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TF리뷰
댓글작성 +2 Points

짱총

조회 815·댓글 5

 

오메가(Omega)의 스피드마스터라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문워치’를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인류와 함께 달에 다녀온 그 이름값이 워낙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로 인해 ‘스피드마스터=문워치’라 알고 있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오해에서 비롯한 등호는 역시나 성립되지 않습니다. 문워치는 스피드마스터에서 뻗어 나온 하나의 줄기일 뿐입니다. 스피드마스터에는 문워치 외에도 자신의 본질에 충실한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를 비롯한 다채로운 모델이 존재합니다. 이번 리뷰 제품인 스피드마스터 38도 문워치와는 별개입니다. 

 

리듀스드 1.jpg

-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 Ref. 3539.50 

 

스피드마스터 38의 계보는 1988년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라 일컫는 Ref. 3510.50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도 문워치 중심의 스피드마스터는 지름 42mm가 표준이었지만, Ref. 3510.50은 그보다 작은 지름 39mm로 선보였습니다. 제품명에 리듀스드(Reduced, 축소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당시 모델은 단순히 사이즈만 줄이지 않았습니다. 무브먼트 역시 수동 대신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하며 편의성까지 챙겼습니다.

 

리듀스드 2.jpg

리듀스드 3.jpg

-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 Ref. BA175.0032

(출처: Sotheby’s)

 

리듀스드 6.jpg

-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 '미하엘 슈마허' Ref. 3810.61.41

(출처: LOUPE THIS)


문워치가 크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겨냥한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가 호평 일색이었던 건 아닙니다. 순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깨져버린 비율, 모듈 방식의 자동 크로노그래프라는 이유로 ‘나와서는 안 될 변종’이라는 혹평이 돌기도 했습니다.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여론 속에서도 베리에이션을 꾸준히 늘리며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습니다. 마지막 생산품이 2010년경에 나왔으니 나름 롱런한 셈입니다.

 

2017 스마-2.jpg

2017 스마-4.jpg

- 스피드마스터 38 

 

198dcc831b5f727a43f050e2b742abd0.jpg

- 스피드마스터 38 밀라노 코르티나 2026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가 단종되고 약 7년 후, 사이즈를 줄인 또 다른 스피드마스터가 공식적으로 데뷔합니다. 바로 스피드마스터 38입니다. 다만, 초기 모델은 타원형 카운터 및 컬러 다이얼과 함께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등 남성보다는 여성을 노리는 뉘앙스를 더 풍기긴 했습니다. 이후 나온 베리에이션도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변화의 기류는 지난해 스피드마스터 38 밀라노 코르티나 에디션에서 감지되었습니다. 당시 오메가는 해당 에디션을 기존 스피드마스터 38보다는 현행 문워치의 디테일을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디자인하며 일종의 복선을 깔아둔 바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스피드마스터 38이 밀라노 코르티나 에디션과 비슷하게 리뉴얼을 거치며 새롭게 돌아왔습니다. 베리에이션도 다양합니다. 다이얼, 베젤, 소재를 달리해 총 7가지 버전으로 나뉩니다.  

 

오메가 스틸컷 19.jpg

오메가 스틸컷 1.jpg

오메가 스틸컷 26.jpg

 

차세대 스피드마스터 38은 공통적으로 사이즈가 지름 38mm, 두께 14.75mm, 러그 투 러그 44.96mm입니다. 지름 대비 두껍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케이스 디자인은 현행 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유의 트위스트 러그, 오른쪽 라인이 크라운 및 푸시 버튼의 가드 역할을 하는 비대칭 구조, 타키미터 스케일에서 숫자 90 위에 도트를 표시하는 이른바 'DON(Dot Over Ninety)'까지, 깨알 같은 디테일까지도 문워치와 꼭 닮았습니다. 방수 사양은 100m. 문워치(50m 방수)보다 오히려 뛰어납니다.

 

오메가 스틸컷 20.jpg

오메가 스틸컷 21.jpg

 

케이스 베리에이션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기본으로 크라운 및 푸시 버튼에 문샤인™ 골드 또는 세드나™ 골드를 곁들인 콤비,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까지 있습니다. 베젤 인서트는 블루 버전만 세라믹에 에나멜 스케일이고, 나머지는 모두 컬러를 달리한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집니다. 

 

오메가 스틸컷 7.jpg

오메가 스틸컷 17.jpg

 

블랙 다이얼 기준으로 얼핏 보면 현행 문워치와 꼭 닮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디테일에서 차이가 납니다. 일단 12시 방향 ‘스피드마스터’ 표기 아래 ‘프로페셔널(Professional)’ 문구가 없습니다. 문워치에만 영광스러운 그 문구를 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이얼이 약간 허전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되려 깔끔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문워치가 미니트 트랙 쪽이 아래로 살짝 꺾여 있는 반면, 스피드마스터 38은 다이얼이 작아서 그런지 해당 면이 평평합니다. 입체감이 덜한 게 확 느껴지긴 합니다. 서브 다이얼의 경우 문워치와 동일하게 베이스보다 한 단 낮게 배치했고, 표면에는 정석대로 스네일 패턴을 잔잔하게 새겼습니다. 스몰 세컨드도 과거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와 달리 9시 방향에 위치합니다. 스피드마스터 38이 작동할 때도 문워치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오메가 스틸컷 10.jpg

오메가 스틸컷 23.jpg

 

결정적으로 애호가들이라면 바로 눈치챘을 텐데, 각 카운터의 간격이 문워치보다 멀어 보입니다. 과거 스피드마스터 리듀스드보다는 간격이 좀 좁혀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문워치처럼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느낌은 나지 않습니다. 과거 스피드마스터 38은 이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게 보이게 하려고 3, 9시 방향 카운터를 가로로 긴 타원형으로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오메가 스틸컷 12.jpg

오메가 스틸컷 11.jpg

오메가 스틸컷 8.jpg

오메가 스틸컷 18.jpg

 

나머지 컬러 다이얼은 공통적으로 6시 방향 카운터 아래쪽에 날짜 창이 위치합니다. 핸즈 및 인덱스의 컬러, 다이얼 표면 마감은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가령, 콤비 버전은 핸즈 및 인덱스를 골드 소재와 컬러를 맞추거나, 라인업 최상단의 다이아몬드 세팅 모델은 선-브러시드 가공을 곁들인 아이스 블루 PVD 또는 화이트 자개로 다이얼을 구성하는 식입니다.  

 

오메가 스틸컷 25-2.jpg

3332.jpg

-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330


뒷면은 문워치 운모 버전처럼 솔리드백에 오메가의 영물인 해마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해마에 가려진 무브먼트는 문워치 닮은꼴의 블랙 논-데이트 버전은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332, 나머지 데이트 모델은 칼리버 3330을 탑재합니다. 수동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로 구동되는 문워치와 결정적인 차이가 무브먼트에서 또 한번 나타나는 셈입니다. 서브 다이얼의 간격이 벌어져 있는 이유도 결국 이 무브먼트 때문입니다. 각 무브먼트는 ETA 7753 기반으로 컬럼 휠을 더한 ETA A08.L01에 오메가가 자랑하는 코엑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및 프리 스프렁 밸런스로 수정을 거쳤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약 52시간입니다. 오메가가 자랑하는 METAS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은 빠졌습니다. 각각 COSC 크로노미터 인증까지만 받았습니다. 

 

오메가 스틸컷 22.jpg

 

크라운 포지션 0단에서 와인딩을 하면 서걱거리는 소리와 또르르 소리가 동시에 납니다. 사용자가 시계에 밥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손끝에 확실하게 전해지긴 합니다. 크라운을 1단으로 뽑고 아래쪽으로 돌리면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조작감은 조금 무거운 편입니다. 손에 힘이 좀 들어가긴 합니다. 매번 강조하지만 조작감이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편이 시간을 맞추기에 더 용이하긴 합니다. 

 

오메가 스틸컷 24.jpg

 

크로노그래프 조작감은 ETA 7753 계열의 다른 무브먼트보다 확실히 부드럽습니다. 캠 방식을 컬럼 휠로 바꾼 효과가 바로 체감됩니다. 물론, 캠 방식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문워치가 웬만한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보다 조작감이 부드러운 걸 떠올리면, 오메가가 괜히 크로노그래프로 이름을 날리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데이트 모델의 날짜 조작은 케이스 왼쪽 측면에 있는 함몰된 푸시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다른 ETA 7753 베이스 모델과 동일합니다. 함몰된 버튼은 동봉된 코렉터로 누르면 되지만, 역시나 이쑤시개를 활용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코렉터로 누르다가 삐끗하면 시계도 아프고 사용자의 마음도 많이 아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메가 스틸컷 13.jpg

 

스트랩은 현행 문워치와 동일한 디자인의 메탈 브레이슬릿이 케이스에 체결됩니다. 스틸 소재의 표면 마감 역시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적용한 문워치와 동일합니다. 양쪽 사이드 링크의 안쪽 부분만 폴리시드 가공으로 광을 내고, 나머지는 브러시드 가공으로 마감했습니다. 일명 ‘닉슨 스타일’로 부르는 빈티지한 버클 또한 익숙합니다. 버클 안 쪽에는 간편한 미세 조정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스피드마스터 38은 덕분에 문워치와 동일하게 별다른 도구 없이도 브레이슬릿의 유효 길이를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단, 조정 범위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링크 반 코 정도 늘리고 줄일 수 있습니다.  

 

오메가 스틸컷 14.jpg

오메가 스틸컷 15.jpg

 

시계를 착용하면 손목둘레 16cm가 채 안 되는 필자의 손목에서 서구권 남성들이 문워치를 착용했을 때의 분위기가 어렴풋이 납니다. 바꿔 말하면, 손목이 서구권 남자들처럼 좀 굵은 사람이라면 시계가 작아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두꺼운 케이스 때문에 착용감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오메가 스틸컷 16.jpg

오메가 스틸컷 3.jpg

오메가 스틸컷 6.jpg

 

새로운 스피드마스터 38은 모델마다 가격이 전부 다릅니다. 문워치 닮은꼴의 블랙 다이얼 버전(Ref. 324.30.38.50.01.002) 이  980만 원, 라인업 최상단의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Ref. 324.15.38.50.05.001)이 1960만 원이고, 나머지 모델은 두 가격 사이에 골고루 분포합니다. 가격 차이가 나는 만큼 골드가 곁들여지던지, 베젤이 세라믹이던지, 차등이 분명히 있습니다. 

 

오메가 스틸컷 2.jpg

오메가 스틸컷 4.jpg

오메가 스틸컷 5.jpg

 

끊이지 않는 두께 논쟁을 떠나, 필자는 서두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피드마스터와 문워치를 동일시 한다고 했습니다. 흔하디 흔한 이 오해가 스피드마스터 38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계에 흠뻑 빠진 애호가가 아니라면 차세대 스피드마스터 38(특히 블랙 다이얼)을 봤을 때 대부분이 문워치라고 오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워치인데 하필 또 트렌드에 맞춰서 사이즈를 줄인 새로운 문워치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오메가가 스피드마스터 38을 리뉴얼할 때 노린 부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문워치’식으로 재해석한 이 노림수가 묘수(妙手)일지 악수(惡手)일지는 지켜볼 일이긴 합니다.

 

   


타임포럼 뉴스 게시판 바로 가기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유튜브 바로 가기
페이스북 바로 가기
네이버 카페 바로 가기

Copyright ⓒ 2026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게시물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를 복제 또는 도용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