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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lee 1641  공감:3  비공감:-3 2019.09.12 00:11



집앞에 이런 시계 매장들이 한군데 옹기종기 모여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입니다.

그래도 왠지 모를 경외심에 함부로 매장에 들어가보진 못했는데, 

뜬금없이 어머니가 시계를 사주신다 하여 하이엔드 매장 탐방을 좀 해봤습니다.


곧 결혼인데 전 예물시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악기값에 보태기로 해서, 뭐 조금은 아쉽지만 그냥 있는 요트마스터를 차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그 요트마스터를 눈독들이더니 본인의 익스플로러와 교환하는 눈치를 보였고, 때는 이때다 싶어서 아버지에게 요트마스터를 드리며

"나중에 시계살때 조금 보태주십셔" 라고...ㅎㅎ 너무 좋아하시며 가져가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시계도 없이 결혼식장에 갈 것을 안타까워 하신 어머니께서 시계를 사주시려고 시동을 거셨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피아제를 매우 좋아하십니다. 어머니는 파텍을 처분하고 피아제 설탕가루 시계를 들이며 아버지와 세트로 맞추셨고

시계는 역시 피아제다 라면서 저에게도 그 미학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 부모님을 전 '시알못' 이라고 생각했었죠.. 


제가 사회생활도 하며 나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이자 어머니께서 "드레스워치 하나 사줘야겠다" 하더니 피아제 매장을 방문했고,

저는 이왕 그돈 쓰실거면 좀 더 고민해보고 다른 시계도 알아보자며 백화점 투어를 했습니다.


먼저 어린 시절 시사저널 잡지에서 본 광고였던가..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시계..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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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더군요. 각도를 달리함에 따라 저 기찻길같은 모양은 하얗게 빛나고, 시계 다이알은 은회색으로 반짝거리는 것이 아주 제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으나

이녀석..매뉴얼 와인딩이더군요. 전 로터달린 놈들이 좋았지만 너무나도 예쁜 디자인에 최종 후보에 이녀석을 올렸습니다.


용두쪽에서 바라봤을때 아래쪽의 저 코인같은 느낌...말테크로스.. 뭐하나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드레스워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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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는 제가 개인적으로 쿠션처럼 생긴 시계를 좋아해서 한번 꺼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항상 이 디자인을 보며.. 왜 저건 저렇게 사선으로 배치해놨을까 싶었는데 핸들샷을 흉내내보라고 하여 해보았더니 아....하고 단박에 이해되었습니다.

정말 예쁜 시계입니다...ㅎㅎ 하지만 제가 난민손목이라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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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방향에 스몰세컨드가 있는 이 오토 모델은 음..뭐랄까.. 제 취향의 디자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보다보면 적응될듯 예뻐보일듯하기도 하고.. 근데 뭔가 마음이 확 가지는 않더군요. 첫번째 녀석이 더 예뻤습니다.


실컷 시계구경을 하며 이런 저런 설명도 듣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나왔습니다. 제 마음속엔 1번을 일단 후보로 올려둔 채로..


그리고 파텍매장을 갔습니다.

ㅎㅎㅎ....물건이 거의 없어서 올려볼것도 없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그냥 나왔구요..컴플리케이션은 제가 살수도 없거니와 취향도 아닌지라...


다음은 저짝에 브레게 매장으로 이동합니다.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의 다이얼과 핸즈는 매니아들에게 상당한 구매욕을 자극했겠지만...제 취향은 역시 아니었고...그래서 좀 보다 나왔습니다.


다음은 음..예거 매장에 들렀습니다.

예전에 예거가 제 드림워치였었고.. 드레스워치를 한다면 단연 금통 울씬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럴수가.....제 눈이 업그레이드된걸까요.. 마음에 확 끌리는 모델이 없었습니다..ㅠㅠ 퍼페츄얼 모델을 올려봐도 흐응...흐응..하다 그냥 나왔습니다 ..


그래서 이 세 매장 사진이 없습니다 ㅠ


그리고 어머니의 최애 피아제로 이동합니다. 피아제는 보석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1층에 위치하고있어서 분류가 음.. 과연 보석일지 시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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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의 알티플라노 운석 그레이모델입니다.


원래 어머니는 이 시계를 마음에 무척 들어하셨습니다. "심플하고 절제미가 있으며 유니크하고 그레이가 좋아 그리고 피아제잖니"


저는 어머니에게 아까 본 바쉐론의 시계 제조사로서의 위상 등등을 언급하며 시계의 가치.. 뭐 주구장창 얘기해보긴 했는데

그냥 제가 원하는거 사라면서 저에게 선택을 맡겼고 전 고민에 빠졌죠.. 진짜 엄청 고민했답니다.


유니크한가?나중에 살수있을까?안팔고 평생 가져갈 수 있을까?볼때마다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걸 생각해보니 피아제를 사야겠다..라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사실 이게..시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거의 바쉐론으로 가실거같습니다..저도 트라디샤날 스몰세컨즈에 마음이 끌렸었구요.


하지만 이 피아제 시계는

피아제라는 브랜드때문에 부모님이 생각날 것이고

구매하는 순간 감가가 꽤 날 것이라 평생 팔지 못할 것이며

거기다 오토마티끄에 로터에 새겨진 문양은 저의 마음을 홀렸고

운석판은 방사능이 나올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유니크하기도 하고 나름 한정판...이기도 하고

한편 그레이 색깔과 그레이 악어가죽밴드의 궁합, 오블리크 뷰에서 봤을 때의 저 운석판의 아름다움

그럼에도 마치 뭐랄까..고급브랜드의 엄청비싼 쓰레빠같은 느낌의 마치 슈퍼카에서 잠옷입고 내리는 부자를 상상하게끔 하는  저 별다른 장식도 기능도 없는 심플리시티


때문에 선택을 했습니다. 부디 후회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바쉐론은..언젠가 제가 돈을 벌어 사야겠다고 마음먹었구요.


그리고 저 시계를 알고, 여기저기 검색해 본 결과

의외로 피아제는 꽤 괜찮은 워치메이커였고.. (부모님의 설탕시계를 보며 저런건 보석이있어 비싼거라며 엄청 깎아내렸었죠..)

꽤나 훌륭한 무브먼트들과 디자인, 역사와 철학이 있는 브랜드였고..

앞으로 분발하길 바라는 마음에.. 어머니께서 과감하게 드레스워치로 질러주신 저 시계를 아껴줘야겠습니다. (아직 제 손에 들어온건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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