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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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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라쇼드퐁의 시계제조사 코럼(Corum)은 1930~40년대 파텍필립과 오메가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다진 르네 반와트(René Bannwart, 1915-2010)의 확고한 비전과 포부를 바탕으로 1955년 설립했습니다. 유효한 토론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참석 인원을 뜻하는 라틴어(Quorum)에서 착안한 이름에 어떠한 미스터리도 풀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형상화한 열쇠 모양을 추가해 브랜드 로고로 삼은 것도 코럼의 워치메이킹을 향한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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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드미럴 AC-원 45 크로노그래프를 착용한 후빙 

코럼은 창립 이래 독창적인 디자인의 시계를 선보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로로 길쭉한 금관형 케이스가 특이한 골든 튜브(Golden Tube, 1957년)를 필두로,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챙이 넓은 모자에서 영감을 얻은 차이니즈 햇(Chinese Hat, 1958년),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새겨진 더블 이글(Double Eagle) 금화로 만든 코인 워치(Coin watch, 1964), 실제 새의 깃털을 다이얼 장식 소재로 활용한 페더 워치(Feather watch, 1970년), 직사각형 케이스 안에 수공으로 장식한 바게트 모양의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골든 브릿지(Golden Bridge, 1980년) 등 지난 60여 년간 셀 수 없이 수많은 혁신적인 시계들을 제작해왔습니다. 1백, 2백년이 넘는 전통의 제조사들이 즐비한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코럼이 비교적 단기간에 확고부동한 명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도 코럼의 주요 컬렉션이 시계 역사에 미친 영향력이 적지 않았음을 방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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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드미럴 레전드 42 모델을 착용한 후빙 

타임포럼은 지난 시간 코럼을 상징하는 아이코닉 컬렉션이자 손목시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인 골든 브릿지에 헌정하는 스페셜 컬럼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골든 브릿지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지닌 스포티한 디자인의 또 다른 아이콘인 어드미럴(Admiral) 컬렉션을 재조명하는 컬럼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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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 제작된 최초의 어드미럴스 컵 모델 ⓒ Corum

코럼의 역사에 어드미럴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 제작, 출시한 브랜드 최초의 사각 방수시계부터였습니다. ‘제독의 경기’를 뜻하는 어드미럴스 컵(Admiral’s Cup)은 1957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국제 요트 경기 대회에서 따온 것으로, 시계 케이스백에도 어드미럴스 컵 각인과 함께 요트 한 척이 음각되어 나름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어드미럴스 컵은 요트 경기에서 영감을 얻은 첫 모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브랜드 아카이브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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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3년 제작된 어드미럴스 컵 모델 지면광고 이미지 

이후 코럼은 1983년 런칭한 브레이슬릿 워치 형태의 새로운 컬렉션에 어드미럴스 컵이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현행 컬렉션으로 이어지는 그 유명한 12각(Dodecagonal) 베젤 디자인이 확립됩니다. 또한 실제로 어드미럴스 컵 대회를 후원했기 때문에 다이얼 상에 아워 마커를 대신한 항해 페넌트(Nautical pennants), 다시 말해 국제항해신호기(International maritime signal flags) 심볼을 추가해 위트를 더했습니다. 이렇듯 한층 스포티하게 거듭난 어드미럴스 컵은 12각 베젤과 항해신호기를 적용한 특유의 디자인이 워낙 개성적이었기 때문에 단숨에 화제를 모았고, 차츰 코럼을 상징하는 스포츠 워치의 대명사처럼 시계애호가들의 뇌리에 각인되게 됩니다. 그 후 2006년 어드미럴스 컵 컬렉션은 한층 더 모던하고 볼드한 형태로 리뉴얼을 거치게 됩니다. 물론 12각 베젤과 항해 페넌트와 같은 시그니처 디자인 코드는 유지한 채로 말이죠. 쓰리-핸즈 데이트,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을 주력으로 밀면서 다양한 사이즈와 함께 베리에이션을 확대해 컬렉션의 볼륨을 키운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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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출시한 어드미럴 AC-원 45 스켈레톤 
어드미럴 컬렉션에 최초로 전개한 스켈레톤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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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출시한 어드미럴 AC-원 45 크로노그래프 브론즈 
세월에 의해 파티나가 진행되는 브론즈(청동) 케이스와 브라운 티크 데크 다이얼의 조화가 이색적인 모델. 브론즈는 전통적으로 항해용 장비에도 많이 사용한 만큼 요트 및 해상스포츠와 인연이 깊은 컬렉션의 기원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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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출시한 어드미럴 AC-원 45 
5등급 티타늄 케이스에 리얼 우드(나무) 다이얼을 사용한 모델 

그리고 2013년 런칭한 어드미럴 AC-원 45(Admiral AC-One 45) 시리즈를 기점으로 또 한 차례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특히 인기가 높은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에 스틸 외 티타늄, 브론즈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일부 모델에는 요트 갑판에 사용되는 티크 데크(Teak deck)를 다이얼 소재로 적용하는 등 소재 면에서나 디자인적인 면에서나 다양한 실험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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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출시한 어드미럴 AC-원 45 타이드
독자적인 타이드 인디케이터를 갖춘 컴플리케이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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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출시한 어드미럴 레전드 42 플라잉 투르비용
창립 60주년을 맞아 60피스 한정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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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출시한 어드미럴 레전드 47 월드타이머 
컬렉션 최초로 월드타임 기능을 앞세운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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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출시한 어드미럴 AC-원 45 스켈레톤 
더블 디짓 형태로 스켈레톤 가공한 데이트 디스크를 레드 컬러 코팅 마감해 강렬한 개성을 연출한다. 블랙 PVD 코팅 마감한 티타늄 케이스 역시 탁월한 선택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요트 경기에 유용한 레가타 카운트다운 기능을 추가한 모델부터 여행 및 출장이 잦은 이들에게 실용적인 월드타임 기능의 모델, 조수 간만의 차와 월령(문페이즈)까지 표시하는 모델까지 등장하면서 항해용 스포츠 워치 컨셉에 더욱 충실한 컴플리케이션 라인업이 확립되었고, 스켈레톤 및 투르비용(심지어 더블 투르비용까지) 제품들도 컬렉션을 한층 풍요롭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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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신제품, 어드미럴 AC-원 45 크로노그래프

올해는 블랙 다이얼 바탕에 화이트 카운터를 적용한 일명 리버스-판다(Reverse panda) 디자인과 화이트 다이얼 바탕에 블랙 카운터를 적용한 판다(Panda) 디자인을 접목한 새로운 유형의 어드미럴 AC-원 45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레이드 5 티타늄 혹은 로즈 골드 케이스에 총 4가지 베리에이션을 지원하며, 공통적으로 무브먼트는 코럼의 고장 라쇼드퐁의 무브먼트 스페셜 리스트 라주페레(La Joux-Perret)가 공급한 에보슈를 수정한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CO 132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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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신제품, 어드미럴 AC-원 45 오픈워크 오토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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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신제품, 어드미럴 AC-원 45 오픈워크 투르비용  

한편 2014년 선보인 어드미럴 AC-원 45 스켈레톤을 기반으로 건축학적인 디자인을 심화시킨 오픈워크 오토매틱 신제품과 오픈워크 오토매틱의 투르비용 버전 한정판까지 연달아 출시함으로써 내년이면 60주년을 바라보는 전통 있는 컬렉션에 한층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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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출시한 어드미럴 레전드 38 2종 

이렇듯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어드미럴 컬렉션이지만, 몇 해 전부터는 다채로운 컬러와 젬 세팅이 돋보이는 본격적인 여성용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남녀 공용으로도 볼 수 있는 38mm 사이즈를 비롯해, 32mm 레이디 사이즈 제품군이 2016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스틸, 스틸 & 핑크 골드 투-톤 혹은 전체 핑크 골드 케이스를 기반으로 다이얼 컬러는 화이트, 라이트 블루, 다크 블루로 또 나뉩니다. 기본 컬러 래커 다이얼 외 화이트 혹은 블루-그레이 계열 마더오브펄을 사용한 다이얼로도 선보입니다. 38mm 사이즈는 쓰리-핸즈 데이트 형태의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32mm 사이즈는 시와 분만 표시하는 타임온리 형태의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해 차이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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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출시한 어드미럴 레전드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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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출시한 어드미럴 레전드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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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출시한 어드미럴 레전드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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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출시한 어드미럴 레전드 32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여성용 어드미럴 신제품을 추가했습니다. 기존의 래커 혹은 마더오브펄 다이얼과는 또 다른, 삼각형을 앞뒤로 겹친 듯한 특유의 요철이 있는 다이얼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코럼은 이를 가리켜 불어로 그르나디에 팡뒤(Grenadier fendu)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수류탄 바디의 울툴불퉁한 모습에서 착안해 가운데 부분을 쪼갠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해서 붙여진 조어로, 3D 제조 기법을 응용해 제법 입체감 있게 다이얼 전체를 장식함으로써 기존의 라인업 보다 한층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출시된 남성용 신제품 어드미럴 AC-원 45 크로노그래프에서도 동일한 다이얼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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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신제품, 어드미럴 AC-원 38 오토매틱 

어드미럴 AC-원 38 오토매틱은 다이얼 장식을 비롯해, 케이스 소재도 스틸이 아닌 그레이드 2 티타늄을 사용해 다른 레이디 라인업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티타늄 케이스인데도 베젤은 물론 러그 등 폴리시드 가공한 면이 대부분인 점도 나름대로 특기할 만한데요. 아시다시피 티타늄은 스틸에 비해 폴리시드 가공이 훨씬 더 까다로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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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미럴 AC-원 38 오토매틱 착용샷 

아이코닉한 12각 베젤에는 일렬로 총 72개에 달하는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0.65캐럿)를 세팅해 고급스러운 느낌도 연출합니다. 한편 다이얼 외곽 화이트 챕터링에는 1983년 모델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또 다른 아이코닉 디테일인 요트 항해 페넌트(국제항해신호기) 프린트를 더해 어드미럴 컬렉션만의 역사성을 계승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다만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단색으로 처리해 조금 더 미묘하면서도 무난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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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자동 칼리버 CO 082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2시간). 공식 케이스백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단, 케이스백은 티타늄이 아닌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군요. 

어드미럴 AC-원 38 오토매틱 제품 영상

참고로 케이스 방수 사양은 50m 정도를 보장합니다. 100m 또는 다이버 워치에 버금가는 300m 방수까지 지원하는 남성용 제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방수 사양이 다소 의외지만, 이 모델이 우아한 여성들을 위해 탄생한 시계임을 상기하면 수긍이 갑니다. 이런 시계를 착용하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격한 스포츠를 즐길 여성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신제품 어드미럴 AC-원 38 오토매틱은 평소 스포티한 디자인의 시계를 선호하면서 적당히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젊은 여성들이 선상 칵테일 파티나 사교행사에 착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만 같은 모습과 사양을 갖고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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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코럼 부티크 

위에 소개한 어드미럴 컬렉션 신제품 중 특별히 관심이 가는 모델이 있다면, 서울 잠실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2층에 위치한 코럼 부티크(Tel. 02-3213-2248)와 이달 초 제주 롯데 면세점에 신규 오픈한 코럼 매장을 방문해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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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롯데 면세점 코럼 신규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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