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H08 스켈레톤 외


에르메스(Hermès)는 올해 어느 때보다 스켈레톤의 미학에 집중합니다. 주요 신제품 대부분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속살을 과감히 드러냅니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 부스도 메인 테마를 적극 반영했습니다.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장-시몽 로슈(Jean-Simon Roch)가 스켈레톤 무브먼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독특한 설치 작품이 부스 가운데 자리했습니다. 동선 곳곳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에르메스 H08 스켈레톤을 비롯한 올해의 주역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Hermès H08 Squelette
에르메스 H08 스켈레톤
에르메스 H08은 전통 워치메이커가 만드는 여느 스포츠 워치와 한 끗이 다릅니다. 쿠션형 케이스에 사각형 베젤과 원형 다이얼을 조합한 독창적인 쉐입-인-쉐입 디자인을 추구하는 한편, 기존 워치메이킹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폰트의 아라비아 숫자를 통해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에르메스 H08은 지난 2021년 기본적인 쓰리-핸즈 모델로 먼저 데뷔했고, 2023년에는 독특한 패턴으로 케이스를 달리한 베리에이션과 크로노그래프가 함께 나왔습니다. 올해는 이처럼 무브먼트를 앞뒤로 모두 노출한 스켈레톤 버전이 등장해 라인업 확장에 또 한 번 박차를 가합니다.


에르메스 H08 스켈레톤은 무브먼트부터 새롭습니다. 애초에 스켈레톤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새로운 자동 칼리버 H1978 S가 시계를 구동합니다. 중앙의 비대칭 X자 브릿지를 토대로 디자인된 구조가 특히 돋보입니다. 더블 배럴을 비롯한 기어트레인이 마치 X자 브릿지에 매달려 있는 듯 합니다. 덕분에 부품 사이사이로 빛이 투과됨에 따라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스켈레톤의 미학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밸런스의 축에 배치한 핑크색 주얼을 제외한 나머지 주얼을 투명한 색으로 통일한 디테일 역시 탁월합니다. 만약, 각 축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20여개의 주얼이 일반적인 핑크색이었다면, 개성적인 스켈레톤 구조가 아니라 각 주얼에 더 눈이 갈 뻔했습니다. 뒷면으로도 드러나는 스켈레톤 로터도 에르메스답습니다. 일반적인 반원형이 아닙니다. 모서리를 둥글게 가다듬은 사각형으로 케이스백 라인과 일치합니다. 로터의 회전력으로 생성될 수 있는 최대 파워리저브는 약 60시간(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입니다. 동력의 잔량은 스켈레톤 배럴 안으로 보이는 메인스프링의 감김 정도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X자 브릿지 위로는 같은 모양으로 오려낸 다이얼이 놓이고, 그 외곽으로 에르메스 H08 특유의 아라비아 숫자 아워 마커가 배치됩니다. 각 아워 마커는 슈퍼루미노바 야광 블록으로 제작됩니다. 컬러는 야광색과 비슷한 푸른색 또는 회색으로 나뉩니다. 핸즈의 야광 팁도 그에 따라 푸른색 또는 흰색으로 색깔이 달라집니다.

쿠션형 케이스는 블랙 DLC 코팅 티타늄으로 제작되고, 그 위로 동글동글한 사각형의 블랙 세라믹 베젤이 놓입니다. 티타늄은 샌드 블라스트, 세라믹은 방사형 새틴 브러시드 가공으로 마감했습니다. 케이스 사이즈는 지름 39mm, 두께 11.69mm입니다. 기존 H1837(두께 3.7mm)보다 두꺼운 무브먼트(두께 4.165mm)를 사용함에 따라 케이스 두께 역시 1.09mm 가량 늘었습니다. 방수 사양은 100m로 변함 없습니다.

스트랩은 표면을 직물처럼 가공한 러버 밴드가 기본입니다. 컬러는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블루 인덱스 버전은 블루 또는 블랙, 회색 인덱스 버전은 베이지, 카키, 블루 러버 스트랩과 매칭됩니다. 모든 스트랩은 케이스와 동일한 블랙 DLC 코팅 티타늄 폴딩 버클과 합을 맞춥니다.

에르메스 H08 스켈레톤의 가격은 컬러에 상관 없이 3435만 원으로 동일합니다.

Arceau Samarcande
아쏘 사마르칸드
사마르칸드(Samarcande는 Samarknad의 프랑스어 표기)는 우즈베키스탄의 유서 깊은 도시이자 과거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에르메스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이 교차로가 체스 말과 보드를 만드는 주요 소재(목재 및 가죽)를 거래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같은 이름의 체스 세트를 꾸준히 선보여 오고 있습니다. 체스 세트의 나이트와 동일한 말 머리 모양 페이퍼웨이트(Paperweight, 문진)도 ‘사마르칸드’라는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아쏘 사마르칸드’ 역시 앞선 시리즈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이얼 한 켠을 기존 ‘사마르칸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메종의 근원인 말의 형상에 맞춰 오픈워크 가공으로 오려냈습니다. 큼지막하게 커팅된 면 사이로는 역시나 무브먼트 일부가 드러납니다. 노출 부위는 이 시계의 핵심인 미닛 리피터 관련 부품이 주를 이룹니다. 블루 스크루 하나로 말의 눈을 묘사한 에르메스의 깨알같은 재치도 빛납니다. 케이스 왼쪽 레버를 당기면 시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차임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모습을 오려진 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리도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보통 미닛 리피터는 쿼터(15분) 단위를 소리로 울릴 때 2음으로 구성되지만, 아쏘 사마르칸드는 세가지 음으로 소리를 냅니다. 해머가 2개가 아니라 3개이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인 해머는 1분 단위를 알리는 해머 뒤에 숨어 있습니다.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하는 무브먼트는 에르메스가 지분을 보유한 보쉐 매뉴팩처에서 개발한 자동 칼리버 H1297입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 파워리저브는 약 48시간입니다. 시계 뒷면으로 드러나는 부분 역시 가공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각 브릿지는 하나하나를 뼈대만 남기고 모두 파내는 스켈레톤 가공으로 마감해 무브먼트의 기계적인 미학을 극대화하고, 마이크로 로터 표면에는 메종의 상징인 마차 뒥 아뜰레(Duc Attelé)를 정교하게 새겨 넣었습니다.

영롱한 다이얼은 또 금속 베이스 위에 최고급 크리스탈 브랜드 생-루이(Sain-Louis)에서 제작한 크리스탈을 올린 것이라 합니다. 컬러는 블루 또는 화이트로 나뉩니다. 말의 등자에서 모티프를 얻은 아쏘 고유의 비대칭 케이스는 화이트 골드 또는 로즈 골드로 제작됩니다. 사이즈는 공통적으로 지름 38mm입니다. 방수 사양은 30m.


아쏘 사마르칸드는 다이얼 및 케이스를 달리해 총 세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블루 다이얼은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만 짝을 이루고, 화이트 다이얼은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화이트 골드 또는 로즈 골드 케이스와 케미를 이룹니다. 스트랩은 각각 블루, 듄, 펄 그레이 컬러의 악어가죽 스트랩이 기본 옵션입니다.



가격은 조합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블루 다이얼 & 화이트 골드 케이스가 4억 8088만 원, 화이트 다이얼 & 화이트 골드 케이스가 4억 8947만 원, 화이트 다이얼 & 로즈 골드 케이스가 4억 8088만 원입니다.

Slim d’Hermès Squelette Lune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톤 룬
슬림 데르메스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지난 2015년 이름처럼 얇은 두께와 말끔한 디자인으로 데뷔했고, 이후 알람, GMT, 퍼페추얼 캘린더와 같은 컴플리케이션은 물론 컨셉트를 달리한 베리에이션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지난 2021년 첫선을 보인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톤 룬 또한 많고 많은 줄기 중 하나입니다. 올해 신제품은 컬러 및 소재를 달리해 라인업에 활기를 더합니다.

지름 39.5mm 케이스는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소재는 티타늄과 플래티넘 두 가지 선택지로 나뉩니다. 방수 사양은 30m. 티타늄 버전은 베르 도(Vert d’eau)라 일컫는 아쿠아 그린 컬러 다이얼이 스켈레톤 무브먼트 위에 놓이고, 플래티넘 버전은 다이얼은 물론 무브먼트의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까지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였습니다. 그래서 전자는 톤-온-톤, 후자는 블루와 실버가 대비되는 상반된 매력이 돋보입니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2개의 달은 컷 아웃 가공한 6시 방향 서브 다이얼을 통해 드러납니다.


브릿지 및 메인 플레이트의 뼈대만 남기고 살을 다 발라낸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자동 칼리버 H1953입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 파워리저브는 약 48시간입니다. 브릿지 사이사이로는 마이크로 로터를 비롯한 울트라-씬 메커니즘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케이스와 스트랩의 컬러 밸런스도 탁월합니다. 티타늄 버전은 차분한 회색 악어가죽, 플래티넘 버전은 깊이 있는 푸른색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칭해 시각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각 스트랩에는 케이스와 동일한 소재의 폴딩 버클이 체결됩니다.


새로운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툰 룬의 가격은 티타늄 버전이 3658만원, 플래티넘 버전이 6184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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