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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즌(Citizen)의 나가노 이다(飯田) 매뉴팩처 탐방기(https://www.timeforum.co.kr/11709621)에 이어 

이번에는 도쿄 오모테산도(表參道)에 위치한 시티즌 디자인 스튜디오(CDC) 방문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티즌 디자인 스튜디오는 매뉴팩처 투어 다음날인 10월 30일 오전에 방문했으며, 

그 전날 밤 이미 나가노에서 도쿄로 이동해 숙소도 우에노역 근처에 잡았었습니다. 


오모테산도는 국내에서도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담동 쯤에 해당하며, 까르띠에, 에르메스, 샤넬, 디올 등 각종 럭셔리 브랜드들의 대형 부티크가 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계브랜드 중엔 태그호이어 부티크가 있고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오모테산도 힐스 건너편 건물 지하에는 이시다라고 하는 고급 편집샵도 있습니다. 


또 바로 근처에는 패션의 거리로 유명한 하라주쿠가 있고, 조금만 더 지나치면 시부야가 있습니다. 

'도쿄의 샹젤리제'라는 별명도 있을 만큼 골목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게 예쁜 가게들도 정말 많고요. 



 


- 한 육교 위에서 바라 본 오모테산도 거리의 모습. 

  오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오후에는 당시 할로윈 데이 전 날이라서 그런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차도 엄청 막히고요. 



오모테산도 거리에서 샤넬 부티크가 있는 바로 옆 골목으로 쭈욱 올라가다 보면 투미 매장이 있습니다. 

그 뒷골목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무심한듯 시크한 건물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데, 이게 바로 '시티즌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바로 이 건물이지요. 지상 3층의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고,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해서 관람할 수 있는 전시장 쯤으로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그냥 스튜디오이고, 시티즌 본사에서 파견된 핵심 디자이너들 몇 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고 많은 장소 중에 땅값도 비싸고 분주하기 이를데 없는 오모테산도 한복판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건립했을까요? 

그 이유는 시티즌이 최근 추구하는 브랜드의 지향점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들은 이제 기술적으로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차별화된 노선을 걷겠다는 것이지요. 






오모테산도는 일본에서도 가장 힙한 곳인데다 유행이 끊임없이 바뀌는 역동적인 곳입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도 있듯이 ㅋ 사람에겐 자고로 환경이란 게 무척 중요하지요. 

시티즌의 젊고 촉망 받는 디자이너들을 본사의 상하위계가 분명한 보수적인 공간에 메여놓기 보다는 

트렌드의 메카로 통하는 곳에 자유롭게 방목함으로써 보다 진취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시티즌 디자인 하우스는 2008년 6월 24일에 완공되었습니다. 

실제로도 디자인 하우스 건립 이후로 지난 몇 년간 시티즌이 선보인 제품들 중에는 흥미로운 디자인이 꽤 많았지요?! 






엘레베이터를 타고 디자이너들이 상시 근무하는 2층 사무실로 일행은 자리를 옮겼습니다. 내부 모습은 대충 이렇습니다. 

모던하면서 깔끔한 인테리어의 여느 사무실 분위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연말이라 트리장식도 한쪽에 해놓았고요. 

이곳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최신작들도 몇 점 전시해 놓았습니다. 






앞서 이다 매뉴팩처에서도 볼 수 있었던 시티즌의 최고급 라인 더 시티즌 시계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더 시티즌의 최신 모델 역시 이곳 도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더 시티즌 모델들. 

착용을 직접 해보니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시티즌의 선배격인 세이코의 그랜드 세이코를 연상시키는 면도 없질 않지만 또 미묘하게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올해 신제품인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F100(Eco-Drive Satellite Wave F100)도 볼 수 있었습니다. 


- 제품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글로벌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www.betterstartsnow.com/en/f100/product-informations/






그리고 이렇게 따로 새틀라이트 웨이브 제품군만 모아 놓기도 했더군요. 

다만 위 제품들은 목업(mock up) 입니다. 외형만 실제 그대로 만들었을 뿐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 것이지요. 


위 시계들은 모두 이곳 시티즌 디자인 하우스에서 설계되었으며,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본사 개발팀에 보내어져 다시 일련의 협의와 컨펌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세상에 시판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목업이래도 시계를 본 이상 안 차볼 수가 없겠죠?! 


2011년 처음 론칭한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시리즈는 당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동기화(GPS 수신) 시계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은바 있습니다. 

다만 한정판 형태여서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2년여의 기술 보강과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2013년 마침내 양산형 일반 모델들이 다수 출시되었지요... 


하지만 2013년 모델은 사이즈가 49.5mm로 접근성이 그다지 좋은 시계는 아니었습니다. 

이에 2014년에는 지름도 45.4mm로 줄이고 두께 역시 12.5mm로 한층 웨어러블한 착용감과 날렵한 디자인을 갖춘 새틀라이트 웨이브 F100을 추가했지요. 


케이스 외형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다이얼 레이아웃 역시 훨씬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개선되었고, 

전세계 40개 타임존의 즉각적인 세팅과 위성과의 동기화 시간 또한 3초로 수신 감도가 개선되었습니다. 





-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F100 관련 공식 영상입니다. 


위 영상을 보시면 이 시계를 디자인한 시티즌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팀 책임자의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그가 바로 타임포럼이 이번 방문길에 인터뷰를 한 디자인 매니저 다카하시 야스시(高橋泰史) 씨입니다. 






자신이 디자인한 시계 옆에서 잠시 포즈를 취해준 디자인 매니저 다카하시 야스시 씨. 

언뜻 봤을 때는 우리말로 숫기가 없어 보였지만,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니 상당히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할 줄 알았습니다.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다카하시 야스시 씨. 당신의 간략한 이력을 듣고 싶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대학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양친이 미술 선생님이라서 어릴 때부터 미술이나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았고 

자동차나 건물 같은 부피가 큰 대상보다는 손안에 들어오는 작고 실용적인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한 패션과 연계한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시계 쪽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시티즌에 입사한 건 1999년으로 입사 초기엔 주로 북미 쪽에 수출되는 패션시계 내지 여성시계를 디자인하면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후 이곳 오모테산도 디자인 스튜디오로 파견돼 새틀라이트 웨이브 시리즈 및 프로마스터 알티크론과 최근의 아쿠아랜드 같은 시계들을 디자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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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즌 디자인 스튜디오가 오모테산도에 들어선 배경과 시티즌이 근래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아시다시피 오모테산도는 일본의 트렌드세터들이 집결하는 유행에 민감한 동네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피드백을 받기에 좋은 지형적 조건을 가지고 있지요.

인근에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들도 몰려 있고 또한 여러 광고 매체의 마케팅 담당자들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위치라서 디자인팀과 PR팀에게는 이점이 많답니다. 

현재 이곳 디자인 스튜디오에는 5명의 수석 디자이너들과 2명의 PR 담당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본사까지 포함하면 시티즌은 총 30명 정도의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춤추게 하는 디자인을 하자!" 이것이 바로 시티즌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조금은 형이상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이는 '기술과 미의 조합'을 강조하는 시티즌식의 표현인 셈입니다. 


우리는 시계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프로덕트 기획 단계서부터 엔지니어 개발팀과 디자인팀이 함께 많은 부분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능적으로 대단한 제품만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을 적용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애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티즌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시티즌의 디자이너로서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저 역시 평소 시티즌의 디자인 철학에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기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손목에 착용했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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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틀라이트 웨이브 F100을 진두지휘한 수석 디자이너로서 처음부터 어떠한 부분들을 염두에 두었는지요. 


새틀라이트 웨이브는 처음 제가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부터 첫번째(2011년)와 두번째 버전(2013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사이즈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무브먼트 크기도 기존 보다 좀더 작게 제작해 달라고 요구했고, 디자인 역시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또 

너무 평범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어딘가 임팩트가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밸런스를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지요.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시계 디자인과 다른 제품 디자인의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거리를 걸어다니고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갖가지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다른 물건과 달리 시계는 항상 사람이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한 사람과의 어울림이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스타일과 디자인이 어울리는지를 헤아리는 것이 저로선 아주 중요한 과제이지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기에 오모테산도는 최적의 동네입니다. 





- 역시나 다카하시 야스시 씨가 디자인 한 프로마스터 에코-드라이브 아쿠아랜드(Promaster Eco-Drive Aqualand) 2014년 신제품들. 

   아쿠아랜드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글로벌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www.citizenwatch-global.com/promaster/special/marine.html 



보통 시계 하나 디자인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제품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10명 정도가 함께 뛰어들어 2주 정도면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되는 시스템인데, 

핵심이 되는 일부 키 모델들은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한 디자인만 앞세우기 보다는 엔지니어들과도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적절한 기능의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이 무척 힘든 여정입니다. 물론 우리도 마감이 있어서 그 기한을 맞추려고 며칠씩 밤을 새우기도 하지요... 



현재 애플, 삼성 등 스마트 워치 시장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가격대나 기능적으로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시티즌으로서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요?


모바일 디바이스 쪽은 의식은 애써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나온 게 없어서 큰 위기의식은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고 있긴 하지요. 모든 게 디지털화된 모바일 디바이스와 시계는 분명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첨단 테크놀로지에 주목하면서도 시계 본연의 형태와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시계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다카하시 씨의 베이비 중 하나인 아쿠아랜드 신제품을 저 역시 착용해 보았습니다. 

   지름 52.5mm의 존재감 강한 케이스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실린드리컬(원통)형 디자인 덕분에 실착시엔 또 거부감이 별로 없습니다. 

   요리조리 훑어봐도 짱짱하게 잘 만들어진 전문 다이버 시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엔지니어링과 굿 디자인의 조화가 어떤 시너지를 보여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시티즌은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새롭게 발굴할 만한 디자인도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네 맞습니다. 일례로 시티즌은 1985년 당시 세계 최초로 전자식 수심계를 갖춘 다이버 시계, 뎁스미터(Depthmeter)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전에도 1982년 1,300m까지 방수되는 프로페셔널 다이버 시계를 선보였고요. 저는 올해 신제품인 에코-드라이브 아쿠아랜드를 디자인하면서 

1980~90년대의 아카이브 자료들을 많이 열람했습니다. 아쿠아랜드는 뎁스미터를 비롯한 시티즌의 여러 선구적인 다이버 시계들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모델입니다. 아쿠아랜드를 제가 새로 디자인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모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쿠아랜드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겁니다. 



내년(2015년) 바젤월드에서도 기대할 만한 혹은 서프라이즈한 제품이 있나요? 


어디까지나 현 단계에선 기밀입니다만...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작년과 올해 발표한 신제품들이 워낙 반응이 좋아서 현재 저희 팀도 일하는 데 흥이 절로 납니다. 

보다 역동적이고 시티즌만의 도전정신을 반영한 그러면서도 우리만의 정체성이 담긴 시계들을 계속 디자인하고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의 시계애호가 여러분들께서도 시티즌에 앞으로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자신이 디자인한 에코-드라이브 아쿠아랜드 신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시티즌 시계 디자인 매니저 다카하시 야스시 씨. 



짧은 인터뷰였지만 다카하시 야스시 씨와의 만남은 시티즌이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새틀라이트 웨이브 시리즈, 프로마스터 알티크론 & 아쿠아랜드 등 최근 출시되는 시티즌의 가장 혁신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시계들이 

1차적으로 탄생하는 도쿄 오모테산도의 시티즌 디자인 스튜디오는 시계를 사랑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자 

시티즌의 변화의 바람을 체감할 수 있는 규모는 작지만 매우 알찬 요람이었습니다. 


에코-드라이브와 라디오 컨트롤 기능으로 유명한 고정밀 쿼츠 시계제조사에서 이제는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시티즌...

아놀드 앤 썬과 라 쥬 페레 같은 스위스 제조사들까지도 그룹 산하에 합류시킴으로써 시티즌은 더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술력과 자본이 뒷받침되고 그간 약점으로 지적되온 디자인까지 보강함으로써 시티즌의 미래는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입니다. 



 


- 시티즌의 최근 광고 캠페인 슬로건인 'Better Starts Now' 관련한 공식 필름도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함께 감상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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