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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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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조회 8847·댓글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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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CARTIER)가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파인 워치메이킹(Fine Watchmaking) 컬렉션을 통해 보여준 성과는 실로 놀랍다 못해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지금껏 그 어느 워치메이커도 이토록 단기간에 다양한 종류의 시계들을, 그것도 자체 설계, 제작한 고급 시계들을 그야말로 한꺼번에 쏟아낸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일각에선 물론 까르띠에의 이런 폭격(?)에 가까운 행보를 두고 워치메이커로써 업계에 자리잡기 위한 리치몬트식 과시(show-off)전략이라는 비아냥도 없질 않지만,

그런 알맹이 없는 종류의 뒷담화만 듣고 까르띠에를 미리 속단(judging)하기엔 그들의 최근 몇년 간의 성과물들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초의 손목시계인 산토스와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사랑한 아이코닉한 탱크 같은 걸출한 컬렉션이 존재하면서도 

워치메이커로써의 까르띠에는 그간 그리 진지하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적어도 2000년도 초반까지는 말이지요. 

까르띠에가 2001년 스위스 라쇼드퐁(La Chaux-de-Fonds)과 이어 제네바의 메이린(Meyrin)에 연달아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대형 메뉴팩처와 고급 시계 공방을 열 때만 하더라도 이들의 야심은 안개 속에만 머물러 있었지요. 


그러나 2010년 칼리브 드 까르띠에를 필두로 로통드 드 까르띠에, 똑뛰, 산토스 등을 통해 발표한 일련의 100% 자사 컴플리케이션 워치들은 

기존의 까르띠에 컬렉션과는 확연히 선을 긋는 극적인 대반전이었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떠 컨셉 워치인 '아이디 원(Id one)'까지 포괄하면,

파인 워치메이킹에 들이는 까르띠에의 공이 얼마나 집요한 것이며, 또한 진심이었는지를 수긍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참신한 시도도 단발성에 그치면 그 매혹은 반감하게 마련인데, 까르띠에는 보란 듯이 매년 새로운 기능과 무브먼트의 시계들을 더해갔지요. 





지난 2011년 발표한 로통드 드 까르띠에 아스트로레귤레이터(Rotonde de Cartier Astrorégulateur). 

기존 투르비용 컨셉을 뛰어 넘어 이스케이프먼트에 가해지는 중력 영향을 피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해결법을 제시한 시계. 





2012년 초 발표한 Rotonde de Cartier Minute Repeater Flying Tourbillon(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닛 리피터 플라잉 투르비용).




올해 SIHH서 발표한 Rotonde de Cartier Mysterious Double Tourbillon(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스테리어스 더블 투르비용). 



까르띠에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은 까르띠에 시계 제조 유산에 있어서 가장 최근의 진전, 그리고 기계적 무결성을 표현하는 시계 디자인의 추구가 

까르띠에 시계 제작의 오랜 전통을 대변합니다. 이 디자인 철학이 최대로 발현되어 기계적 속성과 디자인 속성이 서로 구분되지 않는 새로운 시계가 탄생합니다. 


- 잭 포스터(Jack Forster)의 <Cartier Time Art: Mechanics of Passion> 중에서... 



이번 타임포럼 리뷰를 통해서는 2012년 신제품인 Rotonde de Cartier Annual Calendar(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올 초에 소고 님께서 칼리브 드 까르띠에 멀티플 타임존을 리뷰 하신 바 있지요. https://www.timeforum.co.kr/7115195

작년에는 알라롱 님께서 로통드 드 까르띠에 플라잉 투르비용(https://www.timeforum.co.kr/3488182)과 

칼리브 드 까르띠에 퍼페츄얼 캘린더(https://www.timeforum.co.kr/5507244)를 각각 근사하게 리뷰해 주셨구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해당 리뷰들을 같이 참조해 보셔도 까르띠에의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이 근래 어떤 수준인지를 가늠하는데 큰 도음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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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도 시계지만, 우선 까르띠에 특유의 빨간 케이스 상자를 보면 개인적으로도 좀 반가운데요.^^ 

시계생활 입문 단계서 산토스(갈베)와 탱크를 각각 경험해 보았기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답니다. 



작년 초 출시된 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는 까르띠에가 처음으로 선보인 애뉴얼 캘린더 모델입니다. 

!8K 화이트 & 핑크 골드로 각각 선보인 제품 중에서 리뷰용으로는 핑크 골드 모델(Ref.W1580001)이 선택됐습니다. 


리뷰에 앞서, 까르띠에 공식 홈페이지(USA) 해당 제품 페이지를 참조하셔도 디테일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cartier.us/collections/timepieces/exceptional-creations/fine-watchmaking/annual-calendar/w1580001-rotonde-de-cartier-annual-calendar-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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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뉴얼 캘린더 기능의 시계는 기본적인 시간(시, 분, 초) 외에도 날짜와 요일, 월을 표시해줍니다.

문페이즈까지 표시된 풀 캘린더 내지 2100년까지 날짜, 연도는 물론 윤년까지 보정되는 퍼페츄얼 캘린더 시계들도 있지만, 

실상 애뉴얼 캘린더 정도만 되도 사용자에겐 충분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요.(단, 이런 복잡 시계를 좋아한다는 전제 하에.)


퍼페츄얼 캘린더의 보급형(?) 개념으로 출발해 21세기에 들어서야 여러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선보이게 된 애뉴얼 캘린더 시계.   

특히 2011년과 2012년엔 각 브랜드별로 눈에 띄는 애뉴얼 캘린더 시계들이 속속 출시되었는데, 위 사진 속 시계들이 그것입니다. 


까르띠에의 애뉴얼 캘린더를 비롯해, 블랑팡의 Villeret Annual Calendar GMT(2011년 출시), 그리고 롤렉스의 Sky Dweller 인데, 

언뜻 보기에 비슷한 애뉴얼 캘린더 기능의 시계라고는 하지만 다이얼로 드러나는 그 디스플레이 방식은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다.


까르띠에는 디자인적 완벽한 대칭미를 위해 기능을 맞춘 격이고, 블랑팡은 가독성에 중점을 맞춰 누구나 읽기 편한 시계를 만들었고, 

롤렉스는 사로스(SAROS)라는 천체 매커니즘을 활용한 듀얼 타임 기능이 강조된 독특한 컨셉의 변종(?) 애뉴얼 캘린더를 선보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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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 시계를 실물에 앞서 온라인 상으로 공개된 이미지로만 처음 접했을 때도 단연 인상적인 부분은 다이얼이었습니다.  

 

미로를 보는 듯한 입체적인 다이얼 안에 챕터링과 맞닿은 가장 외곽에 월을 표기하고, 로만인덱스로 시와 분을, 그 안의 동심원에는 요일을, 

12시 방향에는 빅 데이트로 날짜를 보여주는 방식(레이아웃)이 한눈에도 무척 잘 정돈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한편으로는 디자인적 비율과 가독성 사이서 가히 편집증에 가까운 까르띠에만의 고심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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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 다이얼은 이렇듯 각각의 기능을 표시하는 실용미와 까르띠에 특유의 디자인 전통이 한데 잘 어우러져 독특한 균형미를 보여줍니다.

제일 하단의 다이얼은 은은하게 전체 실버톤에 썬레이 처리를 하고 월과 요일을 프린트해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얹은 투조 세공된 태양 모티프의 그리드(격자)는 

역시나 실버 썬레이 처리를 하고 까르띠에의 상징인 로만 인덱스를 프린트해 넣었습니다. 그 바탕의 하부 다이얼은 또한 갈바닉(galvanic)처리한 다크 그레이톤의 

기요쉐 패턴을 음각해 넣었고, 다이얼 가장 중심부 역시 비슷한 갈바닉 처리한 다크 그레이톤의 물결처럼 퍼지는 형태의 기요쉐 패턴으로 세련되게 마무리 했습니다. 


말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접사된 사진으로 보시면확실하게 이해가 되시겠지요?! 실제로 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입체감이 더욱 강렬합니다. 일명 3D 효과라고나 할까.ㅋ 

특히 투조 세공된 상부 다이얼이 미적인 포인트인데, 투조세공(透彫細工)은 영어식 표현으로는 pierced work, 프랑스어로는 아주르(Ajouré)라고도 불리는 공예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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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조 세공(아주르)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들. 

왼쪽 사진 속 팔찌는, 샤넬의 카멜리아 아주르(Camélia Ajouré de Chanel Joaillerie). 

오른쪽 사진 속 과일 바구니는, 알레씨(ALESSI)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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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예지만, 아주르(오픈워크) 방식으로 미리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에나멜을 채워 넣어 완성하는, 

까르띠에 다르(d'art) 컬렉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파이롱 플리크 아주르(Plique À Jour Paillone) 기법.


보다 자세한 건 다음 페이지 참조: http://www.cartier.us/maison/know-how/watchmaking/artistic-crafts/plique-jour-pail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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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는 이렇듯 투조 세공된 격자 패턴의 멀티 레이어 다이얼과 두개의 단차를 이루는 하부 다이얼(실버 선레이 & 갈바닉 기요쉐 바탕)이 

건축학적인 완벽한 균형미 속에서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석을 주로 다루던 브랜드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이렇듯 디테일한 세공이 훌륭하다는 것이지요... 


초침을 생략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입니다.(까르띠에는 엔트리 쿼츠 모델서부터 고급 시계들에 이르기까지 초침 없는 시계들이 제법 많이 엿보이지요.)

개인적으로 좋기도 하고 또 아쉽기도 한 점은 다이얼의 입체감을 과도하게 의식하다 보니 본연의 시간을 읽는데는 다소 시인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블루 핸즈와 대비를 이루는 빨간색 포인트의 해머 형태의 추가 핸즈 역시 월과 요일을 확인하기엔 불편함은 없으나 한편으로는 약간 조악한 느낌도 없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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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조작은 생각보다 매우 간편합니다. 


케이스 한쪽에 별도의 핀 버튼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 크라운 하나로 모든 조작이 쉽게 가능합니다. 

크라운 1단을 빼면 날짜 조정이 가능하고 시계방향으로 계속 돌려 날짜를 조정하다가 31일이 넘어가면 월 디스크도 함께 이동합니다. 

이때 빨간색 포인트의 해머 핸즈는 흔히 말하는 퀵체인지 방식으로 찰칵 경쾌하게 넘어가는 식이 아니라, 스무스하게 천천히 이동합니다... 

그러니까 30일에서 31일 사이 천천히 이동하다 1일이 되도 바로 다음 달 표시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5일에서 6일 정도 되야 다음 달 표시까지 확실히 넘어갑니다. 


더불어, 크라운 2단을 빼면 시간 조정이 가능한데요. 이 때도 자정 12시가 넘어가면 빅데이트 숫자는 퀵체인지로 다음 날짜로 바로 넘어가지만, 

반면 다이얼 가장 내부의 요일 디스크를 가리키는 빨간색 포인트 핸즈는 천천히 이동하며 다음 요일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한 새벽 6시 정도 되야 다음 요일로 망치 모양의 핸즈가 이동해 있지요.(이 또한 스무스하게 넘어갑니다.)


애뉴얼 캘린더든 퍼페츄얼 캘린더든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시계들은 가급적 자주 착용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만에 시계를 살려 착용하여 월이랑 요일을 조절하려면 약간의 노가다(?)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귀차니스트들에겐 그냥 타임온리가 최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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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에 탑재된 무브먼트는 까르띠에 인하우스 칼리버인 9908 MC입니다. 

9908 MC는 기존 칼리브 드 까르띠에 엔트리 모델들에 탑재되던 1904 MC를 베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원래 하나의 자사 칼리버가 완성되면 그 다음 버전의 다른 기능의 시계에는 기존 칼리버에 새 모듈을 얹거나 약간의 수정을 거친 칼리버가 제작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1904 MC를 베이스로 한 9908 MC의 변신은 다소 흥미롭습니다. 능력의 한계로 해당 칼리버를 구조적으로 보다 자세하게 설명드리지 못함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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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8 MC는 직경 30mm, 두께 5.9mm에 총 32개의 주얼과 239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4헤르츠(진동수 시간당  28,800회), 파워리저브는 48시간 정도이구요. 

로듐(rhodium) 처리된 로터 및 브릿지 상단에는 잔잔하게 제네바 스트라이프(Côtes de Genève)가, 플레이트 하단에는 페를라주도 균일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기존 엔트리 자사 모델에 탑재되던 1904 MC와 그래도 장식적으로 차별화된 점은, 

브릿지 모서리를 얕게나마 앵글라주(bevelling) 처리하고(폴리싱 마무리는 안 함), 각 스크류 헤드는 그나마 폴리싱 처리를 했다는 겁니다. 


까르띠에의 자사 무브먼트들은 일부 익셉셔널 피스의 칼리버를 제외하면 사실상 장식적으로나 피니싱면에서 언급할 거리가 별로 없는 편이지만... 

이를 감안하면서도 막상 수천만원 하는 고급 시계의 그것을 들여다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더 신경을 썼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쇼파드를 한 예로 들자면, 구조적으로는 형제격인 칼리버라 할 지라도 

L.U.C 엔트리급 모델의 그것과 최고급 모델의 그것이 가시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는 것처럼, 

까르띠에도 모델별로 그 해당 시계의 격에 따라 무브먼트 피니싱에 보다 차등을 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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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도 좀 이쁘게 꾸미면 안 되나... 과거 까르띠에 로고를 레이저 커팅으로 큼지막하게 음각했을 때가 차라리 로터는 더 멋져 보였다는... 

IWC나 AP의 그것처럼 로터만 좀 더 멋스럽게 추가해도 훨씬 더 좋았을 것을...ㅋ  

시계 외관에서 풍기는 강렬한 존재감과 까르띠에 특유의 우아한 카리스마가 

고작 사파이어 글라스로 드러나는 심심한 무브먼트 하나 때문에 점수가 깎이는 건 또 좀 억울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무브먼트의 퍼포먼스에 관해서는 비교적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별도의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진 않았지만 엄격한 자체 테스트를 걸쳐 시간은 오차를 느낄 수 없이 정확했으며(비록 초침은 없지만 ㅋ 전반적인 작동 안정성면에서),

양방향 와인딩의 효율성 또한 훌륭했습니다.(참고로 까르띠에의 근래 자사 무브먼트에는 세이코에서 자주 보이던 매직 레버 스타일의 갈고리형 부품이 추가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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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시계를 규정 짓는 심볼 중 하나인 카보숑 크라운. 

엔트리 모델은 짙은 블루톤의 첨정석을 쓰지만, 골드 소재의 고급 시계에는 블루 사파이어가 카보숑에 쓰입니다.(사파이어는 예부터 지혜와 위엄의 상징이라죠?!^^) 

크라운을 둘러싼 구슬(비즈) 모양의 디테일은 그립감을 좋게 해서 수동 와인딩시나 시간 조정시 편리합니다. 물론 시각적으로도 독특한 멋이 있구요.



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의 케이스 직경은 45mm이고 두께는 14.05mm 정도입니다. 

까르띠에 요 근래 제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사이즈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듯 싶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리 크다 내지 과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일전에 소고 님께서 리뷰하신 칼리브 드 까르띠에 멀티플 타임존 같은 경우는 실제로 봤을 때 크기나 두께 모두 좀 부담스럽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로통드 드 까르띠에 애뉴얼 캘린더는 로통드 드 까르띠에 컬렉션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미의 라운드 케이스와 러그 투 러그가 그리 길지 않은 덕분에 

크기에 비해 착용감은 좋게 느껴졌습니다. 전체 골드 케이스라서 약간의 묵직한 무게감이 있다는 걸 감안하고서도 그리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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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목에서의 착샷.  


전체 반짝반짝 거울처럼 폴리시드 처리를 한 핑크 골드 케이스는 한눈에도 상당히 고급스럽고 그 자체로 보석처럼 아름답습니다.

단, 째려만 봐도 기스가 생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유광 폴리싱 처리된 골드 케이스는 스크레치 매그닛(magnet)이죠.^^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다이얼의 디테일한 피니싱과 특유의 존재감은 단연 발군입니다. 


고급 시계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사람들마다 어떤 이는 무브먼트에 중점을, 어떤 이는 전체 디자인에 중점을, 어떤 이는 인지도에 중점을 두는 등, 

저마다의 관점이 다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론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은 까르띠에 특유의 디자인적 강점과 기계적인 매력이 나름대로 균형을 잡고 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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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1909년도에 까르띠에가 특허를 낸 고유의 이중 디플로이먼트 버클입니다. 케이스 소재와 동일한 18K 핑크 골드 소재구요. 


까르띠에의 수동식 디플로이먼트 버클 역시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좀 갈릴 텐데, 제 경험상으로는 솔직히 좀 불편한 감이 없질 않더군요. 

다만 일반 푸쉬 버튼식 보다는 오히려 결속력은 더 좋고 오랜 세월 사용해도 쉽게 헐렁해지거나 하지 않아서 관리하기에는 좋은 버클이란 생각입니다. 


더불어, 버클에 체결된 모카 브라운 색상의 스트랩은 고급 엘리게이터 스트랩입니다. 

별도의 패딩없이 전체 플랫하고 패턴 또한 대나무 마디처럼 폭이 넓고 균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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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하나의 브랜드 역시 선입견이라는 게 참 무시 못합니다. 

까르띠에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의구심을 가질 이는 없겠지만, 시계 제조 분야서 까르띠에는 그간 오해와 때론 질타도 많이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 10여 년간 이들이 워치메이킹 전반에 기울인 노력과 열정은 이제 이들의 진심을 드러내기에 얼마간 충분한 증거가 되었다고 봅니다. 


과거의 아카이브에 여느 브랜드는 갖기 힘든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클래식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최대 강점인 까르띠에이니 만큼, 

이런 전통에 현대적인 기술력과 워치메이커로써의 진정성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까르띠에는 주얼러로써의 최고의 명성을 시계 분야서도 이어갈 수 있다 봅니다. 


제 생각에 까르띠에의 롤모델 내지 경쟁상대는 같은 그룹내의 피아제나 예거도 아니고, 랑에나 브레게, 파텍 같은 브랜드는 더더욱 아닙니다. 

까르띠에의 유일무이한 상대는 결국 까르띠에 뿐이라 봅니다. 까르띠에는 이미 한때 사람들이 대부분 불가능하다 진단한 영역을 가열차게 달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혹자는 이들을 두고 모(母) 그룹의 엄청난 지원사격 덕을 보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까르띠에의 시계를 좋아하고 선망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언제나 있어 왔습니다. 

세간의 단편적인 평이나 얄팍한 지식에 의지한 도그마와는 무관하게 그저 어떤 설명하기 힘든 심미적인 이유로 까르띠에를 열망하고 향유하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대중들의 순수한 형태의 선망은 언제나 럭셔리 업계를 살찌우는 데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제품이 아닌 이미지를 팔라는 말이 있겠어요...

까르띠에는 이제 워치메이커로써 두 영역을 다 잘 하고 싶어합니다. 하나는 대중들이 항상 선망하는 시계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좋은 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까르띠에의 도전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다 이렇다 논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한 브랜드가 자신들이 일찍이 가본 적 없는 영역을 끝까지 갈 심산으로 맹렬히 전진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어찌됐든 즐겁다는 것입니다. 

그저 시계를 좋아하는 평범한 애호가 중 한 사람으로서 까르띠에 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이든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고 모종의 성과를 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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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협조:

리치몬트 코리아(까르띠에)


촬영협조:

2nd Round Studio.

Photographer 김두엽 님.

http://www.2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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