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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9115  공감:16 2016.07.17 14:41

ETA-Sa-Logo-800.jpg


2012년, ETA는 스와치 그룹 외부로의 에보슈 무브먼트(반조립 상태의 무브먼트)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정확하게는 '에보슈'의 공급을 2013년 1월부터 줄이고, 2016년 1월부터는 '완제품' 상태의 무브먼트만 공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에보슈 무브먼트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ETA의 이런 발표는 스위스 시계업계에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사실상 독점기업의 횡포나 마찬가지였으며 ETA에 의존하고 있던 당시 대다수의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일이었으니까요.


ETA에서 무브먼트를 공급받던 회사들은 연합해서 스위스경쟁위원회(WEKO)에 ETA를 고소했고, 2013년 중재안이 나옵니다.


ETA는 2013년 말까지 업계에 동일한 양의 에보슈를 공급하고, 2014년부터 그 수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2020년 이후에는 ETA의 방침대로 완제품 무브먼트만 공급해도 좋다는 일종의 시간벌기용 판결이었습니다. 


시간을 벌어 줄테니 그동안 ETA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Hayek_L.jpg


사실 이런 ETA, 사실상 그 CEO인 고 니콜라스 하이엑 스와치그룹 CEO의 독단적인 결정은 냉정한 관점에서 보자면 독점적 시장 지배권을 이용한 경쟁사 견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에보슈 공급을 끊음으로써 값싼 시계 생산을 막고 경쟁업체에는 자사 무브먼트 생산 구축을 위한 투자 출혈을 강제하겠다는 것이겠죠. ETA는 더 고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완제품 무브먼트만 팔겠다는 것이고.)


시계는 감성 아닙니까? ^^


위기의 스위스 시계 업계를 타고난 혜안과 리더십으로 일으켜 세운 니콜라스 하이엑의 의도를 감성적인 관점으로, 좋은 방향으로 접근해 보면(솔직히 이른바 '명분'이겠지만...하지만 감성을 더해 봅시다...^^), 그동안 ETA는 스위스 시계업계를 살린 일등 공신이었지만 작금에 와서는 오히려 스위스 시계산업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Movement-Christopher-Ward-ETA-2824-2-movement.jpg


ETA에서 에보슈를 공급받아 시계의 생산가를 낮춤으로서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쿼츠 파동의 어려운 터널을 통과했지만, 막상 상황이 좋아진 지금은 그 부작용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첫째는 품질의 저하입니다.


값싼 ETA 에보슈만 공급받으면 다이얼, 케이스 등 까지 일체 외주로 만들 수 있어 기획과 디자인만 가능하면 누구든 '스위스' 기계식 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 브랜드들의 난립으로 자칫 전체 '메이드 인 스위스'의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생긴거지요.


둘째는 '종(種)'의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범용' 무브먼트로서 사용하기 알맞는 걸출하고 안정성 있는 ETA 무브먼트의 존재로 인해 다양하고 독창성 있는 무브먼트의 개발이 저해되었습니다.

생태계에 다양한 종이 확보되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전멸할 수 있습니다.

현재 ETA의 주력 무브먼트의 기본 설계는 특허권이 만료되어 있어 합법적으로 제네릭(카피제품) 생산이 가능합니다. 셀리타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이고요.

이 말은 '씨굴'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산 카피 무브먼트들이 사실상 합법적인 제품들이라는 것입니다.

오래된 시계 선택의 격언으로 '먼저 브랜드를 보고, 그 다음 디자인, 마지막으로 무브먼트를 봐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격언이 시계 선택에 있어서 무브먼트보다는 브랜드나 디자인을 우선하라는 뜻 보다는 시계는 브랜드, 디자인, 무브먼트의 삼위일체라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즉, 시계 선택에 있어서 무브먼트는 빠질 수 없는 필수 고려 사항이라는 것이죠.

스위스 시계업체의 잠재적인 적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maxresdefault.jpg

예를 들어 중국에서 ETA만한 품질을 담보하는 카피 무브먼트들이 싼값에 풀리기 시작하면(사실 벌써 이런 조짐이 보입니다.) 같은 무브먼트를 내장하고 있는 스위스 시계들의 가격을 계속 높은 가격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제 2의 쿼츠 파동같은 쓰나미가 스위스 시계 업체들을 휩쓸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항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쿼츠 파동 이전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스위스 무브먼트 생산이겠죠.


니콜라스 하이엑은 상당부분일정부분 이런 ETA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ETA 공급 중단을 선언한 것 아닐가요?


니콜라스 하이엑은 '올드 맨' 입니다.


사실 니콜라스 하이엑이 꿈꾸고 있던 이상적인 스위스 시계 산업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오던, 쿼츠파동 이전의 개성 넘치는 메뉴펙쳐들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니콜라스 하이엑은 고인이 되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인 'ETA 공급제한'이 그의 사후인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 볼까요?


ETA는 이제 스와치 그룹 이외에는 '완제품 무브먼트'만 공급합니다.


공급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가감이 있겠지요.


이것이 ETA, 즉 스와치 그룹에 얼마만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 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셀리타나 소프로드 등의 대안업체들이 생겨났으니 이전만큼 수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을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ETA는 스와치 그룹에 그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Longines_ColumnWheel-Chron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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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ETA 베이스에서 론진이나 해밀턴, 라도, 티쏘 등에 독점 공급하는 차별있는 베리에이션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ETA에 의존하고 있던 역량있는 시계 브랜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제 우리는 이전에 없던 다양한 자사 무브먼트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Ulysse-Nardin-Marine-Manufacture-Watch-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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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스 나르뎅, 브라이틀링, 까르띠에, 위블로, 불가리, 튜더, 칼 F. 부허러, 에테르나...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자사 무브먼트들이 등장합니다.


이전에는 모두 ETA 에보슈를 수정해서(많이 수정하든 적게 수정하든...) 사용하던 브랜드들이었죠.


가장 우려되었던 군소 브랜드들은 셀리타, 소프로드, STP 등의 대안을 찾았습니다.


저는 'ETA 파동'은 니콜라스 하이엑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제가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ETA의 시장 장악력이 상당부분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하며, 다양한 자사 무브먼트 개발을 촉진하는 측면에서는 충분한 자사 무브먼트 생산 역량이 있는 일부 기업들 중에서도 아직까지 셀리타 등에 편승해 기업 이윤을 극대화 하고 있는 업체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시덕들에게는... 비록 니콜라스 하이엑이 되살린 스위스 시계업계에 주머니돈 쌈지돈까지 탈탈 털리고 있는 우리들이지만...이쯤 되면 'ETA 공급 중단' 파동은 니콜라스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로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입니다... 


P.S ; 아래 강장음료 님이 던져주신 ETA의 무브먼트 재공급, 대안업체의 성장과 인하우스 무브먼트(https://www.timeforum.co.kr/FreeBoard/14450967) 떠억밥을 과감히 물어 좀 친 스와치 포지션으로 글을 올려 봅니다.

많은 고수분들이 소환되어 포럼이 좀 시끌벅적 해졌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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