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슈테 워치메이킹 180주년을 기념하는 글라슈테 오리지널

- 독일 글라슈테 마을 전경
© German Watch Museum Glashütte, Photo by Holm Helis
독일의 유명한 시계마을 글라슈테 지역을 대표하는 고급 시계제조사 글라슈테 오리지널(Glashütte Original)은 올해 몇 종의 인상적인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라슈테 워치메이킹 180주년(180 years of Glashütte watchmaking art)을 의미 있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2025년은 유독 무슨 주년- 290주년(블랑팡), 270주년(바쉐론 콘스탄틴), 250주년(브레게), 160주년(제니스), 150주년(오데마 피게) 등- 을 맞은 메종들이 많은데요. 관련해 저마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여느 메종들처럼 창업주와 창립연도가 일반적이지 않은 글라슈테 오리지널은 창립연도를 기준으로 한 애니버서리가 아닌, 19세기 초부터 철저하게 분업화 시스템으로 이어진 글라슈테의 독특한 워치메이킹 전통을 잇는 지역의 직계 장자(長子)로서 글라슈테 워치메이킹 전통을 종합적으로 기리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렇듯 한 지역의 헤리티지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이며 스위스 워치메이킹 산업에서는 더더욱 보기 드뭅니다.

- 글라슈테 오리지널 매뉴팩처 전경
© Glashütte Original
글라슈테 워치메이킹 180주년을 맞아 글라슈테 오리지널은 거창한 글로벌 이벤트 대신, 리전별로 선별한 소수의 미디어를 글라슈테로 초청해 매뉴팩처 투어 및 주요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타임포럼이 온라인 워치 미디어로는 유일하게 초대돼 함께 할 수 있었는데요. 관련해 글라슈테 워치메이킹 180주년의 역사와 의미를 재조명하고, 워치메이킹 전 과정의 약 95% 이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찐 매뉴팩처'로서의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진면모와 빼어난 기술력, 그리고 저먼 크래프츠맨십의 정수를 헤아릴 수 있는 컨텐츠를 준비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출시된 180주년 기념 주요 신제품들까지 한번에 살펴볼 수 있으니 다소 복잡하고 긴 내용이더라도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고 싶은 분이라면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 옛 글라슈테 워크샵 내부 모습 자료 사진
독일 작센주 동부 에르츠 산맥 자락 뮈글리츠 계곡에 위치한 작은 마을 글라슈테는 수세기 전부터 광산촌으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말부터 지역의 주수입원인 은 채광이 급감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지역경제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인근 드레스덴 출신의 시계제작자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Ferdinand Adolph Lange, 1815~1875)는 작센주 정부에 1843년부터 반복적으로 편지를 써서 지역의 빈곤한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사업의 일환으로 시계제조업을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글라슈테로 이주한 그는 184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지역 최초의 시계회사(우리 모두가 아는 현 랑에 운트 죄네의 전신)를 설립하고, 1848년 글라슈테 시장으로 선출될 만큼 지역 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되지요.

- 율리우스 아스만이 제작한 포켓 워치와 관련 아카이브 문서
© German Watch Museum Glashütte, Photo by René Gaens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의 리더십과 작센주 내무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글라슈테는 차츰 시계마을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아울러 젊고 유능한 시계제작자들이 글라슈테로 몰려 들면서 지역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됩니다. 크로노미터급 사양의 고정밀 관측시계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율리우스 아스만(Julius Assmann)이 1852년, 글라슈테에 독일 최초의 시계학교(Deutsche Uhrmacherschule Glashütte, German Watchmaking School Glashütte)를 1878년 설립해 수많은 인재들을 양성한 모리츠 그로스만(Moritz Grossmann)이 1854년, 장식적인 화려함이 돋보이는 럭셔리한 포켓 워치 제작에 일가견이 있었던 아돌프 슈나이더(Adolf Schneider)가 1855년 각각 자신들의 이름을 딴 워크샵을 설립하고 지역 주민 대다수를 시계 전문 제조 인력으로 키우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글라슈테 오리지널은 19세기 당시 지역 내 가장 중요한 인물들인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 율리우스 아스만, 모리츠 그로스만, 아돌프 슈나이더 이렇게 네 사람을 브랜드 설립의 기초를 닦은 '파운딩 파더스(Founding Fathers)'로 여기고 있습니다.

- 현 글라슈테 독일 시계박물관 건물 전경
© German Watch Museum Glashütte, Photo by Holm Helis
4명의 파운딩 파더스를 비롯해 글라슈테 건립 과정을 포함한 지역의 역사 전반에 관해서는 글라슈테 마을 초입에 위치한 글라슈테 독일 시계박물관(Deutsche Uhrenmuseum Glashütte, German Watch Museum Glashütte)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글라슈테 독일 시계박물관은 전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의 수장인 니콜라스 하이예크(Nicolas G. Hayek, 1928-2010) 회장에 의해 2006년 건립을 시작해 2008년 5월부터 퍼블릭 전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개방했습니다(이후 꾸준한 재건축 공사를 거쳐 2012년 완공해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됨). 이곳은 올해 180주년을 맞은 글라슈테의 워치메이킹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서 인근 드레스덴이나 글라슈테 여행 계획이 있는 시계애호가라면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곳을 투어하고 나면 왜 지금의 글라슈테 오리지널이 지역을 대표하는 매뉴팩처인지, 왜 브랜드의 역사와 지역의 역사가 떼려야 뗄 수 없는지를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글라슈테 독일 시계박물관 내부 모습
© German Watch Museum Glashütte, Photo by René Gaens
사실 글라슈테 오리지널이라는 이름 자체는 1916년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 글라슈테산 시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무분별하게 카피한 시계들이 등장했고 이를 경계해 대처하고자 원조를 뜻하는 '오리지널 글라슈테(Original Glashütte)'라는 레터링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후 일종의 상표명처럼 굳어진 ‘오리지널 글라슈테’를 독일 통일 후 브랜드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이름 ‘글라슈테 오리지널’로 부르게 된 것이지요. 아울러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1, 2차 세계대전의 여파와 그로 인한 독일 분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공황이 심각해지자 기존의 고급 회중시계, 진자식 클락 제조사들은 하나둘 제조비용이 적게 드는 손목시계로 전향했고, 1925년 글라슈테 독일 정밀시계회사(DPUG)가 파산해 1926년 글라슈테 시계공장(UFAG)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에른스트 커츠(Dr. Ernst Kurtz) 박사에 의해 무브먼트와 손목시계 매뉴팩처인 UROFA와 케이스 제조 및 수출을 담당하는 유통 법인회사인 UFAG가 설립했습니다.


- 구 동독 시절 VEB 글라슈테 시계공장에서 제작된 여러 종류의 글라슈테 손목시계들
© German Watch Museum Glashütte, Photo by René Gaens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연합군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일부 공장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독일이 패망하면서 마을을 점령한 소련군은 글라슈테의 시계 공방 대부분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일제히 폐쇄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이어받은 동독 정부는 가족 경영 회사들을 주 소유로 압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요. 때문에 독일어로 '국유 기업(Volkseigener Betrieb)'을 뜻하는 이니셜 ‘VEB’를 붙인 VEB 글라슈테 시계공장(Glashütte UhrenBetriebe, GUB)과 같은, 여러 회사를 강제로 병합한 회사가 1951년 7월 1일 탄생했고, 랑에 운트 죄네(1948-1951년 당시의 VEB Mechanik Lange & Söhne), 우로파(UROFA), UFAG, 뮬앤썬(뮬 글라슈테의 전신), 펠릭스 에슬러(Felix Estler) 같은 지역의 명망 있는 회사들이 이름을 잃고 사라졌습니다. VEB 글라슈테 시계공장(GUB) 체제는 사회주의 정부인 GDR(German Democratic Republic, 구 동독) 시절 내내 약 40년 가량 이어졌고, 1989년 11월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듬해인 1990년 10월에서야 주 소유의 국유기업에서 민간기업 전환 과정을 통해 글라슈테 시계회사(Glashütter Uhrenbetrieb GmbH)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이후 1994년 글라슈테 오리지널로 다시 사명 및 브랜드명을 정식 등록함으로써 우리가 아는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현 글라슈테의 주요 매뉴팩처를 모아 소개하는 전시 쇼케이스
© German Watch Museum Glashütte, Photo by René Gaens
1990년 랑에 운트 죄네가 GDR 시절 극적으로 서독으로 피신한 발터 랑에(설립자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의 증손자)에 의해 브랜드를 완전히 새롭게 재건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사업가 롤란드 슈베르트너가 노모스를 설립하는 등 과거의 브랜드들이나 신생 브랜드들이 글라슈테 지역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엄밀히 말해 20세기 중후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글라슈테 워치메이킹 전통을 비교적 단절 없이 꾸준히 이어온 유일한 브랜드는 지금의 글라슈테 오리지널 뿐인 셈입니다. 때문에 앞서 거듭 강조했듯 브랜드의 역사가 지역의 워치메이킹 역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특수한 사례로 남게 된 것입니다.

- 현 파노매틱인버스 다이얼 및 칼리버 91-02 모습
글라슈테 오리지널은 2000년부터 스와치 그룹의 일원이 됩니다. 앞서 언급한 글라슈테 독일 시계박물관 건립에 큰 공을 세운 시계 업계의 영원한 거인 故 니콜라스 하이예크 회장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받으며 그룹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스와치 그룹은 2001년 글라슈테 중심가에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본사 및 매뉴팩처를 건립하고, 2003년 9월 리-오프닝 오픈을 거쳐 다시 수년간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2008년 4월 현재로 이어지는 대규모 건물을 완공했습니다. 더불어 2002년 구 독일 시계학교를 계승한 알프레드 헬위그 시계학교(Alfred Helwig School of Watchmaking)의 문을 열고 현재까지 매뉴팩처 내 자체 시계 전문 인력 양성의 요람으로 삼았습니다. 이후 2012년 독일 서남부의 중소 도시 포르츠하임에 첫 인하우스 다이얼 워크샵을 오픈하고, 2025년 6월 브랜드의 고향인 글라슈테에도 대대적인 인하우스 다이얼 매뉴팩처를 개관해 한껏 내실을 다지는데 성공했습니다.

- 매뉴팩처 로비 안에 위치한 아트리움 모습
필자는 지난 9월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공식 초청을 받아 매뉴팩처를 방문했습니다. 참고로 브랜드는 매뉴팩토리(Manufactory)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지만 편의상 매뉴팩처로 통일하겠습니다. 약 10년 전에도 매뉴팩처 투어를 한 적이 있기에 이번 방문이 처음은 아닌데요. 외관상으로는 10년 전과 크게 바뀐 부분이 없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면, 1층 로비 안쪽에 글라슈테 워치메이킹 180주년을 기념하는 거대한 원 기둥 형태의 아트리움을 설치해 매뉴팩처를 찾은 프레스 및 VIP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역사 및 5가지 주요 컬렉션- 세나토(Senator), 파노(Pano), 슈페치알리스트(Spezialist), 빈티지(Vintage), 레이디스(Ladies)- 의 인기 제품들을 독립된 쇼케이스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건물 바깥쪽 및 천장에 투명한 유리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덕분에 풍부한 채광이 건물 내부의 분위기를 더욱 아늑하게 감싸는 듯 했습니다. 이렇듯 볕 좋은 날 방문하면 공장 느낌이 강한 여느 브랜드의 매뉴팩처 시설들과 차별화하는 마치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느낌마저 받을 정도입니다.

- 툴 메이킹 워크샵 내부 모습
약 2시간 넘는 매뉴팩처 투어를 통해 워치메이킹 주요 과정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투어 프로그램 자체는 10년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정돈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일부 워크샵의 내부 출입을 허용함으로써 몇몇 공정을 육안으로 보다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12명 정도의 남자 기술자들로만 채워진 툴 메이킹 워크샵이었습니다.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숨은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름 그대로 부품 제작을 위한 각종 툴을 자체 생산하는 곳입니다. 무브먼트의 플레이트와 브릿지 소재로 주로 사용되는 브라스(황동)를 비롯해, 스테인리스 스틸, 가볍고 단단한 베릴륨계 브론즈와 저먼 실버 같은 소재를 이용해 크고 작은 부품들을 제작하고, 해당 부품의 구멍을 뚫을 때 사용하는 미세한 드릴링 도구 하나까지 자체 제작합니다. 심지어 공구가 부러지면 수리까지 해서 재활용할 정도라고 합니다.

- 주요 부품을 정밀하게 계측해 작업하는 모습

- 레이저 침식 공정을 통해 제작한 스완넥 부품
매캐한 쇠 냄새와 쿨링 오일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을 지나 또 다른 워크샵으로 향하면, 머리카락 두께 보다 가는 와이어와 전기 및 레이저 침식(Spark Erosion) 공정을 이용해 작은 부품들을 정교하게 커팅하고 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구동에 필수적인 주요 휠은 물론 굴곡이 많은 스완넥 레귤레이터 부품들, 극도로 가벼우면서 단 몇 미리 두께에 불과한 얇은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 같은 것도 일련의 공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글라슈테 오리지널은 비단 워치메이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다방면의 공정들을 수행할 기술자들 역시 자체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 갈바닉 공정을 위해 보호 래커 처리한 듀플렉스 스완넥 파인 어저스트먼트

- 갈바닉 배스에서 처리중인 로터의 모습
이어 2층 데코레이션 워크샵에서는 쓰리-쿼터 플레이트 및 브릿지, 밸런스 콕, 로터, 주요 기어 상단면에 글라슈테 스트라이프, 서큘러 그레이닝(페를라주), 선버스트, 핸드 인그레이빙 등 각종 장식을 새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폴리싱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폴리싱 작업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사람의 손길과 숙련도가 완성도에 크게 좌우합니다. 투르비용 케이지나 스완넥 같은 섬세한 부품들의 경우 하나 작업하는 데만 몇 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입니다. 무려 42년간 글라슈테 오리지널에서 근무했다는 한 노장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남성 보다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인 공간을 지나 약 60여 명에 달하는 많은 직원들이 일사 분란하게 작업하는 어셈블리 워크샵이 펼쳐집니다. 크고 작은 부품들을 주요 파츠별로 조립하고 이를 로테이션으로 돌려 다른 직원이 다음 작업을 이어가는 식입니다.

- 하드닝 공정을 거친 부품들

- 고온의 열처리를 거친 블루 스크류

- 조립을 앞둔 각종 부품들

- 다이얼에 인덱스를 세팅하는 모습
이어진 공간에서는 크고 작은 부품을 하드닝(경화)하는 공정을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온도(보통 섭씨 200도 범위)에서 반복적인 열처리와 쿨링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소재 자체의 물성을 강화하는 공정으로 반영구적인 내구성을 더합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스틸 스크류를 섭씨 250도(브라운 컬러), 280도(퍼플 컬러), 300도(블루 컬러) 온도에서 빠르게 가열해 컬러를 입히는 특수한 장식 공정까지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 어셈블리 워크샵 내부 모습
짧지만 비교적 밀도 있는 매뉴팩처 시설 투어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매뉴팩처 뒤편에 위치한 오피스 건물로 이동하여 올해 출시된 주요 신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2024년 론칭한 신규 여성용 문페이즈 세레나데 루나(Serenade Luna) 컬렉션의 신제품 몇 종과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Senator Excellence Panorama Date Moon Phase)와 같은 정규 모델을 제외하면, 하반기 출시된 제품들이 거의 다 리미티드 에디션이기 때문에 필자 역시 실물을 처음 접하는 모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 세레나데 루나
2024년 스틸과 레드 골드로 먼저 선보인 것을(>>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올해 스틸과 레드 골드 콤비 제품군을 추가하여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케이스의 직경은 32.5mm, 두께는 8.9mm로, 여성들을 위해 탄생한 모델답게 너무 크지 않은 적당한 사이즈를 취했습니다. 일반 버전과 베젤에 4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으로 나뉘지만, 공통적으로 다이얼은 2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해 아워 마커(인덱스)를 대신합니다. 무브먼트는 오직 세레나데 루나 컬렉션을 위해 독점 개발한 새로운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35-14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60시간). 세레나데 루나 신제품에는 또한 핑크, 오렌지와 같은 컬러풀한 악어가죽 스트랩 옵션을 추가해 젊은 여성들의 테이스트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콤비 모델이 1천 850만원부터 시작하며 브레이슬릿 종류 및 다이아몬드 세팅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납니다.

-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
아이코닉한 파노라마 데이트와 서정적인 느낌의 문페이즈를 갖춘 스테디셀러,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 라인업에 올해 실버 또는 흔히 새먼(살몬)으로 통하는 로즈 컬러(브랜드는 이를 프로스티드 코퍼로 칭함) 다이얼을 적용한 2가지 버전의 신제품을 추가했습니다. 두 버전 공통적으로 직경 40mm, 두께 12.2mm 크기의 스틸 케이스로 선보이며, 무브먼트는 100시간 파워리저브 성능과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으로 무장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36-24를 탑재했습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폴딩 버클 모델 기준으로 두 스틸 제품 다이얼 컬러에 관계 없이 각각 1천 610만원, 스틸 브레이슬릿 모델은 각각 1천 740만원.

- 세븐티즈 크로노그래프 파노라마 데이트
(플라즈마와 라임 버전 각 100피스 한정)
이번 여름 빈티지 컬렉션에 새롭게 추가한 2가지 컬러 버전의 세븐티즈 크로노그래프 파노라마 데이트(Seventies Chronograph Panorama Date)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브랜드의 전신인 GUB 시절의 히트작 스페치크론(Spezichron)에서 영감을 얻은 대담한 컬러 다이얼이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넘쳤던 1970년대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각 100피스씩 한정 제작된 두 리미티드 에디션을 두고 퍼플 계열 컬러 다이얼은 ‘플라즈마(Plasma)’, 산뜻한 여름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라임 그린 계열 컬러 다이얼은 ‘퓨전(Fusion)’으로 명명했습니다. 지난 6월 공식 개관한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새로운 인하우스 다이얼 매뉴팩처에서 100% 자체 제작되어 더욱 의미를 더합니다. 무브먼트는 이전 컬러 다이얼 한정판들과 마찬가지로 컬럼 휠과 수직 클러치 메커니즘을 갖춘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7-02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70시간). 국내 출시 가격은 다이얼 컬러에 관계 없이 러버 스트랩 버전은 2천만원,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은 2천 170만원.

- 파노매틱캘린더
(플래티넘 150피스 한정)
2022년 론칭한 브랜드 최초의 애뉴얼 캘린더, 파노매틱캘린더(PanoMaticCalendar) 시리즈의 새로운 플래티넘 버전을 150피스 한정으로 선보입니다. 블랙 컬러를 적용한 이전의 150피스 한정판과 차별화하기 위해 올해는 오픈워크 다이얼에 딥 블루 컬러를 적용했는데, 이른 새벽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서 '새벽빛 블루(Blue of Dawn)'로 칭하고 있습니다. 케이스의 직경은 42mm, 두께는 12.4mm로 사이즈는 전작과 동일합니다. 오프-센터 다이얼로 시와 분, 그리고 스몰 세컨드(초)를 표시하고, 다이얼 우측 상단 한쪽에 비스듬히 클래식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와 하단에 파노라마 데이트를 표시하는 파노매틱루나 특유의 개성적인 레이아웃을 이어가면서 우측 하단에 스텐실 도안을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레트로그레이드 먼스 디스플레이(Retrograde month display)로 월을 표시합니다. 무브먼트는 기존 파노마틱루나의 엔진인 90-02의 설계를 기반으로 레트로그레이드 형태로 월을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무엇보다 파워리저브 성능을 베이스의 42시간에서 2배 이상 극적으로 끌어올린(100시간)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92-11를 탑재했습니다. 92시리즈 칼리버는 각 소재별로 마감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맞춤 무브먼트처럼 칼리버 넘버링도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2025년 새로운 파노매틱캘린더 플래티넘 한정판의 국내 출시 가격은 5천 540만원.

- 파노루나투르비용
(플래티넘 50피스 한정)
올해 모처럼 새롭게 선보인 파노루나투르비용(PanoLunarTourbillon)은 올해 문을 연 글라슈테 다이얼 매뉴팩처 개관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글라슈테 인근 대지에 함유된 철 성분- 독일어로 아이젠에르츠(Eisenerz, 철광석)- 의 붉은 색조에서 영감을 받은 로즈 컬러 다이얼이 인상적인데, 분지 형태의 글라슈테를 둘러싼 오르 산의 이름을 따 아이런 오르(Iron ore)로 명명했습니다. 특수한 갈바닉(아연도금) 배스 처리를 통해 수백 년 넘게 지역을 대표한 광산업에 헌사하는 의미까지 담았습니다. 글라슈테 출신의 마스터 워치메이커 알프레드 헬비히(Alfred Helwig)가 1920년 발명한 플라잉 투르비용 메커니즘을 계승하는 모델인 만큼, 시와 분을 표시하는 오프센터 다이얼 하단에 특징적인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팁 핸드를 더해 분당 1회전하는 투르비용과 함께 초의 흐름도 보여줍니다. 직경 40mm, 두께 12.7mm 크기의 플래티넘 케이스에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93-03 칼리버가 힘차게 박동합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60시간). 전 세계 단 50피스 한정 출시하는 파노루나투르비용의 국내 출시 가격은 1억 6천 20만원.


- 파노매틱루나 180주년 기념 에디션
(플래티넘 180피스 한정)
지난 9월 26일(독일 현지 기준) 전격 공개한 파노매틱루나 180주년 기념 에디션도 처음 실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글라슈테 오리지널은 복잡한 역사를 지닌 브랜드 배경상 문서로 기록된 창립일이 불분명하지만, 내부적으로는 9월 26일을 창립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확히 180주년을 맞은 9월 26일에 글라슈테 워치메이킹 180주년을 기념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공개한 것입니다. 베스트셀러인 파노매틱루나를 기반으로 마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딥 블루 컬러 어벤츄린(Aventurine) 글라스를 컬렉션 최초로 다이얼 소재로 사용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5천만원.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 세나토 마이센 '콜라주' 에디션
(레드 골드 8피스 한정)


- 세나토 마이센 '미스틱 메종' 에디션
(화이트 & 셀라돈 그린 다이얼 각 150피스 한정)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공개한 세나토 마이센(Senator Meissen) 시리즈도 글로벌 론칭 전에 미리 실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3백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도자기 브랜드 마이센 포슬린과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미스틱 메종(Mystic Maison)'으로 명명한 절제된 디자인의 두 150피스 한정판과 마이센의 오리지널 크레이터 화병에서 영감을 받아 '콜라주(Collage)'로 명명한 화려한 디자인의 8피스 한정판으로 나뉩니다. 세 버전 공통적으로 레드 골드 소재 케이스의 직경은 40mm, 두께는 10.23mm이며, 약 10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는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36-16를 탑재했습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세나토 마이센 '미스틱 메종' 에디션의 경우 화이트 포슬린 다이얼과 셀라돈 그린 포슬린 다이얼 버전 동일하게 각각 3천 840만원, '콜라주' 에디션은 4천 6백만원.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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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글라슈테 오리지날 보유자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내용들이네요 95%매뉴팩쳐 자부심이 느껴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