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르로끌에서 시계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독립 브랜드, 독립 시계 제작과 관련된 내용을 한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독립 시계 제작자 혹은 브랜드의 정의는 단순합니다. 그룹에 속해 있지 않아서 회사를 운영하는데 회사 외에 간섭받지 않는 브랜드. Purity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경쟁 상대 같지만, 람보르기니는 폭스바겐 그룹이기 때문에 동급의 슈퍼카를 만들어도 페라리보다 평가를 안 좋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산업에서는 단순하지만, 시계 시장에서는 왜곡이 시작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독립 브랜드를 추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계 자체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지배 구조로 시계 브랜드들의 급을 나누고 가격이 시장 가격과 경매 가격이 그렇게 설정되기 시작합니다.
위에 예를 들은 페라리 람보는 정도 되면 저는 지배구조 얘기를 꺼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페라리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f1 팀이기도 하고 역사가 아주 긴 브랜드니까요, 성능과 디자인도 항상 높았고 밀리는 부분이 없는 브랜드인데 거기에다가 아직도 창업자 가문이 유지하는 독립 회사라는 순서 혈통까지 만족하는 브랜드니까요. 그에 비해서 람보르기니는 폭스바겐 그룹 안에서 아우디 R8과 외장만 다른 우라칸을 만듭니다. 어느 차가 더 훌륭하다가 아니라 독립 회사와 대기업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시계 브랜드들도 독립이면 더 존경받지요, 인하우스 무브라던지, 자사 무브라던지, 기술력이라든지 흥미로운 부분은 독립 브랜드가 더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왜곡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큰 왜곡이.
순수함, 시계에 대한 열정은 무엇일까요?
역사, 이룬 업적, 기술력, 지배구조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생각해서 사람들은 하이엔드라는 대부분이 공감하는 브랜드들을 추려냈습니다.
파텍 필립:1839년 창립, 와인딩 핸즈 세팅시스템 개발, 최초의 손목시계 개발 등, 독립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 1755년 창립, 가장 많은 컴플리케이션 회중, 손목시계 개발 등, 리치몬트 그룹 소유
오데마 피게: 1875년 창립, 고급 스틸 스포츠 시계 개발, 독립 브랜드
브레게: 1775년 창립, 오토매틱 개발, 파라슈트, 브레게 오버코일 개발 등, 스와치 그룹 소유
가장 무난하게 논쟁이 없을 하이엔드는 이 4 브랜드 정도 되겠습니다. 퀄리티도 다 비슷하고 역사도 길고, 기술력도 비슷합니다. 물론 누가 탑이냐를 놓고 싸우는 것은 재밌습니다. 그래도 파텍을 많이 1등으로 쳐줍니다. 딸리는 부분 없고 거기에다가 독립 브랜드니까요. 페라리 같은 거죠. 모든 것을 갖춘.
자, 그럼 독립 시계 제작자들을 볼까요? 가장 대단한 사람은 조지 대니얼스입니다. 코엑시얼을 개발하고 본인의 시계에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를 구현한 천재죠, 책도 집필하고 그의 책들은 많은 시계 학교에서 사용될 정도로 교과서적입니다. 조지 대니얼스는 1926년생이라서 그의 모든 작품은 그가 직접 손으로 만든 것들이고요. 조지 대니얼스 정도면 하이엔드 브랜드에 근접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메가로 이어지는 코 엑시얼은 스위스 레버 다음으로 가장 보편화된 이스케이프먼트입니다. 역사, 기술력, 열정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독립 시계 제작자이죠. 또한 이후에 많은 시계 제작자에게 영감이 되었습니다.
요즘 독립 브랜드들은 어떤가요? 인하우스, 독특한 피니싱 말고 기존 시계 브랜드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성공적으로 안착한 새로운 발명품이 있나요? 독립이라는 비즈니스적 지배구조 말고 어떠한 것이 그들이 다른 취급을 받게 만드는 것일까요? 2000년도쯤에야 독립 시계 제작자들, 즉 창립자들이 워치메이커라서 그 사람의 작품이었죠, 초기에는 규모가 작았으니까요. 지금은 이제 그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창립자가 직접 터치하는지도 모르고, 신생 독립 브랜드들은 아예 회사를 세울 때부터 워치메이커를 따로 고용하죠, 창립자는 비즈니스랑 마케팅만 하고요. 신선한 투르비용과 신선한 이스케이프먼트는 좋죠, 시계의 다양성을 더해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개발한 것은 아니죠. 대부분은 브레게가 이미 한참 전에 생각해 낸 것들이죠. 이스케이프먼트가 다르다, 투르비용이 다르다. 마감이 다르다. 그 정도는 요즘 기술력으로 아무 브랜드나 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티쏘가 기술력이 없어서 투르비용을 못 만들까요?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 못 만들까요?
그럼, 진정성을 보겠습니다. 독립 시계회사들은 다 인하우스 할까요? 하이엔드 브랜드들보다 인하우스률이 높을까요? 무브먼트만 설계해 주는 프리랜서 엔지니어들 없을까요? 프리랜서 시계 디자이너들 없을까요? 독립 시계 브랜드들은 독립이라서 디자인, 엔지니어링, 메뉴팩처링, 마케팅 전부 자기들이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생산성이 높을까요? 손으로 하나하나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여러 점이 생산될까요? 전부 다 아웃소싱 가능합니다. 특히나 독립 시계 브랜드 레벨의 기술은 전부 외부 전문가들을 고용하면 되는 수준입니다.
오메가, 롤렉스처럼 무브먼트를 몇십만 개를 만들어서 빅데이터를 가지고 다음 무브먼트에서 개선점을 찾는 것 같은 것은 대기업의 기술력이 들어가지만, 투르비용 만들기 같은 것들은 투르비용 전문으로 만드는 워치메이커와 협업하면 금방 가능합니다. 리차드밀 무브먼트를 AP에서 만들어준 것처럼 다 컴플리케이션들은 보기에는 복잡하지만 자사 기술력 없이도 돈만 주면 전부 만들어줍니다. 그것이 현재 와치메이킹 기술의 주소입니다.
저는 독립 시계 회사들을 존중합니다. 시장의 다양성을 주기 때문에 매우 필요하고 앞으로도 많은 회사들이 생겨서 다양한 시계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독립 시계는 유니크한 게 매력적이고, 진짜 창립자가 순수 하나하나 만드는 브랜드들은 그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고를 높이 사야 하는 것이지, 기술력 혹은 더 나아가서 기존의 대기업보다 더 성능이 좋은 시계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손목시계에서 투르비용은 장식이 맞고요,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보다 성능 면에서 우수한 이스케이프먼트는 없습니다. 누가 내 마음에 더 드는 시계냐가 중요하지, 독립이라서 대기업보다 좋고, 대기업은 그냥 찍어내고 독립은 장인정신으로 하나하나 한다. 이런 색안경은 버려야 합니다. 독립 중에서도 다 외주 주는 회사들이 있고, 대기업 중에서도 전부 인하우스 하는 회사들이 있는 것입니다. 로얄오크 같은 모델은 찍어낼 수 있겠죠, 하지만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들은 몇 년을 개발한 결과물인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시계를 볼 때는 시계 하나하나를 봐야 합니다. 대기업이든 독립이든 유명하든 안 유명하든. 같은 회사 제품이어도 들어가는 시간은 제품별로 천지 차이입니다. 독립 시계 브랜드들도 마찬가지고요. 단순히 독립 시계 제작자라는 이유로 면죄부처럼 역사, 기술력 같은 것들을 전부 지우고 단숨에 하이엔드보다 좋은 시계 취급을 받는 걸 비판하기 위해서 이 글을 써봅니다. 시계는 시계 자체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인하우스, 출생지, 제작자, 컴플리케이션, 수상 내역, 경매에서 팔린 가격 같은 것들이 그 시계를 더 좋은 시계로 만들어주는 건 아닙니다. 현란한 마케팅 속에서 자신이 꼭 원하는 시계를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차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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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핫 한, 제네바에 있는 독립브랜드 중에서도 무브먼트를 엔지니어가 설계하고 와치메이커는 와치메이커일만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피니싱도 따로 외주를 줄수도 있구요. 실제로 르로끌쪽에 별의 별 회사들이 다 있습니다, 투르비옹 케이지 cnc로 깎아주는 회사, 피니싱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등. 지금 핫 한 브랜드 중에 올드스쿨 독립시계처럼 무브먼트 설계 및 디자인을 와치메이커가 전부 개인이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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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녹차
2025.10.05 09:46
르로끌이라 하여 순간 티쏘 르로끌 생각했네요 ㅎㅎ
독립시계 제작자분들 장인정신이 대단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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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중에 갑자기 폭탄이 ㅎㅎㅎ
뭐 기술이라는 부분에 포커싱하면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근데 저에게 시계란 저만의 기억이기도 하고
제가 경험하지 못한 아련한 추억이기도 하고 역사이기도 한지라...
독립 시계든 메이저든 기술보다는 이런 낭만적인 부분에 더 끌리지 않을까요 ? ㅎ
한국 시계의 미래를 이끌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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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빈티지에 미친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정말 설득력이 없기는 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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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히려 빈티지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문대 경연대회 같은 기술력 싸움도 재밌고, 쿼츠로 넘어갈때 나오는 다양한 무브먼트들, 아방가르드 같이 시대적 디자인 언어를 따라가는 것도 참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지금보다 다양한 시계들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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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눈동자
2025.10.08 09:08
맞습니다.. 추가로 오랫동안 생산하지 못한 공산품은 오류를 수정할 기회가 없어서 고장이나 사용상 불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와치메이커에 대한 이러한 환상들을 환영하긴 하는데 타인에게 전파할때는 조심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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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독립시계제작자가...죽고 나서도 브랜드가 존속되면...그때가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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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주른은 후계자가 없는 것 같구요, 샤넬이 20%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깐 그룹에 편입 가능성도 있겠네요. 필립듀포는 딸이 물려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딸도 워치메이커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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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땅군
2025.10.14 15:34
근데 실제로 대부분 더 이쁘잖아요? 그걸로 비용을 더 지불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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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시계에 입문하시는분은 진짜 시계를 사랑하는분 인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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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스머프
2025.10.17 10:37
독림 시계 최근 관심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참 고민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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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딱지를 때고 생각하시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윗분 댓글처럼 몇십년 후에 없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시계 자체가 마음에 들면 브랜드가 없어져도 상관없지만요. 개인적인 생각은 지금은 시장이 과열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원하는 독립 브랜드가 있으시면 잘 보고 있다가 가격이 좀 내려갔을때 겟 하는 것도 좋아보이네요, 코로나때 생각해보면 독립 시계들도 가격이 내려 갈것 같습니다 향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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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가치는 시장이 정해주는것인데... 독립제작자에 대한 프리미엄도 결국 수요자가 결정하고 실제 가치로 수렴하겠지요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셨습니다. 독립시계 제작자들에게 기대했던 본질적 가치가 결여된 그저 독립된(최근 시계업계로 유입된 투자자본을 감안하면 과연 독립일까부터 의심스러운) 신생 브랜드(혹은 갑자기 하입된)가 대부분이라 한번쯤 생각해 보고 선구안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으로 쏟아져나오는 독립시계제작자들의 결과물의 홍수속임에도 여느때 보다 가장 관심도 덜 가고 피로도만 올라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