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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3529  공감:5 2013.07.31 20:25

휴식과 관련된 포스팅입니다. :) 클래식 BGM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서..




원래 관광 여행 하면 도심 여행기부터 나오는 것이 정상이겠으나..... 핀란드는 왠지 이 녀석이 먼저 나오는 것이 재미있을 듯 합니다. 바로 '숲'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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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는 불펌 사진이 다수였습니다만, 그건 인트로였고. 지금부터는 모두 제가 발로 찍은 사진들로 가겠습니다. - 눅시오 국립공원에서


 핀란드 지도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습니다만, 수도인 헬싱키는 영토 가장 남쪽 자락에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부산에 수도가 있는 셈이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이므로 바다에 수도가 있는 것이 유리하며, 북쪽은 매우 추워서 사람이 살기 척박하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의 기후는 연중 '여름'. 딱 4개월만 따뜻합니다. 나머지 기간의 기온은 대부분 영하를 찍고, 수도인 헬싱키마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번 글인 인트로(클릭)에 SP634님께서 '핀란드에 북쪽 오울루라는 제3 도시에 머물렀었는데 정말 시골 같았다'고 하신 것 역시 맞는 말씀 입니다. 오직 일자리 때문에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이거든요. 어쨌든 여름 도심에서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평일에도) 밖으로 나와 카페에서 맥주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훌렁훌렁 나폴나폴 옷을 입은 아가씨들은 잘도 돌아다닙니다. 감사한 일이죠. 이 소식은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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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는 모닥불 안보시고 상단에 스타킹 보는 사람들 꼭 있습니다. 그러라고 찍은거거든요.


 오늘은 애석하게도 아가씨(?) 사진은 별로 없을 예정입니다. 그래도 있다는 얘기. 캠핑에 아가씨라뇨. 캠핑은 가족이랑 하는 겁니다? 제가 한국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캠핑이 유행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여름만 되면 자신의 캠핑 장비를 들고 북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돈이 조금 여유 있는 사람들(=시계 살 정도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별장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여름 별장(Summer cottage)을 빌릴 수도 있습니다. 핀란드는 학교에서도 캠핑을 수학여행처럼 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자신이 친 텐트와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평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며 노래를 부르던 저도 혼자 하는 캠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질세라 캠핑 도구를 빌려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30분쯤 가서 도착한 곳은 아직 수도권 범위 내에 있는 눅시오(Nuuksio) 국립공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북쪽의 환경은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 많습니다. 즉, 도시가 아닌 이상 대부분 국립공원이란 소리죠. 이보다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순록, 여우, 사슴, 늑대(!?) 그리고 곰(!!)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데.. 그런 여행은 왠지 저에겐 무리일 것 같아 쉬운 난이도를 택했습니다. 게다가 그쯤가면 칼과 총, 그리고 동료(총을 든)은 필수랍니다. 사람 범죄율이 낮은 핀란드지만, 야생동물들은 무법자니까요. 북쪽 숲에서 곰, 늑대를 조우하는건 정말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가까이서 보지 못하더라도 가시거리 내에서는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무튼 이 눅시오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은 없지만, 야영, 수영, 사랑(?)을 나누기 좋은 곳이란 얘기를 듣고 수영복을 챙겨왔습니다. 캐리비언 베이를 위해 준비했던 몸을 북유럽에서 공개할 줄이야....... 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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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30분 +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더 가면 이런 팻말이 보이는 곳에서 내리게 됩니다. Noux National Park. 눅시오 국립공원입니다.


 내리자마자 들리는 건 아무것도 없고, 가끔 새소리와 바람에 가지들이 스치는 소리만 들릴 뿐 입니다. 제가 금요일 오후에 일이 끝나고 출발을 하는 바람에 이미 밤이 늦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서둘러 입구 가까이에 있는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국립공원 규모가 감이 잘 안올까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눅시오 국립공원은 왠만한 수도 두개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가장 가까운 캠핑장까지 걷는데 1시간이 걸리더라구요. 지도로 봤을때는 만만해 보였는데, 역시 자연을 우습게 보면 큰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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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캠핑장에 도착하니 하늘은 벌써 이런 상태. 감상은 고사하고, 더욱 어두워지기 전에 자리를 펼쳤습니다. 이때 시각이 밤 11시. 백야현상 덕분에 해가 늦게 떨어졌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아무데서나 텐트를 펼치고 자야 할 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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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른 텐트 인증샷 하나 찍고, 안으로 들어가 누웠습니다. 캠핑장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국립공원 내에서 텐트는 허가 받은 곳에서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 자체로 별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나, 이 별장은 친구들과 갈 경우 애용하면 좋고, 남자들끼리는 해먹만 가져와서 치고 자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여름에는 날씨가 선선해서 맨몸으로도 잘만 합니다. 그러나 해먹 역시 캠핑 지역에서만 펼 수 있습니다. 그외 지역은 불법이며, 국립공원 관리팀이 주기적으로(3-4시간에 한 번씩, 그 외 순찰은 조난용) 다니며, 화재나 조난, 불법 행위를 감시합니다. 국립공원 관리자들은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며, 팀장은 공무원, 같이 다니는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거나 (당연히) 신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원이 많은 경우(20인 이상) 가이드도 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규/계약직을 떠나 모두 동물학/환경을 전공한 사람들이며, 독도법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핀란드에서 순토(Suunto)가 나온 것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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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순토 홈페이지


 북유럽에서 하는 스포츠중에 쥬콜라(Jukola)라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지도 한 장, 시계, 물통 하나 들고 정해진 지역을 찍어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인데. '산악 마라톤'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모터사이클로 비유하자면 '다카르 렐리' 라고 할 수 있겠군요. 무튼 쥬콜라를 하는데 필요한 것은 좋은 시계(또는 나침반), 지도, 그리고 독도법입니다. 이 대회가 몇 시간에 걸쳐서 하는지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주간에서 시작된 경기가 다음 날 새벽까지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몇 백명 되는사람들이 헤드램프를 끼고 숲속을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장면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아웃도어 스포츠에(정확히 말하면 아웃도어 용품에) 흥미가 생기게 됩니다. 쥬콜라 대회는 이보다 더 북쪽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북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다는데.. 왠지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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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듭니다. 백야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자면, 해가 지지 않는 것이 백야의 완벽한 정립이겠으나 해가 늦게 지는 것 또한 백야입니다.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해가 떠 있는 것은 아니고, 지평선 높이보다 높게 해가 지기 때문에 해가 사라지지 않는 현상이 백야입니다. 보통 여름의 헬싱키는 일몰 시각이 오후 11시. 일출 시각이 새벽 3시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참 신기하고 오래 놀아도 안지치길래 재밌었는데, 요샌 안대 없인 설잠을 잡니다. 잘 자고, 잘 일어나는데 뭔가 피로가 안풀리는 느낌이랄까요? 무튼 여름 헬싱키를 여행하시는 분들이라면, 안대가 있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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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추 잤다 싶었더니 새벽이 밝았습니다. 사진 속의 호수의 이름은 카이타람피(Kaitlampi, 감시자의 호수) 입니다. 눅시오 국립공원에서 호수는 나무 다음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연환경입니다. 먼 옛날 땅이 형성될 때 내렸던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이렇게 호수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때문에 국립공원을 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말랑말랑한 늪지(Swamp)를 발견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 보는 진흙 구덩이 같은 느낌이 아니라, 스펀지 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은 촉감을 주는 땅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폴짝거리면 움직임에 따라 땅이 꺼졌다 올라왔다를 반복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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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은 100년 또는 그 이상을 주기로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유기적인 자연환경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환경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내용들이 모두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암기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여파로 동물원 + 식물원을 싫어하는 이상한 취향이 생겨버렸는데, 만약 핀란드 같은 자연환경에서 환경을 실습했다면 자연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문인지 핀란드에는 '처음' 듣는 대학 전공이 많았습니다. 푸드 사이언스(Food Science)라던가, 보건의료 과학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산행을 하다가 만난 일행 중 하나가 푸드 사이언스에서 석사를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분야가 뭐냐고 물었더니 '플라스틱 포장'이라고 했습니다. 자기 친구는 '음식 데코레이션' 전공이라고 말하는데... 뭔가 아리송 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네들 말에 의하면, 핀란드의 푸드 사이언스 기술이 세계적이며, 자기들도 이곳을 졸업하면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된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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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슬슬 밝아오니, 이런 사진이 찍히기도 합니다. 조금 어둡긴 한데, 분위기만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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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적으로 평탄한 길이 계속됩니다. 길이 험하지 않다보니 4-5 살 된 아이들도 알록달록한 바람막이를 입고 부모님과 산행을 하기도 합니다. 숲을 걷다 보면 아이들의 웃음 소리도 들리고,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소리, 물에 들어가기 싫다고 핀란드어로 소리치는 아이들 울음 소리도 바람을 타고 날아옵니다. 국립공원은 크지만, 관리자들이 길을 잘 정돈해 놓았고, 산행 난이도 또한 높지 않다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산행을 즐기곤 합니다. 흡연자들에게도 관대한 편이어서, 어떤 멋진 흡연자는 길빵을 하다가도 자신의 재떨이에 모아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매너를 보이는데, 약 한 시간 산행 간격 마다 꽁초 쓰레기통이 있어서 그마저도 항상 가볍게 유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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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게 볼 수 있는 환경입니다. 모두 빙하가 깎아 놓은 암벽들이며, 이때문에 핀란드의 지형은 대체로 평탄하다고 합니다. 지금 보고 계신 암석들은 모두 고생대 이전의 암석으로 화석이 생기기 이전의 지반암 급 바위입니다. 한 마디로 굉장히 오래된 돌이란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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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가다 만난 또 다른 호수입니다. 핀란드 이름은 잘 모르겠고, 검은 연못(Dark pond)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호수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그 안에서 부식되면서 검게 보이는 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에 호수 표면이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이곳의 호수와 연못의 수질은 매우 좋기 때문에 바로 식수로 사용해도 좋고, 찜찜하면 끓여서 먹으면 안전하다고 합니다. 이곳의 호수물을 끓여 먹었었는데, 기본적으로 뜬 물이 보리차 색깔이라 아리송~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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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바위에 낀 이끼와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명랑한 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다보면, 혼자 걷고 있어도 웃음이 납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물론이고,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내 것만은아니구나 라는 깨달음마저 알알이 날아와 박혀듭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쉬고, 내쉴 때. 기분이 상쾌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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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이 빽빽하기 들어차 있기 때문에 고목이 있기 마련이고, 바람이 자주 부는 탓에 죽은 나무들은 이렇게 쉽게 부러집니다. 물론 제가 가 있는 동안에는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았지만, 숲 속에서 한 번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커다란 고목들도 쩍쩍 넘어간다고 합니다. 국립공원에서는 이렇게 넘어간 나무들을 잘라 땔감을 만들어 캠핑 장소마다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불은 오직 허가된 캠핑 장소에서만 지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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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여있는 땔감들과 도끼가 보입니다. 땔깜이 너무 크다 싶으면 쪼개 쓸 수 있도록 캠핑장 곳곳에 무료 도끼(?)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힘껏 내리치는 도끼질은 꽤나 스릴있습니다. 언제 발등을 찍을지 모르는 불안함과 체력 사이에서 도를 닦는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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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번 찍지도 않았는데 넘어가버린 쉬운(?) 나무들이 속속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넘어간 나무들은 모두 죽거나 죽을 운명이었던 것으로, 이들이 뒤집어놓은 흙더미와 톱밥은 다시 새로운 나무들의 영양소가 됩니다. 물론 곤충들에게도 마찬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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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 위로 이끼들이 멋지게 끼어있습니다. 이게 실제로 보면 더 가관인게, 이 이끼들 사이로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식충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파리지옥 같은 것들 말이죠.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것들이라 손바닥만하거나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신기했습니다. 실망이 아니라, 신기했습니다. 정말이지 학습하던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 주변에 조금만 많았더라면, 저는 지금보다 더 자연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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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길을 걷고 있는데 멀리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옵니다. 조금 더 내려갔더니 인기척도 납니다. 어느새 다른 캠핑 사이트에 도착한 것 이지요. 이미 시간은 오후 5시. 숲 속으로 조금 깊게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호수도 생각보다 예쁜 것 같아서 이곳에서 남은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날은 아직 밝습니다만, 아침부터 시작한 산행에 한 번도 휴식이 없었기에 얼른 텐트를 치고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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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금방 따뜻해졌고, 아침 산행의 피로로 더 이상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ㅎㅎㅎ 조금만 쉬었다 가야지 했던 것이 그냥 이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호수 사진이나 찍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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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못의 이름은 '흰 연못(White Pond)'입니다. 이곳은 연못으로 떨어지는 부유물이 없기 때문에 물이 깨끗합니다.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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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실제 캠핑장에 있었던 장작 제작용 도구입니다. 나무질(?)이 생각보다 힘들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모닥불은 왜 그리 빨리 타버리는지... ㅎㅎㅎ 상념이 많아서 그런걸까요? 그냥 불만 보고 있는데도 시간은 금방 갑니다. 바람도 불고, 인기척도 나고(그러나 사람은 모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말이죠.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과 "떼르베(Terve,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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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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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이렇게 불을 지피고 놀고 있는데, 귀여운(귀엽다고 해도 키가 170대, 180대) 아가씨 둘과 한 남성이 나타납니다. 셋은 친구였는데, 남자는 이곳에서 관리원으로 일하는 청년이고, 두 아가씨는 도시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답니다. 여기서 묵을거라고 하길래 모닥불에 둘러 앉아 먹을 것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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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있기 때문에 도구만 있으면 됩니다. 젓가락이 없으면 만들면 되구요. ㅎㅎㅎ 직접 만들어 먹었던 파프리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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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입니다. 저 옥수수는 왜그리 맛있던지 @_@... 얻어먹는 입장에서 더 달라고 하기 민망한데도 막 달라고 했었습니다. ㅎㅎㅎ 저는 소시지(진짜 소시지입니다. 다른거 아님)를 가져갔었는데, 다 같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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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카락이 탐스러웠던 긴 머리 사서. 뭐 지금은 페북 친구입니다만, 이때까지만해도 별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물고를 튼건 이 아가씨가 중국에 갔다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중국에서 한 2년 살았다고 합니다. 중국문화 전공이었다고. 모닥불에 앉아 간단한(?) 테스트를 했는데 저보다 발음도 좋고 잘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어로 자기 이름도 있는데 뭐 말 다했죠. 참고로 제 중국어 실력은 니하오마 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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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가 더 귀여웠던 아가씨. 먹는거 좋아하는데 티 안내려고 하는 모습이 대박 귀여웠습니다. 어려보이는 외모와 달리 저보다 누님이었습니다.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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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생긴 핀란드 형님. 눅시오에서 구조팀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너 야근 찍어놓고 놀고 있는거 아니냐?"니까 "아...... 그걸 생각 못했네. 역시 아시아인들은 머리가 좋아."라고 웃으며 받아치던 청년형님 입니다. 맨 왼쪽 초록 물병에는 '우롱차'가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Woo-Long tea라고 발음하는게 어찌나 재미있던지... 이 친구도 중국 문화 전공입니다. 눅시오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을 가이드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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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뒤로는 이렇게 땔감들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이거 다 너희들(국립공원 관리자)이 만드는거냐?"라고 물었는데, "그런 건 아니고, 사실 이거 범죄자들이 만들어."라고 해서 ㅎㄷㄷ 실제로 범죄자들이 와서 나무를 썰고 옮겨놓고 간다고 합니다. 범죄자들이 많은게 아니기 때문에 군대 민간 지원 나오듯 데리고 나와서 나무도 썰고 쓰레기도 버리게 하고 다시 데려간다고 합니다. 뭔가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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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중 입니다. 귀여운 누님.


 참고로 유럽 전역에서 핀란드는 가장 범죄/사기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소매치가 하나 없고, 관광지에도 그 흔한 사기꾼 하나 없죠. 저는 안당했습니다만, 파리에서 흑형들에게 팔찌 선물 받아본 경험담이 열 중 둘 셋인거에 비하면 정말 안전한 곳입니다. 인종차별도 없습니다. 제가 핀란드에서 가장 기분좋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상호신뢰'였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스레 서로를 믿습니다. 장기매매니 뭐니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인터넷 루머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인터넷 루머를(설령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믿지 않는데, 그런 것들이 상호 신뢰를 저하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읽었던 오래된 논문에서 '잘 사는 나라일수록 이웃간 신뢰가 높다'는 결과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 입니다. 이런게 선진국이구나 싶습니다. 굳이 머릿속에 박사급 컨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식이 있고, 교양이 있는 국민들. 술 한잔 없어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고, 이걸로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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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는 이런 환경이 펼쳐집니다. 바람도 선선하고 대화는 서서히 무르익어갑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하는 한 사람은......


PART2 [클릭] 에 계속됩니다.....



* p.s: 원래는 한 번에 가려고 했으나.... 한꺼번에 올렸더니 스압과 수정이 불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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