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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식량이자 튼튼한 농기구로, 때로는 병기(兵器)이자 물자 수송 및 교통 수단으로. 말은 인류 역사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뛰어난 지능과 강인한 힘을 겸비한 이 동물은 지금도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인간은 기원전부터 말을 타고 스포츠를 즐겼습니다. 그 중에서도 승마는 기수와 말이 혼연일체가 되어 펼치는 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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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년 론진은 말과 기수의 모습을 케이스백에 새긴 크로노그래프 회중시계를 제작해 마(馬) 스포츠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기수와 마사회 관계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은 이 시계는 1886년 그 성능을 인정받아 뉴욕에서 열린 경마 대회의 심판들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론진은 1926년 제네바에서 치뤄진 국제 승마대회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하며 마 스포츠에 남다른 열정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홀스 레이싱, 점핑, 마라톤 레이싱, 종합 마장술 등 다양한 마 스포츠를 후원하고 있는 론진은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대회의 파트너이자 타임키퍼로써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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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9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론진 글로벌 챔피언스 투어(Longines Global Champions Tour) 로마 그랑프리를 취재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했습니다. 론진 글로벌 챔피언스 투어는 론진이 2013년부터 타이틀 파트너 및 공식 타임키퍼로 나선 장애물 뛰어넘기(Jumping) 대회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얀 톱스(Yan Tops)는 장애물 뛰어넘기를 진정한 프로 스포츠로 키우기 위해 대회를 기획했습니다. 경기장, 마구간, 시설, 심판, 스폰서 모두 최고 수준으로 구성된 고품격 대회를 모토로 출범한 론진 글로벌 챔피언스 투어는 세계 유수의 선수와 명마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06년 6개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현재 16번의 그랑프리와 최종 슈퍼 그랑프리까지 총 17번의 경기가 로마, 파리, 모나코, 마드리드 등 전세계 유명 도시에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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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의 15번째 경기에 해당하는 로마 그랑프리는 이탈리아 올림픽 위원회가 있는 포로 이탈리코 스포츠 아레나(Foro Italico Sports Arena)의 스타디오 데이 마르미(Stadio Dei Marmi)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1932년에 개장한 이곳은 지금까지 수많은 대회가 잇따라 개최된 이탈리아 스포츠의 심장부입니다. 창 던지기, 권투 등 갖가지 스포츠 종목을 표현한 60여 개의 웅장한 대리석 조각상이 경기장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와 내리쬐는 햇빛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관중석을 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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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스포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흙이라고 합니다. 곱게 간 아이보리색 흙은 촉감이 부드럽고 습기를 살짝 머금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흙을 고르게 뿌려 놓은 경기장 바닥은 단단하지만 말이 쉽게 미끄러지지 않을 만큼의 접지력을 제공합니다. 경기 전에 선수들이 장애물 사이를 분주히 걸어 다니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장애물 간의 거리를 가늠한 뒤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구상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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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가 끝나고 사회자가 대회 개막을 선언합니다. 선수와 말이 경기장으로 입장할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가 울려 퍼집니다. 장애물 뛰어넘기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장애물을 빠른 시간 내에 통과해야 하는 종목입니다.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거나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트랙을 질주하는 레이싱 종목에 비하면 박진감은 덜하지만 힘차게 뛰어올라 우아하게 착지하는 인간과 말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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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그랑프리의 우승은 투어 종합 랭킹 1위이자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영국의 벤 마허(Ben Maher)가 차지했습니다. 우승자에게는 부상으로 론진의 시계가 주어졌습니다. 시상식에는 론진 회장 월터 본 캐널(Walter Von Känel), 부사장 겸 인터내셔널 마케팅 책임자 후안 카를로스 카펠리(Juan-Carlos Capelli), 론진 글로벌 챔피언스 투어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얀 톱스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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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에 걸쳐 진행된 경기는 눈깜짝할 사이에 끝났지만 대회를 축하하는 다양한 행사가 저녁까지 이어졌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는 관중들의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은 이 대회를 단순한 스포츠 경기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로마를 대표하는 특별한 행사로 여기는 듯 했습니다. 로마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마 스포츠를 향한 애정에 부러움을 느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 론진 글로벌 챔피언스 투어 로마를 타임포럼이 촬영, 편집한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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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론진과 마 스포츠와의 긴밀한 인연을 경험했다면 둘째 날에는 론진의 신제품과 마주했습니다. 론진은 지난 9일 로마 시내에 위치한 란테르나 디 푸크사스(lanterna di fuksas)에서 콘퀘스트 V.H.P. GMT 플래시 세팅(Conquest V.H.P. GMT Flash Setting) 론칭 행사를 가졌습니다. 2018년 바젤월드에서 공개했지만 애플리케이션이 완성되지 않아 정식 출시를 미룬 상태였습니다. 론칭 행사에서 론진은 콘퀘스트 V.H.P. GMT 플래시 세팅에 어울리는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새로운 캠페인에는 배우 정우성을 비롯한 각국의 홍보대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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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퀘스트 V.H.P.는 쿼츠 분야에서 세운 빼어난 업적을 계승하는 시계입니다. 쿼츠 시계를 향한 론진의 도전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크고 네모난 상자 형태의 쿼츠 시계를 뇌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 출품해 신기록을 수립한 론진은 여기에 16mm 카메라를 장착해 기록 계측용 장비 크로노시네진스(Chronocinégines)를 개발했습니다. 육상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1/100초 단위로 촬영하는 장비의 탄생은 기록 계측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당시 워치메이커들은 정확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기계식 시계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었습니다. 전자가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 참가로 귀결됐다면 후자는 전자 손목시계로 구체화됐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신기술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촉발된 전자 손목시계 개발 열풍은 스위스에도 불어 닥쳤습니다. 1962년 스위스 시계 산업 협회가 전자 손목시계 개발을 목적으로 발족한 컨소시엄 CEH(The Centre Electronique Horloger)에 론진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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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론진은 쿼츠 무브먼트 개발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명은 모래시계(Hourglass)였습니다. 시계 업계의 판도가 크게 흔들린 1969년, 론진은 칼리버 L6512를 탑재한 브랜드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 울트라-쿼츠(Ultra-Quartz)를 발표합니다. 크라운이 케이스 옆이 아닌 뒤에 달려 있었고, 1.35V 수은 전지를 케이스백에서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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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에 적당한 크기와 단순한 구조를 가진 쿼츠 무브먼트 개발에 모두가 몰두할 때 론진은 다른 각도에서 이를 바라봤습니다. 기계식 시계처럼 쿼츠 시계에서도 정확성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의 열망은 1984년 콘퀘스트 V.H.P.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콘퀘스트 V.H.P.에 사용된 칼리버 276VHP는 온도 보정 능력을 갖춘 진동자를 내장해 하루 오차가 ±0.03초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했습니다. 또한 3V 리튬 배터리를 채택해 배터리 교체 주기를 5~6년으로 늘림으로써 배터리를 자주 교체해야 하는 문제에서 해방됐습니다. 1996년 론진은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추가한 V.H.P. 퍼페추얼 캘린더 콘퀘스트를 출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7년 론진은 자신들이 추구했던 쿼츠 시계의 이상을 완벽히 재현한 콘퀘스트 V.H.P.를 다시금 꺼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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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퀘스트 V.H.P.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정확성입니다. 1년에 허용하는 오차는 ±5초에 불과합니다. 위성이나 기지국에서 신호를 수신하는 방식을 제외하면 이보다 정확한 쿼츠 손목시계는 찾기 어렵습니다. 뛰어난 정확성의 원천은 GPD(Gear Position Detection) 시스템입니다. 무브먼트에 삽입한 센서가 자기장을 감지하면 바늘이 멈춰 섭니다. 하지만 무브먼트가 작동을 멈추는 건 아닙니다. 시계가 자기장에서 벗어나면 무브먼트는 멈춰 있던 시간을 계산해 바늘을 현재 시간으로 옮겨 놓습니다. 충격에 의해 바늘이 흔들리거나 제자리에서 기어가 이탈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바늘은 원래 시간대로 돌아갑니다. 큰 충격이 가해져 수정이 즉시 이루어지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3일에 한 번 오전 3시에 그 동안의 오차를 계산해 바늘의 위치를 수정하기 때문입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은 날짜를 수정해야 할 수고를 덜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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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크라운은 시계를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크라운을 뽑아 천천히 돌리면 초침은 12시 방향에 고정되고, 분침은 1분 단위로 움직입니다. 크라운을 빠르게 돌리면 분침이 회전하며 시간을 한 시간 단위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시침을 맞추면 분침과 초침은 알아서 현재 시간으로 향합니다. 배터리 수명은 4년 이상으로 기계식 시계의 오버홀 주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배터리 수명이 얼마 남지 않으면(End of Life) 바늘 중 하나가 5초에 한 번씩 점프하며 신호를 보냅니다. 배터리가 소진되면(End of Energy) 바늘은 12시에 고정되고, 작동을 멈춥니다. 사용자는 배터리를 6개월 내에 교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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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퀘스트 V.H.P. GMT 플래시 세팅(Conquest V.H.P. GMT Flash Setting)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GMT 기능을 결합한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시계는 컬렉션의 단순한 확장을 넘어 쿼츠 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GMT 시계는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사람에게 더없이 훌륭한 아이템이지만 시간을 일일이 변경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론진은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이런 불편함을 제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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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퀘스트 V.H.P. GMT 플래시 세팅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시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용 애플리케이션에서 홈 타임과 트래블 타임(로컬 타임)을 설정합니다. 그 다음 어플리케이션에 표시되는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에 있는 플래시가 깜빡이며(Flash Setting) 정보를 전송합니다. 12시 아라비안 숫자 인덱스의 작은 구멍을 통해 내장된 센서가 스마트폰에서 전송한 신호를 감지합니다. 작업이 끝나면 바늘이 움직이며 자동으로 시간을 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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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에서 크라운 버튼을 누르면 초침이 10시 방향(홈 타임) 또는 2시 방향(트래블 타임)을 가리킵니다.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해당 시간대로 바늘이 정렬됩니다. GMT 바늘은 24시간이 적힌 플랜지를 통해 홈 타임 또는 트래블 타임을 표시합니다. 이처럼 크라운 버튼을 누르는 동작만으로 두 시간대를 빠르고 간편하게 넘나들 수 있습니다. 시간 설정을 위해 반드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스마트 크라운을 이용해 수동으로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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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퀘스트 V.H.P. GMT 플래시 세팅은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제공합니다. 스테인리스스틸 또는 PVD 코팅한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한 케이스는 41mm와 43mm로 나누어 출시합니다. 국내에서는 43mm 모델만 판매될 예정입니다. 다이얼은 실버, 블루, 블랙, 카본까지 총 4가지 색으로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메탈 브레이슬릿과 러버 스트랩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의 가격은 165만원, PVD 코팅한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은 217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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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퀘스트 V.H.P. GMT 플래시 세팅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외부 연결이 필요 없습니다. 더욱 영리해진 퍼페추얼 캘린더는 2399년까지 날짜를 계산합니다. 론진은 실용적인 기능과 준수한 완성도, 가격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버무린 콘퀘스트 V.H.P.라는 맛있는 요리에 GMT라는 향신료를 더해 풍미를 한껏 살렸습니다. 콘퀘스트 V.H.P. GMT 플래시 세팅은 론진의 쿼츠 시계에 대한 이해도와 이를 다루는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