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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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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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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는 크게 네 개의 라인업으로 구성됩니다. 씨마스터와 스피드마스터가 끄는 쌍두마차 그리고 컨스텔레이션과 드 빌이죠. 최근에는 스페셜리티라고 해서 올림픽이나 뮤지엄 에디션 같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모델이 여기에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네 라인업의 하나에 포함되곤 합니다. 이것은 다시 세분화됩니다. 오메가 라인업의 특징으로 스와치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브랜드라는 특수성과 활용할 아카이브가 풍부해 나타나는 보기 드문 예에 해당합니다. 다이버 워치인 씨마스터 라인업은 오리지날 빈티지를 충실하게 재현한 씨마스터 300, 600m의 고심도 방수에 과거와 현재를 믹스한 플래닛 오션 600M, 실용범위의 방수성능을 취하고 범용성을 내세운 아쿠아테라. 그리고 오메가 모던 다이버 워치의 시작을 알린 지 25주년을 맞이하는 다이버 300M로 크게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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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대표모델 Ref. 2531.80

1990년대 초반의 씨마스터 라인업은 다소 어수선했습니다. 라인업을 이끌어 온 과거의 주역들이 은퇴할 시기를 찾지 못했고, 이는 이들을 대체할 신모델이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1993년 씨마스터 다이버 300M, 당시 이름으로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이 선을 보이며 문제가 해결됩니다. 현대적인 다이버 워치를 주창한 새 다이버 워치는 단숨에 주역을 꿰차며 각광받기 시작합니다. 이름에서 프로페셔널을 위한 고성능을 드러낸 씨마스터 다이버 300M는 300m 방수와 포화잠수 능력을 기본으로 갖췄습니다. 레크레이션 다이버가 아닌 전문 다이버를 타겟으로 삼아 고심도 잠수를 대비한 사양이었습니다. 즉 헬륨가스를 사용하는 포화잠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헬륨가스 배출밸브를 기본으로 장비했던 것이죠. 다른 경쟁사들은 이것을 채용하지 않거나 혹은 더 깊은 방수능력을 갖춘 모델에 선별적으로 채용했던 것과 대비를 이뤘습니다. 케이스에 스며든 헬륨가스는 다이버가 수면으로 상승할 때 약해진 수압에 의해 부피가 팽창합니다. 이 때 팽창한 헬륨가스는 글라스를 비롯 시계의 파손을 야기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용도는 물론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의 상징적인 역할을 겸하게 됩니다. 

가독성을 고려해 야광의 발광과 대비되는 검정색이 다이버 워치 다이얼의 표준 색상과도 같았다면,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파란색 다이얼이 기본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케이스 백에 새긴 해마와 더불어 상징과도 같은 물결무늬를 넣었는데요. 당시로서는 어쩌면 파격에 가까운 디테일이었을 것입니다. 다이버 워치와 밀접한 물, 바다라는 물결무늬 디테일은 아름답지만 가독성과 배치되는 요소였기 때문인데요. 잠수 시에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물속은 생각보다 어둡고 물의 굴절에 의해 다이얼의 디테일은 잘 드러나지 않는 대신 야광을 올린 인덱스가 표시 정보의 중심이 되리라는 계산이죠. 실제로 씨마스터 다이버 300M는 큼직한 바와 도트 형태의 야광 인덱스를 사용했습니다. 시, 분, 초침 모두 야광을 사용했고, 시침과 분침은 굉장히 특징적인 형태로 완성했습니다. 변형 소드(Sword) 핸드에 가까운 실루엣이지만, 발광하는 면은 도트와 삼각형으로 분명하게 구분했습니다. 물속에서도 빠르게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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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골든 아이에 쿼츠 탑재 모델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방수시계 개념 확립에 공헌한 마린, 다이버 워치의 시대와 줄곧 함께 한 선대 씨마스터를 통해 축적한 경험은 케이스 디자인에 녹아 들었습니다. 케이스 측면 라인을 연장해 자연스럽게 크라운 가드 역할을 부여했고, 베젤의 측면은 스캘럽(Scalloped, 가장자리에 조개를 늘어놓은 듯한 패턴) 가공을 해 입체적인 형태를 갖추는 동시에 바다의 이미지를 곁들여 냅니다. 물론 이 디테일의 최우선은 조작 편의성으로 다이버가 두꺼운 장갑을 끼고도 손쉽게 조작을 할 수 있도록 위함입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또 하나의 디자인 특징은 5연 브레이슬릿입니다. 무광 표면가공을 기본으로 대칭을 이루는 작은 링크 일부를 유광 처리해 화려하면서도 견고함을 갖췄습니다. 특히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역사를 시작한 1세대의 경우, 브레이슬릿 링크의 곡선성이 강해 전체를 이루면 상당한 근육질을 드러냅니다. 탑재한 무브먼트는 칼리버 1120이 주를 이뤘습니다. ETA의 칼리버 2892를 베이스로 삼은 무브먼트로 범용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밸런스가 좋은 기종으로, 당시 오메가 라인업 전반에 탑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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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대표모델 Ref. 2220.80. 1세대와 비교해 외관에서 변화는 감지하기 어렵지만, 입체적인 오메가 로고와 칼리버 2500 탑재에 의한 코-액시얼 표시가 다이얼에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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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수혈한 칼리버 2500

기능과 미적인 측면에서 완성형 디자인으로 등장한 덕분에 2006년 2세대에 해당하는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외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시계의 핵심인 무브먼트에서는 상당히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오메가가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발전시킨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의 도입으로 기계식 시계의 심장부에 메스를 가한 이후, 무브먼트 전반에 걸쳐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로 변경이 이뤄집니다. 시계 부품 중 가장 스트레스가 큰 팰릿 포크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동력 효율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는 칼리버 2500으로 현실화 됩니다. 특히 2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무브먼트에 따라 생산년도가 구분되곤 하는데요. 칼리버 2500이 새 심장을 이식 받으며 나타난 거부반응을 여러 차례의 리비전으로 완화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25,200vp의 진동수를 비롯 대대적인 수정을 거치며 칼리버 2500이 안착하게 되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의 시기를 함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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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베젤 인서트를 사용한 3세대 모델

2012년 리뉴얼을 단행한 3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2세대와 달리 무브먼트에서는 변화가 없습니다. 대신 외관 중심의 변화를 꼽을 수 있으며, 알루미늄 베젤 인서트를 대체해 세라믹 인서트를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소재의 차이가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죠. 베젤 인서트의 10분 단위 폰트는 볼드하게 바꿔 가독성의 향상을 꾀했습니다. 데이트 윈도우의 배경색은 다이얼과 매칭을 이루는 어두운 색상으로 바뀌는 변화도 빼놓을 수 없지만, 상징과도 같은 물결 무늬가 사라집니다. 알루미늄 인서트에 비해 두드러진 존재감을 발하는 세라믹 인서트 사용에 따른 전체 밸런스 조정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요. 디자인의 완성도를 떠나 상징적인 디테일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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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5주년을 맞이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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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시스루 백과 칼리버 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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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요소와 설계로 탄생한 인하우스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8800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변화를 이룬 4세대는 역대 모델 중 가장 빼어난 완성도와 상품성을 자랑합니다. 홀수 세대, 짝수 세대로 구분해 외관과 무브먼트를 번갈아 진화를 이뤘던 패턴이었지만, 두 영역에서 고른 진화를 보여줍니다. 세라믹 베젤 인서트를 계승하는 한편, 전 세대에서 사라졌던 다이얼의 물결무늬는 레이저 인그레이빙 가공을 통해 더욱 굵고 선명하게 회기했습니다.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의 상징인 헬륨가스 배출밸브는 형태를 바꿔 크라운과 혼동(?)을 피했고, 개폐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더해 안정성에 더했습니다. 무브먼트는 인 하우스에서 생산하는 칼리버 8800의 탑재로 역대 엔진 중 가장 강력합니다.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 전체적인 무브먼트의 밸런스를 잡아냈고, 실리시움을 포함한 현대적인 소재와 변화한 라이프 스타일까지 고려해 실제 생활에서 유용한 요소들, 즉 내자성능, 정확성에 기반한 신뢰성을 구축했습니다. 깊은 물속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표시해야 하는 사명을 지닌 다이버 워치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에 변함없이 충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에서는 최초로 도입한 시스루 백 디테일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입니다. 화려하게 빛을 산란하는 아라베스크 패턴의 무브먼트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뿐더러, 물에 들어가기 전 시계의 작동 여부를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신 씨마스터의 심벌인 해마가 자취를 감췄지만 크게 아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스루 백의 디테일은 아마 베젤의 측면의 스캘럽 가공을 변형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접하지만 위화감 없이 시계에 녹아 들었습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는 이제 30년의 역사를 향해 나아갑니다. 25주년이라는 반환점을 돌며 내딛은 첫 걸음이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역대 모델 중 가장 빼어난 진화를 이룬 덕분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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