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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프티 패덤즈 신제품 티저 이미지 ⓒ Blancpain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블랑팡(Blancpain)이 오늘(스위스 현지 기준 3월 15일)자로, 1960년대 자사의 전설적인 밀리터리 다이버 워치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공개했습니다. 관련해 블랑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분이라면 며칠 전부터 올라온 티저 이미지를 보셨을 줄 압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Tribute to Fifty Fathoms No Rad)으로,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방사선계 야광도료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문구를 특유의 심볼과 함께 다이얼 하단에 추가해 특유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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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제작된 오리지널 피프티 패덤즈 

모던 다이버 워치의 효시로 통하는 피프티 패덤즈는 베티 피슈테르(Betty Fiechter)와 함께 1950년대 당시 블랑팡을 이끈 그녀의 조카이자 공동 대표인 장 자크 피슈테르(Jean-Jacques Fiechter)에 의해 1953년 탄생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피슈테르는 코트 다주르에서 잠수를 하던 도중 감압 타이밍을 놓쳐 산소 부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로서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전문 다이버 워치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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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프티 패덤즈를 착용한 로베르 밥 말루비에르

견고한 밀폐 설계 케이스와 독자적으로 개발한 더블 오-링 씰(O-ring Seal)을 적용한 크라운, 잠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단방향 회전 베젤, 크라운을 조작하지 않아도 손목에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와인딩을 하는 오토매틱 무브먼트, 안티 마그네틱 성능, 난반사를 방지하는 매트한 블랙 다이얼과 어두운 곳에서 자체 발광하는 야광 인덱스 등을 갖춘 피프티 패덤즈는 다이빙 장비 혹은 타임피스가 전무했던 시절의 결과물로는 믿기 힘들 만큼 시대를 앞선 것이었고, 프랑스 해군 소속 엘리트 전투부대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투 다이빙 스쿨(Ecole des nageurs de combat, Combat Diving School) 교관이었던 로베르 밥 말루비에르(Robert "Bob" Maloubier)의 눈에 들어 스위스 시계로는 이례적으로 프랑스 해군의 다이버 워치로까지 채택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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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프티 패덤즈 밀-스펙 3종 
ⓒ HODINKEE for Blancpain
사진 좌측부터, 1950년대 말 제작된 피프티 패덤즈 밀-스펙 1 오리지널, 2020년 12월 출시한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밀-스펙 호딩키 에디션, 1950년대 말 미 해군 납품용 토르넥-라빌 모델 

이렇듯 피프티 패덤즈는 밀리터리 다이버 워치의 역사를 돌이켰을 때도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비단 프랑스 해군뿐만 아니라 독일, 폴란드, 미국의 해군 특수부대원들 사이에서도 명성을 얻게 되는데, 까다로운 밀리터리 스펙(MIL-SPEC, 줄여서 밀-스펙)을 너끈히 충족할 만큼 견고하게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950~60년대 스위스 시계에 매우 까다로운 수입 조건을 내걸고 높은 관세를 부가했던 미국 시장에는 완조립 형태가 아닌 부품 형태로 공급하면서 일부 부품을 미 현지에서 제작하도록 함으로써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미 수입 에이전트의 이름을 딴 토르넥-라빌(Tornek-Rayville) 혹은 블랑팡 토르넥(Blancpain Tornek)과 같은 변형된 이름을 다이얼에 새긴 모델들을 종종 경매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습니다. 또한 1970년대 말까지 꽤 여러 가지 베리에이션 디자인으로 선보이게 되는데, 그 중에는 다이얼 6시 방향에 습도 인디케이터(Humidity indicator)를 갖춘 이례적인 모델도 존재합니다. 케이스 및 다이얼에 습기가 스며들면 특수용액 처리한 원형의 하얀색 패치가 핑크색으로 변하는 식이지요. 현대의 시계애호가들에겐 2017년 출시한 500개 한정의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밀-스펙 에디션이 히트하면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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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제작된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 분트

그리고 1960년대 초반 들어서 방사능 물질인 라듐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블랑팡은 시계에 라듐계 야광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명 ‘노 래디에이션(줄여서 노 래드)’ 다이얼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노 래드 로고 다이얼을 채택한 모델은 당연히(!?) 군에만 납품되었고 그 제조 수량 또한 극히 적어서 훗날 피프티 패덤즈 애호가 및 컬렉터들 사이에서 열렬한 수집의 대상이 됩니다. 최초의 노 래드 로고 다이얼은 독일 해군 분데스마린(Bundesmarine) 소속의 엘리트 전투 잠수 중대 캄프슈비머(Kampfschwimmer)에 납품된 타임온리 형태의 피프티 패덤즈 RPG 1 모델에 처음으로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모델은 독일군(Bundeswehr)을 뜻하는 단어에서 착안해 훗날 편의상 ‘분트 노 래드(BUND No Rad)’로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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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말 오리지널 피프티 패덤즈 노 래드 데이트

노란 원형 바탕에 검은 크로스와 세 개의 빨간 접근금지 구역이 그려진 노 래드 로고는 시각적으로도 임팩트가 있어서 환영을 받았으며, 캘린더(날짜) 기능을 추가한 베리에이션인 피프티 패덤즈 RPGA 1에도 노 래드 다이얼이 적용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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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출시한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 한정판 

블랑팡은 2021년 새해를 여는 첫 피프티 패덤즈 한정판에 1960년대 전설적인 피프티 패덤즈 밀-스펙 모델에서 볼 수 있는 노 래디에이션 로고 다이얼을 부활시켰습니다. 사실 노 래드 로고를 채택한 복각 에디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2007년 45mm 사이즈로 선보인 피프티 패덤즈 모델(Ref. 5015B-1130-52)에서도 노 래드 로고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전작 역시 500피스 한정 출시한 리미티드 에디션이었고,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노 래드 모델Ref. 5008D-1130-B64A) 역시 500피스 한정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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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부활한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 한정판 

새로운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은 2007년 한정판과 달리 40mm(보다 정확히는 40.3mm) 사이즈로 선보입니다. 블랑팡은 2017년 트리뷰트 튜 피프티 패덤즈 밀-스펙(Ref. 5008-1130-52A, 500피스 한정)을 기점으로, 2018년 피프티 패덤즈 오션 커미트먼트 III(Ref. 5008-11B40-52A, 250피스 한정), 2019년 피프티 패덤즈 바라쿠다(Ref. 5008B-1130-B52A, 500피스 한정) 등 일련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40mm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레귤러 모델의 45mm 사이즈가 부담스러운, 특히 아시아 시계애호가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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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직경은 40.3mm, 두께는 13.23mm이며, 블랑팡의 다른 레귤러 다이버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300m 방수를 지원합니다. 2003년부터 컬렉션에 도입한, 봄베(돔) 형태의 사파이어 인서트를 적용한 단방향 회전 베젤 역시 어김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베젤 및 다이얼에 적용한 슈퍼루미노바의 컬러가 앞서 출시한 한정판 모델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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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릭 타임피스의 올드 라듐톤을 재현한 살구색 슈퍼루미노바가 매트한 블랙 다이얼 하단의 노 래디에이션 로고와 어우러져 한층 빈티지한 인상을 강조합니다. 여기에 펜슬 모양의 핸즈, 브랜드명을 고딕체로, 컬렉션명을 필기체로 번갈아 쓴 것하며, 스위스 메이드 프린트를 챕터링 안쪽에 배치한 것도 오리지널에 충실한 디테일입니다. 그리고 이전 40mm 한정판들과 달리 앞서 출시한 바라쿠다처럼 날짜창을 4시 30분이 아닌 3시 방향에 위치시켰습니다. 날짜창에 두른 흰색 테두리와 캘린더 디스크 컬러까지 1960년대 중반 제작된 오리지널 ‘분트 노 래드’ 다이얼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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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이전 40mm 한정판과 마찬가지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1151을 탑재했습니다. 피프티 패덤즈를 제외하면 주로 빌레레 40mm 모델에 주로 탑재되는 구 피게 베이스의 자동 명기로, 케이스 사이즈가 큰 45mm 피프티 패덤즈 모델에는 보다 직경이 크고 파워리저브가 긴(120시간) 1315 칼리버가 탑재됩니다. 전체 로듐 도금 처리한 무브먼트의 플레이트 상단에는 페를라주 패턴을, 브릿지 상단에는 코트 드 제네브(제네바 스트라이프)를 넣고, 브릿지 모서리는 앵글라주 마감해 하이엔드 브랜드의 명성에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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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배럴 구조로 약 4일 이상(10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며, 진동수는 3헤르츠, 별도의 레귤레이터 없이 미세 조정이 가능한 4개의 골드 스크류를 추가한 프리스프렁 밸런스에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적용해 자기장 및 온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18K 골드 로터 중앙에는 블랑팡과 피프티 패덤즈 로고를 엠보싱 각인하고, 전체 다크 그레이톤으로 NAC 코팅(일종의 플래티넘 합금 코팅) 마감해 단조롭지 않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또한 로터 가운데를 길쭉하게 카르리지 형태로 오픈워크 가공해 무브먼트를 덜 가리면서 특색을 더합니다. 스트랩은 일명 트로피컬(Tropical) 타입으로 명명한 얕게 격자 무늬 패턴을 새긴 블랙 러버 스트랩을 체결했습니다. 이 또한 1960~70년대 피프티 패덤즈의 다이버 워치 스트랩 디자인을 재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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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Ref. 5008D-1130-B64A)은 총 500피스 한정 출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국내 출시 가격은 1천 665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전 밀-스펙이나 바라쿠다 에디션이 그러했듯 제작 수량이 비교적 적은 한정판 모델 특성상 국내 매장에는 다음달부터 뜨문뜨문 소량씩 입고될 것으로 보입니다. 1960년대 역사적인 피프티 패덤즈 모델을 완성도 있게 재현한 노 래디에이션 신제품에 관심 있는 분들은 가까운 블랑팡 부티크에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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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블랑팡은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노 래디에이션 신제품 출시를 기념하여 피프티 패덤즈의 68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은 "피프티 패덤즈 – 그것을 만든 개척자들이 말하는 역사(Fifty Fathoms – The history as told by the pioneers who created it)"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했습니다. 미국의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피터 코요테(Peter Coyote)가 해설을 맡은 다큐멘터리에는 피프티 패덤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장-자크 피슈테르를 비롯해, 프랑스 해군에 피프티 패덤즈를 소개한 로베르 “밥” 말루비에르, 피프티 패덤즈를 현행 컬렉션에 완전한 형태로 부활시킨 현 블랑팡 대표 겸 CEO인 마크 A. 하이예크(Marc A. Hayek)의 인터뷰가 담겨 있어 의미를 더합니다. 블랑팡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1, 2부로 나뉘어져 올라와 있으니 피프티 패덤즈를 특별히 애정하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 피프티 패덤즈 다큐멘터리 1부 

- 피프티 패덤즈 다큐멘터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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