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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딱 한번 지식인에 질문 글을 올렸었는데, 그 이후 뭔가 인사를 드려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 이제야 글을 올리네요.


고가 시계와는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성격이었는데, 결혼을 앞두고 예물로 시계를 고르게 되어 질문을 올렸었습니다.

그냥 어디서 듣던 것처럼 롤렉스를 사면 되겠구나~ 했는데, 뭐 악의야 없었겠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후 복수심에 하이엔드를 기웃거렸습니다.

첫 시계라기엔 사정상 조금 예산이 넉넉하기도 했구요 (물론 둘러보니 다들 예산이 문제라기보다는 애정과 열정으로 시계 활동들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말 그대로 처음으로 백화점의 시계 매장을 들어갔고 (롤렉스는 입구컷 당해서...) 그 매장은 바쉐론 콘스탄틴이었습니다.

SNS에서 보던 얕디 얕은 의도가 보이는 "시계 계급도"에서 나름 천상계에 있던 그 브랜드...

저는 "저기는 아니야~ 엄청 비싼데야~" 했지만 일단 가보자는 여자친구 말에 들어갔고, 처음 손목에 올려본 시계가 이 녀석이었습니다. 

(정말로 보러 간 그 당일 날 차보고 찍은 사진...)

1.jpg

그냥 아.. 고가 시계는 원래 멋지구나, 그냥 평범하게 생겼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이 분명히 있기는 하구나... 느낌이었네요.

그리고는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브레게, 예거, 피아제, IWC... 근데 돌면 돌수록 계속 바쉐론이 다시 생각나더라구요.

그냥 원래 비싸니까 멋진 줄 알았던 것인데, 제가 바로 이 녀석에 완전히 꽂혔던 것이었습니다.


이때가 지식인 게시판에 질문글을 올린 때네요.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큰 돈이 오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습니다ㅋㅋ

그래도 다들 열심히 조언해 주시고, 많은 고민 끝에 "내 눈에 이쁘면 그걸로 된거다!"하고 저 모델로 결정을 했습니다.


기요셰가 너무 멋있었습니다. 부틱 익스클루시브 스몰세컨즈 트래디셔널도 정말 깔끔하고 기요셰도 멋지지만, 단종...ㅠㅠ
트래디셔널 하면 절제된 드레스워치의 대명사 중 하나인 것 같더군요. 근데 또 저는 고수(?)가 아니다 보니 조금은 자랑질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결국 파워리저브, 데이트, 스몰세컨즈가 들어가며 조금은 구차해지고(?) 두께와 크기도 늘어난 이 녀석으로 마음이 갔습니다.


2.jpg

여전히 엄청난 절제미를 뽐내는 스몰세컨즈만 있는 트래디셔널 등을 보면 "저쪽이 정석이기는 하지" 싶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매력, 저런 매력 모두 뽐낼 수 있는 시계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정말 200% 300% 만족중입니다.

얼추 캐주얼한 느낌의 옷들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려주는 모습이 참 고맙습니다.


질문 글을 올렸을 때, "바쉐론은 많이 올라오지 않으니 구매 후 사진이라도 올려주세요~"라는 말을 누군가가 해주셨었는데요,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구매 후 너무 좋다 보니 이걸 어떻게 사진으로 다 표현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정작 이전에 찍은 사진이라 이제 보니 지문 자국부터 참... ㅡㅡ; 보기 안좋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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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빛을 받았을 때, 저렇게 빛을 받았을 때 변화무쌍하게 느낌이 바뀌는 기요셰 다이얼의 느낌이나,

시계의 가장자리에 퍼져 있는 바 인덱스들이 극도의 정렬로 마치 한 면인 것처럼 빛이 일사불란하게 반사되는 모습이나,

12시 방향의 조그마한 말테크로스 하나도 각도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반짝이는 모습이나... 매일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4.jpg

근데 정작 이렇게 애정이 듬뿍 담기고 나니, 역시나 무서워서 잘 못 차겠더군요.

금이야 옥이야 모셔둘 시계는 사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었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매일 매일 차고 싶은데, 스크래치 하나에 엄청난 슬픔을 느낄 것이 뻔히 보이니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동시에 요즘 왜 그리들 스포츠워치를 원하는지도 미련하게도 조금 늦게 깨달은 것 같기도 하구요.


맨 처음 롤렉스를 기웃거리려 할 때는 GMT 마스터가 가장 가지고 싶었습니다.

해외에서 산 기간도 있고, 해외와 일한 경험도 길고, 언제든 다시 해외로 나가거나 해외와 일하게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같은 시간도 처한 상황(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늘 역지사지로 남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며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언제나 다른 시각과 해석은 있다! 라는.. 중요한 교훈을 다시 알려줄 것 같았거든요.


5.jpg

워낙 이전에는 시계와 인연이 없던 삶이다 보니 벌써 또 다른 시계를 원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평소에는 스포츠워치, 중요한 날에는 드레스워치 이렇게 딱 용도에 따라 2개만 보유하자! 라는 마음으로 튜더 블랙베이 GMT를 영입했습니다.

마침 동네에 중고로 판매해주시는 분이 계셨기도 했구요.


GMT 워치하면 롤렉스 펩시가 원조! 라고 생각하는데... 제 능력에 펩시를 사서 툴워치처럼 굴리지는 못할 것 같았고,

원래 "터프하게 굴려도 됩니다!"로 유명해진 롤렉스가 이제는 너무 귀한 몸이 되어버려서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최소한 저는 못하겠어요)

튜더라는 브랜드의 레트로 느낌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지금의 롤렉스를 있게 한 그 옛 정신은 이제 튜더가 계승한 것이 아닐까?" 라는 망상을 하며...


6.jpg

그렇게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83020, 그리고 튜더 블랙베이 GMT가 저의 첫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평생 고가 시계를 보며 돈낭비라고 생각해왔던 제가 언제 이렇게 시계에 애정이 생겼는지 참 놀랍네요.

근데 뭐랄까... 정말 아주 행복합니다.


7.jpg 

하필 시계들은 비싸도 너무 비싼 가격들을 자랑하기는 하지만...

이게 자동차처럼 딱 보면 가격이 얼추 보이거나, 명품 옷들처럼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거나... 그런게 아니잖아요?

남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가격을 지불하고는 지 혼자 손목 쳐다보며 소소하게 낄낄대는 것 밖에는 없지만 그게 참 좋네요.

또 다른 어떤 것들보다 내 몸에 가장 가까이, 항상 붙어있는 존재이기도 하구요.


글이 쓸데없이 정말 길어졌습니다. 어디 다른데 가서는 딱히 자랑하기도 애매해서 그랬습니다 :)

앞으로 최소 5년은 기추했다는 글을 제가 올리지 않기를 바랍니다...ㅋㅋ

입문에 조언 아낌없이 주셨던 분들께 모두 감사하고, 즐겁고 감사하는 시계생활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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