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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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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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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탄생한 블랑팡(Blancpain)의 피프티 패덤즈(Fifty Fathoms)는 

롤렉스의 서브마리너와 함께 모던 다이버 워치의 효시로 불리며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탄탄한 명성을 자랑합니다. 


6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피프티 패덤즈는 다이버 워치 본연의 아이덴티티에 충실하면서도 나날이 더욱 고급스럽고 다채롭게 진화하였는데요. 


- 피프티 패덤즈의 생성과 역사적 흐름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올 타임 클래식' 컬럼 피프티 패덤즈 편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2011년 발표한 X 패덤즈(X Fathoms)는 역대 피프티 패덤즈 모델 중에서 가장 대담하고 창의적인 결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기계식 수심 측정 기능을 갖춘 하이 퍼포먼스 메캐니컬 다이빙 워치를 표방한 X 패덤즈는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일종의 컨셉 워치처럼 비춰졌지만, 

블랑팡은 이 놀라운 메가 다이버 워치를 일회성이나 한정판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컬렉션에 포함시켰습니다. 

세상에 등장한지 어느덧 5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X 패덤즈는 여전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X 패덤즈는 바젤월드나 여느 전시에서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터라 시계의 특징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조차 없었던 게 사실인데요. 


지난 6월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블랑팡 오션 커미트먼트(Blancpain Ocean Commitment) 특별전을 계기로,  

여러 중요한 히스토릭 피스와 함께 X 패덤즈도 국내에 들어와 별도의 촬영을 통해 이렇게 회원님들께 리뷰로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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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언급했듯, X 패덤즈가 기존의 피프티 패덤즈와 차별점을 갖는 부분은 바로 기계식 수심 측정 기능을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블랑팡으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영역으로, 고급 시계제조사 중에는 IWC가 거의 독보적으로 이 분야에 명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1999년 최고 45m까지 수심 측정이 가능한 아쿠아타이머 딥 원을 필두로, 2009년에 소개한 딥 투, 2014년선보인 딥 쓰리까지 

IWC는 독자적으로 고안한 아날로그 수심계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최대 50m까지(딥 쓰리 기준)의 수심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의 후발주자로는 오리스(Oris)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2013년 발표한 아퀴스 뎁스 게이지 시계를 통해 실용적인 설계의 해수 주입구(12시 방향)와 

사파이어 크리스탈 아래에 설치한 채널, 그리고 보일-마리오트의 법칙에서 응용한 물리학 원리를 활용해 최대 수심 100m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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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식 수심 측정 기능을 갖춘 IWC의 아쿠아타이머 딥 쓰리(사진 좌측 모델)와 오리스의 아퀴스 뎁스 게이지(사진 우측 모델). 



하지만 타제조사와 달리 블랑팡의 X 패덤즈는 수심을 측정하는 2개의 각기 다른 인디케이션을 갖추고, 

5분 단위로 감압(Decompression) 정지 시간을 카운팅 할 수 있는 별도의 핸드 & 푸셔와 함께, 

최대 90m 수심까지 +/- 30cm 정도의 정확성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계를 완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시계의 외관부터 X 패덤즈는 '비스트(Beast)'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볼드하고 익스트림 툴 워치의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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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패덤즈는 직경 55.65mm x 두께 24mm 크기의 새틴 브러시드 마감한 티타늄 케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즈부터 역대 피프티 패덤즈 모델 중 가장 크고 두꺼우며 세부 디테일 면에서도 가장 복잡한 케이스 설계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소재 자체가 스틸에 비해 4배 이상 가벼운 티타늄인지라 크기에 비해서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감을 갖습니다.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데는 단순히 무게 때문만은 아닙니다. 티타늄 자체가 해수에 부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이버 시계 소재로는 매우 이상적이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하이엔드 제조사답게 티타늄 소재 특유의 칙칙함 보다는 잘 가공된 스틸에 가까운 고급스러움을 보여줍니다. 

케이스 외장 가공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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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측면(크라운 가드처럼 살짝 돌출된 부분)과 케이스백 중앙에는 허니콤(벌집) 문양의 메탈 소재의 멤브레인(Membrane, 막)을 추가했는데, 

바로 이 부분을 통해서 해수가 들어오고 나가면서 그 압력으로 수심을 측정할 수 있는 원리입니다. 


위 사진 보시다시피 브러시드 가공한 티타늄 케이스백 중앙에 흡사 선박의 프로펠러을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오픈워크 가공한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그 사이로 보이는 그물과도 같은 비정질 메탈 소재의 멤브레인 디테일도 여느 다이버 시계와는 다른 이색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케이스 자체도 수심 300m까지 방수 성능을 보장해 다이버 시계 국제 규격인 ISO 6425 기준을 거뜬히 충족하고 있습니다만, 

이 시계는 케이스 외부로 드러나는 특정 디테일이 보여주듯 여느 레크레이션 다이버 시계의 용도와는 다른 목적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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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1953년 등장 이래 피프티 패덤즈의 중요한 특징이자 다이버 시계의 한 정형성을 확립한 단방향 회전 베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프티 패덤즈 고유의 볼록한 글라스 인서트 안에는 다이버들에게 유용한 15분 단위 눈금이 야광도료와 함께 프린트돼 있으며, 

아시다시피 120 클릭의 회전 베젤을 돌려 해당 분 방향에 위치시키고 그 시간을 기준으로 잠수 시간을 1시간 단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트한 블랙 다이얼에는 오렌지와 블루 컬러의 수퍼 루미노바 도료가 각각 나뉘어져 프린트돼 있는데요. 

왜 많고 많은 컬러 중에 오렌지와 블루를 사용했는가 하면 두 컬러가 깊은 수심에서도 판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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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시분초를 표시하는 핸즈와 함께 끝이 화살촉을 닮은 길쭉한 블루 야광 핸드는 0에서 15m까지의 실제 수심을 표시하는 리얼 뎁스 핸드(Real Depth Hand)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짧은 오렌지 컬러 야광 핸드는 0에서 최대 수심 측정 깊이인 90m까지를 별도로 표시하는 리얼 뎁스 핸드입니다. 


위 리뷰용으로는 두 핸드가 모두 제로 포지션에 위치해 있지만 실제 잠수 상황에서는 핸드와 같은 컬러의 스케일을 따라 각 핸드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계식 수심 측정 기능을 갖춘 다른 다이버 시계들과 달리, X 패덤즈가 0~15m 구간을 따로 표시하는 이유는 해당 수심권에서 압력 변화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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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 사진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블루와 오렌지 핸드 아래에 위치한 레드 포인터 핸드는 

이전까지의 가장 깊이 잠수한 수심을 기억하고 표시하는 맥시멀 뎁스 핸드(Maximal depth hand)입니다. 


이는 케이스 좌측 8시 방향에 위치한 독특하게 생긴 레버 장치로 보호되고 있는 푸셔을 누르면 간단히 리셋이 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감흥이 오지 않는 요소이지만, 실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제법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블랑팡은 X 패덤즈의 수심 측정과 관련해 +/- 30cm 가량의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론적으로 이렇게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은 제품력에 대한 그만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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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10시에서 11시 방향 사이에 위치한 0에서 5까지 표시하는 인디케이션은 레트로그레이드 5 미닛 카운터(Retrograde 5-minute counter) 입니다. 

말 그대로 5분 단위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작동하며 카운팅을 할 수 있는 장치인데요. 


이는 감압 정지(Decompression stops), 다시 말해 다이빙 후 수면으로 올라올 때 특정 깊이에서 잠깐 멈추는 시간을 표시할 수 있는 인디케이션입니다. 

이는 실제 다이빙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데, 고압의 수중에서 압축공기를 흡입해 혈액에 용해된 질소를 배출하는 시간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이빙 상황에서 감압을 제대로 행하지 않으면, 흔히 말하는 감압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최악으로는 혈관 마비로 인한 사망으로까지 이를 수 있기에 감압 정지 시간은 다이버들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블랑팡의 X 패덤즈는 기계식 다이버 시계로는 최초로 감압 정지 시간을 표시하며, 이를 케이스 좌측 10시 방향에 위치한 독립 푸셔를 눌러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즉 푸셔를 누르면 오렌지 컬러의 핸드가 5분으로 움직이며, 그 때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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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언급했듯 다이얼과 핸즈, 베젤에는 두툼하게 수퍼 루미노바 야광 도료가 도포되어 어둠 속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그린, 오렌지, 블루 세 가지 컬러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 밝기와 지속성도 우수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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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우측 3시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으로는 시간을 세팅할 수 있습니다. 

포화 잠수를 지원하는 전문 다이버 시계인 만큼 더블 오링 설계의 스크류 다운 크라운을 사용했으며, 측면에는 자동 헬륨 방출 밸브도 갖추고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자체 매뉴팩처 개발 자동 9918B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칼리버명이 생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블랑팡의 대표적인 자동 워크호스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1315 칼리버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30.6mm 직경에 총 227개 부품으로 구성된 1315 칼리버는 트리플 배럴 설계로 120시간(약 5일간)의 롱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는데요. 

기존 1315와 9918B간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따로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비롯한 몇 가지 핵심 부품들이 교체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솔리드 케이스백 구조라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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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패덤즈의 몬스터스러운(?!) 매력에 또한 크게 또 일조하는 것이 바로 스트랩입니다. 


고분자 블랙 러버를 몰딩해 커스텀 제작한 듯한 복잡한 형상의 아티큘레이티드 러버 스트랩(Articulated rubber strap)은 

시계를 정면에서 봤을 때의 형상이 흡사 갑오징어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혹자로부터는 커틀피시 스트랩(Cuttlefish strap)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케이스 본체 하단부를 정교하게 감싸고 있는 스트랩은 외형적으로 풍기는 포스부터 남다르고 구석구석 들여다 볼수록 흥미롭습니다. 

그 자체로 건축학적인 느낌을 부여하며 인체공학적인 요소도 고려해 손목에 착용시 특유의 편안함을 부여합니다(시계의 착용감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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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스트랩 만큼이나 버클의 형상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두툼한 스포츠 타입의 버클로 케이스 소재와 마찬가지로 티타늄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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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도 빠질 수 없겠지요?! 

지금까지 착용해 본 여러 종류의 시계들 중에서 존재감 하나 만큼은 단연 기억에 남을 정도입니다. 

 

하나의 시계라기보다는 다이빙 인스트루먼트(장비)를 올려놓은 것만 같은 왠지 모를 든든함과 함께 약간의 거부감도 없질 않았는데요. 

55.65mm에 달하는 거대한 직경과 24mm 두께는 다이빙 환경이 아닌 이상 일반 데스크 다이버 유저들에게는 차고 넘치는 사양과 외관처럼 느껴질 터입니다. 


그럼에도 X 패덤즈는 다이버 워치 매니아라면 열광할 만한 요소들을 다수 갖추고 있는 시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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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 원시 어류 보존 활동인 '프로젝트 곰베싸'를 위한 해양 탐사 중 실제 블랑팡의 X 패덤즈를 착용한 

프랑스의 전문 다이버이자 해양 생태학자인 로랑 발레스타(Laurent Ball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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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유구한 다이버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변주하면서 한층 더 아방가르드하게 예상치 못한 지점으로까지 나아간 블랑팡의 X 패덤즈. 


첨단 디지털 다이빙 컴퓨터가 보급화된 현실에서 하이 퍼포먼스 다이버 워치는(특히 기계식은) 그 효용성만 놓고 봤을 때는 환영받기 어려울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고급 다이버 워치의 영역에서 다이빙 장비에 도전하는 시계들은 해당 제조사의 넘치는 패기와 시계 제조의 열정을 보여주는 결실입니다. 


혹자에게는 굳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괴작처럼 비춰질지도 모르지만, 기계식 다이버 워치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고 

몇몇 아이코닉 컬렉션에 선망을 넘은 경외의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블랑팡의 이러한 도전을 충분히 흥미롭게 지켜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리뷰 협조: 

블랑팡 코리아 


촬영 협조: 

2nd Roun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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