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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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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Hermès)는 올해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1)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모처럼 새로운 남성시계 컬렉션인 에르메스 H08(Hermès H08)을 론칭했습니다. 에르메스가 완전히 새로운 시계 컬렉션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15년 슬림 데르메스(Slim d'Hermès) 이후로 6년 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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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H08 컬렉션명에 담긴 의미는 뭘까요? H는 당연히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이니셜이고, 숫자 0은 무(無)를 뜻하며, 8은 일부 문화권에서 행운의 숫자이자 옆으로 뉘었을 때 무한대를 상징하는 기호가 되어 무와 무한을 오가는 에르메스의 워치메이킹 여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나름의 위트와 의미를 담고 있는 점에서 에르메스 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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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H08은 볼륨감 있는 쿠션형 케이스에 모서리를 둥글린 정사각형 베젤과 원형의 다이얼을 조합한 쉐입-인-쉐입(Shape-in-shape)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쿠션형 케이스와 베젤부 상단면은 새틴 브러시드, 테두리와 베젤링 일부는 폴리시드 마감하는 등 가만히 들여다보면 케이스 가공 및 마감에 제법 많은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일 쉐입의 케이스 보다 이렇듯 멀티 쉐입 케이스로 주물(鑄物)하고 조립한 쪽이 제작 공정이 더 많고 복잡한 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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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타늄 합금 케이스 제조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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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핀 컴포지트 블록에서 케이스 형태를 갖추기까지 

멀티 쉐입 케이스 뿐만 아니라 에르메스 H08은 신소재의 과감한 도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합니다. 총 3가지 버전 중 하나는 그래핀(Graphene)으로 불리는 탄소 동소체 기반의 합성 신소재를 사용했는데요. 강철 보다 무려 200배 이상 강하고, 다이아몬드 보다 2배 이상 열전도율이 높으며,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초고속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도가 높아 과학자들로부터 ‘미래의 신소재’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래핀은 앞서 독립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리차드 밀이 2017년 발표한 RM 50-03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울트라라이트 맥라렌 F1 모델에 처음으로 적용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물론 리차드 밀은 기존의 카본 TPT™ 베이스에 그래핀 레이어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다른 접근을 시도했지만요. 반면 에르메스는 그래핀 컴포지트 케이스 제조 공정 관련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최근 몇몇 고급 시계제조사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카본나노튜브 보다 더욱 뛰어난 성질로 주목 받고 있는 핫한 첨단 신소재를 새로운 컬렉션에 도입한 에르메스의 결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H08 컬렉션의 방향성 또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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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핀 케이스와 결합한 세라믹 베젤 

그래핀 합성 케이스 버전은 베젤에 또 블랙 세라믹을 사용해 이질적인 소재의 퓨전을 보여줍니다. 그래핀이나 세라믹 모두 스크래치에 강하고 가벼우며 산에 부식되지 않는 장점들을 공유합니다. 한편 나머지 두 티타늄 버전 중 하나는 케이스 바디는 블랙 DLC 코팅 티타늄을, 베젤부는 새틴 브러시드 마감한 티타늄을 사용한 투-톤 버전으로, 다른 하나는 전체 브러시드 마감한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미묘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사진상으로는 둘의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티타늄 브레이슬릿과 모노톤으로 조화를 이루는 쪽이 전체 티타늄 버전이고, 브레이슬릿 없이 오렌지 러버 및 블랙 혹은 블루 우븐 나일론 스트랩만 매칭한 쪽은 투-톤 티타늄 케이스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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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핀 케이스 & 세라믹 베젤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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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DLC 티타늄 케이스 & 티타늄 베젤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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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티타늄 버전

총 3가지 케이스 버전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가로 39 x 세로 39mm이며,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함께 실용적인 100m 방수를 보장합니다. 전면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하고, 케이스백 역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는데 올-블랙 그래핀 합성 케이스 버전만 블랙 컬러를 반투명하게 주입한 스모크 사파이어를 사용해 차이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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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모델 블랙 다이얼 가운데 및 외곽의 아워 링 바탕은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지도록 그레인 마감하고, 미닛 트랙은 서큘러 브러시드 마감하면서 모델에 따라 그레이 혹은 화이트 컬러 프린트를 더했습니다. 양각의 로듐 혹은 니켈 도금 처리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및 핸즈에는 슈퍼루미노바를 채워 어두운 곳에서도 충분한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두 티타늄 버전에는 화이트 컬러 슈퍼루미노바를, 그래핀 & 세라믹 버전에는 안트라사이트 컬러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해 시계 전체를 관통하는 디자인 코드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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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리케 인덱스 아라비아 숫자의 폰트 디자인도 유니크해서 한눈에 에르메스 워치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숫자 8은 에르메스의 액세서리 및 주얼리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샹 당크르(Chaîne d’Ancre, 영어로는 앵커 체인) 링크 모티프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미묘하지만 매우 세심하게 계산돼 있어 에르메스 H08 컬렉션은 계속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한편으로는 에르메스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Véronique Nichanian)이 추구하는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의 방향성과도 일맥 상통해 전체 컬렉션이 서로 조화롭게 맞물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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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이미 아쏘나 드레사지 컬렉션으로 접할 수 있던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H1837을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50시간). 에르메스가 지분을 보유한- 우리에겐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의 무브먼트 공급원으로 잘 알려진- 매뉴팩처 보쉐(Vaucher)가 개발, 공급한 타임온리 자동 칼리버로 이미 수년 간에 걸쳐 뛰어난 작동 안정성과 성능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메종을 상징하는 H 이니셜 모노그램 패턴을 인그레이빙한 브릿지 및 로터 등 무브먼트의 장식적인 면면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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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H08 컬렉션은 이제 곧 국내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며, 국내 출시 가격은 전체 티타늄 버전의 경우 6백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그래핀 버전의 경우 1천만 원대로 모델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여러 쉐입이 조화를 이룬 개성 넘치는 케이스에 에르메스만의 절제된 위트가 더해진 에르메스 H08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이 등장하면 으레 초반에는 낯설게 느껴지게 마련인데 에르메스 H08은 그렇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에르메스 워치 컬렉션을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을 형태만 조금 달리했을 뿐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르메스의 한층 노련해진 워치메이킹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신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매장에서 그 진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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