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FEATURE
댓글작성 +2 Points




타임포럼은 지난 10월 29일 일본 나가노(長野) 현에 위치한 시티즌(Citizen)의 마이크로 휴먼테크(Micro HumanTech) 매뉴팩처를 다녀왔습니다. 


시티즌의 국내 수입사인 우림 FMG 관계자 몇 명과 타임포럼을 포함한 총 4개 매체 정도만 초대됐으며, 

국내에는 그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티즌의 심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다수의 일본 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본사나 주요 생산 시설들을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기술 전수가 엄격한 이들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거니와 요즘처럼 휴대용 모바일 장비가 발달한 시대엔 자칫 주요 기술이 스마트폰 등에 담겨 유출될 소지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경향은 일본의 시계 업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타임포럼은 그간 스위스 브랜드의 매뉴팩처는 종종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만 일본 브랜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세이코와 더불어 일본 시계브랜드의 양대 산맥이자 세계 시계 생산량의 큰 몫을 차지하는 메가 매뉴팩처 시티즌의 생산 시설 일부를 이번에 저와 함께 살펴봄으로써 

이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는지, 이들의 현주소는 어디 쯤에 있으며, 향후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map.jpg 



시티즌의 주요 생산 공장은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나가노 현 일대에 집결해 있습니다. 


수도 도쿄에서 자동차로 약 5시간 정도의 거리이며(위 지도상으로 보이는 것 보다 실제로는 더 멀게 느껴지는 거리임), 

동계올림픽이 열린 지방인 만큼 또 현지인들로부터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주변 자연환경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온천과 스키장 같은 휴양지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나가노는 예부터 벼농사와 양잠업, 그리고 각종 정밀기기 제조와 같은 하이테크 산업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나가노 현 스와 시에는 여러분들 중에도 들어보신 분이 있겠지만 1940년대 초반부터 세이코의 주요 생산 시설이 위치해 있었지요(현재는 세이코 엡슨에 통합). 

그리고 미요타에는 그 유명한 시티즌의 미요타 공장이 즐비하게 위치해 있습니다. 시계 쪽 외에도 각종 첨단 로봇 관련 업체들과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있고요. 


우리가 방문한 시티즌의 마이크로 휴먼테크 공장은 스와나 미요타 보다 남쪽 지방에 위치한 이다(飯田) 시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평온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네 시골 풍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었는데요. 그 곳곳에 시티즌의 핵심 시설들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1-1.JPG



시티즌 마이크로 휴먼테크는 이다 지역에 흩어져 있던 몇몇 부품 생산 및 조립 시설들을 하나로 끌어 모아 매뉴팩처 형태로 만든 곳입니다. 

그래서 별도의 사명이자 회사인 시티즌 워치 매뉴팩처링 컴퍼니(Citizen Watch Manufacturing Co. LTD)이 추가로 설립되었지요(위 사진 참조).  


원래의 공장은 1949년도에 처음 이 인근에 건립됐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시설이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고 여러 자잘한 부품 공장들이 새롭게 통합되면서 

시티즌은 곳곳에 흩어진 시설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작년(2013년) 7월 1일 현 마이크로 휴먼테크 부지와 건물이 완공됐습니다. 







건물 본관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연혁과 이다 지역 주요 공장들의 규모를 엿볼 수 있는 조감도였습니다. 

 

참고로 건물 내부에 들어갈 때는 마치 가정집을 방문한 것마냥 입구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건물 바닥엔 작은 쓰레기 조각 하나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청결의 극치를 보여주었지요. 하다 못해 화장실조차도 깨끗했습니다. 






입구에서 또한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쪽 벽면 가득 사원들의 이름이 수기로 적힌 작은 나무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 휴먼테크 전 직원의 이름표는 아닐 테고, 각 동마다 이런 보드판을 입구에서부터 만나게 될 것입니다.


차가운 기계와 부품들을 다루는 공장임에도 이러한 부분에선 인간적인 따뜻함이랄까요?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왠지 보기 좋았습니다. 






본격적인 공장 투어에 앞서 방문 일행은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듣기 위해 2층에 따로 마련된 회의실(혹은 접견실?)로 이동했습니다. 

내부 한쪽에는 시티즌의 고급 라인이자 별도의 브랜드로 운영되는 캄파놀라(Campanola)의 쇼케이스가 제법 근사하게 마련돼 있었습니다. 


캄파놀라 주요 신제품들을 이곳에 굳이 전시한 이유는, 이 공장 내부에서 캄파놀라 및 더 시티즌의 모델들이 조립, 생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국내에는 수입이 되지 않는 철저한 내수용 라인인데다 각 피스별 한 해 제작 수량도 적은지라 이번 기회에 사진으로나마 몇 점 함께 감상하시겠습니다. 








시티즌의 중저가 모델들은 중국 공장에서도 일부 케이스나 브레이슬릿을 제작하고 있지만, 

최상위 라인인 더 시티즌과 캄파놀라는 작은 부품 하나까지도 전부 일본 내에서, 그것도 나가노에 위치한 마이크로 휴먼테크 공장 내에서 완성이 됩니다. 


위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저도 처음 보는 생소한 모델들이 많았습니다. 초정밀 수퍼 쿼츠를 장착한 멀티 펑션(컴플리케이션) 제품군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캄파놀라 라인에만 사용되는 몇 가지 종류의 케이스와 케이스백도 전시돼 있었습니다. 

시티즌은 고가의 CNC 머신을 다수 갖추고 있어 자유 자재로 케이스와 부품들을 인하우스 제작하고 있으며, 

하다 못해 쿼츠 무브먼트에 사용되는 수정진동자와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코일조차도 자체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일단 스위스 업체들에 의존할 수 없는 일본 브랜드들(세이코나 시티즌 등)은 창립 이래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성이 오히려 이들의 자생력을 키우게 하는 조건이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체계화된 매뉴팩처 형태 또한 갖출 수 있게 되었지요. 






위 사진 속의 인물은 이날 매뉴팩처 투어를 인솔한 코우 하라 씨입니다. 인자한 인상 만큼이나 차분하고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으로 마이크로 휴먼테크의 역사와 생산 규모, 어떠어떠한 공정들을 볼 수 있는지 등을 대략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시티즌은 나가노 외에도 이렇게 가히 전국구적으로 여러 부품 생산 시설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고 하면... 1970년대 세이코와 함께 쿼츠시계의 상용화를 주도함으로써 일반적인 시계제조사들과는 조금은 다른 노선을 걷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시계 제조를 위해 시티즌은 케이스나 플레이트, 휠, 피니언, 스프링 같은 전통적인 부품들은 물론, 

태양열 충전 방식을 도입한 솔라셀, 이를 발전시킨 에코-드라이브, 전파 수신, 인공위성 동기화 등과 관련된 첨단 테크놀로지 부품들까지 폭넓게 제작해야만 했습니다. 


정통 워치메이커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다 보니 당연히 자체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각 분야의 전문 군소 업체들을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차후 한 그룹내로 병합을 시키는 식으로 기술을 보전하면서 사업규모를 확장해 오다 보니 시티즌이라는 이름 아래 이토록 많은 자회사들과 공장들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군소 생산 시설들을 최근 나가노의 3개의 큰 공장으로 이전, 통합시킴으로써 훨씬 효율적인 생산 및 관리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지요. 






- 이다 마이크로 휴먼테크 공장 내의 중저가 쿼츠 무브먼트 생산 및 조립 관련 프레젠테이션 화면 중에서... 



현재 이다(飯田) 마이크로 휴먼테크에 근무하는 사원수만도 2,9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중에서 1,219명 정도가 자체 워치메이킹 교육 과정을 이수한 인재들이며, 이중에는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현재 그리고 1,020여 명 정도가 시계 제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업과 경력을 쌓고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시계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자체 시계 학교 또한 운영하고 있습니다. 



2-1.jpg



이제 본관 4층에 위치한 시계 조립 및 검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공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이 방의 이름은 <남신주고급시계공방>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신주(信州)란 나가노의 옛 지명이라고 합니다. 풀어서 표현하면 남쪽 나가노의 고급시계공방이 되겠네요.


이 공방 앞에도 역시나 근무자들의 이름이 쓰여진 나무판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공방과 차이점이 있다면 증명사진까지 부착한 것인데요. 

이곳에서의 작업 자체가 다른 곳보다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보다 책임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의미를 담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이 공간으로 오기 전에 일행들은 우선 휴게실에 들러 전원 우주복 같은 화이트 점프 수트를 입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머리에는 하얀 헤어캡까지 뒤집어 써야했지요. 머리카락이 삐져나오지 않도록 푹 눌러 써야 합니다. 


그 다음 작은 인큐베이터로 이동합니다. 딱 4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데,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양쪽에서 고압의 바람이 쏟아져 나옵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ㅋ 

공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예외없이 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 올때도 말이지요. 외부의 먼지는 조금도 유입되선 안 된다는 의지입니다.


2-3.jpg



드디어 더 시티즌 및 캄파노라 같은 고급 시계의 조립 및 테스트가 이뤄지는 공방 안에 들어옵니다. 


조명을 아낌없이 사용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환한 방안에는 이렇듯 수많은 기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또한 모든 직원들이 하얀 점프수트와 헤어캡을 착용하고 있지요. 이곳에는 일부 매니저를 제외하면 대체로 여직원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무브먼트를 조립하고 시계를 최종 검수하는 곳이다 보니 섬세한 여성들의 손길이 더 많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같은 모습은 스위스 매뉴팩처에서는 볼 수 없는, 오로지 일본 업체이기에 가능한 조금은 특이한(?) 풍경입니다. 

청결에 대한 이들의 국민성에 가까운 집착이 반영된 결과이자 고도로 체계화된 시티즌식 매뉴팩처의 모습인 것입니다. 



2-4.jpg



가장 먼저 살펴본 부서는 더 시티즌 컬렉션에 탑재되는 고급 기계식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라인이었습니다(각 부품들은 미요타 공장에서 생산돼 옴).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신형 인하우스 칼리버 중 수요가 높은 9015 칼리버의 조립을 가동하고 있었는데요. 위 첨부 사진을 유심히 잘 보시길 바랍니다. 


저 일렬로 길게 늘어선 기계들은 대체 어떤 용도가 있는 것일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저 일렬로 늘어선 기계들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거치다 보면 하나의 무브먼트가 저절로 완성됩니다.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서 무브먼트의 주요 휠과 피니언, 아주 작은 스크류까지 집어 고정하고 심지어 끝에 바늘 같은 장치를 단 로봇에 의해 오일링까지 합니다. 



Miyota_9015_02.jpg

- 시티즌 미요타 9015 오토매틱 칼리버 설계도.

참고로 에보슈 상태의 미요타 칼리버는 수많은 브랜드에 납품됩니다. 

에보슈 칼리버 수출은 시티즌의 중요한 부수입원 중 하나이지요.



그런데 무브먼트 구조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조립시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진 않지요. 

플레이트를 뒤집어서도 휠을 조립하고 수평도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위 라인의 놀라운 점은 플레이트를 팬처럼 뒤집는 기기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휠을 제 포지션에 얹는 기계가 있다면, 그 옆에는 그 휠과 피니언을 정확하게 일치시키기 위해 다듬어 세밀하게 정렬시키는 기계까지 있습니다. 


가만히 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그 정교함에 저절로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무브먼트 자체보다도 어쩌면 이러한 자동화 정밀 기계들을 만든 일본인들의 집념과 치밀한 노력들이 훨씬 더 놀랍게 느껴질 정도로...


더욱 대단한건 이 모든 기계들 또한 시티즌 자체 시설에서 완성한 인하우스 기기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소름끼치도록 세분화된 이러한 자동화 조립  시설은 일부 스위스 대형 매뉴팩처들과도 필적할 만합니다. 


덧붙여, 이다 매뉴팩처에서는 시계 부품 외에도, 자동차 ABS 부품, 핸드폰 측면 고정 부품 등 기타 정밀 부품 및 전자 장비까지도 자체 생산해 외주로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2-6.jpg



무브먼트 조립 과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다면 사람들은 왜 있는 것일까요? 

일렬로 늘어선 선로를 따라 무브먼트가 이동하며 조립되는 동안, 하자가 있는 혹은 수평이 제대로 안 맞거나 오일링이 제대로 안 됐거나 

부품 중 제 규격에 맞지 않는 크기이거나 해서 다른 부품과의 간섭이 있거나 한 경우 해당 무브먼트는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때 마이크론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해주는 고화질 컴퓨터가 따로 각 섹터 별로 마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계측 컴퓨터 앞에는 또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해당 부품의 어느 부분이 잘못 됐는지를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이렇듯 작업은 기계가 하지만, 이를 컨트롤 하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그래서 각 라인별로 엔지니어가 상시 대기하고 있고 

에러가 발생한 무브먼트나 혹은 조립 라인에 혹여 문제가 생기면 이를 즉각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 휠/헤어스프링 조립은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3명의 여직원들은 이 작업만 하루 종일 하는 셈인데요. 손길이 여간 기민한 게 아닙니다. 


이렇듯 한 조립 라인에서 하루동안 생산되는 무브먼트는 약 2천개 정도라고 합니다. 이중에서 불량은 단 1%도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2-7.jpg



그 다음으로 방문한 부서는 기계식 라인 바로 옆에 위치한 쿼츠 시계 조립 부서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캄파놀라와 시티즌의 고가 라인(최근의 새틀라이트 웨이브 등 포함) 시계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_DSC0251.jpg



보기엔 앳되 보이지만 이래뵈도 경력이 오래된 여직원입니다. 시계 조립 전 핸즈를 고르고 있네요. 



e3ef723d461f57744973f9791d4fe82e.JPG



쿼츠 무브먼트 조립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들을 가지런히 분류해 놓았습니다. 

맨 좌측의 거무튀튀한 휠 같은 일부 플라스틱 소재의 부품도 보이시지요?!

 


assembling2.JPG



쿼츠 무브먼트도 정밀한 부품들은 현미경을 들여다 보며 손으로 조립합니다. 



_DSC0314.jpg

assembling3.JPG



이 분은 다이얼과 무브먼트를 조립하고 제대로 기능하는지를 1차적으로 살펴보는 일만 합니다. 

이렇듯 모든 작업은 철저히 분업화돼 있으며 각 섹터마다 해당 관리자의 이름이 부착돼 있어서 그 사람이 책임지고 일을 수행하고 있음을 증거합니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한화로 약 100만 원대 미만의 시계는 기계가 주로 핸즈를 세팅하고, 이보다 고가의 시계들은 전부 사람이 일일이 세팅을 한다고 하네요. 

쿼츠 시계라 할지라도 캄파놀라 급의 고급 사양의 시계/무브먼트들은 고급 진공 장비가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모아 조립이 됩니다(하단 첨부 사진 참조).  



2-11.jpg

2-8.jpg



각종 테스트를 대기하고 있는 최종 조립 시계들. 마침 올해 신제품인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F100 모델이네요. ^^ 

조립이 완료된 시계들은 각 테이블 끝에 모아져 이동됩니다. 그리고 해당 라인 상단에는 별도의 모니터가 마련돼 총 몇 개가 조립됐는지 수량도 표시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 4층 공방 내에서는 기본 워터프루프 테스트는 물론 1,000m까지 방수되는 전문 다이버 시계까지 테스트할 수 있는 첨단 기기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2-10.jpg



이곳에서는 오차 측정 및 최종 기능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2-13.jpg



그리고 분홍 헤어캡을 쓰신 이분은 우리말로 장인에 해당하는 마이스터(マイスター)입니다. 


흥미롭게도 이곳을 둘러 보면 헤어캡 색상이 다른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처음엔 개인 취향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하얀색은 일반 직원들이고, 연녹색은 오퍼레이터(각종 장비를 조작하고 관리하는), 핑크색은 최고 레벨의 마이스터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마이스터 급은 시티즌 매뉴팩처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명 되지 않으며, 이들은 보통 20년 이상의 근무 경력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마이스터는 하루 30여 개 정도의 시계만 조립하며, 대부분 고급 시계의 최종 검수를 전담하게 됩니다(일부 피니싱 작업까지도). 



3-1.JPG



그리고 바로 이 분. 사진상에는 비록 핑크 헤어캡을 착용하지 않으셨지만, 

이 분이 바로 마이스터들의 맏언니 격인 시티즌 내에서는 유일하게 '슈퍼 마이스터(スーパーマイスター)'로 불리는 하시바 에츠코(橋場悦子) 씨입니다. 


에츠코 씨는 15살 때에 시티즌에 처음 입사해 올해까지 벌써 47년 간 근무했다고 합니다. 

외모가 상당히 동안이시라서 우리나이로 환갑을 넘겼다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그 나이에 놀라고 그 경력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2005년부터 슈퍼 마이스터로 불리게 되었으며,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시티즌의 최고가 컴플리케이션 시계들만 주로 만진다고 합니다. 



IMG_7640.JPG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오랜 경력의 여성 워치메이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매체에서도 다뤄지는 꽤 유명한 분입니다. 


시티즌에선 가히 스타급 대우를 받고 있는 분인데도 실제로 보면 여전히 소녀처럼 해맑고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구내 식당에서도 그녀를 만날 수 있었는데, 집에서 싸온 작은 도시락을 꺼내 식사하는 소박한 모습도 뭔가 달라보였습니다. 



2-2.jpg



슈퍼 마이스터인 하시바 에츠코 씨를 비롯한 분홍 헤어캡을 쓴 마이스터 급의 워치메이커들은 이렇게 별도로 마련된 자신만의 데스크에서 작업을 합니다. 



4층 고급시계공방을 둘러본 뒤 저희는 1층의 다른 동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더 시티즌과 캄파놀라가 만들어지는 4층 공방이 뭔가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랩(Lab)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면, 

1층 공장은 기계 냄새가 진동하는 정말 대형 시계 공장에 온 것만 같은 인상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대형 컨테이너들과 기기들이 늘어서 있고 이곳에서는 주로 저가 쿼츠 무브먼트가 조립되며 한쪽에서는 주요 부품들까지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곳에서는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외부에 절대 노출되선 안 되는 주요 장비 같은 것이 있나 봅니다. 





-시티즌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에코-드라이브 관련 공식 필름. 



흥미로운 것은 이 공간에서는 작업 진행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공정 역시 전부 자동화돼 있었습니다. 

면적이 꽤 넓은데도 관리 인원도 많지 않아서 교육생까지 포함하면 한 6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층 공장에서도 일렬로 길게 늘어선 무브먼트 조립 트랙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나 이 트랙을 한번 통과하면 시계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식입니다. 

특이한 건 무브먼트 조립 뿐만 아니라 이곳에선 케이스 하우징 및 기타 세팅까지 자동화 기계가 다 합니다.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또한 불량 역시 기계가 척척 골라냅니다. 이 라인에서 하루 완성되는 시계만도 무려 5만에서 최대 6만여 개라고 하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3-11.jpg



그리고 공장 한쪽에서는 머리카락보다 1/5 정도 얇은 쿼츠 무브먼트용 코일이 제작되고 있었습니다(위 첨부사진 참조). 


쿼츠 코일 제작 공정은 경력이 아무리 오래된 시계 전문 기자도 의외로 잘 보기 힘듭니다. 공정 자체가 그렇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거니와 제조사들도 많지 않아서이지요. 

시티즌 매뉴팩처서 이 공정을 보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무척 신기했습니다. 특히 1분 좀 넘는 시간 동안 코일 하나가 빠르게 회전하며 감기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언뜻 보면 코일이랑 감는 기계랑 전혀 연결이 돼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는 코일 한 가닥이 육안으로는 식별이 잘 안 될 만큼 얇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새롭게 안 사실! 코일 굵기도 애초 다르게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0.0205 마이크론, 머리카락의 약 1/7 정도 굵기도 제작이 가능했고, 이 보다 더 얇게도 가능했습니다. 

시계의 종류나 급수, 주요 기능에 따라서도 사용되는 코일의 종류가 다르고 감는 횟수 또한 다르다는 거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제 일행은 2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에서는 수정(쿼츠) 진동자와 에코-드라이브 및 라디오 컨트롤 기능이 가능한 IC 회로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은 매뉴팩처 내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아예 외부인 입장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직원의 소개로만 접할 수 있었지요. 



3-7.JPG 



매뉴팩처 내부 투어를 마치고 본관 1층 로비 한쪽에 마련된 시티즌 시계 전시 공간도 살펴봅니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시계들이 진열돼 있었으며, 

특히 프로마스터 라인 중에서도 내수 전용이나 아테사(Attesa) 라인 중에 멋진 시계들이 제법 많이 보였습니다. 





더 시티즌 모델 중엔 위 제품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앞으로 국내에도 시티즌의 다양한 라인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1.JPG 



다음 목적지는 이다에서 고마가네(駒ヶ根) 시로 가는 길목(?) 즈음에 위치한 마츠오(松尾) 공장입니다. 


앞서 이다 공장에서 차로 약 2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앞서 본 시설이 주요 부품 제조에서부터 조립, 검수까지 이뤄지는 서구식 통합형 매뉴팩처 형태였다면, 

마츠오 공장은 쿼츠 무브먼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플레이트나 휠, 일부 특수한 부품들만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4-2.JPG



건물 외관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시계 부품 공장인지는 표지판을 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습니다. 

총 120명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곳에선 여성 직원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남자들의 엔지니어링 시설임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러한 기계(M-2)도 전시돼 있습니다. 쇼와 28년(1956년) 경에 제작된 것이라고 하니 정말 오래되었네요. 

이 기계는 작은 피니언을 제작하는 기계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계들도 시티즌은 1940년대부터 수입품이 아닌 직접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현재는 2006년에 개발한 신형 기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작은 피니언과 와인딩 스템(마치심) 등을 제조할 수 있는 정밀 가공 기기입니다. 






마츠오 공장에서 생산되는 매우 작고 정밀한 인하우스 부품들이 한쪽에 또 전시돼 있었습니다. 


이어 맨 처음에 방문한 곳은 제3공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선 위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마치심, 즉 와인딩 스템을 제조하는 곳이었습니다. 


와인딩 스템은 워낙 크기도 작고 그냥 봐서는 존재감이 있는 부품이 아니어서 간과되는 면이 없질 않은데, 사실 생각보다 중요한 부품 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계 외부에서 내부로 처음 동력을 전달하는 매개이자 시간을 조정하는 도구가 바로 크라운이고 그 축인 와인딩 스템이기 때문입니다. 



4-3.jpg



자사 시계의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시티즌 답게 와인딩 스템도 여러 종류별로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녹슬지 않고 부러지지 않는 강화 스틸을 사용하고 공정의 핵심은 요철 내지 나사선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몇 마이크론 차이의 오차도 허용되서는 안 되기 때문에(그래야 와인딩 휠 등 여타 기어 트레인에 무리를 주지 않기에) 좋은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약 2m 길이의 얇은 스틸 스트링 하나를 가지고 와인딩 스템을 무려 100개까지 만들 수가 있다고 하네요. 

제3공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4시간 풀가동되며, 단 10명의 직원만이 교대로 근무하고 거의 전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집니다. 

이렇게 해서 한달에 만드는 와인딩 스템의 개수만도 1천만 개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 많은 수량을 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ㅋ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제2공장으로 플라스틱 소재의 플레이트를 만드는 공장입니다. 

이곳 역시 완전한 자동화 시설을 구축해 사람은 그저 관리인 수준입니다. 


보통 무브먼트 플레이트 하면 동이나 니켈 소재의 금속 플레이트로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티즌은 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할까요? 단지 가격이 싸서? 아니면 틀에 넣어서 성형이 쉬워서? 


그 이유는 뜻밖에도 명징했습니다. 시티즌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라디오 컨트롤 같은 기능의 시계는 

메탈 소재의 플레이트로 만들면 전파를 흡수할 뿐 주요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파가 통하지 않고 그 자체로 비전도체 소재인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물론 플라스틱이라서 성형이 훨씬 더 용이할 거라는(쉽게 말해 제조단가가 적게 들거라는) 계산도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자체가 수축과 이완이 잘 돼서 오히려 틀을 제대로 만들기가 메탈보다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플라스틱도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미량의 원소들을 추가한 특수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시티즌은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공장 라인 안에 약 85개의 플라스틱 성형기기가 일렬로 늘어서 있고 역시나 24시간 가동시켜 사출과 성형을 반복합니다. 






또 공장 한쪽에서는 플라스틱 소재의 작은 하구루마(はぐるま) 즉 톱니바퀴(휠)를 제작하는 기기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시티즌의 플라스틱 휠 중에는 특이하게도 사출 과정에서 아주 작은 자석 성분의 알갱이들을 주입해 성형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휠은 베이스가 플라스틱임에도 자성을 띠게 되고 이러한 제조 기술 자체가 특허로 보호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기술적으로 이러한 부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저도 공부가 필요합니다만...;;;

이 또한 라디오 컨트롤과 위성 수신 기능의 시계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부 사형 틀(카나가타 틀) 하나는 차 몇 대값에 달할 정도라고 하며 시티즌에서도 이 공장에만 몇 개 있다고 합니다. 

이 틀을 활용하면 2 내지 1 마이크론 크기의 아주 정밀한 부품까지도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상으로 지금까지 시티즌의 이다 매뉴팩처 투어기를 감상하셨습니다. 


다음 이어지는 포스팅에서는 시티즌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위치한 도쿄의 오모테산도(表参道)로 장소를 옮겨, 

글로벌 시계 디자인 매니저인 다카하시 야스시(高橋泰史) 씨를 만나 시티즌 시계의 디자인 철학과 향후 방향성 등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실시간 정보 및 뉴스 공지는 타임포럼 SNS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타임포럼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TimeforumKorea
페이스북과 연동된 타임포럼 트위터 --> https://twitter.com/timeforum_kr
타임포럼 네이버 --> http://cafe.naver.com/timeforumnaver

Copyright ⓒ 2014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이 게시물은 타임포럼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모든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의 무단복제나 도용은 저작권법(97조5항)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