렇듯 외적인 면에서도 당대의 고급 시계 디자인과 차별화된 아이코닉한 매력이 있었지만, 

랑에 1을 비롯한 이후 출시된 모든 랑에 운트 죄네의 시계들을 독일 최고의 명품 반열에 올려놓게 한 숨은 공신은 

바로 한번 보면 시선을 뗄 수 없는 화려하게 장식된 아름다운 무브먼트에 있었습니다.  


랑에 운트 죄네의 무브먼트는 저먼 실버(German Silver)라는 고급스러운 광택을 내는 특수한 합금을 바탕으로 제작되는데요. 

보통 많이 사용되는 브라스에 비해 무른 성질을 갖고 있어 다채로운 피니싱 작업을 할때 진가를 발휘하지만, 

지문이 닿으면 얼룩이 생기는 등 소재 자체가 민감도가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여기에 상단 플레이트를 3/4 분할로 나누는데(쓰리-쿼터 플레이트), 이는 수 세기 전부터 글라슈테 지방의 시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일종의 양식으로, 

1864년 랑에 운트 죄네의 창립자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가 자신의 시계에 도입하면서 일종의 글라슈테 시계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자리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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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에 사용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L082.1



그리고 상단 브릿지의 홀 주변을 둥글게 파내고 골드 소재의 샤통(Chaton)이라 불리는 링과 함께 핑크색을 띄는 인조 루비(일부 다이아몬드도 사용)가 삽입됩니다.   

여기에 고열에 구워내 선명한 푸른색을 띄는 스크류로 고정하고, 상하 플레이트 나머지 부분에는 물결이 퍼지는 것 같은 반복적인 동심원 형태의 페를라주 패턴을 

음각하며, 각 브릿지 모서리는 다이아몬드 페이스트와 같은 특수한 도구를 활용해 사람이 일일이 부드러운 각을 다듬고 광택 처리를 합니다.  


또한 밸런스콕이나 브릿지에도 섬세하게 아르누보풍의 패턴을 새기는데 이 또한 숙련된 장인의 손길을 빌리지요. 

무브먼트에 행해지는 이같은 장식적인 요소들은 사실 무브먼트의 기계적인 성능과는 무관한 것이지만, 

수세기 전부터 파인 워치메이커들은 무브먼트의 숨은 구석구석까지도 마치 생명을 부여하듯 세심한 수작업으로 마무리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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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화이트 골드 모델 Ref. 720.038 



현대의 대다수 업체들이 인건비를 절약하고 대량생산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손이 많이 가는 피니싱을 배제하고 공장에서 찍어내듯 무브먼트를 제작하고 있는데 반해,  

랑에 운트 죄네의 무브먼트는 보는 이를 압도하게 하는 동시에 그 진지한 수고스러움 때문에 숙연함마저 느껴지게 합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독창적인 디자인의 다이얼과 미려하게 가공된 케이스, 케이스백의 사파이어 글라스를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화려함까지 

랑에 운트 죄네의 시계는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섬세함의 성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이제는 역대 주요 랑에 1 모델 몇 점을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단, 제작 및 출시 연도는 생략합니다. 다양한 랑에 1(그랑 랑에 1 포함) 모델들이 있었구나 하고 참고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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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Ref. 112 021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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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 랑에 1 루나 문디(Grand Lange 1 Luna Mundi) 세트 Ref. 119.026 & 119.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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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투르비용 한트베르크스쿤스트(Lange 1 Tourbillon Handwerkskunst) 플래티넘 모델 Ref. 70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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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투르비용 오마주 투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Lange 1 Tourbillon "Homage to F. A. Lange") Ref. 72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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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 랑에 1 루멘(Grand Lange 1 "Lumen") Ref. 117.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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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Lange 1 Tourbillon Perpetual Calendar) 핑크 골드 모델 Ref. 72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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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한트베르크스쿤스트(Lange 1 Tourbillon Perpetual Calendar Handwerkskunst) Ref. 72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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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타임 존(Lange 1 Time Zone) 화이트 골드 모델 Ref. 116.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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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 랑에 1 문 페이즈(Grand Lange 1 Moon Phase) Ref. 139.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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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 랑에 1(Grand Lange 1) Ref. 117.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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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20주년 에디션 세트(Lange 1 20th Anniversary Set) Ref. 101.064 & 81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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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랑에 1(Little Lange 1) 핑크 골드 모델 Ref. 1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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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Ref. 191.032(핑크 골드) & 191.025(플래티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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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핑크 골드 모델 Ref. 191.032 착용샷. 



지금까지 랑에 운트 죄네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컬렉션이자 현대 독일 하이엔드 시계를 정의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 랑에 1에 관한 간략한 소개글을 보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랑에 1은 어떠한 시계로 메아리치고 있나요? 

 

어떤 이에게는 그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아주 비싼' 시계, 어느 유명인이 착용해 한때 설왕설래했던 시계 정도로만 기억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시계를 사랑하고 파인 워치메이킹의 감성과 가치를 이해하는 분들께 랑에 1은 올곧이 드림워치로 가슴에 인장처럼 새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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