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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957  공감:8  비공감:-12 2020.10.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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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쿼츠 파동 속에서 
많은 브랜드들이 기계식 시계를 포기하고
쿼츠 시계를 주력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브랜드들은 오히려 쿼츠가 따라 하지 못할
기계식 시계의 장점을 살리기로 하고
그에 집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중 오데마피게는 본질에 좀 더 집중한 브랜드입니다.
다음 편에 소개해드릴 
울트라씬 퍼페추얼 캘린더가 그 대표적인 예이고
오늘 소개해드릴 스타휠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 Audemars Piguet 
STAR WHE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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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쿼츠 위기 속에서
 기계식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을
만들어 희망을 맛본 AP는
90년대 진입하자마자 
기계식 시계로 구현할 수 있는 독특한 시계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스타휠이라는 시계입니다.

90년대 시계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
기계식 시계의 감성을 살리면서
시간을 독특하게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의 기계식 시계를 제작한 것이 
바로 90년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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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타휠은 無에서 탄생한 모델은 아닙니다.​​
 AP의 워치메이커들은 우연히
매거진을 통해 원더링 아워 포켓 워치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매력적인 
원더링 아워 손목시계를 구상합니다.
80년대 말 시작된 기획이
1991년 스타휠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스타휠은 전통적인 원더링 아워 방식인
3개의 디스크에 4개의 시간을 얹은 방식으로
위 쪽 120도에 분을 넣고
휠들이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동영상이 이해하기에 편하시겠죠?













시계가 좀 평범하지 않다 보니 질문이 많아지는데...
그럼 원더링 아워(Wandering Hour) 시계는 무엇이냐?


간단히 설명드리면...
다이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시간을 표시해서
원더링 아워(Wandering Hour)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플로팅 아워, 크로노스코프라고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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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링 아워의 기원은 4세기 전으로 돌아가는데
1656년 캄파누스 형제들이 교회 알렉산더 12세를 위해
만든 나이트 클락이 기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위 사진의 시계인데 진자를 이용한 클락이면서
특이하게 디스크를 돌려 시간을 표시합니다.
여기에 오일 램프를 사용하여 밤에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매우 간단한 발상의 전환처럼 보이지만
시인성도 좋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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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원더링 아워 시계들은
세 개의 디스크에 4개의 시간을 담아
구동하였습니다.
1820년 브레게의 원더링 아워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지금의 스타휠과 거의 유사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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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브레게 원더링 아워 포켓 워치,
그리고 귀블린에서 나온 브레게 원더링 아워 
손목시계입니다.
1930년대까지 활발하게 나오던 
원더링 아워 시계들은 
그 이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90년대 오데마피게에 의해 재탄생된 것입니다.








그럼 AP 스타휠이 가지는 의미와 특징에 대해 
몇 가지로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1. 현대적인 의미의 첫 번째 원더링 아워 손목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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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정말 좋아하는 애호가분들도
대부분 전형적인 3 핸즈 시계들만 갖고 계십니다.
핸즈로 시간을 표시하지 않는 시계는 극히 드물죠.
위의 점핑 미닛 시계인 자이트베르크도 
매우 드문 시계입니다.
그런데 원더링 아워 시계는 
90년대 당시엔 정말 드문 시계였습니다.








DSC05471.png

이러한 독특한 스타일의 스타휠은 
현대적인 의미의 
첫 번째 원더링 아워 손목시계이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스타휠을 기획하고 제작하던 1980년대 말은 
아직 쿼츠 파동의 여파가 남아있던 기계식 시계의 암흑기였는데 
그들은 단순히 기계식 시계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오래된 유산에서 유니크하게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을 찾아 
그것을 손목시계로 구현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기계식 시계의 부활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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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의 의미는 스타휠의 성공 이후 
우르베르크, 모저 앤 씨, 아놀드 앤 썬, 고릴라 등 
많은 독립시계제작들과 중소형 브랜드들이 
다양한 형식의 원더링 아워 시계를 출시했는데 
그들은 분명 스타휠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의 선구자적 역할을
AP의 스타휠이 한 것입니다.
스타휠로 말미암아 원더링 아워 등 시간을 표시하는 
보다 다양한 방식에 대한 연구들이 이뤄졌으며 
지금까지 많은 결과물들이 나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2. 유니크한 스타일, 그리고 다양한 미학적 포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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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시계를 소유하면서 착용할 때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스타일의 시계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원더링 아워라는 스타일 뿐 아니라
다양한 미학적 포인트들을 갖고 있는 것이
스타휠이라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설명드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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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장 큰 매력은 다이얼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의
원더링 아워 형식 시간 표시입니다.
기존 핸즈로 가리키는 시계와는 그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정말 남다른 시계를 차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ㅎㅎ
그리고 생각보다 직관적으로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시간 확인은 좀 어렵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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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은 9시 17분입니다.
12시 방향을 보면 가장 먼저 시간이 보이고
120도 각도 안에서 대략의 분이 직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는 독특한 시간 표시와 확인 방법은
스타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름 그대로 스타휠은
3개의 디스크를 돌리는 별 모양 휠이 있는데
이 'Star Wheel' 자체가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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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빛이 반사되면 숫자가 아니라
디스크와 'Star Wheel'이 보이는데
그 구조물과 부품 자체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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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Wheel'이 물려있는 중앙 부분은
매우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감성적인 
부분을 많은 스타휠에 반전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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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빛에 따라 달라지는
'Star Wheel'은 정말 매력적이구요.




제가 또 좋아하는 스타휠의 포인트는
바로 이너 베젤에 반사되는 분 인덱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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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면 이너 베젤을 폴리쉬드 처리해놓아
아라비안 인덱스들이 이너 베젤에 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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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은근 아름답고 자꾸 보게 되며
심지어는 분을 확인하는데도 
도움을 줄 때가 있습니다.
(이건 오버인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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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ingapore watch club >



스타휠은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좌측의 독특한 버전이었으나
일반 기요쉐 버전도 오래 기다려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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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요쉐가 들어간 버전도
충분히 아름답고 심플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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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타휠은 완벽한 밸런스를 갖고 있습니다.
12시 방향에 120로 미닛 인덱스가 있고
세 개의 스타휠이 중앙을 돌고 있으며
6시 방향에는 오데마피게 로고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적절한 비율처럼 느껴지고
강한 안정감을 줍니다.
시계 기능은 매우 펑키하고 창의적인 
느낌이 드는 것에 반해
배열은 안정감을 주는 반전 매력이 있는 것이죠.




반전 매력은 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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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은 AP의 70-90년대 스텝티드 베젤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사이즈(36mm)와 함께 
클래식한 느낌을 줍니다.
이 또한 기능에 대비되는
반전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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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부분들을 확인해 보시라고
동영상 찍은 것도 올려봅니다.
















3.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실착형 컴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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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리베르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제가 스타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착용감에 있습니다.
스타휠과 같은 컴플리케이션들은
어찌 되었든 복잡한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대부분은 두께가 두꺼워집니다.
그러면 결국 착용감이 떨어지게 되어 있죠.


스타휠의 두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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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mm입니다.

제가 캘리퍼로 잰 실제 수치입니다.
풀로터 자동 시계에 
이 정도 컴플리케이션을 넣고
8.3mm면 정말 얇은 편입니다.


그러니 착용감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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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줄질이 잘 받는 편이라
줄질로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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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과 색상에 따라 
매우 다른 분위기를 내어
수트부터 캐주얼에 두루두루
어울릴 수 있는 시계가 스타휠입니다.





이제는 제가 착용해보면서 느끼는 단점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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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원더링 아워 시계가
대부분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ㅎㅎ
타임랩스나 시간을 조정하면
 둥둥 떠다니는 시간들을 감상할 수 있지만
평소엔 아닙니다.
그냥 그 시점에 가리키는 시간만 볼 수 있죠. 
어떤 분들에게는 생동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다른 단점은 
사실 단점이라고 보기 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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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 치고
조금 익숙한 무브먼트인
JLC Cal. 889 수정 무브먼트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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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 889를 수정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얇은 두께에 안정적인 
퍼포먼스가 가능해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랫동안 봐왔고(899 포함)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무브먼트인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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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824나 2892를 수정한 명작 컴플리케이션도
많이 나온 90년대라...

사실 이 무브먼트도 
적정 수준 이상의 피니싱과 5자세 수정에
히트/콜드, 등시성 수정까지 되어 있는
매우 좋은 무브먼트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찾은 단점이 됐네요 ㅋ









이제 긴 이야기를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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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휠은 할 이야기가 많다 보니
횡설수설한 느낌입니다.
제가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으면
횡설수설 했을까 하면서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ㅎㅎ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가진 모델이고
무엇보다 90년대의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유니크한 시계입니다.
말은 안 했지만 요즘 나오는 우르베르크나
아놀드앤썬 등의 원더링 아워 시계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이 멋진 90년대 시계를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 페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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