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가 늘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계를 보관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특히 로터의 힘으로 태엽을 감는 오토매틱 시계를 다수 보유한 시계 애호가라면 워치와인더를 한번쯤 고민해 봤을 듯 합니다. 문페이즈나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가진 시계는 다시 세팅하는데 상당한 고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심플한 기능의 오토매틱 시계라 하더라도 바쁜 아침에 멈춰버린 시계를 다시 세팅하는 번거로움은 한번쯤 경험했을 일입니다. 

보관 중에 시계를 자연스럽게 구동해 멈추지 않게 하는 워치와인더는 이런 불편함을 일소하는 편한 도구이지만 또한 시계보관함의 의미도 큽니다. 때문에 종류나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최근에는 저가의 중국산 워치와인더도 많이 보급되어 있습니다만 몇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기계식 시계를 소유한 시계 애호가라면 워치 와인더 역시 더 품격있고 성능좋은 워치와인더를 찾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오늘 그런 분들을 위한 최고급 워치와인더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부벤&줴르벡 타임무버 팬텀4(Buben&Zörweg Time Mover Phantom 4) 입니다.

시계보관함 전문 브랜드 부벤&줴르벡은 해럴드 부벤 (Harald Buben) 과 크리스찬 줴르벡 (Christian Zörweg) 에 의해서 1995년 오스트리아에서 설립된 회사입니다. 엄선된 재료와 장인정신에 바탕을 둔 부벤&줴르벡의 시계보관함은 30여개국 이상의 나라에 수출을 하고 있으며 고품격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팬텀4 같은 모던한 스타일의 제품에서 클래식한 박스형 보관함, 금고형 보관함같은 대형 제품까지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벽시계, 탁상시계, 손목시계까지 그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타임무버 라인은 2~8구 타입의 워치와인더로 부벤&줴르벡의 엔트리 제품군입니다. 물론 엔트리 제품이라 하더라도 기백에서 천만원을 넘는 제품들입니다만 만약 그 안에 보관될 시계가 수억원대라면 이 가격이 이해 못 할 부분은 아닌 듯 합니다. 좀 더 클래식한 빈티지 라인과 모던한 컨셉의 팬텀, 레볼루션 같은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중 팬텀 라인은 4구 보관용 팬텀4와 8구 보관용 팬텀8 제품이 있고 두 제품에 스탠드를 접목한 팬텀4 하이 피델리티(Phantom 4 High Fidelity), 팬텀8 하이 피델리티(Phantom 8 High Fidelity)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와 측면에 적용된 소재에 따라 카본, 카본 디아블로, 마카사르(Macassar) 모델로 세분됩니다. 아래 사진으로 조금 구분이 될 듯 합니다. 오늘 리뷰할 모델은 정확히 말하면 팬텀4 카본 디아블로 모델입니다.

​< 부벤&줴르벡 타임무버 팬텀4 카본 디아블로 >

< 부벤&줴르벡 타임무버 팬텀8 카본 마카사르 >

< 두 제품의 하이 피델리티 버전 >

팬텀4는 5mm 알루미늄 케이스는 푸쉬& 슬라이드 오프닝 시스템으로 좌우개방 형태입니다. 정면 가운데 부분은 투명해 장식된 시계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사이즈는 280 x 275/437(closed/open) x 242 mm 입니다. 와인더를 닫았을 때 그리 크지 않은 부피감을 줍니다.

​측면 카본 소재의 디테일을 가미해 고급스러움과 세련된 디자인을 동시에 보여주며 품격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내부는 디아블로라는 이름처럼 강렬한 레드 컬러의 가죽으로 처리되었고, 4개의 와인더가 배치되었습니다. 4구의 와인더 측면으로 LED 조명이 야간에도 은은한 조명효과를 발휘하며 윗면으로 와인더 조작을 위한 계기판과 조작 스위치가 배치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와인더를 오픈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열쇠로 완전히 잠글 수 있습니다.

​워치 홀더는 시계의 케이스백이 닿은 부분은 가죽으로 처리해 시계의 손상을 주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물론 가죽 위로 부벤&줴르벡의 로고를 새긴 부분은 브랜드의 자부심을 드러내기에 충분합니다.

리뷰를 위한 테스트에 사용된 시계는 크로노스위스 카이로데이트입니다. 제가 가진 시계 중 유일하게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홀더의 앞 부분을 눌러서 압축시킵니다. 스프링에 의해 눌러진 홀더는 그대로 고정되는데 시계를 홀더에 조심스럽게 거치한 후 홀더의 양쪽면을 눌러 주시면 스프링이 풀리면서 시계를 고정시킵니다. 

타임무버 팬텀4에 와인딩 기술은 시계 수리용품 판매 회사인 잘 알려진 독일 엘마 (Elma) 사와 공동개발하여 1998 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워치 와인더의 핵심 기술로 오토매틱 시계에 가장 적절한 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부분인데, 특별히 개발 된 모터가 매우 조용한 작동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기 차단 방어막에 저전력으로 긴 배터리 수명(배터리 모델의 경우), 수면 단계와 지능형 소프트웨어, 회전 횟수의 조정, 회전 방향의 조정의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소음 차단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모터는 작동하는 동안 개별적인 주파수로 공명이 생성되어 소음이 생기지 않도록 개발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조정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실제 작동을 해 본 결과 가까이 귀를 대지 않으면 전혀 소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소음 뿐 아니라 움직임 자체가 우아하다고 표현할 만큼 부드럽게 작동합니다. 주로 오토(Auto) 모드로 사용해 볼 결과 테스트용 시계의 파워는 하루를 지났을 때 처음보다 조금 상회한 상태로 변했습니다. 오토 모드의 경우 좌우 회전 방식으로 하루 900회 회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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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와인더의 회전수와 회전방향은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조정이 가능합니다. 소유한 시계의 와인딩 사양 (로터가 감기는 방향과 필요한 일일 회전수)를 정확히 안다면, 그에 맞춰 직접 설정을 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모드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leep 모드입니다. 일반 와치와인더에서는 시계가 허용하지 않는 한계까지 오랜 기간동안 너무많이 감아주어 시계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부벤엔줴르백의 타임무버에는 특별한 Sleep 모드가 있습니다. 이 모드로 설정하시면 시계를 자유롭게 설정한 프로그램에 맞춰 최대 16시간까지 회전하지 않게 되어 시계 속 메인스프링의 장력을 풀어주어 시계를 보호하게 됩니다. 

​리뷰를 위한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 아쉽게 이정도까지 테스트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부벤&줴르벡 워치와인더의 소재, 디자인, 품질과 미적 매력은 최고라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제품의 정교한 디테일엔 장인정신이 베어 나오며 시계를 보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단순히 오토매틱 시계의 와인딩을 위한 기능성을 떠나 뛰어난 인테리어 소품임을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리뷰협조 및 공식 이미지 제공 : 미림시계

스튜디오 찰영 : 2nd Roun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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