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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2012년 헤리티지 부서의 디렉터로 취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래는 리치몬트 그룹본사로 합류해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쉐론 콘스탄틴으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2년에 리치몬트 그룹의 제품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 위원회의 총서기로 위임되었고, 이 때 특별히 바쉐론 콘스탄틴의 25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뉴팩처가 그때까지 일궈 온 전통 예술 공예를 재조명하여 새로운 이벤트를 고안하고 그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 같은 인연을 계기로, 실제 바쉐론 콘스탄틴에 조인한 것은 2005년 1월이다. 이 때는 전략 기획 및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디렉터로 재직했고, 이후 2010년 헤리티지 부서의 디렉터가 되었으며 작년 말, 전략 부서 디렉터라는 직함까지 추가되었다. 본래부터 예술과 철학, 역사의 중요성에 깊은 애착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바쉐론 콘스탄틴 메종의 우수한 유산을 더욱 풍부하게 보존하고 가꾸고 계승하는 헤리티지 부서의 업무를 책임지게 되었으며, 또한 브랜드가 적극 후원하는 메티에 다르, 공예, 클래식 예술 및 문화적 파트너십에 관한 다양한 활동 또한 나의 업무이다. 2011년 싱가폴 국립 박물관에서 “Treasures of Vacheron Constantin” 라는 주제로 바쉐론 콘스탄틴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시를 진행하고 작년 2015년 봄에는 중국 베이징의 수도박물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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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의 아카이브를 체험 할 수 있는 VR 머신


2. 많은 사람들은 해리티지 부서의 존재와 또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기도 하다. 해리티지 부서는 몇 명이며 또 어떤 일을 하며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의 역할은 크게 둘로 나뉘어지는데 글로벌 전략 디렉터와 헤리티지 디렉터이다. 헤리티지 부서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선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18세기부터 현재까지 내려오는 수천개의 타임피스는 물론 가구, 그림, 기계 등등 다양한 품목을 포함한 메종의 헤리티지 컬렉션을 관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헤리티지 부서에서 중요하게 관리하는 것이 바로 아카이브인데,  역시 1755년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몇 세기 전의, 4 만장에 달하는 각종 서신과 서류, 서적들의 아카이브를 세심하게 보관하고 있다. 최근 우리가 가장 주력하는 것은 크로노그램(Chronogramme)이라는 프로젝트로, 메종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디지털화시키는 프로젝트이다. 디지타이징(digitising)을 통해 아카이브를 보다 효과적으로, 오래도록 보존하는 성과도 거둘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더 큰 목적은, 기존에 소수만이 접근 가능했던 메종의 위대한 260년 유산을 되살려서 일반 대중들과 공유하고, 그들로 하여금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를 접하고 알아보며 더욱 긴밀한 관계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이공계 연구중심의 대학인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EPFL, 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의 디자인 랩과 리서치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 중이다. 현재 제네바 중심 케드릴에 위치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부티크에서는 이와 관련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오래된 문서의 텍스트를 인식하는 과학적인 어프로치들과 메종의 아카이브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3D 인터랙티브 디바이스를 통해 관람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경험할 수 있다. 즉, 크로노그램은 메종의 위대한 아카이브를 장기적으로 더욱 확실하게 보존하고 동시에 일반 대중들과도 그것을 공유하려는 프로젝트이다. 


3. 전략 부서는 다소 생소하다. 어떠한 일을 하며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또 해리티지 부서와의 업무 연관성은 어떠한가? (또한 두가지 다른 부서를 어떻게 동시에 다루고 있는지?)

바쉐론 콘스탄틴과 같이 장구한 역사를 지닌 메종에서 일을 한다면, 미래를 계획할 때 반드시 과거를 염두에 두어야한다. 윈스턴 처칠은 과거를 멀리 돌아볼 수 있는 만큼, 미래를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이 명언이 나의 업무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즉 헤리티지 부서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재해석하고 후대에 계승하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전략 부서에서 메종의 미래 전략을 세우고 기획하는 것은 매우 긴밀한 연관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세관점으로 시계업계의 진화(변화)와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분석하고, 스위스는 물론 전세계 다른 마켓들의 전략을 글로벌 스케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전략 부서의 기본적인 업무 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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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해리티지 부서의 수장으로서 해리티지 부서의 중요성은 바쉐론 콘스탄틴에 있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60년간 수없이 많은 난관을 거쳐오면서 살아남은 역사와 헤리티지를 통해 메종은 미래를 기획하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리티지 부서가 메종 내에서 지나치게 우위를 점하는 것 또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지나치게 헤리티지와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그것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미래를 향해 진화하며 혁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칠 수도 있다. 우리는 메종의 가치와 창립자의 철학에 충실해야 한다. 플라톤 철학에서 말하는 육(body)과 영(soul)의 합일에 비교할 수 있겠는데, 제품의 미학적인 부분은 메종에게 있어 바디라고 할 수 있어 이는 시간이 가면서 다양하게 변화한다. 하지만 그 안에 내재된 소울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오버시즈 lll 컬렉션 또한 이 같은 메종의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 런칭된 20년전과 비교해 제품의 외관은  단순히 빈티지를 카피한 것이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다른 모습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재된 컬렉션의 정신은 그대로인 것이다. 


5. 보관 중인 가장 오래된 아카이브는 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나? 시계도 포함되는가? 포함된다면 얼마나 많이 보관하고 있나? 

1,300개가 넘는다. 가장 오래된 아카이브는 물론 브랜드 설립자 장 마크 바쉐론이 최초로 만든 시계로 1755년 제품이다. 


6. 1970년대는 스위스 시계의 암흑기다. 뮤지엄 피스, 아카이브가 이 무렵 많이 소실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70년대에 어떻게 아카이브 같은 자산을 지켜냈나?

70년대 쿼츠 파동은 물론 스위스 시계 업계 전체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사실상 문제는 쿼츠 시계의 공습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당시 승승장구하던 스위스 시계 업계가 종전 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시계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에 기인한다. 쿼츠 파동이 일어나면서 그때까지 누적되었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거라고 본다. 이 시기에 메종은 2가지에 집중했다. 하나는 해외의 저명한 고객들에게 집중하는 것이었는데, 왕족이나 귀족의 자손이 특별 주문한 시계(유명한 “222”와 같은) 등의 제작에 힘썼고 또 하나는 메종의 궁극적인 가치와 철학에 더욱 주력한 것이다. 그 당시 기계식 시계의 시대는 끝났다고들 했지만, 우리는 개의치않고 오히려 제네바 워치메이킹과 장인 정신의 기본에 더욱 충실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어려운 시기 동안 한번도 그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메종을 유지할 수 있었다. 


7. 전통, 역사, 그리고 전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히스토릭 라인의 새로운 모델의 선정이나 신제품 개발에 관해서도 영향을 주는가? 

물론이다. 히스토릭 컬렉션의 존재는 우리에게 있어 메종의 긴 역사 중 특정 기간에 헌정하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작년에는 1955년에 선보였던 아이코닉한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를 60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해석한 “콘 드 바슈 1955”를 선보였다. 메종의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이 제품은 당시 메종 최초의 방수/항자기 기능을 갖추고 소의 뿔과도 같은 독특한 러그 디자인을 갖춘  크로노그래프 워치였다. 메종의 풍부한 헤리티지 는 메종에게 있어 언제나 브랜드의 유산과 노하우에 대한 스토리를 풀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되어준다. 


8. 해리티지 부서에서 일하면서 기뻤던 순간이나 감동적이었던 경험이 있는가? 

2004년에 바쉐론 콘스탄틴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처음 접하고 수많은 편지와 명세서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 이 부서에 있으면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매일 매일 새로운 아카이브를 발견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우리는 19세기 말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다양한 유명인들이 우리의 고객이었다는 점을 발견했고, 또 영국의 로열 패밀리와도 오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메종의 아카이브는 지나치게 방대해서 살아 있는 동안 전부 밝혀내거나 정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다큐멘트의 단어마다 연관된 이미지나 자료를 링크시키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표화하고 관련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만약 이런 시스템 없이 개인이 혼자서 일일이 디지털화를 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36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물론 지금까지 밝혀진 아카이브 만으로 가정했을 때의 일이다. 때문에 보다 효과적으로 아카이브를 발굴하고 또 디지털화시켜서 보존하는 시스템 개발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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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사람으로서 바쉐론 콘스탄틴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몇 개 꼽으라면? 또 작년의 260주년이 지닌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난 10년간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꼽자면, 2005년, 바쉐론 콘스탄틴이 250주년을 맞은 해는 전세계에 메종의 유구한 역사와 헤리티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해였을 뿐 아니라 메종이 향후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주었던 제품의 출시로도 뜻깊은 해였다. 이 제품은 또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칼리버와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장인 정신이 충실히 반영된 궁극적인 타임피스이기도 했다. 또한 2005년은 새로운 매뉴팩처를 오픈했으며 현재의 CEO 인 후안 까를로스 토레스가 부임하여 메종의 새로운 시기를 열었던 해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는 2007년을 꼽고 싶은데, 레 마스크 Les Masques 컬렉션을 런칭한 해이기 때문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전세계에서도 가장 큰 전통 공예의 후원자 중 하나인데, 레 마스크 컬렉션의 런칭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널리 공표하고 또 공유할 수 있었다. 단순한 후원자의 역할을 넘어서서, 전통 공예의 존속과 계승에 있어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닌 기업이라는 인식을 우리의 고객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심어주기 시작한 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이후 매년 우리는 전통공예나 특별한 공예적 미학을 살린 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꾸준히 런칭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바쉐론 콘스탄틴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랜드 탄생 26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인 ‘레퍼런스 57260 Ref. 57260’을 선보였던 작년 2015년을 꼽겠다. 바쉐론 콘스탄틴 브랜드는 물론 시계 역사상 한 획을 그었던 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또한 매뉴팩처를 더욱 확장하여 이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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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16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전략은 무엇인가? 중점적으로 드러내고 하는 라인업이나 모델이 있는가?

전략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순 없지만, 올 해는 2개의 메인 컬렉션인 오버시즈 lll 컬렉션과 새로운 패트리모니 컬렉션에 주력할 예정이다. 오버시즈 lll 컬렉션은 글로벌한 여행자의 파트너라는 컨셉과 캐주얼 엘레강스라는 디자인 테마로, 스포츠 워치이지만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우아함과 섬세한 마감처리가 돋보이는 컬렉션이다. 캐주얼 워치는 브랜드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로, 요즘 고객의 니즈에 아주 잘 부합한다. 엔트리 제품에서부터 하이 컴플리케이션, 여성용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올 해 고객들로부터 가장 큰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종의 대표제품이자 아이코닉 컬렉션인 패트리모니 또한 올 해 새롭게 재해석되어,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넉넉한 크기의 다이얼을 갖춘 모델과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 추가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 메티에 다르 컬렉션도 봄 경에 출시될 예정이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에 걸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만의 페이스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스위스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있는데, 산에서 하이킹을 해보면 알겠지만 처음부터 무리해서 서두르거나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절대로 정상까지 오를 수 없다.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만의 속도로 가고자 한다. 알맞은 시점에 적절한 제품을 출시하고, 메종만의 스타일대로 고객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11. 당신이 오늘 착용하고 있는 시계는 무엇이며, 그 시계가 지닌 역사적인 의미 혹은 당신에게 있어서의 의미는 무엇인가? 

새로운 오버시즈 lll 컬렉션의 기본 모델로 새로운 칼리버 5100을 탑재했다. 선버스트 패턴, 스네일드 패턴 그리고 벨벳 피니싱으로 마감처리가 되어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블루 다이얼과 손쉽게 스스로 교체 가능한 브레이슬릿과 스트랩을 갖춘 모델이다. 바닷가나 해변가에서 특히 잘 어울릴 듯한 제품이다. 헤리티지 부서의 디렉터라 무언가 빈티지한 제품이나 역사적인 제품을 착용했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올 해 가장 주력할  중요 신제품이라 특별히 착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