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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blanc 1858 Geosphere
손목 위에서 빛나는 산악 탐험 정신,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리미티드 에디션

이상우 LEE SANG WOO

지구의 움직임을 표현하다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는 스토리가 풍부한 시계다. 몽블랑과 미네르바, 두 브랜드가 간직한 옛이야기를 ‘산’이라는 주제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 스토리를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이미 시계를 향한 등반의 과정이다. 1997년 시계 사업에 진출한 몽블랑은 2007년 모기업 리치몬트 그룹을 통해 미네르바를 인수했다. 1858년 문을 연 미네르바는 크로노그래프와 스톱워치를 비롯해 수많은 기계식 시계의 유산을 간직한 곳이다. 이 유산을 자사 워치메이킹에 녹여내던 몽블랑은 2015년 1858 컬렉션을 선보였다. 1920~1930년대에 군용이나 탐험용으로 사용하던 미네르바 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헤리티지만 강조했으나 몽블랑은 2018년 미네르바 탄생 160주년을 맞아 1858 컬렉션에 ‘산악 탐험 정신’을 담아냈다. 새로운 콘셉트는 산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하는 몽블랑의 원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1858의 정체성을 보다 뚜렷하게 했다. 지오스피어는 이러한 ‘산’이라는 스토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1858 컬렉션의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2시와 6시 방향에 배치한 2개의 서브 다이얼이다. 이는 각각 북반구와 남반구를 표현한 것이다. 작은 다이얼에 5대양 7대륙, 위도와 경도를 정교하게 그려 넣었는데, 돔 형태로 살짝 솟아 입체감이 뛰어나고, 지구의 곡선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시계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단순한 장식 요소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브 다이얼은 분명히 움직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행성과 같은 속도로 말이다. 북반구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남반구는 시계 방향으로 하루 한 바퀴 회전하는데, 다이얼 주위에는 낮과 밤으로 구분된 24시간 인덱스를 배치했다. 이를 활용해 지구상 모든 지역의 대략적인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지도가 작아 일반적인 월드타이머처럼 각 도시의 정확한 시간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북반구와 남반구의 시간을 ‘동시에’ 표시한다는 점이다. 손목 위에서 지구의 자전을 느끼면서 전 세계 모든 시간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시계의 진정한 가치다. 지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8개의 붉은 점을 관찰할 수 있다. 7개는 세계 7대 산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고, 나머지 1개는 몽블랑산을 표시한것이다. 7대륙 최정상을 향한 산악 탐험 정신과 몽블랑 브랜드는 이렇게 작은지도에서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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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모델 브레이슬릿 버전




555.jpg 세계 7대 정상 이름을 새긴 지오스피어 케이스 백


화려함을 담은 빈티지 스타일
기능적으로 복잡한 구조임에도 디자인 밸런스가 꽤 훌륭하다. 서브 다이얼과 인덱스는 아래위로 대칭을 이룬다. 2·4·8·10시 방향에 위치한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는 서브 다이얼과 날짜창을 피해서 배치했는데, 흔치 않은 구성이라 신선하고 가독성에도 도움을 준다. 왼쪽 서브 다이얼은 홈타임을 표시하며, 케이스 측면 코렉터 버튼을 누르면 1시간씩 점핑한다. 오른쪽에는 옛 몽블랑 로고와 데이트창이 위치한다. 산이 그려진 로고가 시계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다이얼과 케이스가 맞닿는 부분에는 레일로드 형태의 미닛 트랙을 추가했고, 바로 아래 흰색으로 5분 단위의 인덱스를 배치했다. 지도와 인덱스에는 베이지색 야광 도료를 입혔으며, 커시드럴(cathedral) 핸즈를 더해 빈티지 워치 느낌을 구현했다. 불을 끄면 어둠 속에서 7대륙이 녹색으로 빛난다. 마치 야간 비행을 하면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세라믹 소재의 양방향 회전 베젤에는 방위 표시를 새겼는데, 이 역시 산악 탐험 정신을 표현하는 요소다. 실제로 야외에서 나침반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시인성과 가독성에도 큰문제가 없다. 무광 다이얼에 핸즈만 유광으로 처리한 덕분이다. 다이얼 여백은 선레이 기법으로 가공했는데, 워낙 미세하게 처리해 어지간한 빛 반사가 아니면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표면에 광택을 더하기 위한 가공으로 보는 것이 옳다. 빛 반사가 없는 실내에서 블랙 다이얼의 색감이 깊어지는데, 세라믹베젤의 광택과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빈티지 스타일 워치임에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다.

무브먼트는 셀리타 300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 월드타이머 모듈을 올린 자동 칼리버 MB29.25를 사용했다. 100% 자사 무브먼트는 아니지만 독특함과 대중성 사이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찾은 결과로 보인다. 사실 북반구와 남반구를 동시에 표현하는 몽블랑의 첫 번째 시계는 2015년 출시한 빌르레 투르비옹 모델이다. 디테일에 현격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수억 원짜리 시계에 적용하던 기능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구매 포인트가 된다. 초침은 생략했다.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지구의 묵직한 자전운동을 표현하기에는 바람직한 구성이다. 크라운을 한 번 뽑으면 시침을 움직여 로컬타임을 설정할 수 있고, 두 번 뽑으면 작동을 멈추고 시·분침, 서브 다이얼까지 모든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지구가 자전하는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도에 흰색으로 표시된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런던 현지 시간을 설정하면 되는데, 익숙해지면 우리나라 표준 경선(동경 135도)을 보고 곧바로 설정할 수 있다. 퀵데이트 기능이 없기 때문에 날짜가 바뀌는 시간대에 는 데이트창이 다소 거슬릴 수 있다. 게다가 날짜를 변경하려면 크라운을 1단으로 뽑아 열심히 시침을 돌려야 한다. 불편하지만 날짜 변경을 언제든 앞뒤로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파워 리저브는 약 42시간으로 일반적인 범용 무브먼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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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모델로 빈티지한 브론즈 컬러를 사용한 1858피스 리미티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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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모델 중 브론즈 케이스 버전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컴플리케이션 워치
1858 지오스피어는 2018년 스틸 케이스의 일반판과 브론즈 케이스의 한정판이 함께 출시되었다. 취향과 용도에 맞게 선택하면 되지만, 디자인 면에서 는 브론즈 케이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베이지 컬러 인덱스가 브론즈 케이스와 궁합이 더 좋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1858개 한정 생산인 데다 브론즈 모델에만 적용된 골드 핸즈도 소유욕을 자극한다. 브론즈 시계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에 따른 재질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다. 어쩌면 시간의 변화를 표시하는 도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습기와 착용자의 땀에 의해 시계는 자연스럽게 변색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브론즈 케이스는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합금 비율이 조금씩 다른데,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브론즈는 알루미늄의 비율을 높이고 표면에 브러시드 마감을 더해 블랙 톤의 자연스러운 파티나를 유도했다.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하지 않은 적당한 수준의 파티나를 의도했다고 한다. 구입 후 1년 정도 지나면 시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베젤, 크라운, 러그 등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을 중심으로 블랙 컬러의 그러데이션이 나타나는데, 스푸마토 기법으로 제작한 가죽 스트랩과 만나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트랩은 디 버클을 장착한 가죽 스트랩과 핀 버클을 장착한 ‘분트(bund)’ 스트랩 중 선택할 수 있다. 두 스트랩 모두 의도적으로 에이징 처리해 빈티지 스타일의 멋을 살려준다. 기능적으로는 디 버클이 유리하다. 빠르고 안전하게 시계를 착용할 수 있고, 손목에 닿는 부위를 부드럽게 가공해 타이핑 작업 등을 할 때도 편안하다. 게다가 푸시 버튼으로 간단하게 미세 조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적으로는 단연 분트 스트랩이다. 1858 지오스피어는 42mm의 케이스 지름에 비해 러그 부분이 다소 왜소해 보이는데, 분트 스트랩의 가죽 패드가 러그 라인에 볼륨감을 주면서 균형을 잡아준다. 무엇보다 추운 지역을 등반하는 시계 콘셉트에 더 잘 어울리는 스트랩이다. 디 버클 버전으로 시계를 구입하고 분트 스트랩을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1858 모델에 두루 사용하는 패브릭 소재의 나토 스트랩도 시계의 콘셉트에 부합하는 실용적인 옵션이다. 몽블랑은 새로운 컬러와 소재의 1858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19년에는 그린 컬러에 브론즈 케이스를 조합했고, 2020년에는 다크 블루 컬러에 티타늄 케이스를 조합했다. 물론 그에 맞춰 스트랩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트랩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기존 구매자 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이다.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는 시공간이 결합된 대중적인 스몰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지도, 나침반, 7대륙 최정상 등 공간에 관련된 은유로 가득하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사용자에게 흐르는 ‘시간’과 가야 할 ‘방향’을 동시에 알려준다. 이는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다. 굳이 산을 오르지 않아도 이 시계는 일상에서 충분히 기능적이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