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mdoc 4545  공감:66 2014.09.14 19:27

나의 이름은 Longines L990입니다.


l881004.jpg

  

1975년에 태어났습니다. 이때의 저의 이름은 L890이었습니다.


L8901.jpg

 

당시 저희 집안은 당대의 손꼽히는 명문이었고 저는 명문가의 기대주답게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는 다르게 밥통을 2개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 두 개의 밥통 덕분에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저만은 밥통이 거의 비워져가는 배고픈 상황에서도 시간을 정확하게 지킬 수 있었고 이것이 저의 가장 큰 힘이 되어 저는 저의 가문의 다른 자식들이 단종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던 저지만 어머니는 제가 집안에 비해 모자르다고 느끼셨는지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키셨습니다.

 

포개져 있던 밥통 두 개를 수평으로 나란히 놓고 양쪽으로 돌던 제 팔을 한쪽으로만 돌게 하는 쇠?를 깍는 고통 속에 저는 1977년 날씬해져서 다시 태어났고 이때부터 저는 L990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fe4131e8s.jpg


파란색 화살표가 L990의 Dual Barrel을 표시합니다.


fe5cd82e.jpg

 

원래 잘났던 저는 이때부터 더 완벽해 졌습니다.

 

5.2mm였던 몸매를 2.96mm로 다이어트 한 저는 새롭게 태어난 당시인 1977년에 데이트와 센터 세컨드를 가지고 있는 자동 무브먼트 중에서 가장 날씬한 몸이었으며 이 기록은 2003년까지 깨지지 않았습니다.


l881003.jpg

 

저는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트가 삭제되면 L992, 데이트와 초침이 삭제되면 L993, 초침이 삭제되면 L994로 불리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수정된 것은 1987년입니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론진 린드버그 아워 앵글에 넣기 위해 어머니는 저의 데이트를 삭제하고 대신 이너 베젤의 회전 기능을 넣어서 L989라 불렀습니다.

 

아쉽게도 이 수정은 저의 마지막 수정이자 론진이라는 저의 어머니의 마지막 자사무브먼트 수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다른 이름 L989는 론진의 최후의 자사 무브먼트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P1015985.JPG

    

바로 제꺼~ ^.^

 

이렇게 좋은 집안에서 훈남으로 태어나 기대받고 사랑받던 저에게 어느날 갑자기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제가 밥통이 두 개던 세 개던, 저 뿐만 아니라 저보다 더 대단한 다른 스위스의 옆집 형님들도...아무리 해도 정확성이라는 시계의 본질적인 기능에서 이길 수 없는 엄청 똑똑한 쿼츠라는 놈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입니다.

 

사실 재앙은 어머니가 자처하신 겁니다. 어머니는 베타 21이라는 최초의 쿼츠 무브먼트를 만든 스위스 업체의 컨소시엄에 참여하심으로서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신 거니까요.

 

쿼츠 파동으로 집안이 갑자기 기울고...어머니는 가문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리고...저를 파십니다.

 

저를 만드는 공작 기계들을 포함해서 저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새어머니에게 양도하신 겁니다.

 

새 어머니의 이름은 누벨 르마니아Nouvelle Lemania 였습니다.


lemanialogo238x145.jpg

 

무브먼트만 전문적으로 제조하던 새 어머니는 제가 마음에 드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저희 본가보다 새어머니 집안이 쪼~깨 처치기는 했습니다.

 

새어머니 자식중에 단순 자동 무브먼트로는 제 스펙을 따라올 녀석이 없었거든요...

 

저는 새어머니의 성을 따라 Lemania 8810 또는 8815로 불리었으며, 무브먼트만 만들어 공급하던 새어머니의 업종 특성상 다른 가문으로 많이 팔려 나갔습니다.


Lemania8810.jpg

  

Lemania 8810

  

자랑은 아니지만...제가 이때 경험한 주인들은 모두 한가락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ffb8034d.jpg  


Ulysse Nardin


untitled.png


Parmigiani


untitled1.png


Roger Dubuis 


하지만 저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1999년 새어머니 르마니아가 Swatch Group이라는 거대 집단에 합류하면서 저에게 브레게Breguet라는 새아빠가 생긴 겁니다.

Breguet-logo.gif

잘나가던 시절의 저의 친어머니 론진도 감히 노려보지 못했던 하이앤드 그룹에 속하는 새아빠 브레게는 이제 하이앤드 브랜드의 무브먼트 답게 저를 이~쁘게 화장 시키시고 Breguet 591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P1050842.jpg

 

이 와중에 기뻤던 건 새어머니가 Swatch group에 합류하면서 감격스럽게도 친어머니와 재회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비록 몰락해서 새아빠네 집에서 중간 머슴?노릇을 하고 있던 친어머니였지만...요새와는 다르게 너그럽던 새아빠는 2001년에는 친어머니의 3천만 피스 생산 기념으로 저의 본 이름인 L990의 이름으로 비록 990개 한정이지만 친어머니네 집에서 생산할 수 있게 해 주신 겁니다.


1df4668e40fb753c8c306d0db3df15d0.jpg

 

제 운명이 이렇게 기구하지만, 다행인건 새아빠도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는 겁니다.

 

2006년에는 현대적인 컨셉에 맞게 저에게 silicon으로 된 escapement wheelbalance spring을 달아 주시고 591A라는 새 이름도 주셨으니까요.


BR_19_L.jpg

  

Breguet 591A의 Silicon wheel, balance spring, lever

  

저는 주로 엔트리 모델에 쓰였지만...


breguet_image_639636.jpg

  

Breguet 5197


breguet_image_639641.jpg

  

날씬한 저의 몸매를 살려서 모듈을 얹은 컴플리케이션 모델에도 사용되었고...


IMG_0008.jpg


Breguet 7787


IMG_0040.jpg

 

최근 발표된 Basel 2014 신모델에도 저를 넣어 주셔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 주셨습니다.


033.jpg

   

Breguet Classique Dame 9068

 

034.jpg


끈질긴 생명력으로 격정의 세월을 헤쳐나온...나의 이름은 론진 L990이자 Lemania 8810, Breguet 591A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득템신고] DOXA SUB 300T와의 조우. [17] energy 2023.09.03 1175 12
공지 하와이 와이키키 ft H08 [30] 현승시계 2023.05.22 1353 11
공지 스위스포럼 게시글 이동원칙 안내 [4] 토리노 2015.03.02 1724 0
공지 [스위스포럼 이벤트 공지]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주세요 [5] 토리노 2011.01.31 4323 2
공지 남들과 다른 시계 사진을 찍으려면...^^; [395] Picus_K 2010.12.02 17867 69
공지 [선택과 구매]어떤 시계를 고를것인가? [282] 토리노 2010.01.14 28071 56
Hot 오랜만에 빵뎅이가 들썩거릴만한 신제품 [6] Tic Toc 2024.02.20 4643 2
Hot 나의 50대 첫 시계는... [21] 딸바보아빠 2024.02.09 14857 6
Hot 🎊 스와치 x 블랑팡 Ocean of storms 득템신고! 🎊 [12] 타치코마 2024.01.30 2475 6
Hot [응답하라 2006] 2006.08.31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3] Tic Toc 2024.01.27 380 10
13616 [Swatch] 스와치 시스템51과 함께한 남한산성 산책 or 등반? [8] file Nicolass 2014.09.17 414 2
13615 [Ball] 현재 주력인 시계--예전에 찍은 사진 [9] file 옆문 2014.09.16 844 1
13614 [Hamilton] 해밀턴 재즈마스터 논크로노! [6] file 주주주준 2014.09.16 898 0
13613 [Chronoswiss] 입당기념 제 애기들 박풀샷 갑니다^^ [7] file 지마니 2014.09.16 432 0
13612 [Ball] 폰에 예전에 찍은 사진 [4] file 볼매니아 2014.09.16 251 1
13611 [Chronoswiss] 줄질중독 ^^ [9] file 판에나이 2014.09.16 410 1
13610 [Hamilton] 가죽의 계절입니다 [5] file 추억팔이소년 2014.09.16 442 0
13609 [Chronoswiss] 좋은날~~ [13] file 드래곤오빠 2014.09.16 163 2
13608 [Chronoswiss] 입당인사 신형타마입니다^^ [14] file 지마니 2014.09.15 423 1
13607 [공지] 'mdoc'님의 게시글을 공지로 변경합니다. [3] 토리노 2014.09.15 176 0
13606 [Ulysse Nardin] 유엔 마린크로노미터 신고합니다. [21] file 제프장 2014.09.15 1068 1
13605 [Chronoswiss] 오푸스 투척하고 갑니다^^ [22] file 낙락 2014.09.14 591 0
» [추천게시글] 나의 이름은 Longines L990입니다. [82] file mdoc 2014.09.14 4545 66
13603 [Cartier] 간만에 준비한 현실간지용 까르띠에 TANK MC [11] file 엑시 2014.09.14 1502 0
13602 [Frederique Constant] 가을을 책임질 스위스 삼총사 소개합니다. [18] file Alfa 2014.09.14 1174 2
13601 [Chronoswiss] 타마본색 산시바^^ [23] file 마마님 2014.09.14 349 0
13600 [Bell&Ross] 간만에 평온한 주말... [4] file BR PK 2014.09.14 291 0
13599 [Glycine] 컴뱃섭으로 글라이신 입당합니다. [4] file 안드로이드삼 2014.09.14 413 0
13598 [Swatch] 스와치 시스템 51 블루&화이트 [매크로샷] [15] file Nicolass 2014.09.14 505 5
13597 [Maurice Lacroix] Maurice Lacroix Masterpiece Petite Seconde (MP7009 SS001-120) 구매기 [13] file 적송 2014.09.13 921 1
13596 [Glycine] 에어맨17 5연브레이슬릿 줄질 [4] file mofo1 2014.09.13 378 1
13595 [Chronoswiss] 타말루야~!!! [13] file 홍련의Z 2014.09.13 253 1
13594 [Frederique Constant] 프레드릭 콘스탄트 메뉴팩쳐 fc 910 득템하였습니다~ [10] file 꿈꾸는도시 2014.09.13 1166 0
13593 [ETC(기타브랜드)] 스위스동만 자동 저장이 고장난듯합니다. [9] file 꾸찌남 2014.09.13 145 0
13592 [Zenith] 뒷태가 너무 이쁜 크로노 제니스 엘프리메로입니다 [18] file Rehab 2014.09.13 1175 2
13591 [Oris] 애커스를 득템하다...역시 굿~ [7] file 파트리끄 2014.09.13 1001 0
13590 [Ball] BALL 벽시계 당첨 리뷰 [47] file 볼매니아 2014.09.13 646 5
13589 [ETC(기타브랜드)] 블랙베이 쉬리릭 [7] file namie 2014.09.13 366 1
13588 [Maurice Lacroix] 스캔데이 - 기나긴 기다림 속에 드디어 벽돌이 왔어요. [11] file 적송 2014.09.12 523 1
13587 [Frederique Constant] 프레드릭 콘스탄트 하트비트 검판 [6] file 꿈꾸는도시 2014.09.12 682 0
13586 [Longines] 줄질한 마콜! [5] file 캉캉보이 2014.09.12 746 0
13585 [Chronoswiss] 함께 여행한 레귤레이터 [27] file 홍야 2014.09.12 506 4
13584 [Glycine] 크로노스와 함께한 글라이신 에어맨 1953 [9] file 히데오 2014.09.12 287 1
13583 [Baume&Mercier] Baume et Mercier의 Capeland Ref.10006 입니다. [11] file 반즈 2014.09.12 945 2
13582 [Chronoswiss] 우린 제법 ~ 잘 어울려요~~ [12] file 드래곤오빠 2014.09.12 26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