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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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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0년 5월 6일, 해밀턴(Hamilton)은 미국 뉴욕 포시즌스 호텔 레스토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날로그 핸즈를 생략한 매우 생소하게 생긴 시계를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해밀턴은 이 독특한 하이테크 손목시계에 규칙적인 주기로 전파(펄스)를 방출하는 중성자별의 이름을 따서 펄사(Pulsar)로 명명했는데요. 1957년 세계 최초로 배터리 구동 방식의 전자 손목시계 벤츄라(Ventura)를 선보인 데 이어, 해밀턴은 또 한 번 세계 최초로 LED(발광 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방식의 손목시계인 펄사를 발표함으로써 손목시계 제조 역사에 굵직한 획을 긋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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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최초로 시판한 펄사 모델 P1

일본의 세이코가 196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쿼츠 손목시계인 쿼츠 아스트론을 출시해 업계에 큰 파장을 예고한지 불과 몇 달이 지난 시점에서 해밀턴은 한발 더 나아가 '손목에 착용하는 컴퓨터'를 표방한 전례 없는 디지털 손목시계를 발표함으로써 모던 손목시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화하는데 크게 일조하게 됩니다. 1892년 미 펜실베니아주 랭카스터에서 태동한 이래 20세기 초반 기차 운행의 정확성을 위한 레일로드 회중시계와 다양한 항공시계를 제작하고,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미 국방부에 훗날 카키(Khaki) 컬렉션의 기원이 되는 군용시계를 납품했던 해밀턴은 일찍이 기계식 시계제조사로서 확고한 명성을 획득했음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기술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것입니다. 1970년대 초반 혜성처럼 등장한 펄사는 미국 태생 브랜드로서의 뿌리 깊은 모험 정신과 새로운 세대의 열망이 만나 이룩한 창조적인 결실이자 해밀턴 시계 제조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매우 중요한 타임피스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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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사 P1은 옐로우 골드로만 400피스 한정 제작되었다. 

미국의 인기 심야 토크쇼 TV 프로그램인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의 진행자 자니 카슨(Johnny Carson)의 시연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처음 펄사 프로토타입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1972년 4월, 마침내 상용화에 성공한 첫 펄사 모델 P1(레퍼런스 넘버 #2800)이 출시됩니다. 해밀턴과 일렉트로-데이터 사(Electro/Data Inc.)의 수 년간의 기술 협업으로 완성한 P1 모델은 케이스는 물론 일체형 브레이슬릿까지 전체 18K 옐로우 골드로 제작해 출시 가격이 무려 2,100 달러(USD)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웬만한 승용차 한 대 가격이었다고 하네요. 또한 단 400피스 한정 제작해 트렌드와 희소성에 민감한 소수의 엘리트 계층을 겨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연결부에 내장한 특수 자석을 이용해 시간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독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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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출시한 두 번째 펄사 모델 P2

이듬해인 1973년, 해밀턴은 두 번째로 상용화한 펄사 모델 P2(레퍼런스 넘버 #2900)를 출시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브레이슬릿 형태로 출시한 P2는 골드 한정판인 P1과 달리 일반 모델로 선보였고, 펄사를 대중적으로 보다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디자인적으로도 P2는 전작 P1과 사뭇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각진 배럴형 케이스를 지닌 P1과 달리 P2는 한층 볼륨감 있는 유선형의 케이스에 측면으로 분리한 푸시 버튼 등을 적용해 차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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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사 P2는 스틸 소재로 선보인 레귤러 모델로 1970년대 말까지 꾸준히 제작됐다.  

1973년 기준 P2의 리테일가는 395 달러(USD)로, 당시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해밀턴의 특이한(!?) LED 디지털 손목시계를 찾는 수요는 끊이지 않았고, 제38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제럴드 포드(Gerald Ford)를 비롯해,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차드(Keith Richards), 영국을 대표하는 팝스타 엘튼 존(Elton John), 복싱 헤비급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권투스타 조 프레이저(Joe Frazier) 등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펄사 P2를 착용한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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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죽느냐 사느냐’에서 펄사 P2를 착용한 로저 무어 

또한 1973년 개봉한 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에서 제임스 본드 역의 배우 로저 무어(Roger Moore)가 P2 모델을 착용한 모습이 몇 차례 클로즈업됨으로써 펄사의 선풍적인 인기에 결정적으로 한 몫 하게 됩니다. 극중 로저 무어는 시계 측면의 푸셔를 눌러 빨간색 LED 디지털 숫자가 점등하는 순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데요. 특수한 미션을 수행하는 M16 요원의 날렵한 모습과 펄사 특유의 퓨처리스틱(Futuristic, 미래적인) 디자인은 절묘하게 잘 어울렸고, 그 자체로 작전용 장비와도 같은 전문적인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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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출시한 해밀턴 펄소매틱 
오리지널 펄사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의식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흥미로운 탄생 스토리를 지닌 펄사임에도 1974년 스와치 그룹의 전신인 SSIH에 해밀턴이 합병되면서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1970년대 말 이후로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후 펄사의 상표권 일부를 사들인 세이코가 동명의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지만, 시계애호가들의 뇌리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해밀턴 펄사의 이미지는 다시 복원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그 후 한참의 세월이 흐른 2010년에서야 해밀턴은 펄소매틱(Pulsomatic)이란 시계를 선보였지만, 1970년대 오리지널 펄사와는 제품의 결이 조금 달랐습니다. 외관상으로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갖춘 보통의 디지털 시계처럼 보였지만 배터리 구동 방식이 아닌 기계식 오토매틱 무브먼트(ETA H1970)를 탑재해 색다른 시도를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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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신제품, 해밀턴 PSR 스틸 Ref. H524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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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신제품, 해밀턴 PSR 옐로우 골드 PVD 스틸 Ref. H52424130

그리고 2020년 펄사 탄생 50주년을 맞아 해밀턴은 디지털 손목시계의 영원한 아이콘인 펄사를 마침내 오리지널에 가까운 완전체로 부활시켰습니다. 펄사를 이니셜화해 공식 제품명은 '해밀턴 PSR'로 명명했습니다. 타임포럼은 해밀턴 PSR 워치의 런칭 소식을 국내 미디어 최초로 전달하기에 앞서 까르네 샘플을 미리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스페셜 컬럼을 통해 해밀턴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펄사 복각 에디션 PSR을 보다 자세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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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밀턴 PSR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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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밀턴 PSR 스틸 & 옐로우 골드 PVD 스틸 버전 

해밀턴 PSR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옐로우 골드 PVD 코팅 처리한 스틸 두 가지 컬러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1970년대 오리지널 펄사 P1과 P2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입니다만, 최초의 펄사 모델(P1)처럼 전체 솔리드 골드 케이스/브레이슬릿 형태로는 차마 선보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격대가 일단 너무 높아져 기존 해밀턴 컬렉션과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질 테니까요. 결과적으로 옐로우 골드 PVD 스틸은 꽤 적절한 대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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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버전 공통적으로 케이스 디자인은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오리지널 펄사 모델 중 1973년 출시된 P2(레퍼런스 넘버 #2900)의 그것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가로 40.8 x 세로 34.7mm인 쿠션형 케이스의 사이즈도 오리지널 모델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테두리를 부드럽게 둥글린 쿠션형 케이스는 전체 결이 곱게 새틴 브러시드 마감했으며, 펄사 로고 대신 베젤부 하단에는 해밀턴 로고를 레이저 각인하고 블랙 래커를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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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감이 풍부한 케이스는 정면에서 봤을 때는 투박한 쿠션형 케이스처럼 보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약간 만곡형을 띄고 있습니다. 또한 베젤부 역시 평평하지 않아 기울여서 보면 사이드 쪽으로 갈수록 유선형을 띄고 있어 전체적으로 제법 입체감 있는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라 테두리 모따기 가공한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베젤 위로 볼록 솟게 배치해 오리지널 펄사 모델 P2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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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된 러그 없이 케이스 일체형으로 뻗은 스틸 브레이슬릿은 3연의 볼륨감 있는 링크로 연결돼 있습니다. 근육질 남성의 복근을 연상시키는 울퉁불퉁 남성적인 디자인의 링크도 오리지널 펄사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롤렉스의 프레지던트 브레이슬릿도 떠올리게 하는데, 상단에서 하단 링크로 갈수록 끝이 좁아지는- 테이퍼드(Tapered)- 형태는 PSR 쪽이 훨씬 더 가파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전체 브러시드 가공한 브레이슬릿의 마감 수준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훨씬 금액대가 높은 고급 시계 브랜드들의 그것과 견주어도 크게 부족함을 못 느낄 정도로 유려한 마감 상태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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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과 옐로우 골드 PVD 스틸 두 버전 공통적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는 반사형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표시장치)와 방출형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고 브랜드 측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와 분을 디지털 방식으로 나란히 표시하면서 케이스 우측면에 위치한 푸시 버튼(푸셔)을 누르면 디지털 도트 스타일의 OLED 숫자에 빨갛게 불이 들어와 어느 환경에서든 뛰어난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또한 해당 디스플레이는 백라이트가 없는 상태에서 극히 소량의 에너지만 소비하도록 프로그램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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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셔를 한 번 누르면 시와 분을 표시하는 디지털 도트들이 점등하고, 한 번 더 누르면 초를 표시합니다. 그리고 푸셔를 길게 누르면 시부터 차례로 현재 시각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세팅 모드로 들어갑니다. 시를 표시하는 OLED 숫자가 점멸하면 푸셔를 누를 때마다 시가 변경되고, 원하는 세팅을 마치고 푸셔를 길게 한 번 더 누르면 분 단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변경됩니다. 시와 분 세팅을 마친 다음 푸셔를 다시 길게 누르면 초를 세팅해 스톱워치처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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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하이브리드 디스플레이는 저전력 셀 배터리를 탑재한 디지털 쿼츠 무브먼트를 통해 구동하며, 베이스 플레이트에 쿼츠 관련 부품들을 배치하고, 그 위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칩과 IC(집적회로)로 구성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관련 모듈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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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브먼트를 시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노출하지는 않습니다. 스크류 타입의 솔리드 스틸 케이스백 중앙에는 영감의 원천이 되는 펄사에서 착안한 특유의 방출 패턴을 인그레이빙으로 새겨 의미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케이스백 가장 자리에는 레퍼런스 넘버와 스위스 메이드 각인을 새기고, 옐로우 골드 PVD 스틸 모델의 경우 한정판 제품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고유 넘버 'Limited Edition XXXX/1970'를 인그레이빙해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케이스 방수 사양은 100m로 가벼운 레저 활동에도 안심하고 착용할 수 있어 실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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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PSR은 옐로우 골드 PVD 스틸 모델(Ref. H52424130)은 오리지널 펄사의 탄생연도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총 1,970피스 한정 제작될 예정이며, 국내 출시 가격은 1백 31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반면 일반 스틸 모델(Ref. H52414130)은 한정판이 아닌 레귤러 모델로 선보이며, 국내 출시 가격은 98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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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PSR은 펄사 50주년을 맞아 브랜드가 작정하고 선보인 오리지널 펄사 복각 에디션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멀티 펑션과 첨단 스펙으로 무장한 최신 스마트워치와 디지털 쿼츠 시계들과 비교하면 PSR은 기능적으로는 매우 단순한 시계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전자(前者)의 시계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리지널 피스의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197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PSR만의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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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고급스럽게 마감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레트로 스타일의 특별한 세컨 워치를 찾는 시계애호가들에게 어필한 만한 조건들이 눈에 띕니다. 해밀턴의 번뜩이는 신작 PSR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제품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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