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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T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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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움

구교철 KOO KYO CHUL

지난 10년간 국내 시계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많은 브랜드가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고, 새로운 얼굴도 대거 등장하며 시계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HYT,
스피크 마린처럼 소수의 시계 애호가를 대상으로 삼은 브랜드가 론칭해 시장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가 적지 않다. 그중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지나칠 수 없이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브랜드를 소개한다.

MB&F 
호롤로지컬 머신(Horological Machine) 넘버 10 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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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언 부저(위)와 친구들(호롤로지컬 머신 넘버 10의 멤버)

MB&F, 3개의 알파벳 이니셜로 이뤄진 이름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궁금증을 풀 실마리는 창업자인 막시밀리언 부저(Maximilian Busser)의 이름에 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알파벳 ‘F’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알 기어렵다. 보통 시계 브랜드의 이름에는 가업의 계승을 뜻하는 아들(Son 혹은 Söhne)이 들어가 들어가곤 하지만 이와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해리윈스턴에 몸담고 있던 때 막시밀리언 부저는 본격적인 하이엔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도구로 오푸스(Opus) 시리즈를 경험한 바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로 기반이 약했던 해리윈스턴은 독립시계작자의 시계나 설계를 빌려 매년 하나의 오푸스를 발표했다. 디자인, 기능, 등장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온 오푸스는 기존 하이엔드에 싫증을 느끼던 수집가를 자극했다. 이를 본 막시밀리언 부저는 보편적인 취향이 아닌 소수를 만족시킬 ‘타깃 프로덕션’의 성공을 예감하고, 자신의 이름과 그를 도와줄 사람들, 즉 친구들을 의미하는 ‘Friends’의 이니셜을 딴 MB & F를 설립한다. 워치메이커나 엔지니어가 아닌 부저는 하나의 제품을 프로젝트로 구성해 친구로 부르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워치메이커를 불러모아 팀을 꾸렸다. 이 제작 방식은 시계업계에서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으며, 새로운 시스템 아래에서 창조한 시계 역시 완전히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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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롤로지컬 머신 넘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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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롤로지컬 머신 넘버 10 불독

2007년 공개한 첫 모델 호롤로지컬 머신 넘버 1은 시계의 틀을 깬 구성으로, 숫자 8을 눕힌 듯한 케이스에 기어트레인을 유추할 수 없는 다이얼 배치를 갖췄다. 다이얼 중앙에 배치한 투르비용 케이지 좌우에는 시, 분 인디케이터를 두었고, 그 아래에 둔 네 개의 배럴로 구동한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와 구성, 고정관념을 흔든 호롤로지컬 머신 넘버 1은 헤비 컬렉터가 밀집한 싱가포르는 물론 각국의 수집가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얻어낸다. 투르비용 대신 일반적인 밸런스를 택해 좀 더 다양한 기능을 갖춘 넘버 2, 3D 구성의 인디케이터로 케이스 디자인에도 실험을 가한 넘버 3에 이어 제트 엔진 2개를 나란히 배치한듯한 케이스 디자인으로 시계 디자인의 틀을 완전히 무너뜨린 넘버 4가 연이어 성공을 거둔다. MB & F의 성공은 타깃 프로덕션 장르의 개척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호롤로지컬 머신 시리즈와 전통 형식을 가미한 레가시 머신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시리즈를 거듭한 호롤로지컬 머신은 열 번째 모델을 공개했다. 불독으로 명명한 새 모델은 사납게 드러낸 이빨 같은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와 짧고 굵은 다리를 이미지한 스켈레톤 러그로 불독을 형상화했다. 이것은 그간 3D 구성의 무브먼트와 디테일 노하우를 결집한 결과물이다. 하단이 살짝 일그러진 구 안에는 반구형 시간 인디케이터와 탑처럼 높이 솟아오른 밸런스 스템을 사용해 시간을 표시한다. 수백 년을 이어오며 사용해온 납작한 모양의 전통적 무브먼트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B&F는 시계 많은 부분에서 형식을 파괴하고 입체감을 가지는 동시에 시계의 정형이 아닌 다른 사물의 형태로 재구성해낸 점을높이 평가할 수 있다. 시계업계의 조형가가 누군가라고 묻는다면 단연 MB&F라고 답하겠다.


F.P 쥬른(Journe)
옥타 룬(Octa 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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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 룬

시계 브랜드와 타겟 프로덕션의 경계에 위치한 F.P 쥬른은 천재적인 워치메이커 프랑주아 폴 쥬른이 설립했다. 년간 생산량을 따진다면 시계 브랜드치곤 적고 타깃 프로덕션으로는 적지 않은 수량이다. 보편적인 취향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소수의 취향만을 충족하는지를 따진다면 이 역시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양쪽 모두를 적절히 수용하기 때문이다. 학업에 별 흥미가 없던 소년 쥬른은 시계 학교를 졸업하고 파리의 삼촌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일을 시작한다. 회중시계를 만들며 고전의 재해석을 거듭하던 그는 1991년 첫 번째 투르비용 손목시계를 선보이며 천재성을 세상에 알린다. 그로부터 8년 뒤인 1999년, 투르비용 스브랭의 발표와 함께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시작된다. 밸런스 휠 2개의 공명을 이용한 레조넌스(Resonance), 소너리, 자동 무브먼트를 연이어 발표하며 폭발적인 창의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쥬른은 네오 클래시즘을 표방한 고전적 가치와 정교한 디테일을 알아본 컬렉터들의 레이더망에 이미 포착되어 있었다. 단숨에 하이엔드의 지위를 손에 쥔 쥬른은 진정한 럭셔리의 가치를 표방하며 무브먼트 플레이트를 골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정교하게 계산된 가격표를 달기 위해 장인 정신과 타협하기 시작한 하이엔드 브랜드에 메시지를 던진 셈이었다. 쥬른이 발휘하는 천재성, 빼어난 디테일, 타협하지 않는 워치메이킹은 기존 하이엔드에서 결핍된 만족감을 수집가들에게 되돌려주었다. 한번 발표한 기능이 단종되면 다시 만들지 않는 방식을 택해 충성심을 고취하는 한편, 변함없는 가치를 누릴 수 있게 했다(이에 단종된 모델을 구입할 수 없는 신규 수집가를 위해 본사가 중고 제품을 매입한 다음 제 제품화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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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1300 시리즈

옥타 룬은 쥬른의 엔트리급 모델이다. 오프 센터의 로터를 단 무브먼트는 전체가 골드 소재로 강한 붉은 빛을 반한다. 이것은 싱글 배럴을 통한 120시간의 파워 리저브와 독창적인 다이얼 구성을 가능케 한다. 스몰 다이얼 속 시간 표시와 빅 데이트, 문페이즈,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는 여백의 미를 적절히 살리며 아름다운 다이얼을 완성한다. 아름답고 고전적인 드레스 워치이면서 한차원 높은 디테일과 흔치 않아야 한다는 점까지 충족시키는 시계는 두 손을 펼치면 얼추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는 구입 후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시계도 있다. 쥬른은 이 점에서 완전한 예외로 안정적인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 받는다. 추정 연간 생산량 800~1000개 정도인 쥬른의 제품은 선택된 국가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이것이 유일한 단점이나 세일즈 포인트가 그리 멀지 않은 주변 국가에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시 하늘길이 열리고 기회가 있다면 쥬른 부티크를 방문에 네오 클래시즘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다만, 방문 시 예약이 필수이기도 하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보베(Bovet)
버투오소(Virtu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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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투우소

스위스 시계 산업은 험난한 쥐라산맥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라 쇼 드 퐁과 뇌샤텔을 거점으로 상당수의 시계 브랜드가 해당지역에 밀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러리에는 시계에 관심이 크지 않으면 다소 생소한 지명으로 쥐라산맥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이다. 하지만 1730년대부터 시계를 만들기 시작해 한창때는 마을 구성원의 1/5가량이 시계업에 종사했을 만큼 시계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현재 플러리에에는 쇼파드의 매뉴팩처 일부, 파르미지아니 본사와 공방이 위치하고 터줏대감인 보베가 있어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드러낸다. 플러리에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모두 국내에 론칭했지만 보베만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으로 떠나야 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감성과 예술적인 가치를 내세운 보베의 캐릭터가 아직 낯설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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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어 1738 아뜰리에

1820년대, 보베는 플러리에 출신의 에두아르 형제에 의해 런던에서 탄생했다. 왕실을 비롯해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설립한 브랜드였다. 세계적인 격동기와 정치적인 문제에 얽히며 유럽 곳곳을 떠돌다가 2000년대 초반 시계수집가인 파스칼 라비가 내민 손을 잡고 지금에 이른다. 수집가답게 파스칼 라피는 하이엔드 워치의 요건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선 스스로의 온전한 개성을 갖추고 외부환경에 흔들림 없는 시계 만들기를 필수조건이라고 보고 매뉴팩처 전환을 꾀했다. 2006년 무브먼트 메이커 STT를 인수해 디미어(Dimier) 1738로 이름을 바꾼 후 매뉴팩처화의 수단으로 삼았다. 디미어는 과거 플러리에 지역에 있던 시계 브랜드의 이름으로 플러리에의 영광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현재 인 하우스 헤어스프링을 자체 생산하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디미어 1738은 주로 보베에 무브먼트를 공급하며 심플 구성에서 개성 넘치는 컴플리케이션까지 자유자재로 기능을 구사해 보베에 날개를달아준다. 탁월한 기술력은 스위스와 중국 시장을 겨냥했던 과거의 아카이브에 기반해 동서양의 풍부한 감성을 구현한다. 또 하나의 시계를 회중, 탁상, 손목시계의 세 가지 방법으로 즐기는 아마데모 컨버터블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것은 보베 외에는 찾기 어려운 시계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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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오 컨버터블 시스템을 적용한 버투우소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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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투우소 VIII

최근 보베는 일반적인 케이스 형태인 레시탈(Recital)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지만, 좀 더 보베다운 모델은 회중시계 디테일을 갖춘 버투오소나 나인티써티(19thirty) 같은 라인이다. 회중시계 디테일을 되살린 외관은 보베가 설립되었던 시기의 클래시컬함이 물씬 배어나오며, 회중시계에서 다른 방식의 시계로 손쉽게 변신할 수 있도록 가변식 러그를 마련했다. 버투오소는 정교하게 장식한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개방감을 살려 보는 현대적 투르비용인 시각적 재미를 극대화했다. 두 개의 팔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듯한 투르비용 케이지, 일반적 구성의 스몰 다이얼과 케이스 백의 레트로그레이드와 점핑 아워의세컨드 다이얼 구성은 여느 시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보베에는 기술과 예술의 절묘한 교집합인 버투오소 이외에도 아름다운 모델이 즐비하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감성과 디테일, 메티에 다르의 활용에도 적극적인 브랜드로 시계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