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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뻔 했던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가 세계 최고의 시계 브랜드로 다시금 일어서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현재 랑에 운트 죄네의 제품 개발 디렉터를 역임하고 있는 앤소니 드 하스(Anthony de Haas)도 있습니다. 2004년부터 랑에 운트 죄네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랑에 운트 죄네가 자랑하는 수많은 시계가 탄생하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전면에 나서 랑에 운트 죄네의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을 알리는 브랜드의 얼굴 마담 같은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타임포럼은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1(Watches & Wonders Geneva 2021) 개막에 맞춰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신제품에 관한 이모저모와 그의 시계 여정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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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소니 드 하스(Anthony de Haas) 약력 : 
네덜란드 워치메이킹 스쿨을 졸업한 뒤 세이코 네덜란드 애프터 서비스 부서에서 워치메이커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IWC를 거쳐 컴플리케이션 스페셜리스트 르노 & 빠삐(Renaud et Papi, 현 오데마 피게 르노 & 빠삐)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 그는 미니트 리피터와 컴플리케이션 부서장이 되어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한다. 르노 앤 빠삐를 방문한 랑에 운트 죄네의 CEO에게 발탁되어 2004년 랑에 운트 죄네로 전격 이직한다. 


신제품 랑에 1 퍼페추얼 캘린더는 기성 퍼페추얼 캘린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녔다. 랑에1의 오프센터 다이얼에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제품 개발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퍼페추얼 캘린더를 재창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랑에 1 퍼페추얼 캘린더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4년에 한 바퀴씩 회전하고 매월 7.5°씩 움직이는 48단계 캠 대신 다이얼 외곽에 월을 표시하는 커다란 링을 설치했다. 링 모양의 월 디스플레이는 시간과 다른 날짜 인디케이터를 감싸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매커니즘의 구동과 전환에 관한 혁신적인 설계가 필요했다. 월 디스플레이는 내부에 있는 여러 톱니바퀴에 의해 1년에 한 바퀴 회전한다. 중요한 것은 달이 바뀔 때마다 순간적으로 30°씩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조그마한 무브먼트에서는 실로 커다란 움직임이다. 아울러 윤년을 제어하기 위해 별도의 메커니즘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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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5.056


랑에 1 퍼페추얼 캘린더의 칼리버 L021.3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칼리버 L021.3은 랑에 1 데이매틱에 탑재된 칼리버 L021.1을 기반으로 한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퍼페추얼 캘린더가 표시하는 여러 정보를 순간적으로 바꾸기 위해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와인딩 매커니즘을 새롭게 개발했다. 그리고 랑에 1 데이매틱의 기어트레인을 그대로 가져가는 동시에 랑에 1 데이매틱에 사용된 메인스프링보다 더 강한 메인스프링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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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1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5.033

트리플 스플릿의 칼리버 L132.1은 더블 스플릿의 칼리버 L001.1보다 기능이 복잡하고 부품 수도 많다. 그럼에도 두께는 0.1mm 줄어들었고, 파워리저브는 늘어났다. 비결이 무엇인가?

우리는 무브먼트에 다른 층을 쌓는 대신 아워 카운터 핸즈를 제어하는 102개의 추가 부품을 통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치밀하고 영리한 설계를 바탕으로 부품을 재배열함으로써 무브먼트의 두께를 줄일 수 있었다. 파워리저브는 무브먼트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설계를 개선해 증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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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플 스플릿 Ref. 424.037F

트리플 스플릿에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마찰과 이로 인한 정확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분리 메커니즘(Disengagement mechanism)이 적용됐다.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분리 메커니즘 덕분에 진폭 손실 없이 랩 타임을 측정할 수 있다. 기존의 설계는 레버가 라트라팡테 하트 캠과 계속 맞물린다. 집게처럼 생긴 레버가 라트라팡테 휠을 강제로 멈추게 하면 라트라팡테 핸즈도 정지하지만 크로노그래프 핸즈는 여전히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라트라팡테 특유의 이런 메커니즘은 부품간의 마찰을 야기하기 때문에 정확성과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치 자동차의 클러치가 미끄러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리플 스플릿은 라트라팡테 기능을 중단했을 때 라트라팡테 하트 캠에서 레버를 들어올려 마찰로 인한 진폭 감소와 이로 인한 오차 발생을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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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플 스플릿의 칼리버 L132.1

랑에 운트 죄네에 오디세우스(ODYSSEUS)라는 스포츠 워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스포티하면서 우아한 시계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됐다. 귄터 블륌라인(Günter Blümlein)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오디세우스의 개발은 고객들의 요청을 따른 것이다. 랑에 운트 죄네의 시계를 소유한 많은 고객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계가 너무 좋은 나머지 휴가나 스포츠를 즐기는 와중에도 시계를 벗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우리는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누리지만 랑에 운트 죄네의 훌륭한 장인 정신과 기술적 완벽함 없이는 그 어떤 활동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오디세우스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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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세우스 Ref. 363.179

랑에 운트 죄네로 오기까지 어떤 경험을 쌓았나?

네덜란드의 시계 학교를 졸업한 뒤 세이코 애프터 세일즈 부서 소속 워치메이커로 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IWC를 거쳐 르노 & 빠삐에서 미니트 리피터 및 컴플리케이션 부서장이 됐다. 몇 년 뒤에는 르노 & 빠삐의 세일즈, 마케팅, 인사부장을 역임했다. 어느 날 독일의 한 클라이언트가 회사를 찾아왔는데 독일어를 할 수 있는 내가 매뉴팩처를 안내하게 됐다. 그는 다름 아닌 랑에 운트 죄네의 CEO였다. 매뉴팩처 투어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나에게 랑에 운트 죄네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내가 내린 결정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다.

제품 개발 디렉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계 회사에서 제품 개발은 초기 아이디어부터 출시 및 그 이후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랑에 운트 죄네에서의 제품 개발은 브랜드 전략과 유산에 따라 여섯 개의 컬렉션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이는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고객, 수집가, 컨설턴트와의 대화를 토대로 시장의 수요를 파악한 뒤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여러 방안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다음 디자인, 샘플링, 프로토타입 제작 및 테스트를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생산에 들어간다. 나의 직업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을 꼽는다면 이런 일들이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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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랑에 1 문페이즈 Ref. 182.086

랑에 운트 죄네에서 이룩한 성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랜드 컴플리케이션(the GRAND COMPLICATION)이다. 가장 매혹적인 매커니즘의 독특한 조합은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이자 놀라운 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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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페추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즈, 플라잉 세컨즈, 그랑 소너리, 미니트, 리피터를 총망라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912.032

작고한 발터 랑에(Walter Lange)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발터 랑에와의 추억에 대해서는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항상 우리 부서의 업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의 역사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가장 큰 염원은 점핑 스윕 세컨즈 핸드와 그의 증조부 페르디난트 아돌프 랑에(Ferdinand Adolph Lange)가 1867년에 제작한 스타트/스톱 기능을 갖춘 시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가 세상을 떠난 해에 스타트/스톱이 가능한 점핑 세컨즈 워치 1815 “오마주 투 발터 랑에(Homage to Walter Lange)”를 발표해 시계를 향한 고인의 열정을 기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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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5 "오마주 투 발터 랑에" Ref. 297.032

독창적인 메커니즘과 새로운 무브먼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고객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랑에 운트 죄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열정이야말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나는 매우 창의적인 팀을 이끌고 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술자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새로운 콘셉트로 엮어낼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은 나에게 큰 성취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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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랑에 운트 죄네 팬들과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을 글라슈테에 있는 랑에 운트 죄네의 매뉴팩처에서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 언젠가는 랑에 운트 죄네의 환상적인 시계를 창조하고 있는 워크샵을 함께 둘러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