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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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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60년 전, 미국 보스턴 출신의 한 워치메이커는 미국 특유의 선진화된 생산 시스템과 스위스의 유서 깊은 워치메이킹을 융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품고 시계의 본고장인 스위스로 향합니다. 당시 스위스의 시계제조사는 발레 드 주(Vallée de Joux)나 제네바(Geneva)와 같은 서부 지역에 밀집해 있었고, 그곳에 거주하는 스위스인들은 자국의 워치메이킹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대부분의 성향이 보수적인 편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워치메이커라고 하면 좋게 볼 리 만무했습니다. 이방인 취급을 받은 그는 결국 서부 지역 워치메이커들의 텃세를 피해 북동쪽으로 향했습니다. 라인강을 따라 도착한 곳은 독일과 인접한 샤프하우젠(Schaffhausen)이었습니다. 1868년 미국인 워치메이커는 이곳에서 자신이 품었던 꿈을 펼치기로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시작한 야심가의 이름은 플로렌틴 아리오스토 존스(Florentine Ariosto Jones), 그가 세운 회사가 International Watch Company, 바로 지금의 IWC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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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WC 본사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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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샤프하우젠 

 

IWC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샤프하우젠을 지키고 있습니다. 샤프하우젠 역시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한 IWC를 도시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호텔, 중앙역, 버스 정류장 등 시가지 곳곳에서는 IWC의 각종 클락이 샤프하우젠의 시간을 정확히 가리킵니다. 지역의 명물인 IWC는 본사 및 뮤지엄이 라인강 주변의 도심에 위치하고, 2018년 새롭게 문을 연 최신 매뉴팩처는 북쪽 외곽에 자리합니다. 두 심장부는 차로 10-20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물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본사와 매뉴팩처가 같은 공간에 바로 붙어있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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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하우젠의 보물창고
IWC의 본사가 위치한 터는 원래 수도원에서 운영하던 과수원이었습니다. IWC는 1874년 샤프하우젠의 건축가 G.메이어(G.Meyer)와 함께 이 부지에 본사 및 매뉴팩처를 짓기로 합니다. 1년 뒤 완공된 건물은 추후 옆에 신관이 들어서고 매뉴팩처는 다른 장소로 분리되는 등 수차례 유지 및 보수 작업을 거쳤습니다. 브랜드 창립 125주년을 맞은 1993년에는 본사 한 켠에 역사적인 헤리티지 피스 수백 점을 모아 자체 박물관을 개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본사 1층에 자리한 뮤지엄은 2007년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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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 존스 칼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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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베버 회중시계

 

박물관은 크게 서관과 동관으로 나뉘어 IWC의 과거와 현재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전시된 시계는 230개 이상이라 합니다. 투어는 서관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는 브랜드의 뿌리와 먼저 마주합니다. 창립자의 이름을 딴 역사적인 F.A. 존스 칼리버, 바늘이 아니라 숫자판이 돌아가며 시간을 알리는 ‘폴 베버(Pallweber)’ 회중시계가 대표적입니다. 참고로, ‘폴 베버’라는 별칭은 회전 디스크로 시간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를 처음 발명한 오스트리아 워치메이커 요제프 폴 베버(Josef Pallweber)의 이름에서 비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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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포르투기저 

 

서관에서 IWC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각종 회중시계를 지나면 마침내 손목시계 섹션에 이릅니다. 새 챕터는 회중시계에 가죽 스트랩을 메달았던 임시방편의 과거 손목시계부터 러그라는 형태가 정립되기 시작한 1900년대 초반 손목시계로 이어집니다. 수십 개의 손목시계가 늘어선 디스플레이에서는 그 유명한 Ref. 325도 만날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제작된 Ref. 325는 ‘마린 크로노미터’ 급의 정밀함을 위해 회중시계용 무브먼트를 손목시계 케이스에 탑재했던 전설의 오리지널 포르투기저(Portugieser)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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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니어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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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니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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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빈치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동관에서는 익숙한 시계가 속속들이 등장합니다. 현행 파일럿 워치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Ref. 439과 ‘마크 11’부터 애호가들이 특히 애정하는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Ref. 3705, 최초의 ‘인제니어’와 레전드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Gerald Genta)의 터치로 다시 태어난 ‘인제니어 SL’, IWC의 살아있는 전설 커트 클라우스(Kurt Klaus)가 제작한 ‘다 빈치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고 후세에 훌륭한 자양분을 남긴 원로들이 디스플레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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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IWC 뮤지엄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됩니다. 오픈 시간은 화요일~금요일은 09:00~17:30, 토요일은 09:00~15:30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6스위스프랑. 12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라고 합니다. 전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즐기려면 IWC 앱을 통해 몰입형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면 됩니다. 박물관 내에서 헤드폰이 포함된 iPad 세트를 한정 수량으로 대여도 해준다고 합니다. 언어 통역 가이드는 아쉽게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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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하우젠 워치메이킹의 산실
IWC 샤프하우젠 매뉴팩처는 고풍스러운 뮤지엄과 정반대입니다. 시계 제조 공장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현대 미술관에 가깝습니다. 건물이 그만큼 모던합니다. 설계 및 디자인에는 분명 건축가 출신 CEO 크리스토프 그레인저-헤어(Christoph Grainger-Herr)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을 터입니다. 매뉴팩처 규모도 상당합니다. 축구장 크기를 압도하는 길이 139m, 폭 62m에 총 면적 13,500m²에 달합니다. 공사 기간은 총 21개월, 완공하는데 약 4,200만 스위스프랑의 비용을 들였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100년을 책임질 토대를 세우는 과업이기에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단행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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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하우젠 외곽에 새로운 매뉴팩처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은 2010년대 초반부터 싹트고 있었습니다. 새 역사를 쓴다는 명분도 명분이지만, 현실적으로 본사와 함께 장소를 공유하던 원래 매뉴팩처의 공간이 점점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IWC는 최신 매뉴팩처 완공(2018년) 전까지 인근 뉴하우젠의 산업 시설을 임대해 그곳을 임시 케이스 제작 공장으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통합 매뉴팩처 덕분에 무브먼트 주요 부품 제작, 인하우스 칼리버 조립, 케이스 제조 등 대부분의 생산 공정이 한 지붕 아래에서 이루어집니다. 최신 매뉴팩처다운 친환경 설계도 돋보입니다. 이산화탄소 무배출을 실천하는 샤프하우젠 매뉴팩처는 루프탑을 뒤덮은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성된 친환경 에너지로 공장을 가동하고, 냉난방을 위한 물은 두 개의 지하수원을 이용합니다. 또한 조명 자동 통제 시스템과 LED 조명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는 한편, 센서에 의해 조절되는 차양 시스템이 과열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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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 내부로 들어서면 부품 제조 섹션이 먼저 나옵니다. 익숙한 공장 분위기의 이곳에서는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는 물론 각종 휠과 레버 등 무브먼트 조립에 필요한 약 1,500개의 다양한 부품을 생산합니다. 최첨단 CNC 머신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각 기계는 한 번에 약 600개의 부품을 적재할 수 있어 연속적인 자동 생산에 용이합니다. 극도로 미세한 부품들은 전기 스파크로 금속을 깎아내는 방전 가공(EDM, Electrical Discharge Machining)으로 정교하게 성형합니다. 기계에 의해 생산된 모든 부품은 사람이 다시 전용 계측기를 통해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수치를 확인하는 전수 검사를 실시합니다.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부품은 역시나 바로 폐기됩니다. 또 부품 가공 후 나오는 모든 금속 부스러기는 전량 수거하여 재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과 함께 비용까지 효과적으로 절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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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듐 도금 전의 메인 플레이트

 

전수 검사를 통과한 각종 부품은 곧장 목욕재계를 거칩니다.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은 말끔히 씼어내고 본격적으로 표면 가공에 들어갑니다. 무브먼트 마감의 정석대로 메인 플레이트에는 페를라주, 브릿지에는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새겨 넣습니다. 과거 IWC에서는 사람이 일일이 무브먼트 표면을 장식했지만, 지금은 최첨단 머신이 관련 공정을 대신합니다. 사람의 손맛이 아쉽긴 하지만, 사실 IWC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생산량이 받쳐줘야 하는 대부분의 메이저 브랜드들이 이런 식으로 기계의 힘을 빌리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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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제작 구역은 흡사 자동차의 차체를 성형하는 팩토리를 연상케 합니다. 공간 한켠에는 1m 길이의 길쭉한 원자재 막대가 소재 별로 잔뜩 쌓여 있습니다. 소재는 기본적인 스틸과 골드, 티타늄은 물론 하이테크 세라믹, 독자적인 세라타늄(Ceratanium®)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소재와 케이스 유형에 따라 원자재 1m 당 30~50개의 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케이스 제작 공정은 원자재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는 프레스 공정을 통해 실루엣을 먼저 찍어냅니다. 완성된 틀은 이후 CNC 머신에서 이리 깎이고 저리 깎이는 과정을 거쳐 포르투기저, 파일럿 워치, 인제니어 등 각 컬렉션에 맞는 케이스로 다시 태어납니다. 기계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은 사람이 바통을 이어 받아 표면 가공을 시작합니다. 케이스 피니싱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고속 회전하는 버핑 휠(Buffing Wheel)과 같은 기기 앞에 서서 오직 손끝의 압력과 감각만으로 케이스를 이리저리 만져가며 표면에 광을 내거나 섬세한 결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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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프린팅 과정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플리케 인덱스 및 핸즈, 다른 류의 다이얼은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샤프하우젠 매뉴팩처에서 진행되는 프린팅 공정은 전통적인 패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특수 잉크를 묻힌 말랑말랑한 실리콘 패드가 로고, 인덱스,  레터링, 카운터 등 주요 요소를 다이얼에 찍어냅니다. 프린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욱 또렷한 폰트를 위해 같은 곳에 특수 잉크를 찍어내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합니다. 잉크가 번지는 건 물론 1마이크론(㎛)이라도 초점이 어긋나면 전량 폐기하게 됩니다. IWC에 따르면, 매 프린팅 단계마다 컴퓨터 스캐너와 현미경을 통해 품질 검사를 철저히 진행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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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하우젠 매뉴팩처 투어의 종착역은 어셈블리(조립) 파트입니다. 매뉴팩처의 하이라이트답게 최신 설비를 갖춘 수많은 워치메이킹 테이블이 도열해 있는 광경이 통창 너머로 펼쳐집니다. 세계적인 메이저 브랜드의 위엄이 이곳에서 잘 나타납니다.  IWC는 해당 공간을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과 동일한 수준의 ‘클린룸’으로 조성했습니다. 땀방울이나 미세한 먼지 한 톨 하나도 기계식 무브먼트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린룸은 매시간 50,000m³에 달하는 공기를 순환시키며 내부 압력을 외부보다 높게 유지합니다. 덕분에 먼지가 내부로 유입될 일이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방문객의 클린룸 내부 투어도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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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샤프하우젠 매뉴팩처는 분명 장인의 손맛에 의존하는 과거 워치메이킹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최첨단 설비가 매뉴팩처 곳곳에 즐비합니다. 단, 기계가 관여하는 공정은 전체 워치메이킹에서 약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결국 사람이 손수 진행합니다. 기계는 말 그대로 거들 뿐입니다. 사람의 손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일부 공정을 기계로 대체하는 겁니다. IWC는 이를 통해 워치메이킹의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엔지니어링’을 주창하며 정통 워치메이킹에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닙니다. 브랜드의 오랜 전략은 창립자가 보수적인 스위스 서부 워치메이커의 배척을 피해 샤프하우젠에 뿌리 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CEO 크리스토프 그레인저-헤어 역시 브랜드 철학에 딱 맞는 말을 합니다. “IWC 샤프하우젠 매뉴팩처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과거의 위대한 유산과 헤리티지를 계승하되, 기술은 철저히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요. 약 160년 전 스위스 전통 워치메이킹에 선진화된 생산 시스템을 융합하고자 했던 한 미국 청년의 원대한 꿈이 마침내 이곳, 샤프하우젠 매뉴팩처에서 온전히 이루어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