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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8일부터 2013년 1월 20일까지의 터키 여행 사진입니다.


몇부작으로 구성된 여행기를 쓰고 싶었으나, 제 능력 밖임을 체감하고 짧게 나마 올립니다.



23일동안, 이스탄불 - 이즈미르 - 셀축 (에페스) - 쿠샤다스 - 파묵칼레 (데니즐리) - 안탈리아 - 카파도키아 - 앙카라 - 사프란볼루 - 이스탄불


의 여정이었습니다.



여름에 친한 친구녀석과 여행을 한번 다녀 왔기에 독고다이도 재밌겠다 싶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신분인지라 아주 편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예산과 타협하며 정말 잘 쉬다 왔습니다.


여행자금은 학기중에 과외로 충당하고, 비행기 표는 가지고 있던 시계를 팔아서 (ㅡ,.ㅡ;;) 샀습니다. 


시계 이름은 마음 아프니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처분하니 딱 비행기 표값만큼 나오더군요.... (털썩)



다시 수험생의 신분으로 돌아가서 시험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23일동안의 마음이 따뜻해지던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뒤늦게 사진으로 나마 여행의 흔적을 전합니다.



집시, 파키스탄 유엔군 사령관, 경찰관, 한국인 유학생, 스페인의 초등학교 교사분, 일본 교수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짧게나마 진솔하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터키에 혼자 간다고 했을때, 주변 지인들이 왜 하필 거길 가냐고 많이들 물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이 사진 한 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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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릭커를 돌아다니다 본 사진인데요, 눈이 하얗게 내리는 갈라타 다리입니다.


이 사진을 본 순간 "여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겨울방학을 이용해 다녀왔습니다.







먼저 첫번째 도시인 이스탄불입니다.


변태같은 비행기 스케줄 때문에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1시, 환전하고 5시간동안 대합실 의자에서 누워있다가 밖으로 나갑니다.


처음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해서 트램을 타고 시내로 들어갈 때가 새벽 6시였습니다.


지도 이미지 파일을 달랑 핸드폰에 넣어서 트램역에 내렸는데, 제 바로 앞에 검은색의 육중한 건물이 보였습니다.



이게 뭔가... 싶어서 올려다보니 1600년 된 아야소피아 성당입니다.


그때 처음 보았던 그 실루엣이 여행을 끝마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실루엣과 건물의 색감, 존재감이 정말 마음에 들어 이스탄불에 있던 일주일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같이 광장에서 아야 소피아를 바라봤습니다.



아야소피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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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소피아에 대항하기 위해 정면에다 만든, 블루 모스크입니다. 아야 소피아보다 1000년 뒤에 건축된 사원인데도, 아야 소피아를 넘지 못한 비운의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메카 이외에 유일하게 한 사원에 6개의 미나레(첨탑)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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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클랄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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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고양이의 천국입니다. 터키쉬 앙고라를 비롯한 오드아이 고양이의 원산지인 반(VAN) 역시 터키 중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길냥이들과 달리, 사람을 보면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안겨듭니다. dsc01843.jpg 

처음 눈이오던 갈라타 다리의 반대편입니다. 아쉽게도 일주일이나 있으면서 플릭커에 올라온 쪽으로는 건너지를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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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내 수고해준 5600BC입니다. 시덕은 어디를 가도 시덕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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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포러스 해협을 지나다니는 유람선에서의 사진입니다. 한화 6천원 정도에 2시간 가량 여유있는 해협 관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날이 맑을 때 실제 바다의 색이 저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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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뇨뉴 선착장의 명물인 고등어 케밥입니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음식인데, 정말 맛있습니다.


참고로 터키는 전세계에서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몇 안되는 나라입니다.


밀과 오렌지, 석류를 비롯해 무화과, 견과류까지, 최고 품질의 농작물을 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여행 초반부에 만났던 친구들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이스탄불까지 스즈끼 해치백을 몰고 온 대단한 친구들입니다.


이날 (12월 31일)이 제 생일이라 뉴욕에서 온 다른 여자분과 넷이서 한참 재밌게 떠들었습니다.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는 틀에 박혀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수도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빈집에서 몇달간 살기도 하고,


날짜 감각도 없이 태국 깊숙한 곳에서 지냈다는 말을 들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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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이라도 주지 않으면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거리의 악사들..... dsc02207.jpg dsc02210.jpg dsc02307.jpg dsc02308.jpg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국가들과 흥망성쇠를 같이 한 이스탄불.


위대한 국가들의 유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아주 멋진 곳입니다.


아놀드 토인비는 이스탄불을 "인류 문명의 살아있는 거대 옥외 박물관"이라고 칭했죠.dsc02396.jpg dsc02397.jpg 



유적지 내부에서도 고양이의 출입은 자유롭습니다. 이것은 400년된 블루모스크를 가던, 1600년 된 아아 소피아에 가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dsc02404.jpg 

블루 모스크의 위용도 역시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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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소피아에는 1월 1일 정초에 첫번째 관광객으로 입장했습니다.

이날이 이스탄불에 도착한지 4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관광객이 신년 이전에 몰리고 휴관일도 겹쳐있어서 벼르고 벼르다 첫 손님이 되었습니다.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성당입니다.dsc02497.jpg 

아야 소피아 성당의 역사는 곧 증축의 역사입니다. 처음에는 중앙의 돔 건물만 달랑 있었는데, 돔의 무게를 기둥들이 지지하지 못하면서

건물의 모든 방향에 지지 구조물을 붙였고, 나중에 오스만투르크 제국에게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자미(이슬람 사원)로 용도를 바꾸기 위해

네 개의 미나레가 추가로 건축되었습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 그때 술탄이 아야 소피아의 아름다움에 반해 약탈-파괴의 대상에서 성당을 제외시킨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때의 용도 변경으로 인해, 성당 내부에는 모자이크 성화와 꾸란 경전의 칼리크래피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아이러니한 조합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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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포러스 해협의 또 다른 명소인 루멜리 히사르입니다. 이스탄불 내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dsc02941.jpg 

이스탄불 시내의 또 다른 명소, 피에르 로티 카페입니다. 이스탄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두번째 도시인 이즈미르(Izmir)입니다. 이스탄불에서 다음 도시인 셀축으로 이동하기 위해 잠깐 거쳐간 도시입니다.

비행기로는 1시간 거리인데, 지형 특성상 차량으로 이동할 시 10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여기서 에게해를 처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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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셀축(Selcuk), 에페스(Ephesus)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에베소가 바로 이 지역입니다.

사도 요한과 성모 마리아가 로마의 박해를 피해 말년을 보낸 곳으로, 그리스 문명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명소입니다.dsc03177.jpg dsc03244.jpg dsc03290.jpg dsc03336.jpg 

성모 마리아의 집과, 에베소의 고도시 등이 모여 있는 에페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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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멍뭉이가 몇 살쯤 되어 보이시나요?


개 주인이 물어보길래 성견인 줄 알고 두 살은 되었겠지~ 했는데 이게 6개월 된 강아지랍니다. 헐 -_-;


목양견으로 쓰이는 시바스 캉갈입니다. 힘이 어찌나 좋은지 성인 남성 두명이 달려들어도 힘으로 제압할 수 없습니다.


성견이 되면 크기가 이만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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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에페스 옆의 소도시인 쿠샤다스(Kusadasi)로 이동했습니다.


유럽인들이 여름마다 몰려오는 휴양지인데, 사모스 섬이 보이는 환상적인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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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개들이 이렇게 널부러져 자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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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를 보면서 여유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진 보니 또 가고 싶네요 ㅜ.ㅜ



다음은 파묵칼레(Pamukkale)입니다. 

목화의 성이라는 뜻의 파묵칼레는, 석회 온천이 1만년의 시간동안 생성한 석회층이 있는 곳입니다.

세계 자연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입니다.dsc03772.jpg dsc03798.jpg 

석회층의 보존을 위해 관람객은 입장 시 신발을 벗고 정상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이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저는 한겨울에 갔기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는게 매우 고역이었습니다.


따뜻한 줄 알고 발을 담갔는데 얼음물이더군요 -_- ;;;


파묵칼레는 터키에서도 상술과 호객행위가 극에 달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이를 미리 알고 갔기에, 파묵칼레만 얼른 올라갔다 바로 다음 도시인 안탈리아로 이동했습니다





터키 여행 중 가장 좋아했고, 지금도 사진만 보면 가서 눌러앉아버리고 싶은 안탈리아입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전지훈련지로 종종 찾는 지중해 최대의 휴양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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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가옥이 이렇게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대리석을 구하기 쉬운 지역이기에, 헤삽츠 거리라고 하는 숙소 밀집 지역은 아예 길 바닥에 대리석으로 보도를 만들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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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타임포럼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는 안탈리아의 망루입니다. 1600년 전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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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탈리아에 간 목적은 지중해를 보기 위함 오직 한가지였습니다. 

여행하는 내내 날씨 운이 좋아서, 보기만 해도 시원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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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의 자갈 해변, 콘얄트입니다.dsc03964.jpg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앞 광장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처음 해변에 내려가서 세시간 동안 음악 들으면서 혼자 바다 구경만 했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을 만큼 환상적인 곳입니다. 


혼자 해변을 임대한 것 같은 멋진 기분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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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빛을 보세요... 어흑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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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자 일을 마친 사람들이 해변으로 내려옵니다. 저렇게 아무것도 없이 털썩 주저 앉아만 있어도 행복한 곳입니다.dsc04287.jpg dsc04292.jpg dsc04545.jpg dsc04553.jpg 


안탈리아의 또 다른 명소는 박물관인데요, 위는 헤라클레스 상, 아래는 춤추는 무희 상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유적입니다. 사실은 야간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갔는데, 의외로 너무나 멋진 조각들이 넘쳐나서 좋은 구경을 했습니다.


지역의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아예 이젤을 들고 와서 그림을 그리더군요. 부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안탈리아에서 다음으로 이동한 도시는 카파도키아(Cappadoccia)입니다. 성경에는 갑바도기아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이스탄불을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터키의 최고 인기 도시입니다.


안탈리아에서는 버스로 10시간(......)이 걸립니다. 


터키의 버스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땅이 넓고 기름값이 비싼 (휘발유 1리터에 3천원입니다) 터키에서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은 버스입니다.


대도시간을 연결하는 버스 회사만 터키 내에 수천개가 있으며, 모두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버스는 대부분 메르세데스 벤츠나 만, 이베코, 혹은 템사를 사용하며, 내부에는 무선 인터넷을 비롯해 비행기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있는 대부분의 오락거리가

제공됩니다. 차장이 수시로 간식거리를 서비스 해 주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래도 10시간 타고가는 건 너무 힘들었어요....... 허리가 끊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휴게소에 2시간 간격으로 꼬박꼬박 들르며 안전 운행을 위해 쉬지만, 힘든건 매한가지입니다.


아 참, 터키의 야간 버스 운전기사들은 차내에서 흡연이 가능합니다. 밤 8시에 출발해 오전 6시까지 운전을 해야하는 기사들이기에, 운전 도중에

차장의 도움을 받아 담배를 종종 태웁니다. 저는 비 흡연자인라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러웠는데, 터키 담배 냄새는 또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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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의 관광중심지, 괴레메 시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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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여행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한국 분들을 만나 이야기하게 됩니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시는 누님과 미국에서 유학 도중에 터키-이집트를 방문했다는 형 이렇게 셋이서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같이 ATV를 타러 갔죠.dsc04581.jpg dsc04641.jpg dsc04646.jpg ㅈ제가 도착하기 몇일 전에 눈이 한참 내렸기에 카파도키아 전역이 눈에 덮힌 상태였습니다.

눈밭에서 ATV 타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진흙탕에서 운전할 때와는 달리, 접지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 꾸준하게 카운터를 쳐줘야 했습니다.


다음날에는 열기구를 탔습니다. 

셀축에서 원래 스카이다이빙을 하려고 했는데, 겨울철이라 비행 일정이 꾸준하지 못해 대안으로 선택했습니다.


기상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올라가서 보니 흐린날대로의 매력이 있었습니다.dsc04882.jpg dsc0511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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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서 이런 아찔한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요?


열기구에서 내려 시내로 돌아가자마자 혼자서 차를 한대 빌렸습니다


1일 렌트비용이 보험 포함 5만원으로 아주 저렴한데, 수동 차량만 해당되는 가격입니다.


자체 자동차 산업이 없는 터키는 대부분의 차량을 유럽에서 수입해옵니다 (현대 / 기아는 최근 들어 급성장 중입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은 의외로 이탈리아의 FIAT인데, FIAT AVEO는 너무 구식이라 대안으로 르노 심볼을 탔습니다.


유럽의 짱깨라 불리는 프랑스 답게 차 역시 거지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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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낯선 곳에서 낯선 차를 몰고 있으니 기분이 묘합니다. 타지에서, 그것도 클러치 감 없는 수동차량을 모느라 처음에는 은근 긴장했는데, 금방 적응해서

정오 이후로는 신나게 쐈습니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통행량이 적은 지역이라 드라이브 하기 정말 좋습니다.

다만 신나게 쏜 만큼 기름 값도 신나게 나옵니다. 휘발유 1리터에 3천원이 넘어가요 ㅜㅜ....


터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알라는 우리에게 석유를 제외한 모든것을 주었다 - 입니다.


실제로 터키에서는 석유의 매장량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주변에 산유국인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이 몰려있는 걸 비교해 볼때 재미있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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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에서는 4일동안 눌러있었습니다. 원래는 3일만 있고 앙카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앙카라의 치안이 좋은 편도 아니고, 

여행 후반부에 가니 딱히 매력도 못 느끼겠어서 바로 사프란볼루로 이동했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 앙카라까지는 버스로 5시간, 앙카라에서 다음 도시인 사프란볼루까지는 3시간이 걸립니다.


버스를 8시간이나 타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이 날 터키 여행 중 최고의 인연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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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에서 사프란볼루로 가는 버스를 갈아탔는데, 옆자리에 인상 좋으신 아저씨가 앉아계십니다.

목례로 인사만 하고 앉아있는데, 먼저 말을 거십니다. 가는 길 내내 말동무가 되어주셨는데, 사프란볼루에서 경찰관으로 있으며, 앙카라에 권총을 사러 왔다고...

저한테 대뜸 총가방을 보여주시네요. 


중간 중간에 간식도 챙겨 주시고, 목적지인 사프란볼루까지 편하게 왔는데 내릴 때가 되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갈래?"


갑작스런 제의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 예정에 없던 낯선 곳에 가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서 아저씨 친구분 (역시 경찰관입니다)의 차를 타고 댁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가는 길에 저한테 주신다고 Turkish delight 중 하나인 바클라바를 또 한 움큼 사주시네요. 


그렇게 댁으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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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귀여운 꼬마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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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주신다고 차려주신 맛있는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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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이방인임에도 이렇게 환대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제가 잡은 숙소까지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데 짐까지 들어주시고 차비도 대신 내주셨습니다.



외국인에게 친절한 터키 사람들이라지만, 제가 직접 그 대상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EMS로 선물과 감사 편지를 보냈고, 지금도 가끔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나는 이정도의 호의를 베풀 수 있을까... 이때 제 사고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첫 인상부터 포근했던 사프란볼루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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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장, 아라스타 바자르입니다. 


복작거리는 곳을 원체 싫어하는 저는, 이스탄불에서 그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를 "시장 바닥"이라는 이유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 아라스타 바자르에서는 몇시간이고 지나다니는게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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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란볼루는 사실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데에는 세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작은 마을입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여행객들이 몰려들고 있는데요, 단순히 유네스코 문화 유산이라는 점보다도


여행객과 현지인의 진솔한 교감이 가능한 몇 안되는 지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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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택시를 타고 사프란볼루 터미널로 나올때의 아쉬움이 아직도 찡하네요.


할아버지 기사분이었는데, 웃으시면서 잘 가라고 훈훈한 마무리를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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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란볼루에서 이스탄불로 이동할 때도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6시간이나 가야하고, 또 여행의 마지막 버스 이용이기 때문에 5천원 정도 더 주고 좋은 버스회사를 택했습니다.


이름은 Kamil Koc, 터키에서 이른바 네임드 버스 회사인 METRO, PAMUKKALE, SAFRAN 등만 이용했지만 이 회사 버스가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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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6시간을 달려 이스탄불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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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을 핑계로 가지 않았던 돌마바흐체 궁전에 짬을 내어 다녀온 후, 이번 여행을 쭉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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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터키에 왔을 때가 3주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고, 이렇게 흉흉한 일 하나 없이 여행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뒤늦게 밀려왔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도 하고, 내일 새벽에 셔틀을 타고 공항에 일찍 가야한다는 부담감도 들고.



광장 벤치에 앉아서 EFES PILSNER 한 캔을 마시면서 온갖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 


터키는 그냥 다음에 또 오기로 했어요. 목표하는 시험을 잘 끝마치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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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는 날 아침에는 잘만 일어나서 공항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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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공항의 마지막 통수.....


치즈 와퍼 세트 하나에 1만 2천원을 주고 먹은 저는 호갱입니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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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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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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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셨나요? 



형제의 나라라는 이유로 훌쩍 날아오는 사람 (형제의 나라는 맞습니다. 하지만 터키의 형제국은 우리 말고도 220개 정도 더 있습니다)


뭔가에 홀려 혼자 떠나오는 사람, 저처럼 사진 한장만 달랑 보고 오는 사람 등등


터키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여행 이유는 하나같이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중에 만나면서 밥을 같이 먹고, 술자리를 함께한 분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의 확장, 면대면 소통, 그리고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여행 스타일의 발견 등등


무엇보다도 이렇게 사진을 넘겨보면서 추억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이 올 초 터키 여행을 하면서 행복했던 점입니다.



다음 여행지로는 폴란드 바르샤바,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과 잘츠부르크, 헝가리 부다페스트, 그리고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행 주제는 제가 좋아하는 서양 고전 음악가들의 흔적을 따라가기 - 정도 될 듯 하네요.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ㅡ,.ㅡ) 2015년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즈음에 맞추어 갈 수 있도록 또 열심히 살아야 겠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p.s. 사진기 기종은 소니 NEX-5N이고, 렌즈는 18-55mm 기본 번들렌즈와 16mm 단렌즈 + 광각 컨버터 조합입니다. 후보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18-200 슈퍼줌렌즈가 절실히 필요했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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