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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s_K 6671  공감:4 2014.12.16 21:41

우리나라 남서쪽 해안에 자리한 무안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와 갯벌을 가진 곳입니다. 이곳 갯벌에서 나오는 낙지는 내노라하는 식객들이 찬사를 보내는 진미로 수많은 낙지요리 전문점은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입맛을 자극한지 오랩니다. 옛말에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낙지는 보양식으로도 유명하죠. 정말 오랜만에 현지에서 맛보는 낙지를 위해 무안을 향했습니다.

사실 서울에서도 낙지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굳이 낙지를 먹기 위해 무안을 간다는 건 꽤나 결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오랜 전통의 진짜 '원조'를 찾아 그 맛을 보고픈 마음은 죽기 전에 해봐야 할 버켓리스트에 비견할 만 합니다.

거리로는 약 400km.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예정시간은 4시간 정도. 최근에 고속도로가 많이 생겨 그나마 소요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일치기로 서울에서 무안을 갔다 온다는 건 시간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1박2일의 넉넉한 여행계획을 잡았습니다. 간 김에 이것저것 많이 먹어보자는 것이 주 목적이었고, 소화되어 다음 끼를 먹을 시간은 필요하니까요.

여행과 먹방을 좋아하는 후배를 동행해 오전 느지막히 출발했습니다. 두사람 다 그리 부지런떠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가는 도중 전주나 군산 쯤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무안 근처에 있는 증도를 관광한 후 저녁을 먹으면 되겠다...계획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점심을 먹고 올라오면 4~5식을 먹을 수 있는 만족스러운 먹방여행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물론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증도

저녁으로 먹을 낙지요리를 생각하며 증도로 향했습니다.

전라남도 무안의 서쪽에 있는 증도는 다리가 놓여 차량으로 직접 갈 수 있는 섬입니다. 크기는 강화도 옆에 있는 석모도 정도 되며 해안 굴곡이 많아 볼거리도 많습니다. 우전해수욕장, 짱뚱어해수욕장, 태평염전 등이 유명하며 금연섬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 100선 중 2위에 선정되었으며,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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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도 입구의 금연 조형물. 섬에서 담배를 팔지 않으며 대다수의 주민이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함 >


11월은 짧은 해에 곧 눈이 올 듯 스산한 날씨, 귓볼을 때리는 매서운 섬바람은 우리에게 증도를 차분히 둘러볼 여유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군데만 둘러본 증도는 정말 매력있는 섬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볼 만 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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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계마니아답게 여행지 인증샷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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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을 목적으로 왔으니 증도는 여기까지... 그럼 이제 '원조'라 주장하는 두 식당을 찾아갑니다.

제일회식당

애초에는 KBS 예능 '1박2일'에 나온 낙지요리 식당을 찾아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동행한 후배가 찾아온 맛집정보에 계획을 급변경. 제일회식당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네비게이션도 헤멜 정도로 시골 구석에 자리한 이곳은 입구만 보면 어는 시골의 그냥 그런 식당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유명한 식객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었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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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집을 개조한 듯 한 식당 내부는 홀도 없이 일반집의 안방을 개조한 인테리어입니다. 거실쪽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음을 보여줍니다. 이곳 출신의 정치인에서 부터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의 사인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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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맛 본 요리는 기절낙지와 낙지호롱구이입니다. 애초에 낙지호롱구이를 먹어보고 싶어 계획한 여행이었는데, 여기에 기절낙지가 추가된 것입니다. 바로 '기절낙지'의 원조라는군요.

일단 메인요리에 앞서 나온 반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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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이것이 기절낙지 소스.

소스는 이식당에서 직접 담근 식초에 각종 재료를 혼합한 것입니다. 식초는 시중에서 파는 식초의 독한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상큼한 맛이 우러납니다. 식초의 깊은 맛이 일품이며 그냥 소스만 먹어도 감탄스러울 훌륭한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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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 등장한 기절낙지. 기절낙지는 이렇게 낙지의 다리부분만 깔끔하게 손질되어 나옵니다. 마치 죽은 듯 보이는데 소스에 담그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절낙지라 불린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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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에 낙지 한가닥을 담근 후 먹는 맛은 낙지의 쫄깃함에 식초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만듭니다. 먹는 재미와 맛이 함께한다고나 할까요. 주방장이 직접 와서 만든 재료와 먹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더해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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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매불망 먹고싶었던 낙지호롱구이.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살작 구운 후 양념을 바른 것입니다. 구운 낙지의 고소함까지 더했으면 역시 양념이 주는 미감은 남도의 정취를 입안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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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낙지만으로 배를 채울 순 없어 공기밥을 시켰습니다. 그랫더니 따라나온 반찬들...

무안 갯벌에서 나는 생선, 게, 새우 등으로 만든 젓갈과 오늘 담궜다는 김장김치가 추운날 어렵게 찾아온 식객의 마음을 가득채웁니다. 정말 엄지손가락을 치켜줄 만큼 아름다운 밥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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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암식당

다음날 느지막히 일어난 덕분에 아침은 거르고 찾은 짚불구이의 원조-두암식당입니다. 이곳은 돼지삼겹상를 볏짚에 구워주는 곳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식당입니다. 역시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깊이 들어간 곳에 있습니다. 네이게이션이 아니면 찾아가지도 못할 듯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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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밖이나 안 풍경은 소박합니다. 이미 방송에도 나왔던 곳이고 많은 식객들이 찾은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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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1인분에 12,000원. 좀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맛집이고 고기를 이렇게 밖에서 볏짚으로 구워주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가격입니다.

​밖에 이렇게 고기를 구울 창고가 따로 있습니다. 2년 정도 묵은 짚을 쓴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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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온 반찬들. 전형적인 시골 밥상 모습입니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소박하면서 정갈합니다.

특히 삼겹살을 찍어 먹는 소스는 갯벌에서 나는 게를 갈아만든 게장을 씁니다. 비리지도 않고 게 특유의 고소함과 함께 짭쪼롬한 남도의 맛이 우러난 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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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불구이는 이렇게 1인분씩 구워져 나옵니다. 볏짚으로 구웠기 때문에 고기의 기름이 빠지고 재가 묻어있는 것이 특색입니다. 그래서 짚 특유의 고소한 풀내음이 입안에 배입니다. 남자 둘이 3인분 정도 먹었으니 서울에서 파는 삼겹살과 양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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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소스를 발라 입안으로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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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고기먹을 때 밥을 먹는 습성때문에 게장비빔밥을 시켰습니다. 아마 짚불구이에 게장비빔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식 코스입니다.​ 이 비빔밥은 고추장이 아니라 위의 게장으로 비벼먹습니다. 비빔밥 자체도 맛있지만 같이 나온 국 역시 구수한 된장과 멸치국물의 시원함이 최고의 밥상을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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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는 탓도 있고 날씨조차 도와주지 않아 애초의 계획보다 훨씬 덜 먹고 왔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먹방여행이었습니다. 언제가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 '두곳'이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