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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청년 1987  공감:4 2019.07.18 00:05

불현듯 문페이즈 시계가 갖고 싶어졌습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타임온리 또는 날짜까지 있는 시계를 넘어서 더 많은 기능이 있는 시계는 관심도 없고 예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문페이즈가 너무 갖고 싶어졌습니다.

 

기계식 시계를 사용하는 이유의 90% 이상은 감성적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은 컴퓨터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지금 시대에서 보면, 기계식 시계에는 뭐 하나 애플워치를 넘어설 기능은 없습니다. 파텍의 초호화 컴플리케이션조차도...

그래도 기계식 시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 감성적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기계식 시계를 논하면서 기능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좀 맞지 않는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까지 시계를 골라왔던 기준에는 기능적인 면도 매우 중요한 선택의 요소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복잡 시계는 비싸서 못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관심이 없었으니까요......줘도 안갖는다는 당당함이랄까??^^)

 

지극히 제 개인적인 시계 기능에 관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계에서 꼭 필요한 기능은 시침과 분침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반드시 초침이 있어야 합니다. 내 시계가 죽지 않고 잘 살아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감성적인 면으로도 설명이 가능하고, 기능적으로 보더라도 정확한 시간 세팅을 가능하게 해 주고, 시계의 오차를 알 수 있게 해 줘서 시계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니까요^^

날짜 창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꽤 유용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여러 시계를 돌려차다 보면 시계가 멈출때도 많고 날짜까지 다시 맞추기는 좀 귀찮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날짜가 잘못된 상태로 시계를 차고 다닌 적도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생각해 보자면 와인더 사용이 가능한 자동시계에는 있는 게 좀 더 좋고, 수동 시계에는 없는 게 좀 더 좋습니다.

파워리저브 기능은 (사람에 따라서는 반대로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 것 같은데) 저는 자동시계에는 있으면 유용한 기능이고, 수동시계에는 그닥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당연히 있다고 싫어할 이유는 없죠^^). 자동시계는 요녀석이 얼마나 배가 고픈지를 알기 어려운데, 수동시계는 주기적으로 와인딩을 해 주다보니 시계가 얼마나 배고픈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워리저브가 일주일을 넘어가는 시계라면 수동시계여도 유용한 기능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

 

여기를 넘어가는 기능은 음.....별달리 필요가 없는 기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월인지를 시계를 봐야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문페이즈 기능은 더더욱 그렇고(지금 보름달이 떴는지가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데이나잇 기능도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모를 바 아니니까요....

.... 데이 나잇 인디케이터는 날짜창 있는 시계의 경우에 멈춘 시계를 다시 맞출 때 꽤 유용한 기능이지만, 굳이 이럴 때를 생각해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필요는 못느꼈습니다.

월드타임 기능이나 GMT 기능도 제 개인적으로는 외국 시간을 알아야 할 일이 많지 않아 유용한 기능은 아니었죠....

크로노 기능은?? 허허허 크로노 시계를 차면서 이 기능을 진짜로 유용하게 쓰시는 분은 잘 못봤습니다.^^*

퍼페츄얼 캘린더는?? 4년마다 한번 작동되는 기능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2번 연속으로 사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전에 오버홀 주기가 올테니까요....

 

시계를 기능적으로만 보면 이렇다는 겁니다.

그러나 기계식 시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감성의 기준에서 보면 충분히 지갑을 열만큼 매력이 있는 기능들입니다. 온 우주가 내 손목위에 구현되어 있다는 느낌, 그것도 톱니바퀴의 움직임만으로 기계적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느낌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니까요....게다가 수동크로노 시계의 환상적인 뒷백은 정신줄을 놓게 만들죠.

그래도 지금까지 저는 이런 감성 보다는 좀 더 이성에 치우친 판단을 해왔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껏 제가 가졌던 시계는 모두 시분초가 있는 단순 시계와 날짜창 정도가 추가된 시계들이었습니다.

심플워치가 주는 깔끔한 매력도 너무 컸구요....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정말로 하등의 필요가 없는 문페이즈가 너무 갖고 싶어졌습니다.

기존에 제가 가졌던 생각을 기초로 보면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정말 문페이즈가 갖고 싶어졌습니다.

따뜻한 달님이 보여주는 "갬성"의 세계에 빠져 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시덕 생활 20년이 다 되어 가다 보니, 후보군은 금방 추려졌습니다.

1차 후보군은 아래 녀석들이었습니다(몇 개 더 있었지만, 그래도 저를 상당한 시간 동안 고민 시켰던 녀석들만 추려본 겁니다)

랑에 1 문페이즈 / 그랑 랑에 1 문페이즈 / 랑에 작소니아 애뉴얼캘린더 / 파텍 칼라트라바 5396 / 파텍 칼라트라바 5146 / 파텍 노틸러스 5712

(사진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썼는데, 부적절하면 지우겠습니다)


<랑에 1 문페이즈>

1.jpg


<그랑 랑에 1 문페이즈>

2.jpg


<랑에 작소니아 애뉴얼캘린더>

3.jpg


<파텍 칼라트라바 5396>

4.jpg


<파텍 칼라트라바 5146>

5.jpg


<파텍 노틸러스 5712>

6.jpg


이중에서 첫번째로 out 된 녀석은 노틸러스 5712!!!

기본적으로 금통 드레스워치를 구하고 있는데 컨셉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도 선택을 하더라도 구할 방법이 없어서입니다. 가격도 이미 안드로메다...ㅎㅎㅎㅎ


다음으로 out된 녀석은 랑에 작소니아 애뉴얼캘린더!!!! 시계 자체만으로는 너무 멋진데, 왠지 파텍 애뉴얼캘린더와 비교하면 선택이 주저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파텍이다"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요??ㅠㅠ


그 다음은 그랑 랑에 1 문페이즈!!! 이 녀석은 랑에 1 문페이즈 때문에 밀려났습니다. originality 면에서 랑에 1 문페이즈가 좀 더 나은 것 같았고, 무엇보다 랑에1 문페이즈에 있는 데이나잇 인디케이터의 미친 갬성 때문입니다.

....사이즈가 제 기준으로는 좀 크기도 했고, 다이얼 기능창이 너무 윗부분으로 쏠린 느낌이어서 균형감 측면에서 살짝 아쉬웠던 것도 있습니다. 


그 다음은 파텍 5396!!!! 같은 애뉴얼캘린더인데 제 눈에는 5146이 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기능을 보더라도 5396 24시간 기능보다는 5146의 파워리저브 기능이 좀 더 유용할 것 같았고, 5146의 다이얼 구현방식이 좀 더 구닥다리 같지만 5396의 현대식 구현방식보다는 끌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는 랑에 1 문페이즈와 파텍 칼라트라바 5146이었습니다.

이 두 녀석은 너무 다른 시계여서 고민이 계속됐고, 자고 나면 선택이 바뀌는 상황이 지속되었더랬습니다^^*

원래 수동시계를 갖고 싶었기 때문에 랑에 1 문페이즈를 선택할 상황이었지만, 파텍의 유혹은 너무 컸습니다.

"그래도 파텍으로 가야하지 않겠어?"라는 악마의 속삭임!!!!^^

그리고 랑에 1 문페이즈를 선택하는데 딱 한가지 주저하게 된 것은 밸런스휠 아래 부분에 페럴라쥬 피니싱이 생략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엔트리급 모델인 (구형) 작소니아에도 되어 있는 그 피니싱을 랑에는 도대체 왜 생략한 걸까??ㅠㅠ


상당한 고민을 거듭하면서, 어쨌든 결정을 하려면 파텍 칼라트라바 5146 out 시켜야 할 이유를 억지로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찾아낸 이유는.... "난 애뉴얼 캘린더가 필요 없어" 였습니다. ㅎㅎㅎㅎ

날짜 맞추기도 귀찮아 죽겠는데, 월과 요일도 맞춰야 한다니....시계 한번 멈추면 많이 피곤하겠군....하는 생각을 하고, 결국은 랑에 1 문페이즈로 결정!!!!


결국 선택한 랑에 1 문페이즈는,

문페이즈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원래 문페이즈를 갖고 싶었으니 이게 젤 큽니다.^^(다만, 문페이즈를 제대로 맞춰서 다니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러 시계를 차다보니 시계가 자주 멈추게 되는데 그때마다 한참 동안 달님 모양 맞추고 있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입니다. ㅎㅎㅎ 그럼 왜 문페이즈를 산거지??ㅠㅠ)

데이나잇 기능의 미친 "갬성"이 저를 자극했습니다. 24시간 표시 기능이라는 드라이한 기능을 이렇게 멋지게, 그것도 있는듯 없는듯 구현하다니.... 정말 미친 "갬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문페이즈와 데이나잇 인디케이터 기능을 넣고도, 랑에 1 originality를 거의 손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랑에 1은 출시 당시부터 그 자체로도 감동적인 시계였는데, 여기에 문페이즈와 데이나잇 인디케이터 기능을 추가해서 2% 존재하던 심심함도 일거에 없애 버렸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조금은 있습니다. 일체형의 신형 무브가 옛 무브보다 시각적으로 좀 더 밋밋하고 심심합니다. 털숭숭난 예전 밸런스휠이 더 예뻐 보이기도 합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구형할래 신형할래?"라고 물으면 당연히 신형입니다. 그놈의 데이나잇 갬성 때문에....ㅠㅠ


이렇게 해서 지금 제 손목에는 랑에 1 문페이즈가 올라와 있습니다.

7.jpg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입니다.

오랫동안 이런 느낌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시계에서 "가성비"를 찾는 건 애당초 말이 안되니, "가심비"라도 오래오래 느껴야 할테니깐요^^*


혹여라도 여기에 언급된 다른 시계를 평가절하 할 생각은 0.000001도 없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최고의 시계들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시계를 고르면서 나름 생각한 이유를 자세히 써 본 것은 그 고민의 과정 자체가 시계 생활의 큰 재미이기 때문입니다(누군가는 또 그 나름의 이유로 랑에 1 문페이즈를 out 시키고 다른 선택을 하시겠지요) .

그리고 혹여 다른 회원님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신다면 참고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이기도 합니다. 

1년 정도 차다보면, 지금은 느끼지 못한 감동적 요소도 더 있을 꺼고, 아쉬운 점도 발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에는 실제 사용에 기반한 좀 더 자세한 리뷰를 한 번 써 보겠습니다. ^^


진로청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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