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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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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의 아쏘 컬렉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에르메스의 시계 역사를 간략하게 언급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1837년에 설립된 에르메스는 말 안장을 비롯해 탁월한 품질의 마구 제작으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20세기 초에는 가죽을 중심으로 축적한 수작업 기술을 벨트, 가방, 의류까지 확대,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에르메스의 첫 시계가 1928년 프랑스 파리 포브르 생또노레 24번가에 위치한 에르메스 부티크에서 공개됩니다. 당시 에르메스의 시계는 스위스 위치메이커인 예거 르쿨트르,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등과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는데, 이런 방식은 1978년 에르메스가 직접 스위스 비엘에 아틀리에 드 라 몽트르 에르메스(Ateliers de La Montre Hermes)를 설립하기 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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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메스 로고를 보면 마구에서 시작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



즉, 1987년은 에르메스가 직접 시계를 제조한 원년입니다. 그리고 이 해에 아쏘 컬렉션이 탄생합니다. 마구의 등자모양을 떠올리는 상하 비대칭의 파격적인 디자인은 에르메스의 베테랑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Henri d’Origny)의 작품입니다. 스카프, 넥타이 같은 실크 제품을 디자인했던 앙리 도리니의 자유로움과 위트가 느껴지는 부분이며 에르메스의 전통인 마구에서 디자인의 원천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아쏘 컬렉션은 오늘날까지 현대적인 감성을 유지하며 에르메스 시계를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아쏘 탄생 35주년을 맞이해 아름다운 문페이즈 기능을 가진 쁘띠 룬(Petite Lune)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존의 문페이즈 모델인 그랑드 룬(Grande Lune)과 함께 쁘띠 룬 모델을 함께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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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mm 케이스 직경을 가진 그랑드 룬과 38mm 케이스 직경의 쁘띠 룬은 문페이즈를 테마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모델은 마치 커플 시계처럼 보입니다. 그랑드 룬은 '큰 달'이란 뜻이고 쁘띠 룬은 '작은 달'이란 뜻인데, 문페이즈의 크기가 아니라 남성용, 여성용을 나누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그랑드 룬은 2011년에 아쏘 라인업에 합류했는데, 지난해 쁘띠 룬의 합세로 커플 시계를 찾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 한 구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두 시계를 나눠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Arceau Grande Lune


기존의 시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케이스를 가진 아쏘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이름에 걸맞는 피니싱으로 우아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43mm의 드레스 위치로는 조금 커 보이는 케이스 사이즈는 최근의 오버사이즈 트랜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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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으로는 시간 외에 일, 월, 요일, 그리고 문페이즈가 있는 풀캘린더 모델입니다. 외관상으로 보여지는 구조에 많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12시 방향의 월, 요일을 표시하는 윈도우와 6시 방향의 스몰다이얼 형태로 자리한 문페이즈 및 날짜 포인터는 에르메스 외에 많은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이 모델에 장착된 무브먼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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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A 2892 베이스에 Dubois-Depraz 의 9313 모듈을 얻은 무브먼트인데 문페이즈를 포함한 풀캘린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브랜드별로 따로 무브먼트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렇게 문페이즈 등의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최근의 자사 무브먼트 열풍 때문에 조금 폄회되는 부분일 수도 있으나 스위스 시계 제조 전통에 더 어울리는 생산 방식입니다.


그래서 시스루백 타입의 케이스백을 통해 보여지는 무브먼트의 모습은 전형적인 ETA 2892 무브먼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페를라쥬, 코트 드 제네바 문양 같은 기본적인 코스메틱 작업이 되어 있습니다. 에르메스의 위상을 생각할 때 최저선은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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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점은 Dubois-Depraz 같은 2차 무브먼트 수정 업체의 무브먼트를 탑재하면서도 자사의 디자인과 피니싱 능력을 통해 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에르메스의 강점이 나타납니다. 기본적으로 독창적인 케이스를 갖춘데다 전면 폴리싱을 비롯해 세세한 부분까지 잘 연마되어 매우 뛰어난 가공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께 12.25mm 를 가지며 돔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무반사 코팅 처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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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은 0단에서 태엽감기, 1단에서 시간조정을 합니다. 2시 방향 버튼으로 월 조정, 4시 방향 버튼으로 날짜 조정, 8시 방향 버튼으로 문페이즈 조정, 10시 방향 버튼으로 요일 조정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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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공된 케이스와 더불어 에르메스의 감성을 잘 살려낸 다이얼은 이 시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유백색의 다이얼은 여러층으로 입체감을 살렸으며 중심부는 헤링본 문양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에르메스 특유의 소용돌이 모양 아라빅 인덱스는 아플리케 방식으로 표면을 미러 폴리싱 처리해서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상을 달리 합니다. 로듐 도금의 시침, 분침과 불에 구운 블루 핸즈의 조합도 전체적인 색감을 안정감있게 만듭니다. 다이얼 역시 케이스만큼 독창적이면서 고급감을 잘 살려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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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시계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스트랩입니다. 가죽 제품에 최고의 지위를 갖고 있는 에르메스가 만든 스트랩이기 때문입니다. 색상 뿐만 아니라 질감과 바느질에서 최고의 품질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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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버클 또한 에르메스 시계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인데 갈고리 모양의 독특한 버클 핀을 통해 완벽히 스트랩을 고정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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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드레스 위치로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전통적인 드레스 위치 스타일보단 더 캐주얼한 느낌이 강해 어떤 패션이나 상황에서도 잘 어울릴 범용성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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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eau Petite Lune 


38mm 케이스 직경에서 보여지듯 좀 더 여성적으로 재해석된 아쏘 쁘띠 룬 라인은 화이트 자개와 블랙 자개의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역시 화이트, 블랙 다이얼의 그랑드 룬과 일체감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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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이 주는 오묘한 색상의 변화와 11시 방향 문페이즈의 딥블루 컬러가 주는 신비로움은 여성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여성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영구초침이 생략되었으며 6시 방향에 날짜 포인터를 배치함으로써 심플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그랑드 룬과 마찬가지로 시침, 분침은 로듐 도금 방식을 채택했으며 날짜 포인터는 불에 구운 블루핸즈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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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모양의 아라빅 인덱스는 블랙 컬로의 프링팅 방식을 채택하여 그랑드 룬과 차별화 하면서 각 모델의 개성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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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백은 에르메스의 상징이 각인된 솔리드백 타입입니다. 이 시계에 사용된 무브먼트가 기계식이라는 점은 생각하면 시스루백 타입이어도 좋았을 듯 합니다.


여성 시계에서 기계식 무브먼트가 점점 보편화되어 가는 듯 한데, 장착된 무브먼트 역시 Dubois-Depraz 의 문페이즈 모듈을 장착한 무브먼트입니다. 베이스 무브먼트에 대한 더 정확한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그랑드 룬과 같은 ETA 무브먼트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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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11mm 이며 2시 방향 측면에 문페이즈 조정 버튼이 있고, 8시 방향 측면에 날짜 조정 버튼이 있습니다. 방수는 30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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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가 갖고 있는 가죽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 시계는 인디고 블루, 엘러펀트 그레이, 그리고 블랙등 세가지 컬러의 악어 가죽 스트랩이 매칭되었으며, 이 모든 스트랩들은 본사에 위치한 가죽 공방에서 세들러 스티칭 기법으로 생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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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핀버클이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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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38mm 케이스는 남성용 드레스 위치에서도 많이 적용되는 사이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손목에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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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르메스 시계는 시계업계의 경향에 따라 자사 무브먼트 확보와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선보이며 시계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보셰 매뉴팩춰 플러리에(Vaucher Manufacture Fleurier)의 지분을 통해 에르메스 시계의 베이스 무브먼트(H1837, H1912)를 확보했으며, 독립시계제작자와 손잡은 컴플리케이션 시계- 타임 서스펜디드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이미 타임포럼에서는 에르메스의 드레사지 오토매틱 모델과 타임 서스펜디드의 리뷰를 통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에르메스 타임 서스펜디드 모델 리뷰

https://www.timeforum.co.kr/8054989

https://www.timeforum.co.kr/8659730


에르메스 드레사지 오토매틱 모델 리뷰

https://www.timeforum.co.kr/7029601



이렇게 에르메스 시계는 변화를 격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에르메스의 많은 컬렉션들이 전문 업체들의 부품을 납품받아 자사에서 최종 완성이라는 스위스 시계의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 시계 역시 앞으로 자사 무브먼트의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보입니다만 에르메스의 고유한 디자인과 완성도를 유지한다면 이런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컬렉션의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것도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아쏘 그랑드 룬과 쁘띠 룬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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