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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5) 개최 기간 피아제(Piaget)의 패트리모니 부서를 총괄하는 수장(Head of Patrimony)인 장 베르나르 포로(Jean-Bernard Forot)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150년 넘는 피아제의 유구한 문화유산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특별한 사명감으로 메종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장 베르나르 포로의 식견을 통해 올해 피아제의 주요 타임피스 노벨티에 관한 특별한 인사이트를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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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베르나르 포로 약력: 

장 베르나르 포로는 프랑스 그르노블 경영대학교(Grenoble École de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및 경영학 석사 학위를, 파리 명품 마케팅 연구소(Institut Supérieur de Marketing de Paris)에서 명품 마케팅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4년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했다. 1999년까지 까르띠에에서 5년간 근무한 후, 피아제로 이직한 그는 주얼리 및 하이 주얼리 마케팅 및 크리에이티브 매니저를 시작으로 디렉터 승진을 거쳐 주얼리 및 하이 주얼리, 하이 워치메이킹을 모두 아우르는 디렉터로 활약하며 메종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코비드 팬데믹 기간 잠시 브랜드를 떠났던 그는 프리랜서로 럭셔리 브랜드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다가 2021년 5월 다시 피아제로 복귀해 패트리모니 부서 총괄 책임자로서 메종의 역사 및 유산 관련한 다방면의 스토리텔링과 교육 활동에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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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는 작년 150주년을 기념하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피아제의 메인 테마는 무엇인가? 

 

그렇다. 우리는 지난해 큰 생일인 150주년을 정말 아주 잘 보냈다. 올해 피아제 살롱의 테마는 '형태의 유희(Play of Shapes)'다. 피아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컬러와 쉐입을 잘 다루기로 유명한 메종이었다. 당신도 이미 신제품을 봤다시피 라임라이트 갈라, 식스티 등 컬렉션에 수많은 쉐입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1960년대로부터 기원하고 있다. 과거의 특징적인 디자인을 컨템포러리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것이다. 부스 내부를 장식한 모듈 장식만 봐도 우리의 다양한 쉐입을 형상화하고 있다. 물론 모든 쉐입은 아니지만 (웃음) 어쨌든 다양한 쉐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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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신제품, 피아제 식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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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스티(Sixtie) 컬렉션에 관해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식스티는 독특한 트라페즈 쉐입(Trapezoid Shape)부터 눈길을 끈다. 패트리모니 부서 총괄 책임자로서 식스티가 영감을 받은 과거의 유산에 관해 말해달라. 

 

트라페즈 쉐입은 1969년 '21세기 컬렉션'에서 시작되어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다. 그 후 피아제 아카이브를 들여다보던 중 당시의 드로잉 오브제를 보게 되었고 패트리모니 컬렉션으로 전승되는 실제 시계들을 접한 후 다시금 그 쉐입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아마 이 정도가 당신 질문의 전체를 아우르는 답변이지 않을까 싶다. 트라페즈 쉐입은 상당히 관습적이지 않은(unconventional) 디자인이다. 피아제 패밀리는 예전부터 항상 대담한(daring) 시도를 즐겼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대담한 쉐입을, 라운드도, 스퀘어도, 오벌도 아닌 잘 보기 힘든 트라페즈 쉐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제안할 경우 시계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주얼리처럼 이질감 없이 녹아 들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연(Kite)을 아는가? 트라페즈 쉐입은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 연의 형태와도 닮아있어 모종의 상징적인 의미 또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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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오리지널 스윙잉 소뜨와 카탈로그 비주얼

 

새롭지만 완전히 새롭지만은 않은, 과거의 패트리모니 피스들(Patrimony Pieces)에서 발굴할 것이 많은 것이 피아제의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특히 쉐입에 관해서는 기존의 라임라이트 갈라(Limelight Gala)도 그렇고 스윙잉 소뜨와(Swinging Sautoir)나 새로운 식스티 컬렉션과 같이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독보적인 측면이 있다. 내가 피아제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는가?

 

그렇다. 당신도 알다시피 피아제는 항상 디자인과 쉐입에 강한 메종이었다. 그것은 피아제가 진정한 의미의 매뉴팩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무브먼트 뿐만 아니라 금을 주물하는 것부터 정교하게 다듬고 하는 전 과정을 인하우스에서 해결할 수 있다. 1960년대 이미 피아제는 오직 여성들을 위한 페미닌 워치들을 제안하고 처음부터 여성들을 위해 디자인한 시계들을 선보인 몇 안 되는 메종이었다. 라임라이트 갈라, 스윙잉 소뜨와, 지금의 식스티 컬렉션에 영감을 준 일련의 트라페즈 쉐입 시계들은 여성들을 위해 뭔가 새로운 시계를 선사하고 싶어했던 피아제 패밀리의 갈망이 담긴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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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말 피아제 지면 광고(하퍼스 바자)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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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피아제 지면 광고(보그 US) 비주얼

 

시대적인 배경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피아제의 워치메이킹 역사를 돌이켰을 때 1960년대와 1970년대는 어떠한 특별한 의미를 갖는가? 

 

1960-70년대는 피아제의 황금기였다. 유럽과 미국, 그 외 다른 지역에서도 폭넓게 비지니스 기회가 증가해 회사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세계대전으로 고통 받은 시기를 거쳐 다시 사회 기반을 새롭게 다지는 시점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일만 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삶을 즐기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들이 일터에서 꼭 작업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등 보다 자유롭게 일을 즐기고 자신의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돈과 시간은 결국 파워다! 이러한 시대적인 분위기가 당시 피아제 시계 디자인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워치메이킹 측면에서 트라페즈 쉐입을 반영한 크리에이션부터 오벌, 쿠션 쉐입, 울트라-씬, 컬러, 수많은 베리에이션의 골드 등 수많은 도전들이 결실을 맺었고, 재키 케네디, 앤디 워홀과 같은 유명인사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가진 시계들 또한 1960-70년대에 제작된 것들이다. 그래서 창의성(creativity)과 성공(success)적인 측면에서 1960-70년대는 우리의 매우 '중요한 시기(Key Perio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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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스티 워치 신제품 착용샷 

 

당신은 식스티 컬렉션을 오직 여성 시계로만 정의하는가?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이 또 요즘 시대의 트렌드라서 나는 남성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자인 기원 및 목적이 어떻든 우리는 특정 디자인을 이것은 반드시 여성스럽게 또는 남성스럽게 제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작업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의 시계 또는 주얼리를 젠더 프리(Gender-Free)로 규정하는 건 지양한다. 영감이 비록 여성스러운 것일지라도 실행의 결과물(execution)은 남녀 모두의 취향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점점 더 젠더 프리를 추구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웨딩 밴드만 해도 그게 여성스럽든 남성스럽든 누가 어디 신경이나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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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제 앤디 워홀 클루 드 파리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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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피아제의 블랙 타이 워치(Black Tie watch)와 근래에는 앤디 워홀 워치(Andy Warhol watch)로 불리는 시계 디자인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시아인들에겐 다소 사이즈가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쩌면 식스티 컬렉션을 새로운 대안처럼 생각한 것 같다. 앤디 워홀 워치를 조금 작은 사이즈로 선보일 계획은 없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원래 이 쿠션 쉐입 역시 과거의 빈티지 피스들을 보면 작은 사이즈 버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사이즈로 앤디 워홀 워치를 계속 선보이는 것은 실제 워홀은 작은 버전이 아니라 바로 이 사이즈 모델을 콕 집어 좋아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를 매료시킨 오리지널 모델의 사이즈를 이어가는 것이다. 물론 마케팅적인 측면에선 앞으로 어떤 제품이 나올지는 말하기 어렵다. 앤디 워홀 워치는 그 자체로 팝아트와 같은 예술성과 맞닿아 있다. 식스티 컬렉션에는 터콰이즈를 비롯해 말라카이트 등 앞으로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이 계속 추가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시계들이 충분히 앤디 워홀 워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제품들이 남성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앞서 우리가 젠더 프리에 관해 얘기했는데, 일례로 식스티의 브레이슬릿에서 트라페즈 쉐입 링크를 보면 젠더 프리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아제는 항상 워치 역시 하나의 주얼리 작품 같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모두가 주얼리를 여성적이든 남성적이든 쉽게 즐길 수 있듯 우리의 워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메종 피아제는 매우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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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제 앤디 워홀 블루 사파이어 하이 주얼리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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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앤디 워홀 워치 중에 오팔 다이얼 블루 사파이어 버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는 이렇게 화려한 앤디 워홀 워치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또한 예전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모델에 대한 전반적인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오팔은 이브 피아제(Yves G. Piaget, 창립자의 4대손인 현 피아제 명예회장)가 가장 사랑하는 스톤이라는 것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 1972년 가장 초기 오리지널 앤디 워홀 워치들을 봐도 다른 컬러는 있었지만 오팔 다이얼로 제작한 모델은 없었다. 아이코닉 모델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이브 피아제가 애정하는 스톤을 그래서 결합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매우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지금의 식스티에 영향을 미친 트라페즈 쉐입의 경우 오팔 다이얼 제품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오팔은 스톤 중에서도 고가이고 특히 우리가 사용한 블루 계열의 오팔은 컬러 조합이 더욱 특별해서 익스클루시브한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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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다양한 피아제 패트리모니 피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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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거아이 다이얼을 적용한 앤디 워홀 워치 신제품 

 

타이거아이(호안석)와 화이트 및 그린 운석 다이얼 등 다양한 컬러 스톤을 활용한 디자인도 이어지고 있다. 스톤 다이얼이 피아제 패트리모니 컬렉션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상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컬러는 피아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1963년부터 정말이지 다양한 컬러가 폭발하듯 컬렉션에 쏟아졌는데 컬러 스톤을 약 0.7mm 두께로 극도로 얇게 커팅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더 얇게도 가능했지만 자칫 깨질 수 있기 때문에 0.7mm 정도 두께를 유지하면서 핸즈를 피팅해 다이얼 소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피아제는 당시 이러한 테크닉을 일찌감치 마스터한 유일한 메종이었다. 뿐만 아니라 40가지가 넘는 다양한 컬러 다이얼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코랄(산호), 마더오브펄, 타히티산 마더오브펄, 말라카이트, 제이드(경옥), 네프라이트(연옥), 라피스 라줄리, 터콰이즈, 타이거아이 등 수많은 컬러 스톤 다이얼을 선보인 것이다. 올해 새롭게 추가한 컬러 미티어라이트(운석) 다이얼의 경우 땅이 아닌 하늘, 우주에서 온 특별한 스톤을 가지고 1960년대 당시의 컬러 스톤에서 영감을 받아 블루, 그린 등의 색조(hue)를 더해 특유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그런데 운석의 경우 철 성분을 많이 함유해 컬러 트리트먼트 과정에서 방치하면 산화(oxidation) 작용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특수한 처리 과정을 통해 안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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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티플라노 스켈레톤 하이 주얼리 메티에 다르 워치

 

알티플라노(Altiplano) 역시 피아제 컬렉션의 한 큰 축을 담당한다. 새로운 스켈레톤 하이 주얼리 메티에 다르 피스는 상당히 독특한 모델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시계를 제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울트라-씬, 스켈레톤, 스켈레톤 무브먼트 위 다이아몬드 세팅, 클로아조네 에나멜 기법 등 각기 다른 요소들을 극도로 절제해서 하나의 시계 안에 녹여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제작이 까다롭다. 특히 에나멜 다이얼의 경우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에나멜 장인으로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필립, 에르메스, 샤넬 등 수많은 메종들과 협업한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가 참여해 특별함을 더한다. 그녀는 피아제와도 오랜 세월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10년 넘게 매년 선보이는 일련의 차이니즈 조디악 동물 에디션의 다이얼도 그녀의 작품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그들의 타임라인까지 고려해 하나의 피스를 협업으로 제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올해의 알티플라노 스켈레톤 하이 주얼리 메티에 다르의 경우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독창성 때문에 더욱 제작이 힘들었다. 

 

Piaget_Style Selector_Patrimony 2.jpg - 패트리모니 카탈로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옵션들

피아제는 1970년대부터 이미 고객들이 주문 단계에서 원하는 다이얼 소재, 컬러, 인덱스 유형, 골드 브레이슬릿 종류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퍼스널라이제이션- 일명 피아제 스타일 셀렉터(Piaget Style Selector)-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메티에 다르와 하이 주얼리를 아우르는 피아제의 몇몇 제품들은 오랜 세월 축적된 특별한 기술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과거 이러한 특별한 제품들은 일부 피아제 소사이어티 멤버의 요청에 의해 커스텀 제작된 유니크 피스로서 카탈로그에서만 볼 수 있었지 실제 접할 기회는 드물었을 것 같다.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이러한 시계들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비교적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그거 아는가?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커스텀 제작(Custom made)과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개인화 작업)을 멈춘 적이 없다. 1960년대 피아제 소사이어티 멤버들, 우리의 주요 고객층은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사들이었기에 그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특별한 시계를 원했다. 반면 지금은 글로벌화되어 한국, 중국, 미국, 러시아 등등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럭셔리와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옛날에는 왕과 왕비, 귀족들만이 시계를 가질 수 있었기에 모든 게 커스텀 메이드였던 셈이다. 현대에는 수많은 분야 사람들의 글로벌 테이스트를 고려하여 많이 표준화(standardize)되었고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화 작업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알티플라노 같은 경우 자체 컨피규레이션(configuration, 배열 설정)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컬러나 핸즈 형태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현대에는 이렇듯 기본 틀을 바탕으로 몇 가지 디테일 변주를 통해 커스텀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옛날에 비해 접근이 훨씬 용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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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비대칭 케이스 워치 Ref. 9392 C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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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육각형 케이스 워치 Ref. 99151 A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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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십각형 케이스 워치 Ref. 75605 A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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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하이 주얼리 크레이지 유니크 피스

 

당신은 패트리모니 부서 총괄 책임자인 만큼 시계 경매 시장에서 피아제의 입지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 크리스티나 필립스 등 세계적인 경매 하우스들과의 협업으로 오직 피아제만을 위한 특별한 경매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은 없을까? 

 

특정 피아제 빈티지의 경우 찾는 이들이 꽤 많다. 그래서 우린 작년에 150주년을 기념하며 프랑스의 한 옥션 하우스 악투리알(Artcurial)과 손잡고 찾는 이가 많은 빈티지 시계들, 특별히 더 유니크하고 인기 있는 여성 시계들에 포커스를 맞춘 경매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남성 시계의 경우 우리 말고도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파텍필립, 롤렉스, 주른 등 수도 없이 많지만, 여성용 럭셔리 빈티지 워치의 경우 그 수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까르띠에와 불가리 등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종류가 그렇게 다채롭지 않은데 반해 피아제는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빈티지 스윙잉 소뜨와, 빈티지 트라페즈 쉐입 워치, 빈티지 폴로 워치만 봐도 우리는 이 분야에서 꽤나 독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에 우리가 헤리티지에 관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할수록 갈라, 폴로, 알티플라노, 앤디 워홀 등 다양한 제품들을 리-론칭하면 할수록 미디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일례로 폴로 79의 경우 작년에 리-론칭하기가 무섭게 빈티지 폴로의 시세가 2주만에 3배까지 뛰었다. 마치 더 늦기 전에 뛰어들어야 할 것처럼 컬렉터들의 관심은 높아져만 갔고 시세 역시 계속 올랐다. 이러한 시계들을 우리는 파텍이나 롤렉스 같은 다른 메종들처럼 스틸로 만들지 않고 오직 골드로만 선보였기 때문에 제작 수량 자체도 굉장히 적다. 결국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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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 피아제 폴로 지면 광고 비주얼  

 

오랜 세월 피아제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소장하는 피아제 시계 중 가장 특별한 애착이 가는 모델이 있을까? 있다면 그 이유는? 

 

피아제에 합류하기 전부터 나는 폴로 워치에 매료되었다. 오리지널 빈티지 모델 말이다. 디자인 자체가 정말이지 타임리스해서 예전 디자인과 지금이 크게 바뀐 게 없다. 어린 시절 처음 이 옐로우 골드 모델을 봤을 때는 내겐 많이 과한 피스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피아제에 입사해 일하면서 매일 시계를 접하다 보니 내게도 괜찮다 싶었다. 1979년 피아제가 폴로를 미국 시장에 처음 론칭할 때만 해도 우리 시계는 레퍼런스로 분류되었지 이름으로 불린 시계는 없었다. 폴로가 처음인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유럽과 달리 미국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있어서 선두를 달렸기 때문에 폴로라는 이름을 부여했을 때 미국에서의 반응이 너무나 즉각적으로 좋았다. 유럽에선 호텔 로비에 전시하거나 소사이어티 멤버들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해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면, 미국에선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 폴로 게임과 연계한 스폰서십, 폴로 경기에 참석한 셀러브리티들에 의해 빠르게 노출이 되었고 큰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이런 식의 스포츠 파트너십이 흔하지만 당시에 폴로 경기와 이런 캠페인을 진행한 브랜드는 피아제가 유일했다. 폴로 워치 관련해선 이렇게 할 말이 많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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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신제품, 폴로 퍼페추얼 캘린더 옵시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