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모저 앤 씨(H. Moser & Cie.)가 지난 3월 초 오롤로지컬 스마트 워치를 발표한다는 내용과 함께 한 장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을 때 SNS은 술렁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극도로 보수적인 컬렉션과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이 메이커와 스마트 워치는 도무지 매칭이 되지 않는 조합처럼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9일) 일자로 베일을 벗은 H. 모저 앤 씨의 그 문제의 스마트 워치(?)는 근래 유행하는 첨단 스마트 워치 형태가 아닌,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H. 모저 앤 씨는 우리 시계애호가들에게 반문합니다. 

기계식 퍼페추얼 캘린더야말로 진정한 오리지날 스마트 워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이지요. 

모저의 이같은 티징 마케팅 전략을 보며 혹자는 떡밥이 좀 과하다, 대체 의도가 뭐냐는 지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를 사랑하는 매니아적 관점에서 보면, H. 모저 앤 씨의 접근 방식은 

현 스마트 워치 과열 트렌드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멋지게 한 방을 날린 예로 오히려 그 재치와 자신감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새로 공개한 모델은 기존 인데버 퍼페추얼 캘린더(Endeavour Perpetual Calendar)의 새 다이얼 버전으로, 모저는 펑키 블루(Funky Blue) 다이얼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케이스 소재는 18K 화이트 골드이며, 직경은 40.8mm에 두께는 11.1mm입니다. 

다이얼은 H. 모저 앤 씨 특유의 일부 그을린 듯한 선버스트 처리된 퓌메(Fumé) 다이얼을 이어가고 있고요. 

모저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지난 2006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를 수상했을 만큼 브랜드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아름답게 가공된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빠른 시간 안에 명성을 얻었습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퍼페추얼 캘린더 형태와는 거리가 있지만, 

크라운을 앞뒤로 돌려 간편하게 조작이 가능하고 매년 2월 말에서 3월로 넘어가는 시점까지 정확하게 표시하는 특허받은 플래시 캘린더를 적용했습니다. 

다이얼 중앙의 화살표 모양의 핸드는 달을 가리키고요. 아워 마커가 12개이니 달을 가리키는데도 지장이 없습니다. 단순하지만 뛰어난 설계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무브먼트는 기존 인데버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에도 탑재되온 인하우스 수동 HMC 341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직경 34mm 두께 5.8mm의 2.5헤르츠 진동하는 칼리버로 더블 배럴 설계로 약 7일간의 파워리저브를 자랑합니다. 

역시나 다른 모저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따로 분리 교체가 가능한 특허 받은 이스케이프먼트와 자사 제조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을 사용했습니다. 

섬세하게 전체 핸드 데코레이팅 처리된 무브먼트 한쪽 브리지에는 윤년 사이클을 표시하는 별도의 인디케이터까지 추가했습니다. 

질감이 독특한(흡사 스웨이드 느낌도 나는) 연브라운 스트랩은 아프리카 영양의 일종인 쿠두(Kudu)의 가죽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알든과 같은 구두 메이커들이 종종 사용하는 가죽 소재로 인데버 퍼페추얼 캘린더 펑키 블루 모델(Ref. 1341-0207)과도 왠지 잘 어울립니다. 

애플워치 출시 소식으로 세계가 술렁이는 요즘, 

가장 영리한 기계식 메커니즘 중 하나인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로 

오리지날 스마트 워치와 그 가치를 역설하는 H. 모저 앤 씨의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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