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GMT_Korea

조회 1361·댓글 10
1과4
애뉴얼 캘린더와 퍼페추얼 캘린더

구교철 KOO KYO CHUL

[이미지]-스카이-드웰러.jpg
스몰 컴플리케이션의 대표 격인 애뉴얼 캘린더는 1년을 주기로 기능을 수행한다. 한 달이 30일인 달과 31일인 달을 구분하지만 4년에 한 번인 윤년은 대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2월 마지막 날에만 날짜를 수정하면 나머지 기간에는 수정할 필요 없다. 시계가 멈추지 않는 이상 날짜 수정이 불필요한 퍼페추얼 캘린더의 완벽함에 비하면 분명 부족하지만 실용성과 가격 면에서는 매력적이다. 전통적 개념의 컴플리케이션에 해당하는 퍼페추얼 캘린더는 4년 주기로 기능하도록 되어 있어, 애뉴얼 캘린더에 비해 복잡한 구조가 필연적이다. 최근 들어 가격 면에서 접근성을 향상시킨 모델들이 등장해 선택의 폭과 기회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복잡성, 캘린더 기능의 정점이라는 상징성과 완벽함을 내세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계 브랜드들은 자사의 전략과 포지션에 따라 애뉴얼 캘린더 혹은 퍼페추얼 캘린더만 선보이거나 둘을 동시에 라인업에 포함하고 있다. 그중 애뉴얼 캘린더와 퍼페추얼 캘린더를 모두 만드는 브랜드는 두 기능 간 보이지 않는 영역을 규정하고, 이를 서로 침범하지 않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절묘한 조정을 거친다.

[이미지]-무브먼트-칼리버-9001.jpg
롤렉스 칼리버 9001

[이미지]-스카이-드웰러---18캐럿-옐로우-골드-(브라이트-블랙).jpg
애뉴얼 캘린더
롤렉스 / 오이스터 퍼페츄얼 스카이-드웰러
2012년 발표한 오이스터 퍼페츄얼 스카이-드웰러는 롤렉스에서 가장 복잡한 기능을 갖춘 시계다. 기능을 실용적인 범위로 한정한 브랜드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데이트 저스트의 지름을 키운 케이스에 애뉴얼 캘린더와 GMT 기능을함께 담았다. 이름처럼 스카이-드웰러는 오프센터로 배치한 GMT 기능에 착안해 빈번하게 해외를 오가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롤렉스는 이 모델로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베젤을 돌려 크라운 포지션을 변경하는 링 코멘드(Ring Command) 방식을 도입했고, 새로운 기능인 애뉴얼 캘린더 구현을 위해 칼리버 9001을 완성했다. 롤렉스에 있어 애뉴얼 캘린더는 가장 복잡한 기능에 속하지만, 4개(한 달이 30일인 4·6·9·11월을 제어, 2월은 예외)의 톱니만 지닌 톱니바퀴를 개발해 기능 구현의 핵심 역할을 맡겼다. 같은 기능이라면 가능한 한 적은 수의 부품으로 기능한다는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다. 크로노그래프 이상의 기능을 희망하던 롤렉스 팬들의 요구에 부응한 스카이-드웰러는 2020년에 오이스터플렉스 브레이슬릿을 장착해 가격 부담을 줄이고 착용성에 초점을 둔 베리에이션을 추가했다.

L2.jpg
론진 마스터 컬렉션 애뉴얼 캘린더
Ref. L2.920.4.78.3

론진 / 마스터 컬렉션 애뉴얼 캘린더
섬세한 발리콘(barleycorn) 패턴을 새긴 실버 다이얼 위를 회전하는 청량한 블루 핸즈는 마스터 컬렉션의 매력이자 상징적 디테일이다. 마스터 컬렉션 애뉴얼 캘린더는 여기에 다이얼 3시 방향에 배치한 2개의 창으로 새로운 기능을 제시했다. 이것은 데이데이트 기능의 다이얼 구성과 유사해 보이지만 월과 날짜만으로 매우 간결하게 애뉴얼 캘린더를 구현한다. 다만 다이얼 6시 방향에 프린트한 ‘Annual Calendar’ 문구가 없다면 데이데이트로 오해하기 쉽다. 이 모델을 구매했다면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지만,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심플한 다이얼 구성의 애뉴얼 캘린더는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정확하게 300만 원짜리 가격표를 단 애뉴얼 캘린더라면 더욱 찾기 어렵다. 마스터 컬렉션의 일반적인 데이트 모델과 비교했을 때 고작 10% 정도를 더 지불하고 스몰 컴플리케이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고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마스터 컬렉션 애뉴얼 캘린더는 칼리버 L888을 베이스로 애뉴얼 캘린더로 수정한 칼리버 L897을 탑재하고 64시간의 넉넉한 구동 시간까지 보장한다. 

008.jpg
파르미지아니 톤다 캘린드리어 애뉴얼(좌)
Ref. PFC 212-1002401-HA1242

파르미지아니 톤다 센텀(우)
Ref. PFH 227-1002600-HA1241


애뉴얼 캘린더 & 퍼페추얼 캘린더
파르미지아니 / 톤다 캘린드리어 애뉴얼 & 톤다 센텀
레이저 용접을 사용한 러그로 개성적인 케이스에 개성을 불어 넣은 톤다 라인업에는 보통의 데이트는 물론 애뉴얼과 퍼페추얼 캘린더, 이슬람력(Hijri)을 표시하는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보유한다. 톤다 라인업의 애뉴얼 캘린더와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에는 공통점이 많다.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와 여타의 기능 배치에서 많은 유사성을 띤다. 반대로 디테일에서는 차이를 드러낸다. 애뉴얼 캘린더인 톤다 캘린드리어 애뉴얼은 화려한 기요셰 다이얼을 배경으로 월과 요일 표시를 올리고, 6시 방향에는 어벤추린(청금석)을 사용해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묘사한 더블 문페이즈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톤다 센텀은 제네바 스트라이프 패턴의 센터 다이얼로 인덱스 레이어와 구분을 짓고, 날짜창은 미니멀하게 배치했다. 풀 캘린더에서 즐겨 사용하는 작은 창을 통해 월과 요일을 표시하고, 더블 문페이즈 역시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디테일만 본다면 톤다 캘린드리어 애뉴얼이 고가 모델의 기법을 더 많이 채용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둘은 구조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고,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아래 윤년 표시 유무가 이를 결정한다. 즉 톤다 센텀에만 있는 윤년 표시가 컴플리케이션을 의미하며 로마숫자와 알파벳 B를 이용해 기능을 수행한다. 보통 윤년은 ‘leap year’의 알파벳 L이나 숫자 4로 표시하지만 B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 윤년의 프랑스어인 ‘année bissextile’를 차용한 듯하다. 둘의 베이스 무브먼트는 칼리버 PF 330 시리즈로 동일하며, 파워 리저브 또한 50시간으로 같다. 많은 공통점을 드러내는 한편, 애뉴얼 캘린더가 오히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라인업이라 하겠다.

ALS_310_050_F_Langematik_Perp_HoneyGold_2019_누끼-앞.jpg
랑에 운트 죄네 랑에마틱 퍼페추얼 허니골드
Ref. ALS 310 050

ALS_330_032_P01_A4_1466556.jpg
랑에 운트 죄네 삭소니아 애뉴얼 캘린더
Ref. ALS 330 032

랑에 운트 죄네 / 삭소니아 애뉴얼 캘린더 & 랑에마틱 퍼페추얼 허니골드
랑에 운트 죄네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기능을 단독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기능이나 컴플리케이션과 결합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랑에마틱 퍼페추얼 허니골드는 이런 랑에 운트 죄네의 전략적인 라인업 구성을 드러낸다.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특별한 모델에 사용하는 허니골드 소재는 랑에마틱 퍼페추얼의 피날레를 암시하며 100개의 수량만을 생산한다. 이 모델은 풀 로터와 마이크로 로터의 중간 정도에 속하는 지름의 로터를 택했고, 덕분에 두께를 억제한 랑에마틱 칼리버 L922.1을 탑재해 퍼페추얼 캘린더의 박동에 숨을 불어넣는다. 독일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하우스의 5미닛 클락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빅 데이트를 12시 방향에 배치하고, 나머지 3·6·9시 방향에 날짜창과 문페이즈를 두었다. 9시 방향 요일창 안쪽으로 24시간 표시를 추가해 기능성을 강화하고, 케이스 두께 10.2mm인 클래식 스타일의 퍼페추얼 캘린더를 완성했다. 다이얼 구성에서 랑에마틱 퍼페추얼 허니골드와 판박이인 삭소니아 애뉴얼 캘린더는 동일한 랑에마틱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장착했다. 빅 데이트, 월, 요일, 문페이즈의 위치가 같고 구성이 유사해 퍼페추얼 캘린더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윤년 표시와 24시간 표시를 삭제했다는 것이 둘의 차이점이다. 애뉴얼 캘린더는 1815 라인에서 수동으로도 나온다. 삭소니아 애뉴얼 캘린더과 유사한 다이얼이지만 빅 데이트 대신 9시 방향에서 포인터 데이터로 표시한다. 랑에 운트 죄네는 자동과 수동, 두 가지 방식으로 애뉴얼 캘린더를 제시하며, 퍼페추얼 캘린더는 단독 운영보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소재로 삼는 것을 더 선호하는 특징을 보인다. 둘은 닮은꼴이지만 명확한 경계점이 있는 것이다.

IW503502.jpg
IWC 포르투기저 애뉴얼 캘린더
Ref. IW503502

IW503302_Mood_2021_수정.jpg
IW503302_2021.jpg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Ref. IW503302

IWC / 포르투기저 애뉴얼 캘린더 &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IWC는 퍼페추얼 캘린더 장르를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 제작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자사의 여러 라인에 퍼페추얼 캘린더를 투입했으며 그중 대표 격으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를 꼽는다. 살아 있는 전설인 커트 클라우스의 설계를 계승한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은 연도 표시와 모델에 따라 남·북반구의 문 페이즈를 동시에 보여주는 기능으로 차별을 꾀했다. 베이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52000 시리즈는 IWC 인하우스 전략의 신호탄으로 시작해 7일의 긴 파워리저브를 무기로 상위 라인의 주력 무브먼트로 활약 중이다. 이 무브먼트가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과 만나면 칼리버 52610이 된다. 이를 장착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는 아름다운 골드 케이스를 두르고 탁월한 기능성과 편의성으로 무장했다. 이 모델은 4,000만 원 후반대의 가격표를 달고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가격대에서 뚜렷한 경쟁 상대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로 상품성을 입증한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애뉴얼 캘린더는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와 같은 베이스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하지만 외관은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에 더 가깝다. 대칭을 이루는 3·9시 방향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와 초침 위쪽에 월, 날짜, 요일을 순서대로 배치해 뚜렷하게 둘을 구분한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달리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를 선택한다면 둘의 가격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 틈은 2020년 칼리버 82000 시리즈를 탑재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2의 등장으로 촘촘하게 채워졌다. 애뉴얼 캘린더의 가격에 가까운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의 가세로 더욱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시한 셈이다. 덕분에 구매를 고려한다면 장고를 피할 수 없다.


endeavour_perpetual_calendar_purity_cosmic_green_1800-0202_soldat_white_background.jpg
moser-final.jpg
H. 모저 & 씨 엔데버 퍼페추얼 캘린더
Ref. 1800-0202

퍼페추얼 캘린더
H. 모저 & 씨 / 엔데버 퍼페추얼 캘린더
퍼페추얼 캘린더는 캘린더 기능의 최상위 포지션을 강조하거나 기능적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복잡한 다이얼로 귀결된다. 시간 · 날짜 · 요일 · 월 · 윤년 표시를 기본으로 연도 표시나 문페이즈를 곁들이는 구성은 비교적 일반적이다. 엔데버 퍼페추얼 캘린더는 이런 퍼페추얼 캘린더의 화법을 거스른다. 엔데버 라인은 인덱스를 생략해 다소 극단적인 심플함을 추구하며, 기능에서도 유사한 접근이 이뤄진다. 엔데버 퍼페추얼 캘린더는 엔데버 라인에 속해 있고 그 맥락을 따른다. 언뜻 데이트와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기능을 갖춘 모델처럼 보이지만, 바늘이 집중된 중앙에 위치한 짧은 화살촉 모양 바늘이 12개월에 한 번 돌며 월 표시를 담당한다. 케이스 백 사이드에는 윤년 디스크를 배치해 퍼페추얼캘린더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성을 갖췄다. 기능성과 정보량을 일부 희생하면서 완성한 심플한 다이얼로 퍼페추얼 캘린더의 고정관념에 저항한 모델이다.

Audemars-Piguet-Royal-Oak-Selfwinding-Perpetual-Calendar-Ultra-Thin-RD2-based-26586IP.jpg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Ref. RO 26586IP.OO.1240IP.01

오데마 피게 /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은 퍼페추얼 캘린더의 구성과 디자인에서 정석에 가까운 모델이다. 다이얼을 가득 채운 날짜 정보와 더불어 문페이즈와 데이 & 나이트 인디케이터까지 더해 풍부한 정보량도 장점이 다. 하지만 이 모델은 울트라 씬이라는 이름대로 케이스 두께 6.3mm, 무브먼트 두께 2.89mm라는 경이적인 수치로 반전 매력을 지녔다. 왜냐하면 기계식 시계의 두께는 기능과 정보량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케이스 두께 6.3mm는 최근 자체 개발한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4302의 두께에 비해1.5mm 증가한 수치이며, 타사의 데이트 기능을 갖춘 자동 무브먼트보다도 얇다. 케이스와 무브먼트의 비교가 아닌 같은 조건인 무브먼트 두께로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현격하게 벌어진다. 이 모델에 장착한 칼리버 5033은 놀랍도록 얇은 두께와 높은 기능성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요소를 양립하기 위해 5년이라는 기간을 소요했다. 멀티 레이어로 이뤄진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단일 레이어 설계로 바꾸었고, 날짜 표시에 관여하는 통합형 캠을 고안해 두께를 크게 덜어냈다. 그 덕분에 오리지널인 로열 오크 Ref. 5402 못지않은 미려한 프로포션을 갖추면서, 자사는 물론 시계 역사에서도 손꼽힐 명작 퍼페추얼캘린더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