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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s_K 8542  공감:4 2015.12.23 01:38

연말을 맞아 올해를 기념할 만 한 선물 없을까 고민하다 최근에 라미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만년필 '라미 임포리엄(LAMY imporium)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독일 필기구 전문 메이커인 라미는 실용적이고 다양한 필기구를 생산하고 있는데, 특히 대중적인 만년필로 유명한 사파리 시리즈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세련된 디자인과 카트리지 방식의 편리성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필기구를 원하는 분들의 욕구에 만족할 만 한 수준의 퀄리티를 가진 만년필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좀 더 고급화한 임포리엄을 출시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야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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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급 만년필 하면 아직 많은 분들이 몽블랑이나 펠리칸 정도를 떠올릴 듯 한데, 여기에 라미 임포리엄 라인이 추가되어 선택권이 폭넓어졌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입니다.


임포리엄이란 명칭은 이탈리아어 'Imperium(황제)'를 어원으로, 전체적인 외관은 모던한 느낌에 그리스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적인 감성이 더해졌습니다.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은 곧게 쭉 뻗은 직선의 바디와 하이그로시 소재의 원통형 캡 등 서로 대조되는 요소를 고급스럽고 재치있게 조합하여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길로쉐 패턴의 바디는 그리스 건축 양식의 석조기둥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며, 입체감을 주는 동시에 뛰어난 그립감을 느끼게 합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에 본사를 둔 라미의 100% '메이드 인 저먼'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임포리엄은 이태리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가 디자인했습니다. 마리오 벨리니는 건축과 제품 디자인의 영역에서 모두 인정받는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찰스 임스 이후 처음으로 개인전을 진행한 디자이너로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은 직선이 가진 단순함에 부드러운 곡선의 더한 정밀함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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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임포리엄은 최고의 디자이어가 만들어낸 수작이며, 과감한 디자인과 혁신성 때문에 여러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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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포리엄은 티타늄, 맷블랙, 블랙&골드의 3가지 컬러로 출시되며, 만년필 뿐만 아니라 수성펜, 볼펜, 샤프 등도 함께 출시되었습니다. 만년필에 불편하거나 어색한 분들은 좀 더 실용적인 볼펜이나 수성펜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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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과감히 티타늄 컬러는 선택했습니다. 좀 더 젊은 취향이 가미되었고, 기존 고급 만년필의 레진 소재와 다른 뭔가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몽블랑은 수성펜이 이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 본격적인 리뷰를 한번 해볼까요.


​만년필을 구매하면 기본 케이스 외에 기프트 박스가 함께 주어집니다. 박스 자체의 재질은 기본 케이스와 같은 종이 박스 형태로 내부는 천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 고급스럽다 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성의없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담백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독일 메이커답게 실용성을 추구한 모습입니다. 사실 시계살 때도 크고 좋은 박스 받은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받을 때만 기분 좋을 뿐 보관하기도 여간 거추장스런 것이 아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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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 박스를 열면 상부에 펜이 위치하고 윗면을 들어올리면 아래 설명서와 융이 있습니다. 서비스로 주어진 잉크 카트리지 1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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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을 닫은 상태에서는 심플하고 모던한 라미의 이이덴티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진공이온도금(​PVD Coating) 기법으로 구현된 티타늄 컬러는 중후하고 단단해보입니다. 클립에 살짝 라미 로고가 새겨진 것으로 라미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만이 소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인데,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디자인 철학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대중적인 사파리 라인이 커다란 라미 로고를 넣어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강조한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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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을 열었을 때 펜촉 부분은 바디 부분의 길로쉐 패턴과 대치되는 원통형 문양으로 필기시 펜이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기능성을 가집니다. 보기에도 좋지만 필기구의 근원적인 기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건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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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의 펜촉은 14K 골드닙입니다. 가운데 골드 밴드가 있고, 끝에는 이리듐 팁(Tip)을 사용했습니다. 펜촉 표면에 브리더 홀(Breather Hole)이 없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사각형의 바이 컬러(투톤)로 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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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더 홀이란 만년필 내부의 잉크와 외부 공기가 만나 교환되는 환기구로 잉크의 흐름을 좋게하는 역할을 해 대부분의 만년필에서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임포리엄은 브리더 홀 없이도 잉크의 흐름을 원할하게 한 하이테크놀로지가 적용되었습니다. 브라더 홀이 있는 사파리 만년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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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만년필이 펜촉에 우아한 장식 문양과 달리 라미 임포리엄은 펜촉과 평행으로 직선을 넣은 것은 상당히 독특한 부분입니다. 마치 레이싱카의 본넷 스트라이프를 닮았습니다. 본넷 스트라이프가 드라이버의 방향감각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가진 것처럼 필기시 더 안정감있게 글씨를 쓰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6종의 촉 사이즈가 있으며 EF, F, M, B, OM, OB로 제 만년필은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EF촉입니다.


​분해하면 컨버터가 보이는데 컨버터는 바디에서 분리됩니다. 컨버터 대신 카트리지를 꽂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미의 장점인 컨버터와 카트리지를 병행해서 사용 가능다하는 부분이 임포리엄의 또하나의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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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의 형태와 구조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이정도에서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펜의 시연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임포리엄 만년필과 함께 라미 잉크와 노트를 준비했습니다. 카트리지를 써도 되지만 역시 만년필은 잉크를 주입해서 쓰는 것이 정감있습니다. 만년필에 잉크를 넣어 멋진 노트에 스스슥~... 생각만으로도 낭만적이고 제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습니다. 물론 잉크주입 방식은 불편함이 있어 추후에는 주로 카트리지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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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의 텐션은 스프링 방식으로 확실히 부드럽고 고급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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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를 주입할 때 컨버터를 분해해서 펌핑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왠지 만년필은 펜촉까지 담궈 펌핑하는 것에 익숙해 있습니다. 잉크 컬러는 블루입니다. 라미 잉크병은 잉크 잔량까지 모두 주입할 수 있도록 내부 구조가 되어 있으며 아래 부분에 잉크 주입시 묻은 잉크를 닦을 수 있는 종이롤이 있습니다.


컨버터 끝부분을 돌려주는 것으로 잉크가 주욱 따라 올라옵니다. 방법도 쉽고 뛰어난 밀착력이 보는 것만으로 기분좋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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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는 내가 쓴 것을 보여드릴려다가 부끄러워 좀 더 연습해보려 합니다. 대신 주위에 글씨 좀 이쁘게 쓴다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타임포럼' 써달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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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친구에게도 임포리엄의 감상을 좀 물어봤습니다.​ 캘리그라피에 재능이 살짝(?) 있는, 평소 펜으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고급져보이는 외형. 수트 차림의 젊은 CEO들에게 어울릴 것 같다. 굵어보이는 펜대가 실제 필기시엔 적당하다고 느껴진다. 대체로 필기감이나 그립감은 훌륭하다.​ 부드럽게 써지는 것이 장점으로 정숙하게 잘 만들어진 고급 세단을 타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만년필 사용시 약간의 사각사각대는 느낌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만년필을 사용할 때의 즐거움이 줄어들 것 같다."... 이 정도의 평가를 하더군요. ^^


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냥 만년필만 잘 써도 되겠지만 시계나 여행에 대한 리뷰를 써왔기에 이 만년필 역시 조금 디테일하게 리뷰해봤습니다. 다음주면 크리스마스고, 새해가 되면 입학선물, 졸업선물에 고민하는 분들 많을텐데요. 또 저처럼 자신에게 근사한 선물 하나쯤 하고픈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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