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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내비타이머 01.jpg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브라이틀링(Breitling)의 내비타이머(Navitimer)는 1952년 런칭 이래, 
항공 시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현대 남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크로노그래프 시계 중 하나입니다.  


내비타이머가 현대 기계식 손목시계의 클래식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창립 초창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884년 스위스 상티미에(Saint-Imier)에 레옹 브라이틀링(Léon Breitling)이 작은 시계 공방을 오픈할 때부터 
이들은 ‘전문가를 위한 장비(Instruments for Professionals)’를 표방하며 일찌감치 크로노그래프 시계 제작에 총력을 바쳐왔기 때문입니다. 


브라이틀링 창립자 레옹 브라이틀링 1884 - 복사본.jpg

- 브라이틀링 창립자 레옹 브라이틀링 


이후 레옹의 아들 가스통 브라이틀링(Gaston Breitling)은 1915년 최초로 독립형 푸시 피스를 갖춘 손목용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발표하고, 
1931년 비행기 조종석에 부착하는 칵핏 인스트루먼트(조종석에 부착해 각종 시간을 계측할 수 있는 시계세트)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1934년에는 2시 방향에 스타트와 스톱, 4시 방향에 푸시 버튼을 갖춘 한층 모던한 형태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1939년에는 영국의 왕립 공군(Royal Air Force) 공식 납품업체로 발탁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로펠러 전투기에도 브라이틀링의 대시보드 클락이 장착돼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창립자 레옹, 그리고 그의 아들 가스통, 손자 윌리(Willy)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정밀 크로노그래프 제작의 집념과 항공 시계 분야를 향한 지속적인 열정이 
바로 브라이틀링이라는 브랜드의 초석을 다지는 밑거름이 되었고, 훗날 항공 시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한 내비타이머가 탄생할 수 있던 모태가 되었던 것입니다.  


내비타이머_과거 광고이미지 01 - 복사본.jpg

- 런칭 초반 내비타이머 지면 광고 이미지 


1950년대 초반 미국의 보잉(Boeing)이나 록히드(Lockheed) 같은 대형 항공사에서도 브라이틀링의 비행용 인스트루먼트가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틀링은 민간항공기 비행사들도 간단한 조작을 통해 비행시 필요한 모든 계측을 할 수 있는 특수한 손목시계를 제작하고 싶어 했습니다. 

항법을 뜻하는 내비게이션(Navigation)과 타이머(Timer)를 조합한 데서 개발의 취지를 예상할 수 있듯, 
내비타이머는 그 태생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비행용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의 한 모범답안을 제시해 보였습니다. 

특히 다이얼 가장자리와 베젤부 바깥쪽까지 촘촘하게 표시된 눈금들, 분 단위로 표시된 숫자들, 1960년대 초반에 추가된 24시간 표시 눈금, 
크로노그래프 작동시 속도 계측을 할 수 있는 타키미터(Tachymeter) 눈금들은 다양한 종류의 시간을 즉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가능케 했으며, 
이는 또한 브라이틀링 특유의 회전형 슬라이드 룰(Circular slide rule) 덕분에 한층 파워풀하게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내비타이머 크로노그래프, 구슬형 베젤과 다이얼 위 AOPA 로고, 1960년.jpg

- 1950년대 제작된 초창기 내비타이머 시계. 
내비타이머는 출시와 동시에 세계 최대 항공 협회인 AOPA(Aircraft Owners and Pilots Association, 항공기 오너 및 파일럿 연합회)의 
공식 시계로 선정되어 다이얼 상단에 AOPA 더블 윙 로고를 추가한 형태로 많이 판매되었습니다. 


우리말로 풀면 '계산자'를 뜻하는 슬라이딩 룰은 1930년대 초부터 주로 비행사의 항로 측정을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계측용 숫자들을 겹겹이 프린트한 슬라이딩 룰은 각 눈금들이 평균 비행 속도나 비행 거리, 상승/하강 속도, 연료 소비와 단위 변환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비행사들에게 매우 요긴하게 활용되었으며, 브라이틀링은 미 해군 중위 필립 달튼이 개발한 플라이트 컴퓨터의 원리를 바탕으로 손목시계에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브라이틀링의 회전형 슬라이드 룰은 사실 1942년 런칭한 브랜드 최초의 모던 크로노그래프 컬렉션인 크로노맷(Chronomat)에 먼저 적용된바 있습니다.  
하지만 크로노맷 시계보다 내비타이머에 적용되면서 더욱 큰 히트를 치는 통에 이후 자연스럽게 크로노맷 라인에서는 슬라이드 룰이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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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콧 카펜터와 그가 오로라 7 미션 당시 착용한 내비타이머 코스모넛 시계 


1962년 5월 24일 미국 나사(NASA) 소속의 우주비행사 스콧 카펜터(Scott Carpenter)가 오로라 7(Aurora 7) 캡슐을 타고 지구 궤도를 3바퀴 회전하고 돌아온 바 있습니다. 

우주비행 역사의 한 장을 연 이 특별한 순간에 카펜터의 손목에는 내비타이머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착용돼 있었고, 
훗날 비행사라는 뜻의 ‘코스모넛(Cosmonaute)’이라는 이름과 함께 컬렉션에 포함되게 됩니다. 

이렇듯 내비타이머는 우주를 비행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라는 타이틀로도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와 함께 달 착륙에 함께 한 오메가의 문워치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최초라는 수식이 가능해짐).


한편 1969년 브라이틀링은 당시 크로노그래프 스페셜리스트인 뒤부아 데프라(Dubois Depraz)와 호이어-레오니다스(Heuer-Leonidas), 해밀턴-뷰렌(Hamilton-Buren)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첫 기계식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와 시계를 개발합니다(그 전까지는 밸쥬(Valjoux)나 비너스(Venus)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사용). 

이는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새 시대를 여는, 또한 후대의 남성용 손목시계의 한 주류를 예고한 기념비적인 성취였습니다. 
물론 같은 해 제니스(Zenith)에서도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는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엘 프리메로(El Primero)가 탄생했고, 
같은해 일본의 세이코(Seiko)에서도 첫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인 6139와 이를 탑재한 시계가 완성되었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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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틀링 첫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1을 마이너 수정한 칼리버 12와 
이를 탑재한 크로노-매틱 시계(1970년대 초반까지 AOPA 납품 시계였음). 


하지만 이렇듯 승승장구하던 브라이틀링에게도 1970년대 쿼츠 쇼크의 여파는 거셌습니다. 
3대째 순항하며 크로노그래프 시계 제조 분야의 선두주자를 달리던 브라이틀링 家의 경영권 일체는  
1979년 파일럿 출신의 경영자인 어니스트 슈나이더(Ernest Schneider)에 넘어가게 되었고, 이후 수년간은 이렇다 할 큰 성과 없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1982년 브랜드의 새 둥지를 그렌첸(Grenchen)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 그것입니다. 

이후 기계식 시계의 부활이 가시화된 1990년대 중후반부터 브라이틀링 역시 다시 본격적으로 재기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합니다. 
1999년부터 자사 생산 모든 시계들에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 인증(COSC)을 받게 하고, 그렌첸 본사 및 매뉴팩처 시설을 더욱 확장,  
2002년에는 라쇼드퐁(La Chaux-de-Fonds)에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시계 제작에 특화된 스페셜 공방 브라이틀링 크로노메트리(Breitling Chronometrie)를 설립했으며, 
창립 125주년이 되는 2009년에는 첫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칼리버 B01을 공개하고, 이듬해 마침내 B01 칼리버를 탑재한 ‘내비타이머 01’을 발표합니다. 


브랜드 첫 자사 개발 무브먼트를 탑재한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01.jpg

- 브랜드 첫 인하우스 개발 제조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한 내비타이머 01 모델 


브라이틀링의 첫 자사 오토매틱 칼리버 B01.jpg

- 브라이틀링의 B01 칼리버(진동수 4헤르츠, 70시간 파워리저브). 


내비타이머 컬렉션은 현재 내비타이머 01외에도 세컨 타임존(24시간 표시) 기능을 추가한 내비타이머 GMT를 비롯해,   
1962년 스콧 카펜터가 착용한 역사적인 모델을 계승한 내비타이머 코스모넛(오리지널 모델처럼 자동이 아닌 수동 인하우스 B02 칼리버를 탑재), 
그리고 크로노그래프 외에 문페이즈, 윤년 인식이 가능한 풀 캘린더 표시 기능까지 포함한 내비타이머 1461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1,000개 한정 제작된 올해 신제품 내비타이머 코스모넛 블랙 스틸..jpg

- 2014년 1,000개 한정 제작된 내비타이머 코스모넛 블랙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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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60년대 항공기 오너 및 파일럿 연합회(AOPA)와의 파트너십에 보내는 헌사의 의미를 담은 500개 한정의 내비타이머 AOPA 2015년 출시 모델 




- 2016년 신제품 내비타이머 1884를 컬렉션 히스토리와 함께 소개한 최신 공식 필름


내비타이머는 ‘내비게이션 컴퓨터’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던 1950년대부터 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브라이틀링을 대표하는 시그너처 컬렉션으로 우뚝 서있습니다.

내비타이머의 매력은 창립 초창기부터 ‘전문가를 위한 장비’에 가까운 완벽한 시계를 지향했던 브라이틀링의 한결 같은 집념을 바탕으로, 
실제 비행사들에게 유용한 회전형 슬라이드 룰을 적용해 다각도의 비행 계측이 가능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였다는 점, 
그리고 항공시계를 동경하는 젊은 남성들의 로망을 반영한 멋진 디자인 속에 스위스 정밀시계의 전통과 기술력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비타이머의 크나큰 성공 이후로 몇몇 브랜드에서 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의 아류작들이 출시됐지만, 그 어떠한 시계도 내비타이머의 아성을 뛰어넘진 못했습니다. 

하나의 시계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수대에 걸쳐 회자되면서 결국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내비타이머는 지난 20세기를 대표하는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의 명작이자 항공시계를 논할 때 결코 빠트릴 수 없는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이라 하겠습니다.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코스모넛.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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