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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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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6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은 자타공인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예술공예)의 마스터로 통합니다. 워치메이킹 역사상 각종 메티에 다르 기법이 이토록 널리 소개된 적은 없었으며, 그 선두에는 단연 바쉐론 콘스탄틴이 있습니다. 메티에 다르 타임피스로만 구성된 동명의 컬렉션을 전개할 만큼 메종이 이 분야에 갖는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타임포럼은 지난해 바쉐론 콘스탄틴의 하이 워치메이킹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첫 시리즈 연재로 메티에 다르를 택했습니다. 메티에 다르 세계로의 여정을 떠나기에 앞서 이번 시리즈 연재의 큰 줄기는 이렇습니다. 우선 여러 메티에 다르 기법 중 비교적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에나멜링(Enamelling)으로 포문을 열고, 인그레이빙(Engraving), 기요셰(Guilloché), 젬세팅(Gemsetting) 순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특정 메종에 국한되긴 하지만 메티에 다르 분야의 거장인 바쉐론 콘스탄틴의 풍부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그동안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진 메티에 다르의 진면모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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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워치메이킹과 메티에 다르의 앙상블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17세기 중반 완성한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The Girl with a Pearl Earring)'를 에나멜 장인 아니타 포쉐(Anita Porchet)가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 기법으로 오리지널 모습 그대로를 재현했다. 싱글 레이어 작업에만 2주 이상이 걸리고 각각의 컬러를 안정화하기 위해 800°C 이상 고온의 가마에서 20번에 걸쳐 구워내는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포트레이트 작업 하나만 총 7개월 정도가 소요됐다고. 미니어처 에나멜링의 최종 완성에만 총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참고로 시계 전체 제작 과정은 총 8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Ref. 57260를 비롯해 각종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주축으로 하이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동시대의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인 시계 제조에도 통달했다는 사실에 혹자는 놀라움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통적으로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은 멀티-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테크니컬한 측면 뿐만 아니라 아티스틱한 측면, 다시 말해 하이 워치메이킹과 메티에 다르가 거대한 기둥처럼 브랜드를 양쪽에서 떠받들며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계공학적인 작품과 예술공예적인 작품이 따로 분리되기 보다는 하나의 타임피스 안에 오롯이 녹아있어 후대에도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인문주의적이고 문화적인 소명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하나의 타임피스가 스타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성 및 장인기술이 돋보이는 차별화된 매력을 발산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 공방에선 장인들이 곧 아티스트이고 아티스트가 곧 장인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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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티에 다르 빌레 루미에르 파리 버전 

'빛의 도시' 파리의 밤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에서 착안해 샹르베 에나멜링 기법과 에나멜 파우더로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 하나의 다이얼 제작에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될 만큼 장인의 혼을 담아 정성을 기울인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장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마치 릴레이 경주를 하듯 자신이 평생 단련한 예술공예 기법들을 후대에 전수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장인들은 저마다의 기술을 갈고 닦으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예술적인 그리고 기술적인 혁신을 시도하곤 합니다. 메종은 이러한 작업들을 그저 묵묵히 지원하면서 각 장인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프로젝트를 이끌어갑니다. 관련해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및 헤리티지 디렉터인 크리스티앙 셀모니(Christian Selmoni)는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종 특유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다른 분야에 속하는 여러 요소를 통합하고, 변화시키고, 해석함에 있어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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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위에 에나멜(미네랄 재질의 용해물질)을 덧칠해 장식하는 에나멜링 기법 자체는 약 4천년 전인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기원으로 할 만큼 무척 오래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도자기류를 포함한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 장식용 오브제, 상류층 여성들의 치장을 위한 장신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장식 기법으로 활용되어 차츰 진화한 것인데요. 이후 비잔틴 제국과 페르시아는 정교한 에나멜 공예품을 멀리 중국에까지 수출했을 정도로 에나멜링 기법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게 됩니다. 한반도의 경우 이와 유사한 형태의 칠보(七寶, 유리질을 녹여 금속 위에 장식하는 기법) 공예가 삼국시대부터 등장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이토록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에나멜링 기법이 워치메이킹에 도입되기 시작한 건 훨씬 후인 16세기부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나멜링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클락 및 포켓워치에 컬러풀한 활력과 개성을 불어넣었고 그 자체로 해당 타임피스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이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바쉐론 콘스탄틴과 같은 일부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은 전통 에나멜링 기법을 전 세대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타임피스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워치메이킹 역사상 유례없는 메티에 다르 황금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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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랑 드 리모주로 불리는 화이트 에나멜 파우더 

가장 까다로운 에나멜링 기법 중 하나인 그리자이유의 재료가 된다.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각종 에나멜링 기법에 관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특별한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메티에 다르 공방 소속 에나멜 장인들을 보통 마스터 에나멜러(Master Enameller)로 부릅니다. 메종은 마스터 에나멜러를 가리켜 “파우더와 불을 활용하여 시계를 장식하는 유서 깊은 노하우를 전승하는 진정한 연금술사”로 칭송할 만큼 각별하게 생각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마스터 에나멜러는 에나멜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에나멜링은 샹르베(Champlevé), 클루아조네(Cloisonné), 바스 타이유(Basse taille), 그리자이유(Grisaille), 미니어처 페인팅(Miniature painting), 플리카주르(Plique-à-jour) 또는 플랭케(Flinqué)와 같은 고유의 기법과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특별한 시계를 장식하고 개성을 더하는 예술이다."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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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 에나멜을 다이얼에 입히기 전의 모습 

소형 절구에 넣고 다시 곱게 치대면서 오일을 배합해 점도를 조절한다.

 

에나멜 파우더는 산화규소(SiO2)를 포함한 광물질 덩어리를 정제수와 함께 절구통에 곱게 치대 잔여물을 걷어내고 남은 고운 가루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미량의 금속산화물을 추가해 컬러를 입히고 특수하게 배합한 오일을 섞어 매우 가느다란 붓(브러시)을 이용해 원하는 시계의 부위(다이얼 혹은 케이스 등)에 세심하게 덧바른 다음 800°C 이상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작업을 통틀어 에나멜링 프로세스로 봅니다. 이 과정에서 에나멜을 어떤 식으로 채우는가, 어느 특정 온도에서 구워내는가, 컬러를 어떻게 배합해 어느 순으로 도포하고 구워내길 반복하는가 등의 방법론적인 차이에 따라 해당 에나멜링 기법의 이름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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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컬러 에나멜 파우더 

다른 미량의 금속산화물을 추가해 색을 입힌다.

 

오뜨 오롤로제리(하이 워치메이킹) 전통에서는 코퍼(동), 실버(은), 골드(금) 소재의 베이스 위에 수작업으로 얇은 에나멜 레이어를 입힌 후 구워내는 방식으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수고로운 작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장인들은 에나멜에 혹시 금이 가거나, 표면에 미세한 기포가 생기거나, 소성(燒成) 과정에서 컬러가 타버리거나 변색하는 것과 같은 작품이 변형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연속적으로 소성 과정을 진행합니다. 흔히 그랑 푀(Grand Feu)로 알려진 에나멜링 기법은 녹는 점의 온도가 기존의 에나멜보다도 높은 820~850°C인 경우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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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성 공정 후 다이얼을 식혀 건조하는 모습 

고온의 가마에 넣고 반복해서 굽기 때문에 열에 강한 재질의 받침과 채가 반드시 필요하다. 

 

# 주요 에나멜링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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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plevé 샹르베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에나멜링 기법으로, 오목판 조각 기법을 응용한 드라이포인트(Drypoint)로 원하는 모티프를 인그레이빙하고 빈 공간을 컬러 에나멜로 채우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이때 파낸 공간 밖으로 에나멜이 넘치지 않게 해서 색이 섞이지 않게 하는 것 또한 핵심입니다. 이후 800°C 이상의 온도에서 연속적으로 소성 공정을 거쳐 에나멜을 녹이고 전체를 평평하게 다듬는 래핑(Lapping) 유형의 폴리싱 공정으로 광채를 더하고 더욱 매끈한 표면 마감을 완성하는 유약 소성 공정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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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캐비노티에 '라 뮤지끄 뒤 떵' 싱잉 버즈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새이자 1초에 200번의 날갯짓을 할 수 있는 허밍버드(Hummingbird, 벌새)를 다이얼 위에 샹르베 에나멜링 기법으로 형상화했다. 새의 생동감을 강조하고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장인은 팔레트의 컬러를 10개까지 늘렸으며 각각의 새에 맞는 섬세한 그라데이션까지 더함으로써 수준 높은 경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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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isonné 클루아조네 

클루아조네 에나멜은 다이얼 위에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얇은 골드 또는 실버 와이어로 틀을 만들고(이때 소성 과정에서 사라지는 접착제 또는 트라카간트라는 검으로 베이스에 고정함) 그 안을 5겹 정도로 에나멜 도료를 채워 구워내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각 공간에 여러 겹으로 에나멜을 채우고 다시 여러 번의 소성 과정을 거침으로써 원하는 볼륨과 컬러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소성 공정이 끝나면 표면은 래핑 및 유약 공정을 통해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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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캐비노티에 라 캐러벨(La Caravelle)

1950년 오리지널 모델(Ref. 4308)을 재현한 유니크 피스로, 중세시대 최초의 항해용 선박 캐러벨을 다이얼 위에 클루아조네 에나멜링 기법으로 섬세하게 형상화했다. 다이얼 제작에는 유명한 에나멜 장인 아니타 포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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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ique-à-jour 플리카주르 

클루아조네에서 파생한 에나멜링 기법으로 메탈릭 베이스를 사용하지 않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원하는 모티프의 칸을 소성 후 산(Acid)으로 용해해 제거할 수 있는 얇은 코퍼(동) 틀에 부착하고 각각의 공간을 컬러 에나멜로 채워 구워내는 방식으로 완성합니다. 일련의 공정을 통해 틀이 사라지게 되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신비로운 효과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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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Métiers d'Art Les Aérostiers) 시리즈는 20세기 초의 열기구를 통해 비행에 대한 열망과 동화적인 상상력을 동시에 한 작품 안에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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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ature painting 미니어처 페인팅

구운 에나멜 레이어 위에 원하는 모티프를 수작업으로 채색하는 방식을 일컫습니다. 여러 겹의 얇은 레이어를 다채로운 컬러로 연출한 후 연속적인 소성 공정을 거쳐 완성하며 모티프가 정교할수록 더 많은 소성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페인팅이 완성되면 장인은 투명한 에나멜 플럭스(Flux, 혼합염)를 더해 작품을 보호하고 특유의 광채와 깊이감을 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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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메티에 다르 샤갈과 오페라 드 파리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명물인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유명한 천장화를 다이얼에 재현한 작품으로, 프리랜서 에나멜 장인 아니타 포쉐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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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nqué 플랭케 

원래 기요셰 기법을 칭하는 용어로써 물결치는 듯한 방사형의 해당 기요셰 패턴을 적용한 메탈 표면 위에 반투명의 컬러 에나멜을 덮는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을 포괄적으로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클루아조네 등 다른 에나멜링 기법과 함께 적용하면 더욱 복잡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작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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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메티에 다르 유니버스 인피니스 

2012년 발표한 컬렉션으로 네덜란드 출신의 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화이트 골드 베이스 위에 핸드 기요셰와 클루아조네 에나멜링 기법으로 완성했다. 

 

Tallow Drop Enamelling 탤로우 드롭 에나멜링

클루아조네 또는 샹르베 에나멜링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 공정을 거칠 때마다 축 처지는 에나멜의 특성상 얇은 레이어로 구성된 칸 안에 살짝 곡선을 이루는 레이어로 배치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튀어나온 부분을 스톤으로 다듬고 플럭스 코팅을 더하게 됩니다. 탤로우 드롭 에나멜링 기법을 적용하게 되면 마지막 에나멜 레이어의 곡선을 살려 소성 공정 이후에도 볼록한 형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다른 제조사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독특한 에나멜링 기법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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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saille 그리자이유 

그리자이유 에나멜링 기법에는 블랑 드 리모주(Blanc de Limoges)로 불리는 순백의 에나멜 파우더가 사용되는데, 수세기 전부터 도자기로 유명한 프랑스의 한 도시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반건조된 도자기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 백색 유약을 일컫는 다른 표현입니다. 전통적으로 그리자이유 에나멜링 기법은 어두운 배경(주로 블랙 계열) 위에 점진적으로 블랑 드 리모주를 펼쳐 연속적으로 누적시키는 방식으로 그레이톤의 컬러와 특유의 인상주의 화풍과도 같은 명암 효과를 연출합니다. 가마에서 구워내는 소성 공정에서 열기가 조금만 과해도 디자인이 뭉개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레이어는 초 단위로 계산된 정밀한 시간 동안 소성을 거치게 됩니다. 일반적인 에나멜 페인팅(미니어처 페인팅)과 차별화된 입체적이면서도 깊이감 있는 연출이 가능해 소수의 장인만이 마스터할 수 있는 가장 까다로운 에나멜링 기법 중 하나로 손꼽히며, 바쉐론 콘스탄틴은 그리자이유 에나멜의 전통을 계승하는 극소수의 메종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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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메티에 다르 오마주 아트 드 라 댄스 

발레리나를 주제로 한 에드가 드가(Edgar De Gas)의 명화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리허설, 클래스, 공연의 풍경을 3개의 다이얼로 표현한 메티에 다르 작품으로 2014년 첫 선을 보였다. 그랑 푀 및 그리자이유 에나멜링 기법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미세한 튀튀 주름, 벨벳처럼 부드러운 리본 텍스처, 투명한 튤을 매우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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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워치 셀렉션

앞서 소개한 다양한 에나멜링 기법이 적용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대 주요 타임피스 몇 점을 선별해봤습니다. 단절 없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종 답게 19세기 초 제작된 골드 포켓 워치부터 2022년 원-오브-어-카인드 비스포크 컬렉션인 캐비노티에를 통해 선보인 미닛 리피터와 투르비용 기능의 하이 워치메이킹 유니크 피스까지 실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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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0년 제작된 옐로우 골드 포켓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 프라이빗 컬렉션에서 가장 오래된 에나멜 타임피스로, 옐로우 골드 케이스의 뒷면을 장식한 섬세한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을 통해 탐스럽게 피어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아라베스크풍의 섬세하게 투조 세공된 배경에는 블랙 에나멜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19세기 초반 당시 이미 인그레이빙, 기요셰, 젬세팅, 에나멜링까지 다양한 예술공예 기법에 통달한 메종의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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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8년 제작된 에나멜 펜던트 워치 

화이트 골드, 다이아몬드, 진주로 장식된 체인이 시선을 사로잡는 펜던트 타입의 여성용 타임피스이다. 핸드 기요셰 인그레이빙한 배경 위로 미니어처 페인팅과 반투명 에나멜로 플로럴 테마를 섬세하게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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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제작된 메티에 다르 패뷸러스 오너먼트 – 인디안 원고 

메티에 다르 패뷸러스 오너먼트(Métiers d’Art Fabuleux Ornements) 시리즈는 다양한 문화권의 장식예술을 활용해 전 세계의 아름다운 장식 디테일을 예찬한다. 오스만 건축, 중국 자수, 프랑스 레이스, 인도 필사본을 재해석한 4종의 작품 중 인디안 원고(Indian manuscript) 버전은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둘러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10가지 컬러의 에나멜로 동양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꽃을 형상화했다. 샹르베 에나멜링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에나멜 장인 아니타 포쉐가 참여했다. 반면 나뭇잎은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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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제작된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그레이트 시빌라이제이션' - 타니스의 그레이트 스핑크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루브르 소장품 중 '타니스의 그레이트 스핑크스'를 다이얼에 예술적으로 재현했다. 푸른 날개 장식을 플레이트 위에 원하는 문양을 파낸 후 에나멜 도료를 채워 완성하는 전통적인 샹르베 에나멜링 기법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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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출시된 에제리 크리에이티브 에디션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부라노 섬에서 유래한 전통 레이스 장식인 부라노 레이스(Burano Lace)에서 영감을 받은 최신 여성용 타임피스다. 얇은 화이트 골드 소재로 레이스 라인을 만든 다음, 레이스 패턴을 각각 핸드 인그레이빙하고 일부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덧붙여 전통 태피스트리(Tapisserie) 기법에서 착안해 드레스의 섬세한 주름을 연상케 하는 플리츠(Pleats) 패턴의 기요셰를 새겨 에제리 컬렉션의 개성을 표현하며, 빛 반사에 의해 기포나 결점이 두드러져 특히 구현이 어려운 블랙 컬러 에나멜로 깊이를 더했다. 반면 서정적인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일부를 플리카주르 에나멜링 기법으로 투명하게 완성해 특별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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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제작된 캐비노티에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 플라잉 더치맨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작품에 영감을 준 저주받은 선장에 관한 전설을 묘사한 유니크 피스다. 17~18세기 유행한 일명 제네바 에나멜(Geneva enamels) 전통을 바탕으로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으로 성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보름달이 뜬 밤하늘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또한 그리자이유 에나멜링 기법으로 갑자기 등장했다 이내 아스라이 사라질 것만 같은 유령선을 드라마틱하게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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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 시리즈 1편 ‘에나멜링’에 관한 포스팅을 마칩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름다운 예술공예 시계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인그레이빙에 관해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메티에 다르 시리즈 연재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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