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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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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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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쉐론 콘스탄틴 역사상 최초의 풀 티타늄 워치인 오버시즈 스켈레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됐던 시계 업계는 3년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2(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2)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파텍필립(Patek Philippe), 롤렉스(Rolex), 쇼파드(Chopard) 등 핵심 브랜드가 이탈하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바젤월드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시계 박람회로 등극한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에는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대거 집결했습니다. 덕분에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보다 규모는 커지고 한층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신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맘때쯤이면 으레 트렌드에 대한 논평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옵니다. 필자가 보기에 올해의 시계 시장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포츠 워치의 강세는 계속됐고, 그린을 중심으로 한 형형색색의 다이얼도 그대로였습니다. 독립 시계 브랜드의 약진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유행이 반복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흐름도 포착됩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티타늄의 득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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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 업계에서 선호하는 티타늄은 순수 티타늄이 아닌 티타늄 합금입니다. 순수 티타늄은 그대로 쓰기에는 무르기 때문에 철, 알루미늄, 바나듐 등이 함유된 5등급 티타늄을 주로 사용합니다.

 

모던 워치메이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는 소재 혁명입니다. 그 전까지는 도입되지 않았거나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소재들이 시계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소재 3대장은 실리콘(실리시움), 세라믹 그리고 티타늄입니다. 실리콘은 기계식 시계가 내내 시달려온 자기장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해 밸런스 스프링 같은 미세 부품을 제조하는 방식이 율리스 나르당(Ulysse Nadrin)을 비롯한 선구자들에 의해 개척되면서 기계식 시계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여전히 금속제 니바록스 스프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실리콘 부품이 들어가는 시계의 숫자는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겁니다. 발색이 고르고 선명하며 반영구적인 세라믹은 알루미늄을 몰아내고 베젤 인서트의 주요 소재가 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로터의 회전을 돕는 볼 베어링이나 오토매틱 메커니즘을 담당하는 부품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티타늄은 어떨까요? 원자번호 22번을 부여 받은 잿빛 원소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같은 시계의 외장은 물론이고 다이얼, 무브먼트 플레이트 및 브리지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해 실리콘이나 세라믹보다 활용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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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 잠수라는 콘셉트에 잘 어울리는 오메가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울트라 딥 티타늄 모델

 

티타늄을 향한 전례 없는 애정공세는 스포츠 워치의 유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스포츠 워치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스포츠 워치의 상당수는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됩니다. 럭셔리 브랜드라고 다르진 않습니다. 스포츠 워치는 성격상 물과 접촉할 여지가 많습니다. 방수 성능이 중요하지만 케이스가 부식되지 않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실 316L 스테인리스스틸 정도면 충분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316L 스테인리스스틸보다 내공식지수(스테인리스강의 내식성을 평가하는 지수, PREN)가 높은 904L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티타늄은 스테인리스스틸보다 뛰어난 내식성을 자랑합니다. 조선이나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쓰일 정도로 해수에도 높은 면역력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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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진 스피릿 티타늄. 스포츠 워치 컬렉션이라면 티타늄 모델 하나쯤은 갖춰야할 시대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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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디한 요소를 잘 조합한 오리스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X 칼리버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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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생산분까지 예약이 완료되어 당분간 구할 수 없는 로랑 페리에의 티타늄 워치 스포트 오토

 

티타늄의 또 다른 무기는 가벼운 무게입니다. 스포츠 워치, 특히 브레이슬릿 버전이나 골드 케이스 모델을 착용하다 보면 손목에 피로가 누적될 수 있습니다. 묵직한 느낌을 좋아하거나 근손실을 염려하는 분이라면 문제될 게 없겠습니다만 가볍고 산뜻한 착용감을 원한다면 티타늄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티타늄은 뛰어난 내자성을 갖췄습니다. 티타늄을 적재적소에 적용하면 시계의 원활한 작동을 저해하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전자기기들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끝으로 티타늄은 생체 친화성이 우수합니다. 시계는 우리 몸에 직접 부착하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종종 금속 알러지 같은 피부 자극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티타늄으로 만든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착용하면 손목이 간지럽거나 빨갛게 부어 오르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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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타늄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온도, 오일, 시간 등 티타늄에 특화된 공법을 적용해야 합니다(사진 출처 : 시티즌)

 

티타늄에게도 약점은 있습니다. 우선, 티타늄은 어둡습니다. 스테인리스스틸이나 골드처럼 밝고 화사한 광택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급 시계의 화려함을 표현하기에는 2% 부족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가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티타늄은 다른 금속처럼 뜨겁게 달군 뒤 몰딩으로 틀을 잡고 CNC 머신으로 가공한 뒤 피니싱을 합니다. 문제는 강도가 높고 열전도율이 낮아서 절삭 난이도가 높습니다. 절삭을 할 때 티타늄이 절삭 도구에 들러붙고, 절삭을 해도 절삭면이 고르지 않다고 합니다. 아울러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면을 말끔하게 처리하는 게 어려워 티타늄에 맞는 방식으로 폴리싱을 해야 합니다. 각이 많고 입체적인 조형미를 자랑하는 최신 스포츠 워치를 티타늄으로 가공하는 건 스테인리스스틸이나 골드를 깎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닌데 다루는 것조차 어려우니 몸값이 비싼 건 당연지사입니다. 몇몇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티타늄이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계의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티타늄은 기존의 금속을 대체할만한 장점을 두루 갖췄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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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의 티타늄 워치 시티즌 X-8 크로노미터

 

과거에는 티타늄을 시계에서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티타늄 같은 소재로 시계를 만드는 발상은 터무니 없는 것이었습니다.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혁신가들만이 티타늄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꿰뚫어 봤습니다. 처음으로 티타늄 시계를 소개한 브랜드는 시티즌(Citizen)이었습니다. X-8 Chronometer로 불린 세계 최초의 티타늄 워치는 토노 케이스만 봐서는 영락없는 1970년대 시계였지만 그 속내는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1970년에 단 2000개만 한정 생산된 이 시계는 기계식과 쿼츠를 접목시킨 하이브리드 형태의 무브먼트를 탑재하며 크로노미터급 성능을 과시했습니다. 성능보다 놀라웠던 건 케이스입니다. 시티즌은 순도가 99.6%에 달하는 순수 티타늄으로 케이스를 제작했습니다. 티타늄 시계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티타늄 시계를 선보인 것도 대단한 일인데 2000개의 시계를 양산할 기술력까지 확보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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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시티즌

 

이후로도 티타늄 시계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은 시티즌은 독자적인 티타늄 가공 기술과 금속 표면을 특수 코팅 처리해 단단하게 만드는 듀라텍트(Duratect) 기술을 조합하여 슈퍼 티타늄(Super Titanium™)을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시티즌의 슈퍼 티타늄은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달 탐사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일본의 아이스페이스(ispace)에 제공될 만큼 우수함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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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타늄 연구의 시작을 알린 IWC 포르쉐 디자인 티탄 크로노그래프(사진 출처 : 안티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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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WC 다이버 워치의 고조 할아버지쯤 되는 오션 2000(사진 출처 : 소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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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타늄 합금 표면에 블랙 세라믹을 증착시켜 티타늄과 세라믹의 장점만을 흡수한 IWC 세라타늄®(Ceratanium®)

 

시티즌 이후로 티타늄에 주목한 것은 IWC였습니다. IWC는 소재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들은 이미 1970년대에 스테인리스스틸이나 골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쿼츠 시계가 불러온 절망의 시대에 IWC는 크나큰 모험을 감행합니다. 포르쉐 911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알렉산더 포르쉐가 설립한 포르쉐 디자인(Porsche Design)과 파트너십을 맺고 완전히 새로운 시계 제작에 착수한 겁니다. 포르쉐 디자인과 IWC의 기묘한 조합은 그들의 첫 번째 작품인 IWC 포르쉐 디자인 콤파스 워치(IWC Porsche Design Compass Watch, Ref. 3510)를 통해 빠르게 정당성을 얻습니다. 콤파스 워치는 손목시계와 나침반이라는 정밀 기기를 간결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엮어낸 작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뒤인 1980년, IWC는 포르쉐 디자인과 함께 또 하나의 시계를 출시합니다. 바로 포르쉐 디자인 특유의 디자인과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조우한 IWC 포르쉐 디자인 티탄 크로노그래프(IWC Porsche Design Titan chronograph, Ref. IW3700)입니다. 이 시계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모두 티타늄으로 만들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1982년에는 2000m 방수 능력을 자랑하는 다이버 워치 오션 2000(Ocean 2000, Ref. IW3500)을 공개하는데 이 시계 역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소재가 티타늄이었습니다. IWC가 당시로써는 미지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던 티타늄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프랑스의 우주항공 제조 업체 아에로스파시알(Aérospatiale)과의 교류를 통해 티타늄 가공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덕분이었습니다. IWC의 티타늄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되어 세라타늄®(Ceratanium®)이라는 신소재 개발로 결실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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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손목시계이자 가장 작고 가벼운 투르비용을 가진 손목시계라는 타이틀을 얻은 Ref. 25643. 티타늄으로 투르비용 케이지를 제작한 최초의 시계이기도 합니다.

 

티타늄의 쓰임새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례도 있습니다. 1986년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세계 최초의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손목시계 Ref. 25643을 출시합니다. 두께가 4.8mm에 불과한 케이스 안에 셀프와인딩 메커니즘과 투르비용을 욱여넣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오데마 피게의 기술진은 브리지를 생략하고, 무브먼트 플레이트의 역할을 케이스백이 짊어지도록 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이미 사장된 해머(hammer) 와인딩 시스템을 부활시켰습니다. 문제는 투르비용이었습니다. 투르비용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협소했던 겁니다. 오데마 피게는 지름이 7.2mm 밖에 되지 않는 초소형 투르비용 케이지로 빈 자리를 채웠습니다. 흥미로운 건 오데마 피게가 투르비용 케이지를 티타늄으로 제작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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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버 2870의 내부. 좌측 상단의 작은 공간에 투르비용을 설치합니다. 티타늄 투르비용 케이지의 무게는 고작 0.13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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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티타늄으로 만든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엑스트라 씬 RD#3. Ref. 25643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니었을까?

 

이 시계는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작은 배럴과 톱니바퀴, 짧고 얇은 메인스프링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충분한 동력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투르비용 케이지를 극단적으로 가볍게 만들어야 했고, 그 결과 티타늄이라는 해결책에 도달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론적으로 투르비용 케이지는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르 브라수스의 매뉴팩처는 가벼운데 튼튼하기까지 한 티타늄으로 투르비용 케이지를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손목시계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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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만들었는지 얘기만 들어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리차드 밀 RM 35-03의 칼리버 RMAL2. 무브먼트 플레이트는 5등급 티타늄을 습식 샌드블라스트 가공한 뒤 일렉트로플라즈마 처리해 회색 빛을 띱니다. 브리지는 5등급 티타늄을 습식 샌드블라스트 공법과 티탈릿(Titalyt®) 또는 PVD 코팅 처리합니다.

 

21세기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리차드 밀(Richard Mille)은 티타늄을 가장 잘 다루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소재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들은 케이스는 물론이고 나사나 무브먼트 제작에도 티타늄을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리차드 밀 시계는 극도의 가벼움과 단단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티타늄은 그런 의미에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존재입니다. 리차드 밀은 무브먼트 플레이트를 포함해 브리지나 밸런스 콕 등을 티타늄으로 만듭니다. 견고하고 가벼운 티타늄의 성질 외에도 특유의 색과 질감이 리차드 밀 시계가 추구하는 콘셉트에 꼭 맞기 때문입니다. 리차드 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티타늄 부품을 뼈대만 남기고 가공합니다.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특성상 각이 많아 가공과 마감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리차드 밀은 아랑곳하지 않고 티타늄을 깎고 다듬어 신비로운 입체감을 시계에 부여합니다. 이 모든 공정은 난이도가 높고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리차드 밀 시계의 가격에 0이 하나 더 붙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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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타늄 장인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드 베튠 DB 28 카인드 오브 블루 투르비용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독립 시계 브랜드 드 베튠(De Bethune)은 시계 전방위에 걸쳐 티타늄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다수가 티타늄이라는 소재의 물리적 특성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드 베튠은 고급 시계라면 지녀야 할 시각적 아름다움을 티타늄으로 구현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드 베튠을 대표하는 모델 가운데 하나인 DB 28 카인드 오브 블루 투르비용(DB 28 Kind of Blue Tourbillon)은 눈에 보이는 파란색 부품은 전부 티타늄으로 만들었습니다. 드 베튠은 2006년에 티타늄을 영롱한 파란색 덩어리로 둔갑시키는 열처리 방식으로 특허를 취득한 바 있습니다. 티타늄에 색을 입히는 과정은 스테인리스스틸의 열처리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티타늄 덩어리를 원하는 모양대로 잘라낸 뒤 일일이 사람 손을 빌려 폴리싱을 합니다. 준비된 부품을 깨끗하게 세척한 뒤 700°C까지 달군 가마에 넣어 표면을 산화시키면 블루 티타늄이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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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 베튠의 DB 카인드 오브 투 투르비용. 63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투르비용 케이지의 무게는 무려 0.18g

 

드 베튠의 티타늄 레시피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DB 카인드 오브 투 투르비용(DB Kind of Two Tourbillon)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계 역시 케이스의 소재는 티타늄입니다. 무브먼트 여기저기에 티타늄을 쓴 것도 DB 28 카인드 오브 블루 투르비용과 동일합니다. 눈여겨볼 지점은 투르비용입니다. 낮은 진동수를 채택하는 전통적인 투르비용과 달리 36,000vph(5Hz)라는 빠른 시간당 진동수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1분에 한 바퀴가 아닌 두 바퀴나 회전합니다. 그야말로 고속 투르비용입니다. 드 베튠의 공동 설립자이자 마스터 워치메이커인 데니스 플라지올레(Denis Flageollet)는 높은 진동수와 빠른 회전 속도를 이용해 손목시계에 적합한 투르비용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이비트 무브먼트는 뛰어난 정확성을 끌어낼 수 있지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부품에 더 많은 하중을 가하고 파워리저브를 짧게 만듭니다. 드 베튠은 멀지 않은 곳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가벼운 티타늄으로 투르비용 케이지와 밸런스 휠을 만들면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덕분에 투르비용을 30초에 한 바퀴 돌리는 것도 가능해져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고안된 투르비용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투르비용의 역동성이 배가되어 보는 눈이 더욱 즐거워 진 것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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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에 운트 죄네 너마저. 250개 한정 생산되는 오디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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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타늄도 자랏츠 폴리싱으로 밀어버리는 패기. 그랜드 세이코 크로노그래프 15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SBGC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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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바록스 밸런스 스프링(왼쪽)과 비교해 자성의 영향을 최대 1/20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니바크론(Nivachron™) 밸런스 스프링. 스와치 그룹 내 브랜드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열쇠입니다. 

 

오늘날 티타늄은 시계 안팎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습니다.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조차도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티타늄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는 티타늄으로 제작한 오디세우스를 발매했습니다. 티타늄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를 섞은 오버시즈 에베레스트 듀얼 타임을 선보였던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은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전체를 티타늄으로 만든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을 내놓았습니다. 불가리(Bvlgari)는 울트라씬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운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에 전략적으로 티타늄을 고용해 울트라씬의 매력을 한층 더 부각시켰습니다. 스와치 그룹은 기존의 니바록스보다 자성에 강한 티타늄 기반의 니바크론(Nivachron™) 밸런스 스프링을 자사 브랜드의 무브먼트에 투입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마다의 방식대로 티타늄을 활용한 시계가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워치메이킹의 주변부를 맴돌던 아싸는 당당히 유행을 선도하는 인싸로 거듭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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