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를 바라보는 시각 Highend
시계 선택에 있어 무브먼트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중은 사람마다 참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더 콜렉터 님이 랑에1의 L901.0 칼리버를 소재로 포스팅하신 것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네요.
더 콜렉터님은 어떨 때는 다이얼의 아름다움이나 착용감보다도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을 우선하게 되는
경우까지 생기려 한다고 말씀하셨고.. 반대로 다이얼이 아름답고 착용감이 좋다면 무브먼트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분도 분명 계실텐데요.
제 경우는.. 먼저 시계 선택에 있어서는 무브먼트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다이얼을 필두로 한 외관이 아름답고 사이즈 등이 착용하기에 적절한 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이렇게 눈에 들어온 시계들이 일종의 '영입후보군'을 형성한다고 하면,
그 중에서 제 성에 차지 않는 무브먼트가 장착된 시계들은 후보군에서 탈락시키게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ㅋ
(반대로 말하면, 무브먼트가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디자인 등이 취향이 아니라면 아예 영입 후보로조차
고려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겠죠 ㅋ)
제 성에 찬다는 기준은.. 뭐라 정의내리긴 참 힘들지만.. 분명한건 갈 수록 쓸데없이 성미가 까다로워지기만 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_-;
이렇게 제게 있어 무브먼트는 시계 선택에 있어선 약간은 후順位(한글이 금칙어라서;;;)의 기준이 되는 느낌이지만..
일단 선택을 한 후에는, 장기적인 만족감을 충족시켜 주는 데에 있어서 무브먼트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낍니다.
무브먼트라는건 결국 시계의 엔진.. 단순한 숫자로 표시되는 스펙만으로는 그 진가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실제 착용하고, 보관하고, 세팅하고, 관찰하고 하면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것들..
예를 들면 실착용시와 보관시에 오차가 얼마나 차이나는가, 내 착용 및 보관 패턴에 따를 때 한달에 오차가 어느정도 나게 되는가,
책상에만 주로 앉아있어도 와인딩상태가 충분히 잘 유지되어 주는가, 시간과 날짜를 세팅할 때 불편감이나 불안감은 없는가,
여러번 봤는데도 가끔씩 자꾸 들여다보고 싶어질만큼 시스루백이 충분히 매력적인가 등등.
이런 요소들 하나하나가 충분히 마음에 들게 되면, 그 시계에 대한 만족감은 굉장히 깊고 오래 가게 되더라구요.
물론 반대의 경우, 처음에는 시계의 아름다움에 콩깍지가 씌여서 그냥 다 이뻐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날 수록 불만족스러워 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더랬죠.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 있어 무브먼트는 이성(짝)을 선택함에 있어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은 요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일단 먼저 눈에 들어오고 끌리는건 외모의 아름다움인 건 부정할 수가 없지만, 결국 관계를 오래도록 만족스럽게 지속시켜주는건
상대방의 성품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왜 얼굴이 이쁘면 3년이 행복하고, 마음씨가 고우면 30년이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ㅋㅋ
(앗.. 아아... 이런 방법도???!!!)
아직은 만난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마냥 아름답고 든든한 마음 뿐인,
그리고 바라기는 30년이 지나도 같은 만족감을 주었으면 하는,, cal. 240 사진들로 포스팅을 맺습니다^^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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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측
2019.09.0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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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07:52
그렇네요. 무브에서 더 극대화되는 것 같긴 합니다ㅎㅎ 구시대의 유물 감성..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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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
2019.09.03 21:26
갈수록 까다로워진다는건 그만큼 내공이 점점 쌓이면서 자신만의 기준이 확립되었다는 얘기겠지요.
제 경우에는 다이얼과 외관은 당연히 마음에 들면서 사이즈도 약간 작고, 얇은것을 선호하게 되다보니 자체적으로 많은 시계가 검열되더군요.
그리고 시계에 처음 입문할때는 무브가 너무너무 중요한것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것 중에 하나"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240Q 는 정말 하나정도는 가지고 싶은 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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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07:54
내공이 느껴지는 무브관입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고 얇은 시계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으면 좋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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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1234
2019.09.03 21:52
무브에 큰 관심은 없는데 저 무브는 진짜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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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07:55
콩알 로터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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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우물
2019.09.03 22:20
무척이나 공감이 갑니다...^^
그래서 제가 3년에 한번씩은 뽐뿌가 오는 거였군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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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07:56
저도 글 쓰면서 깨달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더라고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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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Collector
2019.09.03 23:25
굉천님의 비유가 참 마음에 듭니다 ㅎㅎ 항상 적절한 비유와 위트로 구성된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시계를 찾아볼때 무브먼트 페이지 -> 무브 적용된 해당 시계 -> 다이얼/착용감 순으로 매뉴펙쳐 웹사이트를 돌며 다음 후보를 찾고 있습니다.
물론 굉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이얼과 착용감이 안좋다면 후보군에서 없어지니... 일단 지금은 굉천님의 반대로 선택이 되고 있는거같네요 ^^
아! 그리고 굉천님 사진을 너무 이쁘게 잘 담아내시는것 같습니다!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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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07:59
저와 정 반대의 작용이네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 흥미롭습니다ㅎㅎ 더 콜렉터님 덕분에 저도 이참에 생각을 정리해보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 주력 스튜디오는 차 안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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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4
2019.09.04 01:16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무브와 디자인의 양립은 참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금전이란 현실의 벽도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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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08:01
언제나 그렇지만 상대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더 나은 정도는 그야말로 미세한 부분인 것도 사실인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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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V
2019.09.04 10:07
필터링 역활...공감합니다.
최우선 차선 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마지막 임원 면접 같은 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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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12:56
임원면접ㅋㅋㅋ 뭔가 살떨리는 느낌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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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2019.09.04 13:34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저도 필터에 공감 한 표요.
처음엔 좀 집착했는데 기성 브랜드에서는 랑에 정도?
독립시계제작자 수준이 아니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대신 뭔가 특징이 있거나 자신만의 매력이 있는 시계가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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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21:04
랑에 무브는 정말 특별한 것 같아요. 특히 구형들이 더욱ㅠ 얼마전 처음 실물을 영접한 쥬른의 무브도 정말 특별하단 인상을 받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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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ico
2019.09.04 15:21
재미있고 유익한 글 그리고 훌륭한 사진 감사합니다. 마이크로터는 정말 금덩어리네요!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의 예술성과 철저한 마감등은 하이앤드 수준에만 적용된다는 의견입니다. 전 솔리드백이 두께 측면과 내구성 측면에서 좋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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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4 21:05
솔리드백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저도 일정 수준 이상의 피니싱이 아니면 차라리 솔리드백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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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갑부
2019.09.05 07:29
흠... 물론 시계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무브도 한 가지 요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이엔드로 올라가면 무브의 비중이 좀 더 올라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저의 컬렉션들을 기준으로 보면 아무래도 무브의 외관보다는 신뢰성이나 정확성등에 좀 더 중점을 두는듯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브랜드, 디자인 그리고 다른 몇가지 요인들이 더 있겠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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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5 18:15
사실 홍갑님의 기준이 최근의 가장 보편적인 시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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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p1
2019.09.05 11:23
굉천님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무브먼트에 큰 비중은 두지 않게 되더군요. 물론 파텍이나 랑에 혹은 브레게 3137 같은 화려한 무브를 보면 예쁘다 싶긴 하지만 이런 것도 구입 후 처음 한두달이고 그 이후에는 실착용하면서 거의 다이얼만 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무브는 하이엔드의 기본 정도만 지키면 되고 디자인과 실용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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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5 18:17
항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라이트유저입니다ㅎㅎ;
아무래도 디자인과 실용성이 더 우선이라는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바 일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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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아빠
2019.09.05 12:11
대다수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제 경우에도 처음 시계에 관심을 가지면서는 전혀 시계에 대해 무외한이라 그저 다이얼이 예쁜 시계를 구입했었습니다.
그러다 하이엔드에 관심이 생기고 타포에 들어오니 무브먼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최근에는 하이엔드 내에서의 무브먼트는 브랜드마다 큰 차이가 없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 지식이 깊지 않아 섣부른 생각일 수 있겠습니다.
크게 문제가 없는 무브먼트라면 일단 외형이 이쁘고 제 손목에 잘 어울리면 OK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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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5 18:18
업앤다운! 저도 시계를 보는 시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각도로 변해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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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EX007
2019.09.05 20:42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예쁜 여자는 자랑할 수 있는데
무브는 그렇질 못하다는 거
그래서 전 남이 봤을때 예쁘다 하는 시계가 더 끌립니다.
브레게 클래식 같은.........
사람들이 한번은 더 봐주더라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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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5 21:15
브레게 클래식의 아름다움은 저도 수년간 경험해본터라 십분 공감하지만..
그 수년간 제게 오프라인에서 브레게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ㅠㅠ
아마도 롤007님의 주위 분들의 시계 보는 안목이 제 주위보다 더 뛰어나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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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EX007
2019.09.06 01:21
글쎄요 제 주변의 사람들은 시계에 문외한들인데 다들 하나같이 동전 같이 생겼다며 예쁘다고 말해주더군요
오히려 굉천님 주변분들이 시계에 상당한 지식들이 있으셔서 브레게쯤이야 하면서 보셨던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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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바리
2019.09.05 22:27
저는 무브먼트에 얼마나 쓸데없는짓을 많이 했는지가 만족도의 기준이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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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EX007
2019.09.06 00:15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죠
빈티지 6분할 회중 무브도 빼내서 커스텀질 까지 해봤더랬습니다.^^
동네 시계방 사장이 무슨 시계냐며 놀랄만큼 예쁜 뒷백을 가진 시계가 만들어 졌지만
결국 나 혼자만 보고 즐겨야 하는 외로운 시계일 뿐이더군요
물론 자기만족은 분명히 있긴 있습니다.
밤에 피는 나만의 장미꽃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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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죠
2019.09.06 23:49
전 무브가 안보여도 시간 잘맞고 파워리져브 좀 길고 날짜있고 내구성만 좋으면 된다는 주의라. 롤이상은 크게 와닿지 않네요^^ 최근에 eta 2892를 경험해보고 eta 법용무브도 정말 좋은 무브인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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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7 15:19
eta는 정말 훌륭하고 안정적인 무브임에 틀림이 없죠!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이 이상은 없어도 그만'인 영역이 생기는건 여러모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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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gineer
2019.09.09 23:09
멋진 무브 사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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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eL
2019.09.10 10:54
크 역시 시계의 심장이라 할수있는 무브, 정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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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葉城戀唄
2019.11.15 09:48
무브 예쁘네요
제 경우에는.. 무브먼트란 일종의 허영심 같은 거죠.
'보.. 보이지는 않지만, 이 무브먼트는 아름다운 자사 무브먼트라고..!'
아니 사실 어떻게 보면 시계질 자체가 좀 허영심덩어리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