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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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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의 본사이자 매뉴팩처, 그리고 박물관은 쌍티미에(Saint-Imier)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론진의 컬렉션 이름으로도 사용하고 있죠. 스위스 시계 산지인 쥬라 산맥에 속하지만 라 쇼드 퐁이나 뉘샤텔 같은 거점 도시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덕분에(?) 비교적 한적한 쌍티미에와 역시 한적한 부근의 빌레레(블랑팡, 몽블랑), 레 브렐류(돈제 보메, 프로아트)지만 이 지역의 중심산업은 역시나 시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때는 바젤월드가 막 끝난 3월로 아직 날씨가 쌀쌀하던 때였습니다. 보수작업이 한창이던 매뉴팩처와 배경에서 살짝 스산함이 느껴집니다. 이번 투어는 우리나라, 싱가폴, 태국이 함께 했고, 본사 앞마당에 높다랗게 솟은 게양대에 걸린 국기가 이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론진의 매뉴팩처는 내부촬영이 금지된 관계로 상세하게 소개하기 어렵습니다만, 같은 스와치 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ETA와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ETA가 론진 시계생산의 기초단계를 맡고 있다고 보면 좋을 듯 한데요. 생산공정은 T0, T1, T2, T3, T4로 표현하고 있고 부품 상태의 단계가 T0이며 조립을 거듭할 수록 T1, T2처럼 알파벳 T뒤의 숫자가 증가하는 식입니다. 론진 매뉴팩처에서는 T2 공정부터 이뤄지며, 완성 무브먼트에 바늘과 같은 인디케이터를 부착하거나 케이싱 작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른 매뉴팩처와 비교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업 속도입니다. 대체로 스위스 시계업계는 하이엔드 지향일 수록 작업 속도가 더디며 이는 시계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데요. 론진의 경우는 쿼츠의 비율도 적지 않은데다가 생산수량이 상당하다보니 공방보다는 공장의 성격에 더 가까운, 즉 다른 매뉴팩처에 비해 작업템포가 매우 빠른 편에 해당합니다. T2 공정에서는 케이싱을 완료한 다음, 방수테스트까지 진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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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 격인 매뉴팩처를 가볍게 둘러 본 다음 메인 디시인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론진의 박물관은 매뉴팩처 내부에 자리하는데요. 육중한 나무 문을 열면 중앙의 쇼윈도우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해 줍니다. 론진의 부틱을 옮겨놓은 것 같은 쇼윈도우에는 보통 현행 제품이 들어있지만, 이곳에서는 귀한 빈티지와 히스토리컬 피스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뉘며 론진과 밀접한 각기 다른 테마에 따라 나누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작년 185주년을 맞이했던 브랜드답게 박물관의 볼륨도 상당합니다. 게다가 론진의 박물관은 머나먼 쌍티미에까지 가지 않더라도 홈페이지에서 버츄어 투어가 가능합니다. 흥미있으신 분은 여기를 통해 박물관을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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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왼쪽의 작은 방에는 과거의 아카이브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론진이 생산했던 시계와 무브먼트의 기록으로 오래전부터 체계화된 생산, 판매 관리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론진 정도로 성공한 브랜드라면 이런 관리 시스템은 당연했겠죠. 바로 위 이미지는 1887년의 부품 카탈로그이고 그 위 이미지는 론진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인보이스로 역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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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인보이스 이외에도 론진이 직접 발행했던 잡지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론진은 현재에도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잡지가 여러권입니다. 승마, 스키 등 스폰서십을 진행하는 스포츠와 관련된 잡지가 현재에도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전통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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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생산했던 회중시계와 만났습니다. 이미지의 두 회중시계는 같은 해 태어났으며, 두 장의 이미지 중 위 모델은 시리얼 넘버 335로 론진 매뉴팩처링의 초기 중의 초기에 생산한 모델입니다. 아래 이미지의 모델은 파리만국 박람회에서 수상을 했던 칼리버 20A를 탑재합니다. 이 무렵의 칼리버 이름이 그렇듯 20A의 20은 무브먼트의 직경을 의미합니다. 즉 20리뉴(Ligne) 직경의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로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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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중시계는 1888년 생산했습니다. 칼리버 21.59를 탑재하는 모델로 설계는 1878년 완성되었습니다. 이 모델의 경우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수정되어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크로노미터 인증은 지금의 C.O.S.C에 비해 엄격했으니 상당히 정확하게 시간을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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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의 헌터 커버의 회중시계(커버는 핸드인그레이빙 되어 있으나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를 포함 골드 케이스의 회중시계가 보이고, 풀 캘린더 + 문 페이즈도 있군요. 론진의 로고는 변화가 잦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각 시대별로 로고와 브랜드 폰트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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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발표한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입니다.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옮겨가기 시작할 무렵이죠. 29mm 지름의 수동 크로노그래프인 칼리버 13.33Z를 탑재했습니다. 손목시계 이행기의 시계인 만큼 지금처럼 뚜렷한 러그의 형태라고 하기 어려운 러그를 지니고 있습니다. 케이스와 스트랩을 연결하는 가장 매끄러운 방법이 시도되었던 흔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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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압권은 바로 이것입니다. 빈티지 무브먼트를 전시해 놓은 디스플레이로 단순히 과거의 무브먼트를 팩토리 리빌트로 되살린 다음 늘어놓은 게 아니죠. (사실 무브먼트 컨디션만 봐도 컬렉터들은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습니다만) 커다란 확대경을 무브먼트 앞에 가져다 대면 확대된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는 한편, 위 이미지처럼 관련 정보가 모니터에 표시됩니다. 전설적인 론진의 수동 크로노그래프들을 포함해서 히스토릭 피스들이 즐비한데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하나하나 사진에 담아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론진이나 론진의 빈티지 시계를 좋아한다면 이 디스플레이와 하루 종일 보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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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의 전성기를 떠받쳤던 수동 크로노그래프와 쿼츠 손목시계가 상용화되기 이전 아직 부피가 큰 1965년의 쿼츠 무브먼트도 볼 수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시계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되새겨 보는 일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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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서 활약했던 역사도 빼놓지 않았네요. 지금은 시계 브랜드이 자체적인 정확성 규격이 아니면 C.O.S.C에 의한 인증이 정확성을 보증하지만 과거에는 천문대가 이를 주도했습니다. 관측을 위해 정확한 시계가 필요로 했던 천문대는 경연을 열어 정확한 시계를 확보했고, 시계 브랜드들은 경연에서의 수상을 가지고 마케팅에 활용했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이었습니다. 유수한 브랜드가 경연에서 입상했고 론진도 그 하나였습니다. 크로노미터 경연에 나가기 위해 위와 같이 경연용 시계를 별도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때문에 일반적인 테이블 클락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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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오일과 지금으로 치면 엑스포와 비교할 수 있을 만국 박람회에서 수상했던 자료들을 전시해 당시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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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하면 빼놓을 수 없는 테마가 항공입니다. 대표적으로 윔즈, 아워앵글 워치가 있고 이것은 파일럿 워치의 발전에 공헌했습니다. 적지 않은 면적이 항공 테마에 할애된 것을 보건데 역사적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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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 이미지가 데크 크로노미터입니다. 외관은 마린 크로노미터와 유사합니다. 평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짐벌이 달린 케이스안에 시계가 고정되어 있고, 12시 방향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도 약간 유사해 보이는데요. 24시간 표시와 60분을 인덱스를 완전히 분리한 구성이 눈에 띕니다. 그 아래는 소형화되며 더 빠른 혹은 더 기동성을 지니게 된 비행기에 사용했을 법한 데크 워치들이며 야광 염료를 사용한 인덱스가 인상적입니다. 가장 아래는 어떤 인디케이터로 추정됩니다만, 데크에 고정하는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비행기가 더욱 기동성을 갖추면서 기체의 강한 흔들림에 대응할 수 있는 고정 방식이 나온게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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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로 나온 파일럿 워치입니다. 중앙과 오른쪽은 위 데크 워치의 다이얼 구성을 그대로 따르면서 시간과 분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지었습니다. 24시간 표시나 이처럼 정보를 분리해서 표시하는 이유는 특수용도이기 때문이죠. 특히 24시간 표시의 경우 AM, PM 표시의 사용으로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군용시계에서 애용되곤 했습니다. 중앙과 좌측의 모델은 크로노그래프로 60초 카운팅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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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모델은 1935년 만들어진 모델로 투 타임존 표시가 가능합니다. 다이얼 안쪽의 일반적인 12시간 표시와 그 바깥쪽으로 12시간 표시가 있으며, 크라운이 두 개인 것을 볼 때 바깥쪽은 12시간 표시는 이너 회전 베젤처럼 12시방향의 크라운으로 조작이 가능해 보입니다. 오른쪽은 타키미터를 지닌 수동 크로노그래프로 중앙에 크로노그래프 핸드와 카운터 혹은 GMT 핸드를 배치한 듯 합니다. 왼쪽은 비교적 현대적인 월드타이머로 왜 이 모델들과 함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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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윔즈, 린드버그 아워 앵글 워치이고 마지막은 1988년 현대적으로 복각한 린드버그 아워 앵글 워치입니다. 현대적인 해석답게(?) 크로노그래프 버전이 등장했군요. 린드버그 아워 앵글 워치의 상징인 스케치로 장식한 디스플레이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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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의 앰버서더들이 늘어선 공간에서는 보통(?)의 시계들이 차지했습니다. 1917년 회중시계에 스트랩을 달아 손목시계로 변신시킨 모델이 위에서 두 번째 이미지 속에 들어가 있는데요. 여전히 의문은 로마자 XII를 빨간색으로 표시하는데에 어떤 의미가 있었나 하는 것이죠. 그 아래는 론진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다양한 형태의 수동 크로노그래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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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은 각종 스포츠의 스폰서 활동을 하는 동시에 타임키퍼로도 활약해 왔습니다. 올림픽에서는 현대에 접어들며 오메가나 스위스 타이밍(스와치 그룹 소속)이 독차지하고 있지만 1896년의 아테네, 1972년의 뮌헨 올림픽의 타임키퍼는 론진이었습니다. 론진은 스폰서십을 진행하는 승마, 스키, 체조, 테니스, 포뮬러 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타임키핑 머신을 개발해 냈습니다. 그 기반은 크로노그래프 즉 스톱워치였고 1/100초를 측정할 수 있는 정밀성을 지닌 스톱워치도 론진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체조에서는 심판이 점수를 판정한 다음 종합해서 표시하는 시스템이나 승마에서 사용하도록 스캔 오 비전을 도입하기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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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하게 크게 밀접하지는 않았지만 기념 모델을 선보였고 (아마 1980년대에는 지금처럼 올림픽 프랜차이즈의 관리가 타이트하지 않았나 봅니다) 주무대인 테니스에서는 4대 대회 중 하나인 롤랑가로스와 함께 다양한 한정판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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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다이버와 현행 콘퀘스트의 할아버지 격인 모델도 잠시 감상해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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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의 주요 스폰서십이 이어지는 승마와 관련한 시계, 트로피도 살펴봅니다. 회중시계라면 넓은 케이스 면적을 활용해 역동적인 승마의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지만 손목시계로는 기능으로나 케이스로나 활용하기가 다소 어려워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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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츠 손목시계 시대에서도 획을 그었던 쿼츠 빈티지 모델을 마지막으로 박물관 투어는 마무리됩니다. 자체적인 박물관을 지닌 브랜드도 많지 않지만, 그간의 긴 역사와 족적이 누적되어 있는 만큼 여느 브랜드의 박물관보다도 흥미로운 모델과 역사적인 순간이 많았습니다. 현행 모델로 구성한 라인업으로 보는 현재의 브랜드도 재미있지만, 빈티지와 아카이브로 보는 과거의 브랜드는 더욱 입체적이었던 론진의 박물관 투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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