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소고 2241  공감:15 2013.07.31 20:41
클래식 BGM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서... :)



IMG_7804.JPG 


 미하엘이라는 러시아 형님입니다. 핀란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고, 현재는 개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핀란드에 온지 9년이 됐다는데, 앞서 말했던 핀란드 자연환경에 대한 얘기는 모두 이 친구가 해 준 얘기입니다. 이제 다섯이 모여 슬슬 밤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IMG_7782.JPG 


 우롱차를 끓이는 미하엘. 저 냄비 안에는 호수에서 뜬 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동물학/생물학으로 러시아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숲을 여행하는게 취미라고 합니다. 취미생활로 캠핑이라니.... 아내랑 세 살 된 아들 가져다주려고 블루베리를 따러 왔다고 합니다. 무튼 어찌어찌 하다보니 다섯이서 후식준비 & 대화 삼매경에 빠집니다.


IMG_7783.JPG 


IMG_7792.JPG 


 미하엘 덕분에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과학과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미하엘이 아무래도 비주류 학과 과학자이다보니 구직난과 과학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 해봐야 너희들이 바꿀 수 없는 미래다'라며, '애인있냐?', '너 뭐하는 사람이냐?' 같은 얘기를 하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물론... 안친한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주제이긴 합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이랑도 종종 이런 이야기 해?"라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네 사람. 실제로 앉은 자리에서 자기 전까지 자기 전공 얘기, 사는 얘기,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하엘이라는 친구가 자기는 판소리가 좋다고 하길래 깜짝. 아는거 있냐고 해서... 판소리는 모르고 아리랑을 불러줬습니다. 신기하다며, 번갈아가며 자기나라 전통가요를 부르기 시작하는 사람들.


IMG_7763.JPG 


IMG_7766.JPG  


 날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모닥불이 서서히 짙어가기 시작하고, 어느새 장작 타는 소리만이 공간을 메웁니다.


IMG_7856.JPG 


 리나(작은 누님)가 준비한 마쉬멜로우를 먹으며 밤을 지새웁니다. 대화는 한시까지 계속됐고, 서로 알듯 말 듯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그렇게 친구가 됩니다.


IMG_7849.JPG 


IMG_7843.JPG 


마시멜로우를 집는 리나와 청년. 이름이 있는데... 발음하기 어려워서...


IMG_7845.JPG 


 참 순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다보니, 한국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란 얘기가 새삼스레 다시 와닿았습니다. 방금 제가 한 말은 핀란드에서 공부를 오래 한 아는 지인이 제게 해 준 말입니다. 그 분 스타일이 개성 넘치는 편인데(강한 모이칸 헤어에 타투), 이곳에서 어떤 직장을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한국 사람들이 이쪽으로 여행을 와서 도움을 요청해서 나가면, 자기 첫 인상만 보고 인상을 쓴다던가 말투에서 벽이 느껴지더란겁니다. 도움을 주러 나갔는데 그런 인상을 받다보니 자연스레 한국 여행객들이 달갑지 않게 되더랍니다. 핀란드에 살고 있는 한인이 약 400명(3인 가족이라고 하면 약 120가정. 굉장히 적습니다)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인상을 받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 핀란드 한인에게 한국 여행객들에 대한 인상은 들불 퍼지듯 안좋아 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예전에는 편견 왕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런 것 같구요... 여태까지 약 11개국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매번 여행 때마다 제 편견이 깨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


IMG_7855.JPG 


 여행은 좋은 행위입니다. 그러나 그 여행이 '나만 좋은 여행'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만 쓰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얘기하고, 이 사람들과 내가 뭐가 다르고, 어떤 것이 나쁘고 어떤 것이 좋은 행동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 그게 여행의 참 의미가 아닐까요? 핀란드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침묵을 지킨다'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소극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그러나 소극적이라는 것이 '마음의 벽'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흑인에게 마음의 벽을 단단히 치고, 백인에게는 굽히듯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 태국가선 편하게 사람을 부리듯 하고, 유럽와선 어깨에 힘주며 걷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안그러시겠지만, 사실 그런 한국 사람 보는거 어렵지 않다는 것 모두들 아실겁니다. 쓴 만큼 누리겠단는 논리는 좋으나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저 누님..... 골초입니다. 한국 사람이었다면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하기 어려웠을거에요..........


너무 멀리갔군요.


IMG_7586.JPG 


 무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IMG_7876.JPG 


 미하엘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있었습니다. 아내와 아들에게 줄 블루베리를 따러 갈 거라고, 같이갈거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기서 멀어?" 했더니. "니 발 밑에 있어."라고. 그런데 정말이었습니다. 블루베리와 산딸기가 발 밑에 가득....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선 블루베리가 비싼 편인데, 여기는 지천에 널려있다니.


IMG_7774.JPG 


 저는 블루베리가 이렇게 작은데서 자라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무튼, 미하엘이 블루베리와 블랙베리(독이 있어서 먹으면 큰일납니다)의 차이점을 설명해주고, 이상하다 싶으면 자기한테 보여주라며, 블루베리를 따기 시작합니다. 자기는 조금만 가져갈 거라고 하기에 얼마나 가져가냐고 했더니 2kg........ 그렇게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게 '노멀'이랍니다. 모두들 그렇게 가져간다고. 오...... 핀란디아.


 블루베리를 따고, 미하엘이 집에 갈거라며 함께 갈거냐고 묻습니다. 들어오는 길은 알았지만 나가는 길이 막막했던 제게는 반가운 소리. 서둘러 짐을 챙겨 길을 떠납니다.


IMG_7888.JPG 

미하엘입니다. 전 탈모 없어요. 지못미 미하엘


IMG_7725.JPG 


IMG_7647.JPG 


눅시오에서 호수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 똑같아 보이시겠지만 사실은 모두 다 다른 연못이었다는 사실. ㅎㄷㄷㄷ


IMG_7672.JPG 


 50mm 단렌즈 하나 들고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시-원 한 사진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발로 찍은 사진만으로도 괜찮은 그림이 나올 정도니... 머리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산림욕 수준이 아니라 '산림 폭포'에 있는 기분입니다.


IMG_7684.JPG 


IMG_7677.JPG 


 처음에는 막 길가다가 사진 찍고 그러면 미하엘이 멈춰서는게 미안했는데... 미하엘이 "괜찮아, 숲 속에서는 스케쥴이란게 없어."라는 말을 듣고 서로 신나게 할 일을 했습니다. 저는 사진찍고, 미하엘은 사색하고.... 귀가하고 나서 찍은 사진 모두를 미하엘에게 보내줬는데, 너무 고맙다고, 자기 홈페이지에 써도 되겠냐고 합니다. 대답은 당연히 "No problem."이죠.


IMG_7692.JPG 


IMG_7695.JPG 


IMG_7898.JPG 


IMG_7902.JPG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인 자작나무(Birch)입니다. 핀란드에는 두 종류의 자작나무가 있는데, 한 종류는 이렇게 키가 큰 자작나무이고, 다른 한 종류는 북쪽에서 자라는 난쟁이자작나무(Dwarf Birch)입니다. 왠지 이 나무를 보고 있으면 막 영감이 떠오릅니다. 무슨 영감인진 모르겠는데... 무튼 그렇습니다. ㅎㅎㅎㅎㅎㅎ


IMG_7907.JPG 


IMG_7916.JPG 


IMG_7954.JPG 


IMG_7634m3.jpg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공신인 베두인 메신저백입니다. ㅎㅎㅎㅎ 미하엘이 너 가방 예쁘다. 근데 이틀 자기엔 너무 작지 않아? 이러길래 안을 보여줬더니 신기해합니다. 이번 여행 직전에 벼르다가 구매를 결정했는데.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버클은 패러슈트 벨트로 탈착감이 좋고, 무엇보다 표면이 반 방수처리 되어있기 때문에 비를 맞아도 내용물은 젖지 않습니다. 저는 카메라 가방 겸, 노트북 가방 겸 등등으로 구매했는데... 아마 다음 번에는 베두인 브리프케이스를 구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무튼 포멀/인포멀한 복장 어디든 어울리고, 독특한 스타일의 가방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IMG_7641.JPG 


미하엘이 신기하다고 말하는 통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막 혼자 컨셉사진찍고 난리났었.....


IMG_7644.JPG 


 패러슈트 벨트. 늘렸다 줄였다 하기 편하고, 플라스틱 버클이랑 달리 견고한 느낌때문에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죽은 일부러 태닝... 뽀얀 가죽보다는 이렇게 태닝된 가죽이 간지(?)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태운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ㅎㅎㅎㅎ 갑자기 홍보(?)하는 기분인데, 제가 알기론 소량 들여오는 거라 다른 사람들과 겹칠 일도 없습니다... ㅎㅎ


IMG_7670.JPG 


 검은 연못(Black Pond)의 모습입니다. 화이트밸런스가 약간 무너졌지만, 실제로 봐도 약간 보랏빛을 띄는 연못이 흥미진진합니다. 딱히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가만히 보면 이국적인 눅시오 국립공원입니다.


IMG_7690.JPG 


IMG_7695.JPG 


IMG_7707.JPG 


IMG_7898.JPG 


IMG_7483.JPG 


IMG_7494.JPG 


IMG_7495.JPG 


IMG_7506.JPG 


 지나가다 본 여름 별장의 모습. 저 안에서 막 기타치고 고성 방가를 하는데... 그 소리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테라스에 있는 사람들이 잠깐 들러서 맥주 한 잔 하고 가라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인사만 하고 헤어졌.... 아.... 왜그랬을까요 ㅠㅠ 참고로 저 정도 되는 여름 별장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타는 차는.....


IMG_7507.JPG 


 이겁니다. 꽤 소박하죠? ㅎㅎㅎㅎ 차가 좋은건지, 실용적인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멋진 별장에 비하면 다소 재미있는 조합의 차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IMG_7515.JPG 


 SUV가 어울리는 곳은 도심속보단 이곳이죠... :)


IMG_7520.JPG 


이렇게 눅시오 국립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 많은 것을 느끼고 왔으나 필력의 한계로 그것을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헬싱키 도심 여행에 관한 기록을 가지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11개국째 여행하면서 이렇게 길게 여행기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그런데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해 주신다면 이대로 11개국 포스팅을... 읭?;;) 참고로 프롤로그의 많은 댓글들이 '후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는데..... 후기는 없습니다. ㅎㅎㅎㅎㅎ 아시죠? 그런건 오프라인에서 하는 얘기잖아요........... ^&^


간만에 길게 글을 쓰니 또 재미있습니다. :)

도심 사진 편집이 끝나는 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소고 지음



* p.s: 다음번 포스팅에서 등장할 여인들의 숫자는 '추천'수에 비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거슨 협박.


번호 섬네일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4 건담 저도 참 좋아했는데요. 실제 사이즈(?) 한번 보시겠습니다~^^ [18] file 신입이 2013.08.04 2959
193 부산 맛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21] hlk 2013.08.03 1994
192 성지에 가다!!! [29] file 디오르 2013.08.02 2978
191 다음주에 홍콩가는데 먹거리 추천좀 해주세요^^ [14] 석양 2013.08.02 2096
» 핀란디아(Finlandia) - 숲(2) [30] 소고 2013.07.31 2241
189 핀란디아(Finlandia) - 숲(1) [26] file 소고 2013.07.31 3529
188 방사능 그딴거 모르겠고!!! 오사카 여행!!(스압!!!) [30] file 시계고수 2013.07.31 5191
187 장마와 폭포 [14] file 달고개사랑 2013.07.30 2009
186 핀란디아(Finlandia) - Intro [34] 소고 2013.07.28 3680
185 개인 해외여행 질문 드립니다. [24] 아이별이 2013.07.28 1975
184 제주사시는 횐님들께. [11] 블루폭시 2013.07.25 1901
183 자전거] 수원-한강 을 자주다닙니다. [12] file 포어 2013.07.22 2690
182 철지난 스페인 여행기 [23] file 최고대왕 2013.07.21 2697
181 자전거 좋아하시나요?[수정-사진회전] [28] file 포어 2013.07.21 2631
180 블루 엔젤스 [9] file 날개찍사 2013.07.10 2891
179 홍콩에 마르지엘라 매장 있나요? [6] 석양 2013.07.08 4308
178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SFO 28L, 28R 활주로 [6] file 날개찍사 2013.07.08 2783
177 [도와주세요] 방콕 호텔 문의입니다 [12] Jason456 2013.07.08 1737
176 류현진 7승 @ SF AT&T Park [33] file 날개찍사 2013.07.06 3009
175 푸켓 여행 귀국완료 [13] file 1gmcs 2013.07.04 2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