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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이 주얼리 & 워치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의 퍼블릭 전시 이벤트 '사랑의 다리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서사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타임포럼은 이미 두 차례나 이벤트 관련해 자세하게 소개한 바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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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P 전시장을 방문한 배우 박신혜 

 

이번 게시글에서는 서울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스위스 제네바에서 방한한 본사 관계자의 설명을 통해 전시 이벤트 관한 보다 심도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전시를 관람하지 못한 분이나 곧 관람 예정인 분, 이미 봤지만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되새기고 싶은 분이라면 타임포럼의 일문일답을 통해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하기 내용은 본사 관계자와의 인터뷰 형식을 취했지만 특정 개인의 의견에 그치지 않은, 반클리프 아펠 메종의 공식 입장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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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아펠 타임피스를 주제로 한 이 정도 규모의 퍼블릭 전시 이벤트는 한국에서는 처음 열린다. 이번에 소개한 제품들에 관해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이번 이벤트에서는 새로운 타임피스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여러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는데, 우선 ‘러브 스토리(Love Stories)'부터 소개하고 싶다. ‘러브 스토리’는 우리 메종에게 매우 중요한 테마다. 퐁 데 자모르(Pont des Amoureux)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이전에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타임피스로 러브 스토리 테마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러브 스토리’ 테마에 또 다른 하이 주얼리 워치도 세 피스 포함돼 있는데 아주 유니크한 타임피스들로 한국에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간략하게 덧붙이면, 전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미티스 & 느부갓네살(Amytis & Nabuchodonosor)'과 ‘아이다 & 라다메스(Aïda & Radamès)’ 시크릿 워치가 

‘러브 스토리’의 구성을 완성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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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다 & 라다메스 시크릿 워치

베르디의 오페라 속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의 공주이자 포로인 아이다와 이집트의 무장 라마데스의 비련의 사랑에서 영감을 얻은 시크릿 워치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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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페어리 워치 33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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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개할 테마는 ‘발레리나와 요정(Ballerinas and Fairies)’이다. 2021년 첫 선을 보인 레이디 페어리(Lady Féerie) 워치도 이번에 만나볼 수 있다. 이 시계는 제네바 시계그랑프리(GPHG 2021)에서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부문을 수상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지금껏 소개한 페어리 워치 중 가장 작은 33mm 사이즈를 취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발레리나가 구름 위에 앉아있고 보름달도 보이고 요술 봉으로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제품인데 이번 전시 이벤트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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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샹떼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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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샹떼 워치(Lady Arpels Ballerines Enchantées watch)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론칭해 그 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 GPHG 2013)에서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워치 부문을 수상한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샹떼를 보다 경쾌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뉴 버전으로 지난해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Watches & Wonders Geneva 2022)에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발레리나가 나비로 변신하는 일종의 시크릿 워치(Secret watch)로, 전시장 부스에서 볼 수 있다. 지금 발레리나 앙샹떼를 시크릿 워치라고 했는데, 다이얼에서 바로 시간을 보여주지 않고 요청을 해야만 시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전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샹떼와 마찬가지로 온-디맨드 애니메이션(On-demand animation) 기능을 탑재해 8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발레리나의 튀튀에서 패티코트가 올라가면서(시’를 가리키는 부분이 먼저 올라오고 그 다음에 분이 나타남) 나란히 다이얼 좌우에서 시와 분을 표시하고, 몇 초간 지속된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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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제작된 오리지널 루도 시크릿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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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혹적인 자연'을 테마로 한 전시 공간 

 

‘쿠튀르의 찬란한 영감(Couture Inspirations)’을 주제로 한 타임피스 몇 점도 선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루도 시크릿 워치(Ludo secret watch)가 있다. 네 번째 테마로는 '매혹적인 자연(Enchanting Nature)'이 있다. 말 그대로 메종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인 자연에서 착안한 큰 챕터다. 이 공간에서는 지난해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은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Lady Arpels Heures Florales watch)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시계는 같은 해 제네바 시계그랑프리(GPHG 2022)에서 이노베이션 상(Innovation Prize)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시계와 함께 우리는 GPHG 트로피도 가져왔다. 이노베이션 상은 다른 컴플리케이션 부문의 수상 보다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차별성을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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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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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의 ‘시간의 서사시(The Poetry of Time)'가 실제로 인정을 받고 ‘시간을 보여주는 방법’을 완전히 다르게 구현한 것으로 심사위원들이 상을 준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는 18세기의 주제를 가지고 꿈을 구현한 것이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의 소원은 정원을 거닐면서 시계가 없이도 어느 꽃의 꽃잎이 벌어지면 몇 시인지 시간을 아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나, 둘, 셋 카운트하면서 꽃이 변모되는 것을 보고 시간을 알게 되는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는 그의 상상력을 완전하게 구현한 타임피스로 이번에 한국에 첫 선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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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신제품, 레이디 주르 뉘 데 플레르 워치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매혹적인 자연(Enchanting Nature)'을 테마로 한 또 다른 노벨티도 주목할 만하다. 레이디 주르 뉘 데 플레르(Lady Jour Nuit des Fleurs)란 모델로 이번 서울 전시 이벤트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것이다. 이 시계에는 두 개의 영감이 결합돼 있다. 바로 자연(꽃)과 천문학(Astronomy)으로, 다이얼 안에서 달과 해가 뜨고 계속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해가 떠오를 때 꽃이 서서히 깨어난다. 완전히 만개할 때까지는 약 1시간 반이 걸린다. 이렇듯 해가 뜨면 꽃들이 깨어나고 낮 동안은 다이얼이 더욱 컬러풀해지며 꽃잎 뒤의 미니어처 페인팅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달이 뜨면 서서히 꽃잎이 닫히면서 모습을 바꾼다. 이렇듯 상당히 매혹적인 타임피스를 한국의 시계애호가들과 고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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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워치 (쌍둥이자리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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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워치 (하이 주얼리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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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에틱 아스트로노미' 테마의 전시 공간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포에틱 아스트로노미(Poetic Astronomy)' 부스에서는 조디악(별자리)에서 영감을 얻은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워치(Midnight Zodiac Lumineux watches)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2014년 첫 선을 보인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과 2018년 발표한 여성 버전인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워치(Lady Arpel Planétarium watch)도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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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워치 (루비 버전) 

멜로디와 스코어를 동시에 재생하는 뮤직박스 기능을 탑재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카프리치오(Capriccio for piano and orchestra)'를 재생한다. 온-디맨드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작동하며 다이얼 안에서 생동하는 발레리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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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나와 요정' 테마를 소개하는 오페라 방

 

한편 아까 소개를 빠트렸는데, '발레리나와 요정' 챕터에는 뉴욕시티발레단의 공동 창립자이자 신고전주의 발레의 창시자로 통하는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의 발레극 '주얼스(Jewels)'에서 영감을 얻은 발레리나 클립들과 함께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Lady Arpels Ballerines Musicales) 트릴로지도 속해 있다.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타임피스 3부작은 '주얼스' 오리지널 발레와 마찬가지로- 1막 에메랄드, 2막 루비, 3막 다이아몬드로 구성- 3가지 각기 다른 보석의 테마를 중심으로 각각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메종이 이번 서울 전시 이벤트를 위해 가져온 컬렉션을 소개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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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데 자모르 타임피스들에선 메종의 숙련된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히 더욱 주목해서 봐야 할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공예예술) 테크닉은 무엇이 있을까? 

 

아무래도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에나멜링 기술에 담긴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다이얼은 블랑 드 리모주(Blanc de Limoges)로 불리는 화이트 에나멜 파우더를 이용한 그리자유(Grisaille) 기법으로 제작되었고, 메종의 장인들에 의해 완벽하게 컨트롤되어 현재의 결과물을 낳았다. 이번에 스위스에서 메종의 여성 아티스트 두 명이 함께 방한했는데 그리자유 에나멜 기법 시연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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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오톤느 워치(가을 버전)의 다이얼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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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 단계의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 다이얼

8~10회 정도로 나눠서 해당 부위 레이어의 수정과 도포 작업을 마치면 800~900°C 정도 고온의 오븐에서 약 3분 정도 구워내는 전통 그랑 푀(Grand Feu)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보통 이런 식으로 다이얼 하나를 완성하는데 40~5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엄청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불어로 회색을 뜻하는 단어(gris)에서 유래한 그리자유는 16세기 프랑스에서부터 사용된 전통 에나멜링 기법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로 블랙, 화이트, 그레이 계열의 무채색 에나멜 도료를 이용해 다이얼에 여러 겹의 음영을 드리운다. 기본 아이디어는 오리지널 퐁 데 자모르 뉘(Nuit, 밤) 버전부터 시작하는데, 화이트 에나멜 파우더 위에 다크 블루 및 블랙 에나멜을 더해 작업을 한다. 이때 여러 강도(Intensity)를 희석시켜 특유의 모노크로매틱(Monochromatic, 무채색) 다이얼을 얻는다. 이렇게 하면 다이얼의 전체적인 인상이 부드러워지고 컬러의 음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한 색상에서 다른 색상으로 바뀔 때 그 변화가 단계적으로 그리고 더 소프트하게 나온다. 물론 원한다면 선명한 대조(Strong contrast)를 만들 수도 있고 스무스한 변환(Smooth transition)도 가능하다. 이는 다른 에나멜링 테크닉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주(Jour, 낮) 버전에서 특히 도드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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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이베 워치(겨울 버전)의 브레이슬릿 젬세팅 작업 모습

일명 세르티-네즈 골드 주얼리 브레이슬릿에서도 다이얼에 구현한 계절의 테마(눈꽃)를 확인할 수 있다.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는 또한 골드 케이스백에도 각 시계의 테마에 맞춰 섬세한 인그레이빙 처리가 되어 있고, 사계(四季)를 다룬 하이 주얼리 워치 버전의 경우 스톤 세팅의 수준 또한 정말 빼어나다. 메종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스노우(Snow) 세팅 기법을 적용해 표면이 매우 부드럽고 정교하다. 다이아몬드와 컬러 젬스톤이 조화를 이룬 일명 세르티-네즈(Serti-neige) 스타일의 골드 주얼리 브레이슬릿을 예로 들면, 작은 스톤 옆에 큰 스톤을 놓을 때도 이것을 불규칙하게 배치하되 또 지나치게 불규칙해서는 안 된다. 일단 눈으로 보기 좋아야 하고, 기하학적인 배치와 미학적인 완성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세팅 뿐만 아니라 스톤 자체를 선별하는 것부터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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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 다이얼 작업 모습 

 

워치메이킹과 젬세팅, 메티에 다르 3가지 각기 다른 영역을 조화롭게 하나의 타임피스에 담아내는데 있어 메종의 전문성이 어떤 지점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에서 첫 선을 보인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가 해당 카테고리에 속하는 대표작이 아닐까 싶다. 우선 다이얼을 보면 금 조각들(Gold sculptures)과 함께 미니어처 페인팅(Miniature painting) 기법으로 칼 폰 린네의 정원 속 꽃들을 수작업으로 재현했다. 마치 3D 퍼즐처럼 220개의 조각으로 구성돼 있고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페인팅하고 조각해서 만든 것이다. 덧붙여 에나멜 작업은 화이트 마더오브펄 다이얼 바탕이 아니라 글라스 뒷면에 적용했다.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의 경우 여러 피스들이 언뜻 보면 같아 보이지만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다. 왜냐면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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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스리지에 워치 조립 모습 

 

또한 워치메이킹 측면에서도 특별하다. 총 533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2건의 특허 출원을 받아 엔지니어링 측면에서도 매우 혁신적인 타임피스다. 플라워 오프닝(Opening the flowers for the hours) 모듈을 통해 1시간 단위로 다이얼 위에 꽃을 피우는 애니메이션을 구동하고, 매우 정교한 디퍼런셜 기어 시스템(Differential gear system)을 추가해 케이스 측면에 레드 바 형태로 분을 표시하는 래터럴 디스플레이(Lateral display)와 연동하고 있다. 꽃의 움직임에 요구되는 파워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디테일한 요소들이 다이얼의 아름다움과 결합되게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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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전시 이벤트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아카이브와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패트리모니얼 컬렉션 타임라인

 

지난 2019년, 스위스 메헝(Meyrin)에 위치한 반클리프 아펠의 워치메이킹 워크샵을 방문한 적이 있다. 로비 한쪽에 과거의 패트리모니얼 타임피스들(Patrimonial pieces)을 전시한 게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일부 소개되고 있다. 메종에게 있어 패트리모니얼 타임피스들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 작품들을 항상 깊이 살펴보고 있다. 정말 훌륭한 패트리모니얼 피스들이 있으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다시 말해 패트리모니얼 피스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요즘의 테이스트에 맞게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퐁 데 자모르 역시 버전 1이 있고 버전 2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역사를 되돌아보고 예전에 제작한 것들을 가지고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패트리모니얼 피스들은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하고 아주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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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y)’ 캐비닛 

 

2019년 선보인 뉴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에는 2010년 오리지널 버전과는 다른 오토매틱 베이스에 새롭게 개발된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모듈이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무브먼트 개발에만 4년이 소요됐다고 들었는데, 가장 힘든 과제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우선 다이얼을 보면 버전 1(오리지널 버전)과 버전 2(후속 버전)의 가장 큰 차이는 12시 방향에서 두 연인의 간격이다. 버전 2가 간격이 더 크다. 이는 의도된 것이다. 버전 1에서는 두 남녀가 아주 가깝게 있고 키스를 할 때 스텝을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는 그 스텝을 조금 개선하고 싶었다. 스텝을 좀 더 크고 눈에 띄게 만든 것이다. 키스를 할 때 두 연인은 시간대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더 이상 시간을 나타내지 않고 오롯이 키스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스텝을 할 때는 더 큰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무브먼트(배럴)에서 에너지를 끌어오면서 기어트레인과 애니메이션 모듈을 통합했다. 8시 방향의 푸셔를 눌러 온-디맨드 애니메이션 트리거를 활성화하면 다이얼의 시(여성)와 분(남성) 핸드가 어디에 위치하든 즉각적으로 두 핸드(연인)가 약 10초간 서로 마주한 뒤 원래의 시간을 가리키던 위치로 되돌아간다. 덧붙여 애니메이션 작동 후에도 시계가 완벽하게 정확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무브먼트의 아키텍처(구조)를 이전 버전 1과 완전히 다르게 제작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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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 데 자모르 무브먼트 조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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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분에 해당하는 두 연인을 형상화한 워치 핸드

 

한편 온-디맨드 애니메이션과는 별개로 정오와 자정이 되면 두 연인은 약 3분간 서로 마주하고 다가가 키스를 유지한다. 우리는 이를 ‘프렌치 키스’라고 부르곤 한다. (웃음) 그리고 또 다른 디테일한 변화로는 버전 1는 키스를 할 때 손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아주 가까이 서로 마주 보다가 키스를 하는데 반해, 비전 2는 키스를 요청하면 손이 재빨리 올라가면서 거의 달려가듯(돌진하듯) 키스를 한다. 우리는 이들이 다리 위에서 만날 때 어떻게 할지를 상상해봤다. 바로 키스를 할지, 아니면 조금 속도를 늦출지, 아니면 잠시 머뭇거린 후 할지... 결과적으로 잠시 멈추는 쪽을 택했고 우리는 이를 ‘서정적인 멈춤(Poetic stop)’으로 부르고 있다. 실제 애니메이션 작동시 두 연인은 달려와서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는데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게 쳐다본 후 키스를 나누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덧붙여 두 사람 중 하나가 좀 더 높이 있을 때 키스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지, 상대방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등도 고심했는데, 한 사람이 조금 올라가 있고 상대방이 밑에 있으면 같은 높이가 될 때까지 계속 올라가고 높이가 같아지면 키스를 하는 식으로 수정했다. 이렇듯 기술적인 디테일을 많이 고려하고 새롭게 통합해야 했기 때문에 약 4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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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데 자모르 워치에 처음으로 온-디맨드 애니메이션 기능을 탑재했다. 온-디맨드 애니메이션 관련해 메종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오토마통(애니메이션) 작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제대로 스무스하게 작동하는가 이다. 무브먼트가 처음 작동할 때건 멈출 때건 모두 스무스하게 또한 스피드도 균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독자적인 레귤레이션 시스템(Regulation system)으로 컨트롤하고 있다. 스피드가 스무스하고 항상 같게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퐁 데 자모르에서 우리는 세밀하게 각본으로 짜인 키스(Orchestrated kiss)를 적용한 셈이다. 두 사람이 속도를 늦추고 서로를 바라보고 동시에 시간에 맞춰 행동하도록... 사소한 디테일 하나에 정말이지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뉴 퐁 데 자모르 워치 시리즈는 낮과 밤, 사계절과 같이 여러 테마로 다양한 버전이 소개되어 더욱 화제를 모았다. 각 테마를 위해 각기 다른 디자인이 세심하게 적용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메종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선 두 연인과 러브 스토리의 지평선을 확대하는 것이 흥미롭다. 이들은 같은 도시에 있지만 서로 다른 여러 곳에서 만난다. 주(Jour, 낮) 버전과 뉘(Nuit, 밤) 버전은 같은 파리임에도 배경이 되는 장소가 다르다. 포시즌(사계) 버전도 배경 장소가 제각각 이다. 심지어 남성 버전인 미드나잇 퐁 데 자모르 워치도 장소적 배경이 여성 버전과 다르다. 관련해 우리는 파리의 4군데 다리를 실제 방문해서 그곳을 관찰하고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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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프렝땅 워치(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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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이베 워치(겨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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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퐁 데 자모르 최초로 컬러 버전을 대거 도입했는데, 이번 피스를 위해 자체적으로 그리자유 컬러를 따로 개발했을 정도다. 그리고 포시즌 버전의 경우 다이얼에 있는 디자인 요소들이 하이 주얼리 브레이슬릿에도 아름답게 반영돼 있다. 더불어 케이스백에도 이러한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스토리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하겠다. 두 사람이 다리 위에 있고 해와 달이 있고 두근거리는 기다림의 순간이 담겨 있다. 포시즌 버전에는 나뭇가지 위에 사랑을 나누는 새(Loving bird)가 나오기도 하고, 나뭇가지는 계절에 따라 바뀐다. 겨울의 경우 눈의 패턴이 추가되는 식이다. 연인들의 옷도 같은 것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모자를 쓰거나 코트를 입거나 스커트 주머니에 손을 넣는 식으로 변주했다. 반면 남성용 미드나잇 버전의 경우 케이스백에 다리하고 우산만 남아 있고 두 연인은 사라지고 없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각자의 해석에 맡길 따름이다. 실제 전시에서 더 많은 디테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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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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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퐁 데 자모르는 아니지만 레이디 아펠 웨 플로럴 워치의 경우 시간을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시간을 들여 시간을 읽는다(Take the time to read the time)'로 해석하곤 한다. 해당 타임피스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마치 어린 아이처럼 하나, 둘, 셋, 넷 카운트하면서 ‘4시’라고 알게 되듯 시계와 순간을 함께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일종의 메커니컬 아트(Mechanical art, 기계 예술)가 워치메이킹과 함께 메티에 다르와 만나 수작업으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다. 시간을 다르게 해석하는 이러한 우리들만의 방식에 정말 큰 재미를 느끼고 있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다양한 동기부여와 에너지도 얻는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지금까지의 인터뷰 진행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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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리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서사시' 전시 

 

날짜: 2023년 1월 28일까지

시간: 월~목,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금~토 오전 11시 ~ 오후 8시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관

** 본 전시는 무료 전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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