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쿼츠 파동을 맞으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던 기계식 시계
브랜드들은 대개 비슷한 전략이었습니다.
쿼츠가 흉내 내지 못할
기계식 시계만의 매력을 드러내자!
그중 오데마피게가 선택한 길은
울트라씬 무브먼트와 컴플리케이션
조합의 기계식 시계였습니다.
여기에 핸드 크래프트의 진수인
오픈워크까지 들어간다면
쿼츠 시계와 완전히 차별화된
기계식 시계가 탄생하겠죠?
그 모델이 바로 오늘 주인공인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5668BA입니다.
" Ref. 25668BA "
그럼 우선 이 모델의 의의를
먼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시계사와 브랜드에서의 위치
제가 작년 도쿄 AP 전시회에 갔었을 때나
홍콩 AP 하우스에 갔었을 때,
이 모델이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이 모델은 Ref. 5548이라는 모델로
퀀텀 퍼페추얼 오토매틱입니다.
이 모델은 시계사에 한 획을 그었는데
1978년 발매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인 Cal. 2120/2800 을 탑재한 시계였습니다.
두께는 무려 3.95mm.
Ref. 5548이 출시된 시점은 1978년.
쿼츠 위기로 인해 많은 스위스 시계 업체가
문을 닫고 감축 운영을 하던 때에
AP는 오히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울트라 씬 퍼페추얼 캘린더를 만들어 회사를 살리게 됩니다.
실제로 AP 뮤지엄의 큐레이터 Sebastian Vivas는
이 모델이 회사를 구했다고 설명합니다.
많은 분들이 로얄오크가 1972년 탄생했기에
로얄오크가 AP를 먹여살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당시 로얄오크, 노틸러스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고 지금의 인기만큼의 모델들은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5548의 판매량이 상당했고
회사를 쿼츠 위기에서 구한 것은
울트라씬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라는 것이죠.
Ref. 25668은
5548의 변형 버전이자 최후기 모델입니다.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출시되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시계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시계사에 획을 긋고
AP를 쿼츠 위기에서 구한
상당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울트라 씬 퍼페추얼 캘린더가
바로 Ref. 5548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Ref. 25668입니다.
2. Cal. 2120/2800
눈치가 빠른 분들은 칼리버 이름에서 아셨겠지만
Cal. 2120/2800은
전설적인 울트라 씬 자동 칼리버인
Cal. 2120(JLC cal. 920)에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얹은 무브먼트입니다.
2120의 가장 큰 장점은 얇은 두께이지만
이 얇은 두께에 모듈을 얹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칼리버의 커다란 장점입니다.
그래서 칼리버 두께가 겨우 3.95mm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이죠.
Ref. 5548은 보통 솔리드백 처리가 되어 있고
로터 등의 형태와 재질이 다릅니다.
하지만 Ref. 25668의 경우
디스플레이백 처리가 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고
게다가 로터도 전체 골드에
화려한 인그레이빙 처리와 함께
오픈워크 처리가 되어 있어서
매우 유니크합니다.
현재 AP에서는 Cal. 2120/2800의 후속인
Cal. 5153이 활약하고 있으며
구조는 거의 오리지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위 모델은 Ref. 26585CE 모델입니다.
현행 AP의 라인업에서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로는
유일한 모델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픈워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Ref. 26065가 있는데 워낙 넘사벽이라...)
그런데 이 모델의 리테일가는 2억에 가깝고
마켓에서는 3억까지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관심과 시간을 돌려
80-90년대로 내려오면
같은 브랜드의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를
1/10도 안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델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큰 경쟁 없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Ref. 25668의 장점은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복잡한 기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관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Cal. 2120/2800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유저에겐 정말 감사한 시계이죠!
동영상으로도 오픈워크를 한 번 보시죠~
4. 오직 94개
Ref. 25668BA는 옐로 골드 모델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총 94개가
생산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른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좀 더 많구요.
투자 가치를 떠나서
시계 컬렉터들에게 레어함은
컬렉팅하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아무래도 남들에게 없는 시계를 갖고 싶어 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25668은 상당히 레어 한 시계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듀오,
PP 3941J와 AP 25668BA.
둘 다 5년만 생산되었고
35개와 94개의 레어 한 모델들입니다.
이러니 컬렉터의 욕구를 자극하지 않을 수 없죠.
자!
이제는 좀 더 실제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실착 사진들을 보시고
어떤 느낌들이 나는지 보시죠~
아무래도 이 시계는 조금 진중한 옷에
많이 착용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무엇보다 심심하지 않고
포인트가 되면서 과하지는 않습니다.
줄질을 많이 하지는 않은 시계이지만
나름 캐주얼하게도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사이즈가 큰 편은 아니라
약간의 한계는 있지만요.
이 시계의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두께와 착용감입니다.
어쩌다 보니 90년대 시계 리뷰가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컴플리케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두께가 얇아 착용감이 좋다는
앵무새처럼 반복된 이야기를 하네요 ㅋ
그런데 그게 바로 90년대 파인 워치의
포인트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심플 워치인데도 크고 두꺼운 시계라 아니라
컴플리케이션인데도 얇고
착용감 좋은 시계가 고급 시계이니까요!
암튼 25668의 두께를
제가 캘리퍼로 재어보니 7.9mm입니다.
풀로터 오토매틱에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얹었고
여기에 디스플레이백인데도
8mm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착용감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시계가
착용감이 좋은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스타휠도 마찬가지)
우선 러그가 매우 짧아 스트랩이
바로 손목으로 떨어지는 것도
착용감을 좋게 하는 포인트인데
이것과 함께...
스트랩이 케이스와 거의 밀착되어
흡사 커브드 된 것처럼 보입니다.
요즘에야 커브드 스트랩이 많이 나오지만
이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커브드 스트랩이 아닙니다.
케이스 안쪽에 저렇게 홈을 내놓아서
스트랩이 케이스와 밀착되게 해놓았고
저 부분으로 인해 매우 짧은 러그에도 불구하고
일자 스트랩이 커브드 스트랩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80-90년대 오데마피게의
케이스 특징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름답지만 시인성이 조금 ㅋ
딱 봐도 떨어집니다.
저야 이제 익숙해져서 잘 보지만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조금 정신 사나우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외에는 조금 짧은 파워리저브 시간 정도?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시계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ㅎㅎ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오데마피게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5668BA는 쿼츠 시대 이후
기계식 시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역량을 보여준 시계라 생각합니다.
2020년 럭셔리 스포츠 워치 광풍 속에서
이러한 가치 있고 아름다운 시계들이
더 인정받고 인기를 얻게 되는
시기가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 페니 드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무 아름다운 시계네요. 아는게 힘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