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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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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gari ::

옥토 피니시모

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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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에서는 올해 발표된 가장 핫한 울트라 씬 시계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불가리(Bulgari)의 옥토 피니시모(Octo Finissimo)를 다루고자 합니다. 


타임온리 울트라 씬 수동 시계 리뷰만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인데요. 

울트라 씬의 전통적인 강자들인 예거 르쿨트르와 피아제에 이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불가리까지 살펴봄으로써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현 울트라 씬 시계의 주요 트렌드를 한데 아우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올해로 창립 130주년을 맞은 불가리가 울트라 씬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제랄드 젠타와 다니엘 로스를 인수한 이후 불가리는 그간 이들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을 연달아 발표하며 시계 업계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기능의 시계들로 이런저런 실험을 했으니 이제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심플한 시계들에 주목할 차례가 된 것이지요(이러한 시계들이 또 세일즈와 직결되므로). 

젠타의 유작인 옥토(Octo)를 세련되게 다듬어 재런칭한 것도, 그리고 지난 2년여 간 옥토 라인의 볼륨을 집중적으로 키운 것도 다 불가리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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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출시된 첫 옥토 오토매틱 시계. 



시, 분, 초, 날짜만 표시하는 옥토 오토매틱 모델이 워낙에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불가리로서는 옥토야말로 21세기를 대표할 브랜드의 새 시그너처 컬렉션이 될 운명임을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라틴어로 8을 뜻하는 옥토는 故 제랄드 젠타(1931~2011)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한 건축 스케치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으로, 

그 이름처럼 팔각형태를 차용한 케이스로 제작되었지요. 젠타에게 팔각형은 그의 대표작인 로열 오크나 노틸러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각별한 애착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팔각형 베젤을 스크류로 고정시켜 다이빙 헬멧을 연상시키는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에 비해 불가리의 옥토는 훨씬 얌전한 축에 속했지요. 

케이스를 세로로 좀더 길쭉한 팔각형태로 제작하고 그 위에 원형의 베젤을 추가한 다음 다이얼 안쪽 가장자리를 다시 한번 팔각형태로 마무리함으로써 

보다 대중적이면서 입체적인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시계를 완성한 것입니다. 




- 옥토 컬렉션 관련 공식 홍보 영상. 



그럼에도 젠타의 컬렉션에 속해 있을 당시의 옥토는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과 같았습니다. 

불가리는 젠타의 원형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세부적으로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에 들어가지요. 


일례로 옥토는 총 110개의 면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시계 케이스에서 면의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제작 공정이 까다롭다는 뜻인데요. 

불가리는 옥토를 재단장하는 과정에서 유독 케이스 가공에 온갖 노력을 쏟아 붙습니다. 

옥토의 제작과정에는 또한 불가리가 2005년에 인수한 최상급 다이얼 공방인 카드랑 디자인과 

2007년에 인수한 고급 케이스 전문 제조사인 핑거의 오랜 노하우에 힘입은 바가 크지요. 


옥토의 등장과 성장 과정은 단순히 한 컬렉션의 확장에서만 그치는 차원이 아니라, 

고급 시계제조 분야에 기울이는 불가리의 꾸준한 열정과 야망이 투영된 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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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신모델 옥토 솔로템포(Octo Solotempo). 



올해는 옥토 오토매틱 모델에서 사이즈를 기존 41mm에서 38mm로 줄이고, 보셰 에보슈가 아닌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교체하고 

가격대 역시 오히려 낮춰서 출시한 것만 보더라도 불가리가 옥토 라인에서 기대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같은 LVMH 그룹 내 매뉴팩처 제니스의 유니크한 하이비트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탑재한 옥토 벨로치시모(Octo Velocissimo)를 라인업에 추가한 것하며, 

옥토 피니시모(Octo Finissimo)와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Octo Finissimo Tourbillon)으로 불가리로서는 금단의 영역처럼 보였던 울트라 씬까지 도전함으로써 

옥토가 불가리에겐 얼마나 중요하고 또한 상징적인 컬렉션인지를 만천하에 재삼 강조한 셈입니다. 하지만 옥토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겁니다. 

이미 여러분들께서도 어느 정도 충분히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옥토는 향후 몇 년간 계속 그 베리에이션이 확대될 게 분명하며, 

기존의 아이코닉한 컬렉션인 불가리-불가리와 함께 더욱 화려하게 만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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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사진 좌)과 옥토 피니시모(사진 우). 



그러면 이제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옥토 피니시모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 시계의 하이라이트 격인 무브먼트에 관한 설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피니시모란 이탈리아어로 '최상'을 뜻하는데 그 수식에 걸맞게 옥토 피니시모와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 

두 모델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전체적인 가공 상태와 완성도면에서 상당한 수준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두 시계는 케이스 두께가 5mm로 같은데요. 스몰 세컨즈 형태의 옥토 피니시모야 그렇다 치더라도, 

캐리지를 포함한 투르비용 구조 특성상 두께가 증가할 수 밖에 없음에도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에 사용된 무브먼트는 

그 두께가 고작 1.95m에 불과합니다. 이는 옥토 피니시모의 그것(2.23mm) 보다 오히려 얇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지요. 

이렇다 보니 예상하셨겠지만,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은 등장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시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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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 칼리버 분해도. 



시와 분만 표시하는 가장 베이직한 칼리버로도 마의 2mm 두께 안에 들기가 힘든데, 

투르비용 칼리버로 이 수치를 넘어섰다는 것은 분명 칭찬 받아야만 할 대목입니다. 


게다가 외주 제작이 아닌 설계서부터 제조, 조립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불가리의 매뉴팩처 안에서 달성했다는 것 또한 

세계적인 주얼러로서의 불가리가 아닌 진지한 워치메이커로서의 불가리의 역사에 한 전기점이 될만한 성취라 하겠습니다. 


앞서 저는 울트라 씬 라인인 옥토 피니시모의 출현을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곰곰이 다시 생각을 해보면, 이 모든 게 그저 흘러갔다는 식의 도출은 설득력이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좀더 들여다 보니 저는 최근의 위블로(Hublot)의 행보에서 불가리를 자극한 어떤 실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두 브랜드는 같은 LVMH 산하이고 고급 지향이면서도 매출 실적까지 높은 브랜드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장인 장-끌로드 비버(Jean-Claude Biver)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 위블로 클래식 퓨전 클라시코 울트라 씬 45mm 킹 골드 모델. 


위블로가 작년에 선보인 클래식 퓨전 클라시코 울트라-씬(Classic Fusion Classico Ultra-Thin) 45mm 모델들만 보더라도 이들의 뜻밖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새로 개발한 인하우스 수동 HUB 1300 칼리버는 그 두께가 2.9mm로 모델명에 걸맞게 제법 얇은 편입니다. 

빅뱅 시리즈 같은 볼드한 오버사이즈 시계로 대표되는 이들이 갑자기 울트라 씬 계열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얇은 시계를 고급시계의 미덕으로 여겨왔던 이전 세대의 가치관(?)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를 지향하는 위블로로서는 얇지만 너무 드레시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편하게 착용하기 좋은 시계를 찾는 부유층 고객들의 요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을 테지요. 

그리고 그 결과물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위블로만의 아이덴티티 또한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위블로를 통해 새로운 울트라 씬 개발에 시쳇말로 한창 꽂힌 장-끌로드 비버가 고로 불가리 워치 개발팀에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확률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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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 피니시모에 탑재된 BVL 128 칼리버. 



특히 불가리가 새로 개발한 BVL 128 칼리버는 그 직경부터 남다릅니다. 

두께 3mm 미만의 고급 울트라 씬 칼리버들은 대체로 9 리뉴대(9 lignes, 대략 20mm 초반대)가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1003 칼리버(JLC 베이스 두께 1.64mm), 프레드릭 피게(현 블랑팡)의 21 칼리버(두께 1.73mm)와 

예거 르쿨트르의 849 칼리버(두께 1.85mm), 피아제의 430P(두께 2.1mm), 파텍 필립의 215 칼리버(두께 2.55mm)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옥토 피니시모에 탑재된 두께 2.23mm의 BVL 128 칼리버는 직경이 무려 16.5 리뉴(약 36.6mm)에 달합니다. 

이 칼리버 크기가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은 쉽게 생각해, 유니타스/ETA의 6497과 6498 수동 칼리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는 앞서 예로 든 위블로의 HUB 1300보다 큰 사이즈이며, 무브먼트에 별도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까지 갖고 있음에도 두께는 더 얇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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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개된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 칼리버 역시 직경이 14.5 리뉴(약 32.6mm)인 것을 감안할 때도 

옥토 피니시모의 대범한 칼리버 직경과 수동 임에도 진동수 4 헤르츠(28,800 Vph)에 7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구현한다는 점 또한 

BVL 128 칼리버의 설계가 상당히 모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동 타임온리 무브먼트의 직경은 작야야 한다? 라는 업계의 암묵적인 결탁을 깨고 

오히려 과거 포켓 워치 무브먼트를 연상시키는 시원시원한 사이즈에 최근의 파네라이, 예거 르쿨트르에서 엿볼 수 있는 

롱 파워리저브 설계를 더함으로써 또 하나의 이색적인 울트라 씬 수동 베이스 칼리버가 탄생한 것입니다. 


앞서 열거한 9 리뉴대 칼리버들이 길게는 30~40여 년 전에 제작됐다는 점을 떠올릴 때, 

2000년대 들어서 그렇게 기계식 시계 붐이 일고 했어도 새로 개발된 신형 울트라 씬 수동 칼리버 종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  

불가리의 울트라 씬 도전은 비단 불가리만의 성취가 아니라 여타 울트라 씬 명가들에게도 자극이 될만한 성취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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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제의 838P 칼리버. 


물론 피아제 역시 2000년대 초중반 기존 9 리뉴대의 430P를 벗어나 12 리뉴(26.8mm)인 830P를 발표했었지요. 

파워리저브도 60시간 정도로 크게 증가했고요. 이후 10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를 더한 838P 버전이 이어졌으며, 

이러한 시계들은 케이스 지름 40mm 정도의 과거의 드레스 사이즈보다는 다소 큰 사이즈의 시계에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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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치네 파네라이의 P.999 칼리버. 


그리고 울트라 씬으로 보긴 힘들지만, 뜻밖에도 오피치네 파네라이 역시 2000년대 후반 직경 12 리뉴(27.4mm)의 타임온리 수동 P.999 칼리버를 공개했습니다. 

두께 3.4mm로 무브먼트나 시계 두께를 줄이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던 파네라이 임에도 P.999를 제작함으로써 비교적 얇은 시계를 선보일 수 있었지요. 


나아가 굳이 울트라 씬에 한정하지만 않는다면, 파네라이야 말로 어쩌면 가장 특색있는 모던 수동 칼리버를 개발, 제작하는 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발표한 자사 수동 P.3000(직경 16.5 리뉴, 두께 5.3mm)와 올해 추가한 P. 5000(직경 15¾ 리뉴, 두께 4.5mm) 칼리버만 보더라도 

브랜드와 컬렉션의 개성을 잘 서포트 해주는 아주 현대적인 신형 타임온리 수동 칼리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아제야 뭐 오래 전부터 울트라 씬의 명가였고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이즈에 대한 고심을 반영해 830P 같은 베리에이션을 추가한 것일 테고, 

파네라이는 유니타스 칼리버를 대체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자 동시에 큼지막한 수동 베이스 칼리버가 자사 컬렉션의 군용 아이덴티티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인하우스 수동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라면, 위블로나 불가리는 다분히 울트라 씬의 유행을 의식해서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묘하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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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운트 죄네의 L093.1 칼리버. 



그 밖에도 하이엔드급 신형 베이스 수동 중에서는 랑에 운트 죄네의 L093.1 칼리버를 또한 빼놓을 수 없지요. 

직경 28mm의 드레스 워치용 타임온리 수동으로는 비교적 큰 사이즈에 두께 또한 2.9mm로 어느 수준의 얇음을 실현했습니다. 


지난 2012년 발표한 삭소니아 씬에 탑재되는 이 베이스 칼리버는 독일식의 절제된 설계 안에서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현대 하이엔드 타임온리 수동 칼리버의 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랑에의 예만 보더라도 이제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에서도 9 리뉴대를 벗어나 좀 더 현대적인 케이스 사이즈에 부합할 만한 

12 리뉴 정도되는 크기에 이왕이면 얇은 수동 베이스 칼리버를 제작해야 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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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불가리의 BVL 128는 타임온리 수동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칼리버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원시원한 크기에 비해 얇은 두께, 현대적인 설계가 돋보이는 BVL 128 칼리버는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라운드나 스퀘어, 토노 형태의 케이스가 아닌 

옥토 특유의 독창적인 케이스에 탑재됨으로써 이러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브먼트의 피니싱 수준 또한 인상적입니다.  


네 개의 브릿지로 분할된 상단 플레이트는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 패턴과 함께 각 모서리는 베벨링(앵글라주) 처리되었습니다. 

그 각은 얕지만 충분한 수작업의 흔적을 느낄 수 있으며, 면을 미러 폴리싱 마무리함으로써 투박해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섬세한 면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고정 스크류 헤드는 폴리시드 처리되었으며, 밸런스를 지탱하는 밸런스 브릿지 부분 역시 앵글라주 처리와 함께 하단에는 페를라주 패턴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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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의 크기는 좀 작은 편인데요. BVL 128 칼리버와 16.5 리뉴로 직경이 같은 유니타스 베이스나 
파네라이의 P.3000 칼리버 같은 경우 밸런스 크기가 13.2mm 정도로 제법 큰 것과도 비교가 됩니다. 

밸런스가 클수록 작동 안정성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긴 하나 하이비트 칼리버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있지요. 
일단 그만한 토크를 전달,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4 헤르츠 진동을 갖는 BVL 128 역시 이점을 고려해 작은 밸런스를 채용했고, 
그럼에도 이 작은 밸런스의 정밀성과 장기적인 내구성을 기하기 위해 밸런스 브릿지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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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와인딩 느낌은 상당히 부드러우나 10회 이상을 넘어가면 어느 시점부터 즉각적으로 묵직한 느낌을 받으며, 
올해 130주년 기념 불가리-로마 한정판에 탑재된 F. 피게 베이스의 BVL 131 M 수동 칼리버와 비교했을 때도 미묘하지만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블 배럴 설계의 131 M 칼리버가 와인딩 어느 시점부터 단속적으로 딱딱 끊기는 듯하며 넘어가는 인상을 준다면, 128 칼리버는 치밀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두께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얇고 긴 메인스프링을 하나의 배럴 안에 촘촘하게 휘어 감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기 때문에 풀와인딩시 느껴지는 묵직함은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밀리는 느낌이 전혀 없이 딱 고정돼 걸리는 듯한 기분. 

한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의 위치를 고려할 때, 향후 마이크로 로터 자동 버전의 옥토 모델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게 합니다. 
직경이 작은 베이스 칼리버는 모듈을 층층이 샌드위치 식으로 쌓아올려 가며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면, 
직경이 큰 베이스 칼리버는 공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두께를 크게 포기하지 않고도 윤열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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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형태의 케이스백에는 얇고 평평한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사용되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케이스백을 고정하는 듯 보이는 8개의 볼트가 사실은 케이스백이 아니라, 베젤부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케이스 본체 자체는 따로 연결된 이음새가 전혀 없이 원피스 구조이고 이 볼트들을 풀면 다이얼 전면의 원형 스무드 베젤 부분이 제거가 가능해지면서 
다이얼과 함께 무브먼트를 위로 들어낼 수 있는 것이지요. 기존의 옥토 모델들과도 다른 이러한 케이스 구조를 굳이 피니시모 모델들에만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바로 최대한 케이스 두께를 줄이기 위해서 입니다. 케이스백을 추가하게 되면(바디 + 케이스백 보통의 투피스 구조가 되면) 두께가 그만큼 두꺼워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옥토 피니시모 같은 경우는 케이스백 중앙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일종의 무브먼트 홀더 역할도 해주고 있습니다. 
크리스탈과 내부 케이스가 정확하게 딱 무브먼트가 들어갈 공간만큼만 여유가 있고 빈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무브먼트를 지탱하는 효과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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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두께 5mm의 얇은 두께감은 시계의 프로파일을 정면에서 봤을 때 더욱 확연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옥토 케이스는 또한 다이얼 사이드(플랜지)가 제법 위로 올라온 팔각형태이고 그 밑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홈에 다이얼이 고정되기 때문에, 
5mm의 얇은 두께 안에서도 제법 입체적인 다이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한 무브먼트가 얼만큼 얇은 지를 보여주는 각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크라운 중앙에는 블랙 세라믹을 세팅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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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이얼과 케이스 정면 쪽을 보겠습니다.  

옥토 피니시모와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은 둘다 플래티넘 케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큰 면들은 전체 새틴-브러시드 처리를 했으며, 각 면의 모서리 부분만 폴리시드 처리를 해서 미묘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존 골드나 스틸 소재의 옥토 모델들에서도 느낀 바지만, 옥토 피니시모 역시 케이스 가공면에서는 주저할 필요없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케이스 지름은 40mm. 시계를 처음 육안으로 접했을 때는 더 큰 사이즈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군요. 
무브먼트 직경이 36.6mm라는 점을 감안할 때도 케이스 사이즈가 더 크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 크기의 무브먼트를 40mm 사이즈에 피트시키기 위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케이스 내부 구조를 얼마나 타이트하게 설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칼리버가 크다고 무조건 케이스 크기마저 덩달아 키우는 방식이 아닌 어떻게든 사용자의 손목에 맞는 사이즈와 밸런스를 고심한 흔적이 느껴져 또한 좋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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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을 좀더 가까이서 보실까요?

하이 폴리시드 처리된 블랙 래커 다이얼은 마치 겹겹이 옻칠이라도 한듯 깊은 검은색을 띕니다. 
그리고 그 위에 로듐 도금 처리한 얇은 인덱스와 브랜드명을 부착했습니다. 단 7시에서 8시 방향 사이의 스몰 세컨즈 바탕만 프린트 처리했네요. 
그리고 화이트 골드 소재의 소드 핸즈가 포개어져 있습니다. 시분침은 가운데 부분을 오픈워크 처리했으며 별도의 야광 물질은 도포되지 않았습니다. 

옥토 라인 특유의 정갈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피니시모 모델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군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다이얼이 옥토만의 입체적인 케이스 형태와 만나 시너지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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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는 무브먼트 종류나 기능에 상관없이 일단 그 디자인에 매료된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저 역시도 그 중 한 사람인데요. 
기존 데이트 표시 & 센터세컨즈 오토매틱 모델과는 또 달리 스몰세컨즈 수동 베리에이션 또한 옥토만의 심플리시티를 잘 살린 모델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옥토 피니시모는 플래티넘 케이스로만 제작되었다는 겁니다. 
BVL 128 칼리버가 좀더 양산화(?)가 가능해지는 수준이 되면 스틸 케이스 버전도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또 모르지요. 
128 칼리버 보다 직경이 작고 두께도 약간 타협하고 피니싱 수준 또한 낮춘 엔트리급 수동이 추가로 소개될 확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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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블랙 색상의 엘리게이터 레더가 체결되었습니다. 버클은 케이스와 동일한 플래티넘 소재이고요. 
스트랩의 러그 쪽 헤드가 버클 쪽에 비해 두툼하고 이 부분이 전체 케이스 두께와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옥토 케이스 특성상 스트랩은 케이스와 평평하게 일자로 쫙 펼쳐지진 못하고요. 
손목 둘레에 맞게 자연스럽게 곡선을 이루며 형태가 잡히도록 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드레스 워치지만 옥토는 지나치게 드레시하다는 느낌보다는 적당히 스포티한 인상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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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진이나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옥토는 실착시 느낌이 또 많이 다른데요. 
이건 참 뭐라 형용하기 힘든데, 옥토는 실착시 느낌이 더욱 좋은 시계입니다. 

게다가 얇기까지 한 울트라 씬 모델인 옥토 피니시모는 손목 위에 찰싹 밀착되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다만 같은 지름의 라운드 케이스에 비해 40mm의 옥토 케이스는 실착시 좀더 커보이는 효과가 있으며 
손목 둘레가 17cm 미만인 분들은 반드시 매장서 먼저 착용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올해로 창립 130주년을 맞이한 불가리의 야심작인 옥토 피니시모는 
그들에겐 그동안 생소했던 울트라 씬의 영역에 도전하게 한 첫 시계이자 
울트라 씬 시계애호가들에게 색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많은 신모델입니다. 

다만 오직 플래티넘 소재에 아직은 제작 수량이 미미한 익스클루시브한 칼리버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제법 가격대가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 솔직히 아쉽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울트라 씬 시계들이 그러하듯 평상시 착용시 일반적인 종류의 시계들보다 주의가 요구되며, 30~40대 사무직 남성에게 가장 잘 어울릴 듯 싶습니다. 

옥토는 고급 시계제조사로서 나아가기 위한 불가리의 새로운 디딤돌과 같은 컬렉션입니다. 
특히 올트라 씬을 향한 도전은 분명 이들 브랜드가 한 뻠 더 크게 성장하는데 두고두고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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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협조:

불가리 코리아


촬영 협조:

2nd Roun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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