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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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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Rolex)의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는 익히 유명합니다. 시계사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서 애호가들의 위시 리스트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곤 합니다. 롤렉스 내에서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비싼 시계로 통하기도 합니다. 지난 2017년 20세기 미국 헐리우드를 풍미한 대배우 폴 뉴먼이 생전에 착용했던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6239가 필립스 경매에서 1775만2500달러(약 230억원)에 낙찰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시계는 브랜드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손목시계로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2년 뒤 온리 워치 경매에 출품된 파텍 필립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A-010(3100만 스위스 프랑, 한화로 약 420억원)에게 왕좌를 내주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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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과 그가 생전에 착용한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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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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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터 케이스와 스크루 다운 푸시 버튼을 도입한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6240

 

현대 시계사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이하 데이토나)는 1963년 탄생했습니다. ‘데이토나’라는 이름은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답게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해변의 백사장에서 열리는 데이토나 컨티넨탈(Daytona Continental) 레이싱 대회에서 유래했습니다. 다만, 초창기 Ref. 6239는 모델에 따라 다이얼에서 제품명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토나라는 이름을 다이얼에 본격적으로 표기하기 시작한 건 1965년 나온 Ref. 6240부터입니다. 이때 스크루 다운 푸시 버튼을 적용하고 롤렉스 특유의 오이스터 방수 케이스를 도입하는 등 세부적으로도 점점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토나는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세부 디자인이 시시각각 바뀌고 같은 레퍼런스 안에서도 요소요소가 다른 모델이 한둘이 아닌데요. 그래서 데이토나의 세대를 큰 범주로 나눌 때는 무브먼트로 구분하곤 합니다. 밸주 72 시리즈를 비롯한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1세대, 1988년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400을 수정한 자동 칼리버 4030과 같은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사용한 2세대, 새천년(2000년)을 맞아 선보인 자동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130을 도입한 3세대로 분류됩니다. 이번 리뷰의 Ref. 116500LN은 그렇게 따지면 3세대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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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116500LN은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였습니다. 바로 직전 Ref. 116520과 가장 큰 차이는 역시나 베젤입니다. 스틸 대신 독자적인 세라믹 합성물인 세라크롬(Cerachrom)을 과감히 도입했습니다. 이전까지 플래티넘이나 골드 소재의 제품에만 사용하던 소재를 스틸 모델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한 셈입니다. Ref. 116500LN을 흔히 ‘세라토나’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답게 베젤 표면에는 평균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타키미터 스케일이 새겨져 있습니다. 각 눈금은 PVD 공정을 통해 플래티넘 입자를 얇게 채워 넣어 좀더 또렷해 보입니다. 더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직경 40mm 케이스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탁월한 내부식성을 자랑하는 오이스터스틸(Oystersteel)로 제작했습니다. 방수 사양은 100m. 다소 볼드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여느 스포츠 워치와는 다르게 러그를 얇게 설계하면서 날렵한 형태를 계속해서 이어갑니다. 표면 역시 전체 폴리시드 가공을 통해 광을 한껏 살려 차별화된 매력을 뽐냅니다. 케이스백은 롤렉스답게 역시나 막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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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또한 큰 변화 없습니다만, 화이트 다이얼 버전은 각 카운터에서 스케일을 표시한 테두리에 베젤과 같은 검은색을 칠했습니다. 같은 부분이 실버였던 이전과 비교하면 인상이 확실히 짙어졌습니다. 세라크롬 베젤과의 조화도 뛰어나고요. 나머지 디자인은 블랙과 화이트 다이얼 둘 다 전작과 큰 차이 없습니다.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논-데이트 스타일에 안정적인 트라이-컴팩스(3, 6, 9 쓰리 카운터) 구조를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3시 방향에 30분 카운터, 6시 방향에 스몰 세컨드, 9시 방향에 12시간 카운터가 각각 자리합니다. 12시 방향에는 롤렉스의 왕관 로고 아래로 브랜드명, 모델명, 크로노미터 관련 문구가 길게 표시돼 있습니다. 시/분침 및 아플리케 아워 인덱스에는 고유의 크로마라이트(Chromalight) 야광 물질을 꼼꼼히 도포했습니다. 참고로, 어둠 속에서 푸른 빛으로 발광하는 크로마라이트는 일반적인 슈퍼루미노바보다 야광이 좀더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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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동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130을 탑재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 파워리저브는 72시간입니다. 지금도 크로노그래프에서 72시간 파워리저브는 높은 편에 속하는데요. 칼리버 4130은 지금으로부터 22년전에 그만한 파워리저브를 구현해냈으니 당시로서는 기술적 성취가 대단했던 셈입니다. 롤렉스가 개발한 블루 파라크롬 오버코일 헤어스프링 및 파라플렉스 충격 흡수 장치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뛰어난 항자성과 내구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안정성 역시 20년이 넘는 세월을 통해 검증을 완료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COSC) 인증도 빠짐없이 획득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조작계는 안정적인 컬럼 휠과 수직 클러치 조합의 현대적인 구성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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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슬릿은 3연 링크 구성의 오이스터 브레이슬릿을 장착했습니다. 중간 링크는 케이스와 동일하게 유광 가공하고, 양쪽 사이드 링크는 브리시드 가공을 통해 무광 처리했습니다. 케이스처럼 전체 유광 처리했다면 단조로울 뻔했는데, 무광을 혼용한 덕분에 입체적인 느낌이 납니다. 클라스프에는 링크를 빼지 않고 브레이슬릿 길이를 어느정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이지링크 컴포트 익스텐션 시스템이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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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116500LN은 현재 가격이 1854만원입니다. 물론, 이 가격에 제품을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애호가들은 그럼에도 웃돈을 얹어서라도 데이토나를 손에 넣고자 합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건 개인의 몫이지만, 엄청난 프리미엄을 차치하더라도 데이토만한 크로노그래프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왕관을 앞세운 롤렉스라는 브랜드 파워와 신뢰성, 그를 대표하는 컴플리케이션이라는 지위, 시계사에도 이름을 아로새긴 아이콘이라는 상징성 등 데이토나를 갈망할 이유는 여전히 차고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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