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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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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Breguet)의 250세 생일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설의 회중시계를 손목시계로 재현한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 관련 기사 바로가기), 보다 작은 사이즈에 새로운 소재로 선보이는 트래디션 7035 리미티드 에디션(>> 관련 기사 바로가기)에 이어, 뭇 애호가들의 심금을 울릴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가 또 한번 흥을 돋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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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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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XX N° 1780(1955년)

 

브레게 250주년을 기념하는 세번째 주인공의 기원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프랑스 공군(Service technique de l'aéronautique, 프랑스 항공 기술 서비스)은 파일럿을 위한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가 필요했고, 그를 만들어줄 회사를 찾기 위해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엄격한 입찰을 통해 선정된 시계제조사 중 하나가 다름아닌 브레게였습니다. 1930년대부터 항공 관련 계측 장비를 제작해온 브레게는 1952년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3개의 프로토타입을 프랑스 공군에 먼저 공급했습니다. 3개의 시계는 곧장 시험에 들어갔고 파일럿들의 호평과 함께 테스트를 통과하게 됩니다. 1953년, 프랑스 공군은 그에 브레게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를 정식으로 승인하고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시계는 군용장비로써 코드명 ‘타입 20’으로 분류됐고, 브레게는 이후 공군용 타입 20과 함께 해군 항공용 및 민간용으로 ‘타입 XX’를 동시에 제작했다고 합니다. 1955년에는 민간용으로 타입 XX 골드 모델(N° 1780)까지 나오게 되는데, 오늘날 브레게 250주년 타입 XX 2075가 그때 그 시계에서 유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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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는 블랙 또는 솔리드 실버 다이얼로 선보입니다. 듀오인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브랜드 아카이브에 따르면, 1955년 타입 XX N° 1780은 원래 실버 다이얼이었다가 나중에 블랙 다이얼로 교체됐다고 합니다. 전설의 작은 해프닝까지 놓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세심한 디테일이 과연 브레게답습니다.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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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중 블랙 다이얼은 특이하게도 알루미늄 합급 중 하나인 두랄루민으로 제작됩니다. 브레게가 아무 이유없이 이 소재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독특한 다이얼 역시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때는 19세기말~20세기초,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5대손 루이 샤를 브레게(Louis Charles Breguet, 1880~1955)는 선대와 달리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기 공학 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의 진로 역시 자연스레 항공 분야로 향하게 됩니다. 루이 샤를 브레게는 이후 남다른 관심사와 능력을 바탕으로 헬리콥터의 전신인 자이로플레인(Gyroplane, 1907), 정찰기 겸 폭격기 브레게 XIV, 브레게 19TR 등 다양한 기체를 제작했고, 이때 가볍고 튼튼한 두랄루민을 항공기에 처음 도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이 넘게 지난 2025년, 타입 XX 2075이 그의 천재성에 헌사하는 의미를 담아 해당 소재를 다이얼로 활용하게 된 겁니다. 리스펙의 증표는 다이얼 7~8시 방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을 가리키는 원소기호 Al이 깨알같이 표면에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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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과제는 색감입니다. 브레게는 우주 항공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딥 블랙 양극 산화 처리 공정을 통해 오리지널 타입 XX N° 1780과 같은 컬러 및 질감을 최대한 재현했다고 합니다. 흔히 빅-아이로 불리는 3시 방향 미니트 카운터, 뛰어난 가독성을 보장하는 큼지막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등 주요 디자인은 오리지널과 판박이입니다. 무엇보다 애호가들이 그토록 원하는 논-데이트입니다. 연필에서 주사기 모양으로 바뀐 시/분침, 입체적인 아플리케 타입으로 다이얼에 부착한 로고 정도만 원작과 다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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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버전 역시 오리지널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습니다. 다이얼 표면은 새틴 브러시드 가공으로 섬세하게 결을 살렸고, 7~8시 방향 가장자리에는 실버를 가리키는 ‘Ag925’를 깨알같이 새겨 넣었습니다. 디자인은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타입 시리즈에서 보기 힘든 타키미터 스케일이 다이얼을 감싸고 있습니다. 끝이 뾰족한 연필 모양의 아플리케 아워 마커 역시 생소합니다. 섹터 형태의 카운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얼 6시 방향에는 타입 시리즈의 전통인 플라이백 기능을 가리키는 불어 ‘레투아 앙 볼(retour en vol)’이 필기체로 쓰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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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XX 2075는 1955년 오리지널과 동일한 지름 38.3mm, 두께 13.2mm 사이즈로 선보입니다. 오리지널에 대한 헌사와 함께 애호가들이 쌍수를 벌여 환영할만한 크기로 두마리 토끼 모두 잡은 셈입니다. 케이스 소재는 브레게 골드입니다. 먼저 나와 브레게 250주년을 기념한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 트래디션 7035와 동일합니다. 브레게 골드는 골드 75%에 실버, 구리, 팔라듐을 일정 부분 함유한 독자적인 소재입니다. 로즈 골드와 옐로 골드 중간 어디쯤의 오묘한 색감에 변색이 잘 되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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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현재와 과거가 절묘하게 공존합니다. 브레게는 이를 위해 신형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7279를 활용했습니다. 칼리버 7279은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는 아닙니다. 지난 2023년 차세대 타입 XX에 처음으로 도입한 자동 칼리버 728을 베이스로 로터를 제거하는 등 수동 크로노그래프로 수정을 거쳤습니다. 자동 크로노그래프가 없던 시절에 나온 오리지널을 21세기에 재현하기 위한 브레게의 세심한 디테일이 또 한번 빛을 발합니다. 오리지널에 대한 리스펙은 케이스와 동일한 브레게 골드를 입힌 큼지막한 브릿지에서도 계속됩니다. 표면에 대서양을 횡단한 역사적인 브레게 19 비행기와 그의 정확한 경로, 그리고 유럽과 북미 해안선이 정교하게 각인해 항공사에도 이름을 남긴 선조의 업적을 또 한번 되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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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자체의 특장점은 베이스와 큰 차이 없습니다. 하이비트(5Hz)에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 이스케이프먼트가 뛰어난 정확성과 항자성을 보장하고, 크로노그래프는 블랙 DLC 코팅 컬럼 휠과 수직 클러치 조합을 통해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고급 사양의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플라이백 기능 역시 빠짐 없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일반 크로노그래프는 크로노그래프 작동 중 스타트/스톱 버튼을 누르고 리셋 버튼을 누른 다음 다시 스타트/스톱 버튼을 눌러야 다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반면,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는 작동 중에 리셋 버튼을 한 번만 눌러도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재빠르게 0점으로 ‘날아가’ 다시 시간을 측정합니다. 칼리버 7279의 브릿지 한 켠에는 관련 기능을 가리키는 불어 ‘레투아 앙 볼(retour en vol)’이 브랜드명과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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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모델에 따라 컬러가 다릅니다. 블랙은 같은 색 소가죽, 실버는 그라데이션이 가미된 푸른색 소가죽과 짝을 이룹니다. 브레게 골드로 제작된 핀 버클은 공통 사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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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는 둘다 앞선 브레게 250주년 에디션과 동일하게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박스와 함께 선보입니다. 장인이 가죽으로 손수 제작한 이 박스는 브랜드의 시조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던 붉은 모로코 가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제품 생산량은 모델에 따라 다릅니다. 블랙은 '일단'은 수량을 한정하지 않는 일반 신제품으로 선보이고, 실버는 250개 한정 생산할 예정입니다. 가격은 각각 5650만원, 5882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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