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팡 그랑 더블 소네리
올해로 창립 290주년을 맞은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블랑팡(Blancpain)이 브랜드 최초의 손목시계형 그랑 소네리를 발표했습니다. 오늘(11월 24일)자로 엠바고가 해제되어 마침내 노벨티의 정체가 세상에 공개되었지만, 이에 앞서 블랑팡은 매뉴팩처가 위치한 스위스 발레드주 르 브라쉬로 전 세계 주요 워치 미디어 및 VVIP들을 나라별로 초청해 약 2주간에 걸쳐 그랑 더블 소네리(Grande Double Sonnerie)를 몰입감 있게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타임포럼 역시 현장에 함께 했는데요. 무려 8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완성한 블랑팡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를 누구 보다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화제의 그랑 컴플리케이션 신작을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0. 들어가며
파텍 필립의 헨리 그레이브스 수퍼컴플리케이션(1933년)과 칼리버 89(1989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킹 푸아드(1929년)와 Ref. 57260(2015년) 등 워치메이킹 역사에 길이 남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에는 예외 없이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차임(Chime) 기능- 조금 더 포괄적인 전문용어로는 스트라이킹 메커니즘(Striking mechanism)- 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시계의 역사는 꽤나 유구한데요. 15세기경 제작되어 체코 프라하의 명물로 전승되는 천문시계탑이나 영국 런던의 상징물인 빅벤과 같은 실제 종을 타종해 시간을 알려주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기능적인 메커니즘을 초소형 기계식 무브먼트 안에 구현한 앞서 열거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와 같은 예를 들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랑 더블 소네리 칼리버 15GSQ 분해도
수백여 개에 달하는 초소형 부품들을 이용해 고도로 정교한 차이밍(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차이밍 워치는 스위스 오뜨 오롤로제리(Haute Horlogerie), 즉 파인 워치메이킹(고급 시계제조) 전통에서 가장 정점이라 할 만한 기술력의 총아입니다. 그리고 차이밍 워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발레드주 지역은 반드시 언급해야 할 중요한 지리적 요충지였는데요. 16세기 프랑스의 종교 박해를 피해 인접한 스위스의 쥐라 산맥 자락으로 이주한 위그노(개신교도)들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주 계곡(발레드주)에 마을을 형성하고(현 르 상티에, 르 브라쉬 일대) 기나긴 겨울철 소일 및 자립을 위해 본격적으로 워치메이킹의 물꼬를 텄습니다. 대를 이어 진일보한 기술력과 노하우로 무장한 발레드주의 워치메이커들은 특히 각종 캘린더(퍼페추얼 캘린더) 및 차이밍 워치 제작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는데요. 이들이 만든 정밀한 포켓 워치 또는 클락은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스위스 시계 산업 발전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 블랑팡의 대표적인 그랑 컴플리케이션 1735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손목시계 형태의 차이밍 워치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세기 중반에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유의미한 시도가 있었지만 가장 상징적인 모델을 하나 꼽자면, 1991년 블랑팡이 발표한 1735를 들 수 있습니다. 쿼츠 위기의 여파로 스위스 시계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던 시절, 장-클로드 비버와 자크 피게가 주축이 된 블랑팡의 6 마스터피스 시리즈(울트라 플랫, 컴플리트 캘린더 문페이즈,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플라잉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는 암흑의 1980년대를 관통하며 기계식 고급 시계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고, 이를 한데 응축한(당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자동 손목시계였던) 그랑 컴플리케이션 1735는 모던 파인 워치메이킹의 상징적인 표상처럼 남아 수많은 브랜드들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Blancpain Grande Double Sonnerie
블랑팡 그랑 더블 소네리
오늘의 주인공인 그랑 더블 소네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그랑 소네리란 무엇인가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종소리'를 뜻하는 소네리는 이름부터 직관적으로 기능을 뜻합니다. 그랑 소네리(Grande Sonnerie)는 매 시와 쿼터(15분) 단위의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자동으로 소리로 시간을 알려줍니다. 그랑 소네리와 짝을 이루는 '작은 종소리' 쁘띠 소네리(Petite Sonnerie)는 보통 매 정시에만 타종하고요(단, 시를 건너 뛰고 쿼터만 타종하는 변형된 형태도 있다). 반면 미닛 리피터의 경우 1시간, 쿼터(15분), 분 단위를 슬라이딩 레버 또는 전용 푸셔와 같은 온-디맨드(On-demand,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으로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순간적으로 활성화해 현재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식입니다. 특히 그랑 소네리를 위해서는 24시간 사이클에 총 912번의 타종 소리를 들려줘야 하기 때문에 고잉 트레인에 충분한 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제조사들의 오랜 과제입니다.

- 그랑 더블 소네리 주요 부품 제작 단계
최초의 손목시계형 그랑 소네리는 르 상티에의 독립 시계제작자 필립 듀포(Philippe Dufour)가 1992년 발표한 모델이라는데 대체로 이견이 없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랑 컴플리케이션을 넘어 슈퍼 컴플리케이션이라 할 만한 앞서 열거한 몇몇 메종의 매우 특별한 포켓 워치에서만 그랑 및 쁘띠 소네리를 접할 수 있었는데, 20세기 끝자락에 마침내 손목시계 형태의 변주가 이뤄진 것입니다. 몇몇 신뢰할 만한 기록에 따르면 필립 듀포는 같은 발레드주 출신의 19세기 말 활약한 전설적인 마스터 워치메이커 루이-엘리제 피게(Louis-Elysée Piguet)가 제작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에서 무브먼트 디자인을 착안했다고 전해집니다. 루이-엘리제 피게는 훗날 프레데릭 피게(Frédéric Piguet)로 이어지는 가족 경영 체제의 하이엔드 무브먼트 회사를 설립한 지역의 걸출한 인물로, 그의 후손인 자크 피게는 장-클로드 비버와 함께 블랑팡의 재건을 주도한 바 있지요. 결과적으로 필립 듀포의 그랑 소네리는 발레드주의 유구한 차이밍 워치 제조 전통을 계승하면서 공교롭게도 블랑팡과의 인연 고리 또한 갖고 있는 셈입니다.

- 그랑 더블 소네리 어셈블리 모습
필립 듀포의 뒤를 이어 제랄드 젠타(Gerald Genta), F.P. 주른(F.P. Journe),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파텍필립(Patek Philippe),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그뢰벨 포지(Greubel Forsey),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 불가리(Bvlgari) 등 수많은 제조사들이 그랑 소네리 손목시계를 선보여왔고, 딩(높은 음)과 동(낮은 음)을 내는 통상 2개의 해머와 공으로 이뤄진 미닛 리피터와 차별화한 3개 이상의 해머로 구성된 좀 더 복잡한 형태의 까리용(Carillon), 4개의 해머로 리드미컬하게 4개의 각기 다른 노트의 음을 타종하는 이른바 웨스트민스터 차임(Westminster Chime,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 남쪽에 위치한 대형 시계탑 엘리자베스 타워의 대종 '빅벤'에서 착안한 이름)까지 구현함으로써 그랑 소네리는 오뜨 오롤로제리의 최종장으로써 해당 브랜드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까지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미 수많은 제조사들이 이러한 높은 수준의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에 아직 그랑 소네리를 선보이지 않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20세기 말 기계식 고급시계의 누벨바그(새로운 물결)를 견인한 가장 상징적인 메종으로 기억되는 블랑팡인 만큼 같은 그랑 소네리도 '우리가 만들면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모종의 결의가 있었을 터입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밀리에 자신들만의 완벽한 손목시계형 그랑 소네리를 개발하고자 칼을 갈았습니다. 미닛 리피터, 까루셀,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트래디셔널 차이니즈 캘린더), 균시차, 애뉴얼 캘린더, 컴플리트 캘린더, 문페이즈,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기계식 뎁스 게이지 등 일찍이 각종 컴플리케이션을 마스터한 블랑팡으로서는 사실 기술적인 레시피는 이미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그랑 소네리는 어쩌면 벌써 뚝딱 만들어 내놓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랑팡은 결코 쉬운 길을 가는 메종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컴플리케이션에 진심인 만큼 남들과 차별화한 독보적인 그랑 소네리를 완성하고자 자강불식(自強不息)하는 자세로 묵묵히 시간의 무게를 견뎌냈습니다. 하여 무려 8년 넘게 이어진 대망의 프로젝트가 올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총 1,200장의 기술 도면과 21개의 특허(그 중 13개는 무브먼트에 직접 통합), 무려 1,053개의 개별 부품(전체 시계의 부품 수는 1,116개)으로 구성된 그랑 더블 소네리(Grande Double Sonnerie)는 등장과 동시에 블랑팡 역사상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로 등극했습니다.

- 블랑팡 마크 A. 하이예크 회장(좌)과 에릭 싱어(우)
그랑 더블 소네리는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저 평범한(?) 그랑 소네리가 아닙니다. 이 비밀 프로젝트를 뒤에서 은밀하게 추진한 블랑팡 회장 겸 CEO 마크 A. 하이예크(Marc A. Hayek)는 단순히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차원을 넘어 멜로디처럼 예술적인 차임을 꿈꾸었고 '시간을 두 가지 멜로디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매우 구체적인 발상을 르 브라쉬 매뉴팩처의 수십 년 경력의 마스터 워치메이커들과 머리를 맞대고 구상했습니다. 이로써 4개의 각기 다른 노트(음)- 미(E), 솔(G), 파(F), 시(B)- 가 내는 멜로디를 푸시 버튼 하나로 간편하게 선택하고 전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완성해 일반적인 웨스트민스터 차임과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오직 블랑팡에서만 볼 수 있는(그래서 이름부터 '블랑팡 멜로디'로 자신 있게 표현한) 오리지널 멜로디로 구성한 말 그대로 그랑 더블 소네리를 완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었던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놀랍게도 마크 A. 하이예크의 오랜 친구이자 전설적인 미국의 하드록 그룹 키스(Kiss)의 드러머 에릭 싱어(Eric Singer)가 참여했습니다. 그는 또 다른 세계적인 키보디스트인 데릭 셰리니언(Derek Sherinian)과 손잡고 4개의 음으로 구성된 최종 멜로디를 선보였고, 이를 블랑팡이 기술적으로 구현해 무브먼트 안에 녹여낸 것입니다.


- 쁘띠, 그랑, 사일런트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
웨스트민스터 멜로디와 블랑팡 멜로디는 케이스 좌측의 푸시 버튼 조작 한번으로 간편하게 모드를 선택해 타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크로노그래프와도 비슷한 복잡한 층 구조의 아담한 컬럼 휠 부품으로 전환이 가능한데요. 이를 또한 오픈워크 다이얼 하단에서 직관적인 부품- 일명 멜로디 체인징 록커(Melody changing rocker)- 형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W는 웨스트민스터 차임, B는 블랑팡 멜로디). 나아가 차임의 패스트 앤 슬로우, 즉 속도를 조절하는 거버너(Governor) 또는 레귤레이터(Regulator) 부품 하나도 매우 정밀하고 완벽한 사운드 품질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일명 마그네틱 레귤레이터(Magnetic Regulator), 다시 말해 안쪽에 여러 개의 자기 부품을 구성해 양극과 음극이 각각 밀어내는 원리를 활용해 완전한 무소음으로 불필요한 기계식 소음을 제거하면서 기존의 방식 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템포의 사운드를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원리 자체는 새롭지 않은데, 다른 프레스티지 메종 브레게(Breguet)가 먼저 십여 년 전 레귤레이팅 부품에 도입하고 특허를 획득한 마그네틱 피봇의 원리를 응용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스와치 그룹 소속 브랜드인 관계로 자연스럽게 기술 교류가 이뤄졌습니다.

수백 년 전 기계식 멜로디로 구현한 뮤직 박스는 길이가 조금씩 다른 수많은 이(Teeth)를 삽입한 원통형의 부품을 회전시켜 이를 각각의 빗(Comb)을 연상시키는 키보드로 조율해 음을 냈다면, 포켓 워치 전통에서 이어진 손목시계형 차이밍 워치는 작은 해머와 세트를 이루는 공, 그리고 크고 작은 기어(휠)와 이를 제어하는 클러치 및 랙, 컬럼 휠 등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구성의 부품들로 사운드를 내야 하는 과제를 필연적으로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랑 소네리는 4개의 해머로 웨스트민스터 차임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4개의 음- 미(E), 솔(G), 파(F), 시(B)- 을 각각 세밀하게 튜닝해야만 듣는 이로 하여금 이를 멜로디 수준으로 인지할 수 있게 마련입니다. 마치 콘서트 전 기타리스트나 피아니스트가 음 하나를 조율하기 위해 오랜 시간 끙끙대는 것처럼, 하지만 이를 한번에 완벽하게 기계적으로 구성해 조율까지 마쳐 무브먼트 안에 통합시켜야 하는 워치메이커 입장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단순히 그 결실만으로 사운드의 품질을 누군가 간단히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 시크릿 랩 내부 모습
4개의 음은 진동시 피치(주파수)마저 세심하게 계산되어야 하는데요. 이는 결국 과학적인 영역에 해당합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의 경력을 자랑하는 숙련된 워치메이커일지라도 단지 감만으로 조율될 수 있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첨단 과학기술의 접목을 위해 블랑팡은 매뉴팩처 내 시크릿 R&D 랩을 설치할 정도입니다. 르 브라쉬 매뉴팩처 건물 2층 내 관계자 외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에 오직 그랑 더블 소네리용 칼리버 15GSQ 개발을 위한 전문적인 실험의 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런 사실만 봐도 블랑팡이 브랜드 첫 손목시계형 그랑 소네리 개발을 위해 얼마나 대단한 정성과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실제 르 브라쉬 매뉴팩처 현장에서 이를 눈앞에서 접한 필자로서는 이러한 메종의 철두철미함에 새삼 크게 놀라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 골드 소재의 공(골드 사운딩 링) 조립 모습
차이밍 메커니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틸(또는 강화스틸) 내지 코퍼(구리 합금)가 아닌 18K 골드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수년 간의 연구 개발 도중 블랑팡은 전통적인 소재부터 PD600이라는 특수 합금(브라스-스틸 기반에 특수 코팅을 입힌), 크리스탈 등 다양한 소재를 실험하고 평가했는데요. 결과적으로 골드 합금(5N)이야말로 메종이 지향하는 가장 섬세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두 겹의 매우 복잡하게 형성된 비스포크 제작 공을 가리켜 블랑팡은 골드 사운딩 링(Gold sounding rings)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미닛 리피터에서 볼 수 있는 2음 구조(낮은 음으로 시를, 높은 음으로 분을, 두 조합으로 쿼터를 울리는 방식)를 벗어나 4개의 각기 다른 노트를 타종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링 구조와 차별화한 입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것입니다. 또 흔히 접할 수 있는 라운드 형태의 공이 아닌 단면이 있는 스퀘어 타입의 링 구조를 도입해 해머가 닿는 면적을 넓혀 더욱 정확하게 타종하고 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쿼터 랙 & 컬럼 휠 관련 부품

- 장시안 줄기로 자체 제작한 피니싱 툴

- 그랑 더블 소네리 개발의 주역인 두 워치메이커들
이를 위해 1시간에 4번의 쿼터(15분)를 타종하는 랙 타입의 톱니로 구성한 핵심 부품- 일명 피스 데 콰르트(Pièce des quarts)- 과 여기에 클러치 형태로 맞물린 각기 다른 사이즈의 스트라이킹 메커니즘 관련 부품들(불어로 Levées로 칭하는 작은 로테이팅 기어들), 그리고 또 이와 연결된 해머를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최적화된 데이터 기반의 주파수로 세심하게 튜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였다고 할지라도 실제 타종시 느껴지는 품질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시계가 최종 조립되는 그랑 소네리 아뜰리에(Atelier Grande Sonnerie)의 그랑 더블 소네리를 전담하는 두 워치메이커들(로맹과 요한)은 얇은 끌이나 발레드주 인근에 주로 자생하는 로컬 야생 식물 장시안(Gentian wood, 용담속)의 줄기로 제작한 자체 툴을 가지고 1마이크론 단위로 아주 미세한 파인 어저스트먼트(Fine adjustments, 정밀 조정) 과정을 또 거칩니다. 그 자체로 첨단 과학 기술과 파인 워치메이킹 사부아 페어(Savoir-faire, 노하우)의 완벽한 조화라 하겠습니다.

- 웨스트민스터 멜로디와 블랑팡 멜로디의 차이
대부분의 그랑 소네리가 정시에 시만을 타종하는 반면, 블랑팡의 그랑 더블 소네리는 시를 울린 후 4개의 쿼터를 모두 연주하며 완전한 멜로디를 선사합니다. 아울러 미닛 리피터 역시 슬라이드 또는 푸셔를 이용하는 온-디맨드 작동 없이 구동합니다. 더블 멜로디 중 미솔파시로 시작하는 웨스트민스터 멜로디는 미파솔미, 솔미파시, 시파솔미 순으로 4번 나눠 타종하고, 반면 에릭 싱어가 참여한 개성적인 블랑팡 멜로디는 시미솔파, 시솔미파, 파미솔시, 솔미파미 순으로 확실히 들으면 일반적인 웨스트민스터 차임과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웨스트민스터 멜로디 보다 더 경쾌하달까요!?). 이게 말로는 설명에 한계가 있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블랑팡 공식 홈페이지 및 SNS에 올라온 작동 영상을 함께 보고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울러 타종 사운드의 탁월한 레조낭스(Resonance, 공명)를 위해 골드 베젤 내부에 바이브레이팅 멤브레인(Vibrating membrane) 또는 어쿠스틱 멤브레인(Acoustic membrane) 부품을 통합했습니다. 사운드의 전달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공명판 역할을 하는 부속으로, 오데마 피게 등 극히 일부 브랜드에서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케이스백에 이를 배치한 오데마 피게와 달리 블랑팡은 케이스 앞면 그것도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와 맞닿은 베젤 안쪽의 빈 공간에 마치 가느다란 파이프처럼 통합시키고 그 소재 또한 골드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차별화합니다. 앞서 공(사운딩 링)을 골드 소재로 제작한 것과 수미쌍관을 이루는 것으로, 섬세한 사운드 품질을 위해 다년 간의 연구 및 테스트를 걸쳐 이뤄진 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쿠스틱 멤브레인 역시 그랑 더블 소네리의 13개 특허 출원 기술 중 하나입니다.

그랑 더블 소네리 칼리버 15GSQ는 두 개의 메인스프링 배럴을 갖추고 있습니다(파워리저브는 약 96시간, 그랑 소네리 모드로 작동시 12시간). 하나는 시간을, 다른 하나는 소네리와 블랑팡 멜로디를 관장합니다. 더블 배럴 구성은 물론 새롭진 않지만, 이렇듯 특정 컴플리케이션을 위해 분할하는 구성은 블랑팡의 또 다른 장기인 까루셀의 해법을 떠올리게 합니다.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15GSQ는 차이밍 메커니즘(그랑 및 쁘띠 소네리, 미닛 리피터) 외 1980년대 말 6마스터피스 중 하나로 처음 손목시계 형태로 데뷔한 메종의 또 다른 시그니처 컴플리케이션인 플라잉 투르비용과 파인 워치메이킹의 꽃인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담았습니다. 다이얼 7시 방향에 노출한 분당 1회전하는 원-미닛 플라잉 투르비용은 과거의 3헤르츠 보다 높은 진동수인 4헤르츠로 한층 위용을 뽐내며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까지 무장해 더욱 특별합니다.

반면 퍼페추얼 캘린더는 기존의 블랑팡 컬렉션에서는 보기 드문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와 함께 구성했습니다. 보통의 퍼페추얼 캘린더 내지 이러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류에는 흔히 모듈형 퍼페추얼 캘린더를 사용하게 마련인데, 블랑팡은 별도의 캘린더 플레이트가 소네리의 개방형 구조, 다시 말해 사운드 공명 및 품질에 혹여 영향을 미칠 까봐 아예 처음부터 통합형 설계로 개발했습니다. 이로써 차이밍 메커니즘과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두 양대 하이 컴플리케이션이 충돌하지 않고 완전하게 통합을 이루어 기술적인 성취가 높아진 것은 물론 무브먼트의 두께를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요일-월-윤년은 다이얼 오른쪽의 두 서브 다이얼로 표시하고 왼쪽 가장자리에는 부챗살처럼 데이트 인레이와 뱀처럼 구불구불한 세르펜틴 타입의 포인터 데이트 핸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캘린더 기능은 케이스백에 위치한 블랑팡 고유의 특허 받은 언더-러그 코렉터(Under-lug correctors)를 이용해 별도의 도구 없이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으며, 실수로 캘린더를 잘못 조작해도 무브먼트 손상 위험이 없는 안전 보호 메커니즘(Safety mechanism)을 적용해 안정성을 더합니다.

- 블랑팡 고유의 특허 받은 언더-러그 코렉터
그랑 더블 소네리의 케이스 직경은 47mm, 두께는 14.5mm이며, 이러한 그랑 소네리 손목시계로는 드물게 10m 정도의 위플래쉬 방수까지 보장합니다. 레드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2종류의 케이스 소재로 선보이며, 빌레레 컬렉션의 특징적인 더블 스텝 베젤과 비교적 짧은 러그 형태 때문에 손목에 실제 올렸을 때 사이즈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랑 컴플리케이션을 보다 존재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 이 정도의 사이즈는 오히려 적정해 보입니다. 게다가 기능에 비해 두께가 14.5mm로 비교적 두껍지 않기 때문에 더욱 돋보입니다. 이는 기획 초기 단계서부터 '실제 착용 가능한 그랑 소네리를 만들자'고 외친 블랑팡 회장 겸 CEO 마크 A. 하이예크의 채찍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실입니다. 그는 단지 브랜드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쇼-피스 성격에 그치는 그랑 소네리는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26개의 브릿지와 메인 플레이트를 18K 골드로 제작하고 정교하게 오픈워크 가공해 역시나 골드 소재의 오픈워크 다이얼 면으로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무브먼트의 구조적인 아름다움 과 피니싱의 수려함, 무엇보다 소네리 및 플라잉 투르비용의 웅장한 작동 모습을 상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조밀하게 페를라주 가공된 플레이트, 정교하게 측면 브러시드 및 앙글라주(베벨링) 마감된 브릿지, 거울처럼 반짝반짝 수공 미러 폴리시드 마감된 단면 등은 그 자체로 하이엔드 무브먼트의 품격을 드러내기에 충분합니다. 그랑 및 쁘띠 소네리, 미닛 리피터, 플라잉 투르비용,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등을 한데 융합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의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기계적-미학적 가치를 이 정도로 다이얼에 인상적으로 드러내는 시계 또한 흔치 않습니다. 일례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캐비노티에 심포니아 그랑 소네리 1860나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라 프리미에르 워치, 파텍 필립의 그랑 쁘띠 소네리 미닛 리피터(6301P-001), 랑에 운트 죄네의 1815 그랑 컴플리케이션은 다이얼 면이 막혀 있고, 불가리의 옥토 로마 그랑 소네리 퍼페추얼 캘린더, 오데마 피게의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그랑 소네리 까리용 슈퍼소네리 정도가 오픈워크 다이얼을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지만 블랑팡의 그것과는 또 풍기는 이미지가 매우 다릅니다. 특히 4개의 해머와 플라잉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를 거의 좌우 대칭에 가깝도록 인상적으로 배치한 블랑팡의 그랑 더블 소네리를 보고 있으면 브랜드가 컴플리케이션의 보여지는 모습, 전체적인 레이아웃에도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나아가 그랑 더블 소네리는 특별 제작한 매우 진귀한 프레젠테이션 박스와 함께 제공됩니다. 발레드주의 깊은 산골 리수 숲에서 벌목한 스프러스(가문비나무류의 침엽수) 목재로 제작한 특수 케이스에 담겨 차이밍 워치만의 레조낭스 효과를 극대화해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속이 비어 있는 유선형의 목재 프레임이 차임 사운드를 증폭하는 일종의 사운드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세기 전부터 발레드주 전통으로 이어져왔습니다. 블랑팡은 스프러스 목재로 제작한 새로운 프레젠테이션 박스를 소개하기 위해 매뉴팩처 내 어쿠스틱 룸(Acoustic Room)까지 제작했습니다. 사방이 완전히 밀폐된 녹음실 스튜디오 같은 공간을 통해 그랑 더블 소네리의 놀랍도록 청명한 사운드 품질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그랑 더블 소네리를 위한 전용 쇼케이스, 어쿠스틱 룸
그랑 더블 소네리는 레드 골드(Ref. 15GSQ 1513 55B)와 화이트 골드(Ref. 15GSQ 3613 55B) 버전 모두 연간 단 2피스만 한정 생산하며, 주문 과정에서 오너의 취향 및 요청에 따라 맞춤 제작이 또한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로도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소장하고 싶은 일부 진지한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오직 블랑팡에서만 접할 수 있는 가장 독창적이고 진일보한 최상의 그랑 소네리를 찾는 분에게 이번 노벨티는 타임피스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것입니다. 그 자체로 블랑팡이 추구하는 오뜨 오롤로제리의 정수를 담은 그랑 더블 소네리를 이제 여러분들이 만나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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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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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이디엔
2025.11.2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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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을 러그에 달린 코넥터로 간단히 하는게 대단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손목에 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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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만 보고 흠....이었는데 이노님 설명을 읽고 나니 오오오 로 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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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
2025.11.25 15:41
수백여개 부품부터 소름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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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부품들을 보니 정밀 공학 그 자체로군요. 디스플레이 가능한 박스도 특징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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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뚜기
2025.11.26 22:53
아름답네요.
연간 2피스만 제작하니 쉽게 구할 수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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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계
2025.11.27 10:52
스켈레톤만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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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
2025.11.28 04:43
영상 찾으러 SNS를 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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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하게 자신들의 기술력을 응축시킨 멋진 피스네요.
다만, 170만 스위스프랑이니... 지금환율로는 엄청난 가격이군요 (30억을 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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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나온 신작.. 오픈웤.. 무시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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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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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도릉
2025.12.03 12:38
블랑팡은 나날이 발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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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뒤 모두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