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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my name : 노틸러스(Nautilus)라는 이름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르주 판추크 
SERGE PANCZ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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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3700

특정 워치를 생각하면 스토리, 기술적 특징, 그리고 디자인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워치 이름에 대해 논하는 일은 드물지만, 워치에 이름이 없다면 고유한 정체성도, 친밀감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워치의 이름은 의도와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때로는 글자 몇 개가 비밀을 숨기고 있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파텍필립(Patek Philippe)은 특별한 이야기를 지닌 브랜드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컬렉션을 위해 아껴두는 편이고, 워치 모델에는 신비스러운 레퍼런스만 붙여준다. 이는 흥미로운 선택이 라 할 수 있다. 접근성이 높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시대에 파텍필립은 트렌드와 다른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텍필립을 소유할 자격을 얻으려면 첫번째 단계로 다소 복잡해 보이는 이 레퍼런스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런 파텍필립의 제품 중에도 이름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있는데, 의심의여지없이 노틸러스가 이에 해당한다. 노틸러스는 브랜드보다 모델명이 더 잘알려진 극소수의 워치 중 하나다. 그리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야기는 오래전 폴란드에서 시작된다
폴란드는 18세기와 19세기에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이 기간 동안 폴란드에서 1794년, 1831년, 1846년, 1863년에 걸쳐 몇 번이나 반란이 일어났으나 모두 제압되었다. 

그것이 노틸러스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쥘 베른(Jules Verne)은 <해저 2만 리>에서 네모 선장을 1864년 고국을 떠난 폴란드 반란군으로 설정했다. 이런 결정에 출판사가 이의를 제기했고, 네모선장의 캐릭터는 인도 대공의 아들로 변경되었다. 반란에 참여한 후 고국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 폴란드 이민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앙투안 노르베르 드 파텍(Antoine Norbert de Patek)이 불과 몇 해 전 같은 경험을했다면? 귀족이었다가, 군인이었다가, 반란군이었다가, 결국 난민이 된 것이다. 네모 선장은 바다를 택했고, 파텍은 제네바 호수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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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네모 선장은 뛰어난 기술자이고 파텍은 훌륭한 시계 제작자다. 두 인물 모두 파트너가 필요했다. 파텍은 먼저 프랑수아 차펙(François Czapek)을 만나 함께 일했고, 뒤이어 프랑스 출신시계 제작자 장 아드리안 필립(Jean Adrien Philippe)이 합류한다. 네모 선장의 경우 상황이 좀 더 복잡했는데, 프랑스인 연구자 피에르 아로낙스(Pierre Aronnax)와 맺은 파트너십이 쥘 베른 소설의 중심에 있다.

그럼 이제 주인공인 노틸러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시대를 앞선 기술력으로 완성한 잠수함 노틸러스호는 혁명이라 할 수 있는데, 바다에서 마주치는 배를 침몰시킨다. 노틸러스호는 고대와 현대의 대립을 상징한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복잡함과 형식주의를 반영한 단순하고 스포티한 워치다. 노틸러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학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고, 시계 제조의 미래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노틸러스라는 이름은 그저 잠수함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쿼츠 파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76년까지 아무 변화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업계를 향해 보낸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노틸러스는 네모 잠수함의 둥근 창 모양을 딴 형태와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완성한 방수 기능을 표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이는 어쩌면 제네바에 기반을 둔 다른 워치 회사에 보내는 메시지였을 수도 있다. 서브마리너 대 노틸러스의 대결? 한편에는 프로페셔널, 반대편에는 잠수함이라니, 그 무엇도 평범하지 않다. 문학에서 따온 이름이고 현실보다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노틸러스가 등장하는 동화책이 프로페셔널 서브마리너보다 더 시적일 수도 있다. 노틸러스 발명가들은 파텍필립에 미세한 감정이라도 불어넣기를 바란 걸까? 제기해볼 만한 의문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쿠아틱 워치라는 겸허하고 조용한세계에서 노틸러스는 무척 독창적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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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5711/1P


또 다른 노틸러스
예거 르쿨트르 폴라리스(Jaeger-Lecoultre Polaris)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틸러스보다 몇 년 앞서 출시된 이 워치의 이름은 냉전과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빙을 연상시킨다. 폴라리스는 잠수함에서 발사한 최초의 핵미사일 이름이다. 신기하게도 노틸러스라는 이름은 다른 곳에도 쓰인 적이 있다.1955년에 출항한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SSN-571의 이름이 노틸러스였다. 이 노틸러스까지 생각하면, 어쩌면 파텍필립은 라이벌 워치 제작자에게 경고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노틸러스만의 여정에 오르다!
그렇기 때문에 노틸러스라는 이름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소설과 현실, 과학과 전쟁, 그리고 유럽과 미국. 쥘 베른을 통해 한 발은 유럽에 두고, 미 해군 잠수함이라는 레퍼런스를 통해, 또는 쥘 베른의 책에 등장하는 캐나다 출신의 네드 랜드(Ned Land)를 통해 다른 한 발은 미국에 걸쳐두고 있다. 진정 글로벌한 이름을 지닌 최초의 워치다! 롤렉스(Rolex), 오메가(Omega),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자사 제품에 영어 이름을 부여하는 데 그쳤지만 파텍필립은 1976년부터 다양한 해석과 의미로 이어질 수 있는 이름을 통해 보다 국제적인 입지를 다졌다. 우아함과 스포티함을 겸비한 노틸러스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름도 브랜드의 명성을 높이는 데 한몫한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이 가진 워치의 다이얼에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